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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 ,ㄷ 




 




 

 

 


거스름


 

아버지는 대낮부터 대취하셔서 밤 문어처럼 캄캄한 돌집으로 기어들어 오셨다. 입가에는 자장면 국물 자국이 마른 버짐처럼 말라 있었는데 이내 다 큰 몸으로 가마우지 새끼처럼 꺼이꺼이 우셨다. 천 원짜리 자장면을 먹고 그 가게 심부름꾼 점원 아이에게 팁으로 만 원을 주었다고. 그 아이가 셋째인 나를 닮아서 손가락 끝마디마다 손거스러미가 피었다며 슬펐다는 것이었다. 쌀독에 쌀은 바닥을 보이는데 아버지는 남의 집 가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날, 아버지와 어머니는 대판 싸웠다. 바닥에 뒹구는 찌그러진 냄비가 더욱 깊이 패었다. 아버지의 가난과 술 버릇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별거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머니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막내는 내가 키우것소. 나머지 자식들은 어느 정도 다 컸으니 각자 의사 결정을 하그라. 누나는 어머니를 선택했다. 형은 누나를 따랐다. 막내는 엄마 품에서 칭얼거리고 있었다. 이제 남은 자식은 나뿐이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 그때 그 일이 문득 생각났다. 대낮부터 꺼이꺼이 우셨던. 나는 아버지를 선택했다. 당신이 나를 향해 보냈던 그 연민을 나는 오래 잊지 않았다. 세월이 흘렀다.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추레한 노인이 내게 다가와 거스러미 핀 손을 내밀었다. 껌이었다. 도와주십시오. 천 원입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지금의 저 노인과 같은 얼굴로 늙었을까 ?  나는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가 만 원짜리 지폐를 건넸다. 거스름은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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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1-05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틀어놓고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다가 그만 울컥.....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5 21:35   좋아요 0 | URL
아버지와 1년 정도 둘이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신혼살림 같았다는 느낌이.
함께 시장 가서 장 보고 그랬거든요..

겨울호랑이 2017-11-05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노인분께 그 순간 곰곰발님이 아들처럼 보였을까요, 아니면 천사처럼 보였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5 21:34   좋아요 1 | URL
천사는요.. 무슨. 내 생일 즈음에 돌아가셨으니 아마도 이맘쯤일 겁니다. 제사를 안 지내다 보니 음력 달력을 보는 일이 없네요.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2017-11-05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05 21:36   좋아요 0 | URL
네에. 아버지가 주정뱅이여서 낮술 자주 드셨죠. 일이 고되셨나 봅니다.. 취하면 곱게 주무셔서 그렇게 주사는 없으셨던 분입니다..

임모르텔 2017-11-1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저희 아버지는 젊은시절 복서이면서 ~평생 주정뱅이신데 ..포장마차 할머니에게 잠바와 신발을 벗어주고 다니셨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1 22:56   좋아요 0 | URL
?! 정말 복서이셨나요, 아버님이 ? 우와... 놀랍습니다..
 

 

분실물 , ,ㄷ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1)



 

어떤 눈물은 가볍고, 어떤 눈물은 짜고, 어떤 눈물은 무미(無味)하고, 어떤 눈물은 무겁다. 나는 피가 되지 못한 채 체외로 흘러나온, 채도가 휘발된 투명한 피의 순도가 궁금하다. 엎드려 우는 사람은 지금 쇳덩이보다 무거운 눈물을 쏟고 있는 중이다. 어깨는 고슴도치처럼 움츠리고 허리는 활처럼 휘어서, 중력을 잃고 내내 울었다. 쏟은 만큼, 베개에 스며든 눈물의 깊이만큼 베개가 무거워졌다. 소리내어 운다는 것이 현악기에서 나는 소리와 닮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때부터 첼로가 좋아졌다. 다, 부질없는 일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다시 그녀가 그리워졌다 ■

 

 

 

​                               

1) 신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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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10-07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눈물도 눈물의 농도가 다른건 있더군요...뜨거운 눈물과 차가운 눈물과 피같은 눈물과 가짜 안약닽은 눈물까지...눈물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니까요.혹은 눈물의 물리학적인 법칙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떻게ㅠ연휴 감동의 눈물도 흘리셨는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0-07 08:17   좋아요 0 | URL
뭐, 술, 술, 술의 연속이었죠.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있습니다.. 연휴에는 몸무게가 좀 늘어나야 정상인데 저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그나저나 명절 연휴에 메저리그 디비전 시리즈 하니 좋군요..
 


분실물 , ,


 






 

 

 

 

 

 

 

 

 

 

달방

 

 


 

