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 ㄴ, ㄷ

 

 

 

 

 

 

 

 


 

고양이가 운다


 

고양이가 운다. 한 마리가 우는 게 아니다. 여기저기서 운다. 집 앞 창가 아래서 운다.  늑대도 아닌 것이 이토록 애절한 통곡을 하니 열대야에 설잠 자는 나는 이만저만 불만이 아니어서,  이제 그만 울어.  한편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라고, 야행성인데 어쩌라고. 그 길은 인간의 길만은 아니니 개의 길이기도 하고 고양이의 길이기도 하여 이제 더 이상 고양이가 밤에 운다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구청에 전화하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싶다. 개를 끌고 산책을 하다 등산복 차림을 한 남자가 못마땅하다는 듯 한 마디 한다. " 이봐요, 황소만한 개를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끌고 나오면 되오 ? " 어르신의 꾸지람에 부끄러워진 나는 개의 목덜미를 만지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물어 ! "  목줄을 풀자 개가 꼬리를 흔들면서 그 사람에게 다가간다.  그 사내는 혼비백산해서 도망친다.  고양이가 울어서 항상 잠을 설치지만, 고양이가 한밤에 울 권리를 지지한다. 통곡은 죄 없다. 너에게 속삭인다. 울어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amadhi(眞我) 2016-07-27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근데 고양이 울음소리는 좀 지독하지요. 아기 울음소리같기도 하고. 듣기 괴로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7 12:1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어쩐답니까. 야행성이니... 그들에게 대낮이니.... 아, 근데 정말 시끄럽긴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고양이 천국입니다..

stella.K 2016-07-2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동네는 고양이가 최근 2, 3년 사이에 많이 사라졌어요.
지금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더군요. 엊그제 한마리 발견하긴 했는데.
물론 고양이 울음 소리가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어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고양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걸까 싶기도 해요.
중성화 수술의 효과가 이제 나타나는 걸까요?

아, 근데 곰발님 키우신다는 개는 어떤 갠지 보고 싶어요.
그 위엄있는 자태 좀 공개하시면 안 될까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8 11:59   좋아요 0 | URL
아 우리집 개요 ?
그냥 덩치가 소만한 개이죠..
언제 한번 예쁘게 단장하고 사진 찍어 올리기로 하죠..



중성화 수술이 필요하긴 합니다.
개체수가 확실히 늘어나긴 한 모양입니다.
이 동네는 건너 동네를 확 밀어버리는 바람에 사람들이 고양이를 버리고 간 모양입니다.
다 이 동네로 이사를 와서 사는 모양입니다..

cyrus 2016-07-2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고양이 울음 떼창을 들으면 무섭게 느껴져요. 지금은 고양이들이 모여서 우는 일이 줄어들었는데, 예전 같았으면 열대야 때문에 창문을 열고 싶어도 고양이들의 떼창 데시벨이 높아서 문을 열지 못했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7-28 11:57   좋아요 0 | URL
고양이 울음 소리 데시벨에 생각보다 높을 겁니다. 날카로워서 공중에서는 꽤 멀리 날아갈 겁니다.
요즘은 늘 잠이 부족해요. 비몽사몽입니다..

임모르텔 2017-10-15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 생명...울 수있는 권리 ..에 대해 사유하게하네요.
배부르면 잘 안울어요. 근데 너무 굶으면 막 울구요~! 인간도 배고프면 어른이라도 울잖아요..
...전 길에서 업어 온 길냥이 6냥이들의 마미입니다..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10-15 11:34   좋아요 0 | URL
아 길냥이 6마리 입양해서 키운신다니 올삐미 님 마음이 넉넉한 분이시군요.
저도 가끔 새벽 산책 나가면 밥 주는 캣맘 자주 봅니다. 좋으시더라고요..
 