달방에 머물다가 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기 투숙 중이던 모텔 방을 초대할 만큼 넉살이 좋은 성정도 아니어서 내가 속초에서 머물었던 1년은 외로웠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셨다. 대화라고는 간간이 걸려오는 안부 전화가 전부였으나 그것마저도 끝은 좋지 못했다. 나는 불쑥불쑥 화를 냈고 상대방은 갑작스럽게 화를 내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나 스스로도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머물던 객실 옆 호실에는 저녁에 출근해서 새벽에 들어오는 직업을 가진 여자가 살고 있었다. 나만큼이나 조용했다. 그 흔한 티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느 날, 그토록 조용했던 여자는 통곡에 가까운 울음을 울었다.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쏟아져나오는 쇳소리가 방음이 잘 되지 않는 벽을 타고 들려왔다. 이런 울음에는 이유를 묻지 않는 것이 예의여서 카운터 여자'는 잠시 복도를 서성이다가 이내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우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또 알 것도 같아서 함께 울었다. 타인을 향했던 연민이 나에게로 돌아오자 내가 미워졌다. 며칠 뒤, 모텔 관리자는 그 여자가 머물던 객실 도배를 하고 있었다. 내가 그 여자의 안부를 묻자 모텔 관리자는 그 여자는 어제 떠났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머물렀던 장기투숙자였다고, 사람이 오래 머물다 보면 그 사람 특유의 냄새가 배서 도배를 해야 된다는 말도 했다. 평소 말이 없던 나는 여자가 떠난 후 더욱 쥐죽은 듯 달방에서 보냈다. 그사이 노무현이 죽었고, 예상하지 못한 전화를 받았다. 헤어진 여자였다. 그리운 사람이었으나 나는 느닷없이 화를 냈고 여자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하얀 침대 시트는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전날 술에 취해 벽을 향해 술병을 던졌는데 온전히 침대가 깨진 병조각을 받아냈던 모양이었다. 그 상태로 누워 잠이 든 것이다. 등골에 유리 파편이 박히자, 나는 곱추처럼 혼자 걸어서 속초중앙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다친 이유를 집요하게 물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치료를 받고 병원 문을 나서다가 시장에 들려 순댓국집을 찾았다. 매운 다대기를 듬뿍 넣어주세요.                그해 내내 폭설이 내렸고 다음 해'에도 그치지 않고 내렸다. 3월에도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걸을 때마다 무릎까지 잠겼다. 며칠 후, 나는 속초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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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모르텔 2017-10-15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애물단지 고양이들이 글자판기에서 주무시는데 , 깨우게 만드시는군요~아 눈물나!! .. 참놔..ㅎ
오래전 절간살때 발바닥에 술병쪼가리들이 박혀 무지 아팠던 기억이..ㅎ;;
... 글읽다가 무의식에 박혀있던 제 기억쪼가리도 빼버렸네요~ 곰닥터님~꾸벅(_ _)

곰곰생각하는발 2017-10-15 11:35   좋아요 0 | URL
네에. 참 신기하죠. 가장 아팠던 시절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많이 생각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분실물 , , ㄷ

 


 

 

 

 

늑대 


칼바람 부는 극한의 동토에서 사는 어느 소수 민족은 말을 키워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들에게 말(馬)은 모든 것이다. 어느 날, 늑대 한 마리'가 말을 물어 죽인다.  늑대는 그 주위에 머물면서 호시탐탐 인간이 기른 말을 노린다고 한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유목민은 부족 회의를 통해 그 늑대를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부족 사회에서 최고 명사수로 뽑힌 사람들은 그 늑대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드디어 그 늑대를 발견해 사살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다음 장면은 내가 예상하지 못했다. 자신이 기른 말을 죽인 것도 모자라 호시탐탐 말을 노리는 늑대가 미울만도 하지만 늑대를 죽인 포수는 죽은 늑대를 말 뒤에 태우고는 양지바른 곳을 찾아 죽은 늑대를 땅에 묻고 그 짐승의 극락왕생을 비는 것이다.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내 예상 시나리오는 죽은 늑대를 두고 그 자리를 떠나거나 아니면 고기를 얻기 위해 따순 배를 칼로 가르는 장면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부족 재산을 해친 늑대를 미워하지 않았다. 복수가 나의 것이 되어버린 현대인으로서는 동토의 자연인이 배푼 연민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종종 문명과 야만의 기준이 무엇인가 _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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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02-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 (여성, 성적 순결), 늑대 -> (성범죄자), 말을 물어 죽인다. -> (성폭행 범죄)로

치환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2-02 14: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재미있네요... 그런데 말이 좀 남성적 동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분실물 ㅈ,,ㅋ



 

 


 

침묵의 힘


 

여름에 내리는 비는 " 소란 " 을 동반한다. 산산이 부서진다. 비 오는 날은 타악(打樂)의 세계인 셈이다. 반면, 비와 달리 눈은 모든 소리를 삼킨다.  초야(初夜), 겨울밤.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 창문을 열면 어김없이 눈이 내리고 있다. 비와 눈은 본디 같은 것이어서 소리와 침묵도 서로 다르지 않다. 비오는 날, 비 오는 소리를 가만 듣다 보면 이 소란이 사실은 침묵에 바탕을 두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눈 내리는 풍경도 마찬가지'다. 눈은 소리를 삼키지만 이 침묵은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세세한 일상의 소리를 듣게 해준다. 잊고 있던 바람의 세기와 바닥에 쓸려나가는 비루한 것들의 아우성을 듣게 된다. 침묵의 힘은 음을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리를 듣게 해준다는 데 있다. 신카이 마코토의 단편 <<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 는 비 오는 날로 시작해서 눈 내리는 풍경으로 끝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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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1-22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카이 마코토는 스토리가 약하다고 막 뭐라고 하다가도
저렇게 극사실로 표현한 그림을 보면 정말 감탄하게 돼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23 10:29   좋아요 1 | URL
미니멀하죠. 신카이 마코토 애니는 빗소리, 물에 비친 그림자, 뭐... 이런 거에 좀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서사보다는 이미지에 집중하는 듯한..

yureka01 2017-01-22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길이 고요속에 묻힌다..라는 문장이 떠 오르네요..눈내리는 밤...소리가 잦아들때..찾아오는 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23 10:29   좋아요 0 | URL
이 사람이 비 오는 풍경을 참 잘 그립니다. 그게 전매특허라고나 할까요.....

2017-01-23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3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3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3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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