 

 

 

분실물 , ㄴ, ㄷ

 


 

 

 

 

 

고양이

 

이사 오기 전에 살던 < 집 > 은 가파른 돌산 위에 지어진 집이었다. 가파른 재 꼭대기에 집이 있다 보니 마당에서 보면 앞집 3층짜리 건물 옥상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앞집 3층 다층 건물보다 내가 사는 집이 더 높은 것이다. 어느 해 봄이었다. 길고양이 어미가 새끼 고양이 다섯을 데리고 앞집 뒷골목 근처로 이사를 왔다.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온 것 같았다. 고양이 가족은 볕이 좋은 날에는 그늘이 지지 않은 곳에 모여서 해바라기를 즐기고는 했고,  마당에 있던 개는 발을 담벼락에 걸치고는 고양이 새끼를 구경하고는 했다.  컹 !     개가 자기 성정을 참지 못하고 짖으면 새끼 고양이들은 혼비백산 어디론가 흩어지고는 했다.  조치가 필요했다.  새끼 고양이가 다 자랄 때까지 개를 방 안에서 키우기로 했다.  개의 성정 때문에 고양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볕 좋은 날에 고양이들이 해바라기 하는 모습을  곁에서 오래오래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자꾸 보면 정드는 법.  도움을 주고 싶었다.  문제는 고양이 놀이터'가 접근이 차단된 10미터 아래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건조된 사료를 뿌릴 수는 없는 노릇.  시행착오 끝에 해결책을 찾았다. 사료를 물에 불려서 영양제와 간식을 잘게잘게 썰어서 주무르면 떡밥이 된다.  이 영양 떡밥을 10미터 바닥으로 투하하면 되었다.  툭, 떡밥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혼비백산한 고양이들은 잠시 후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떡밥을 먹기 시작했다. 눈,   물이 앞을 가렸다. 고양이들은 고사리처럼 토실토실 자랐고, 어른이 되자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 이후로 고양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인사도 없이 떠난 고양이에게 섭섭했으나 그 서운함은 건강한 감정'이었다. 내가 다시 담벼락 아래에서 고양이를 발견한 것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이었다( 기록을 찾아 보니 2014.12.21일이다 : http://myperu.blog.me/220217017683 ). 한겨울에 고양이 한 마리'가 스펀지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큰소리로 외쳤다. " 안녕, 벼락 씨 !! " 그 고양이 이름은 벼락이었다.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모양이었다. 깨우는 것도 미안하여 나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마당으로 나가 담벼락 아래를 유심히 보니, 고양이는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죽어 있었다. 아마도 쥐약을 먹고 몸에 불이나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어릴 때 놀던 놀이터가 그리워서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곳에서 고양이는 죽었다. 눈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눈물은 내 얼굴에서 떨어졌다.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바람이 유독 사나운 소리를 내며 울었다. 새벽에 나가 보니 죽은 고양이 옆에 다른 고양이 한 마리가 곁을 지키고 있었다.  죽은 고양이를 야산에 묻으려고 했던 계획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그들에게도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으니깐 말이다. 몇몇 고양이가 죽은 고양이 곁을 지켰다. 며칠 후. 나는 죽은 곁에서 오래 지켜보았지만 만져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고양이를 야산에 묻었다. 겨울이라 땅이 얼어서 깊게 팔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죽은 고양이를 얕게 묻을 수밖에 없었다. " 다음 生에는 길에서 태어나지 말아라. 삶이 고되다...... " 산짐승이 냄새를 맡고 무덤을 파헤칠까봐 발로 흙을 단단하게 밟았다. 산을 내려오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얕게 묻은 무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임모르텔 2017-10-15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살다 7년전 연고도없는 마산내려와, 나를 따라 온 길냥아기를 업어오고 ..지금 업둥이 여섯애들이랑 사네요. ㅎ
얘들보면 얼마나 행복한지~~ ^^ ,,, 2년전 산에 뭍은 울 보석이가 생각나서 ,, ㅠㅠ
지금은 , 6냥이 집에서 키우며 , 동네대여섯 녀석들 사료주고 사네요.
~~아후~~!! ...글읽으며 이렇게 우는게 몇년만인지 ...아니 몇십년만인지 모르겠네요...엉엉~

 

 

 

분실물 , ㄴ, ㄷ

 

 

 

 

 

 

그녀에게

 

형사들이 들이닥쳤을 때 부끄럽지는 않았아요 어차피, 내 生은 벌거벗겨진 몸이었으니까요 또래 친구들이 화사한 옷을 몸에 걸치고 사내를 만나러 갈 때 나는 낯선 남자 앞에서 옷을 벗어야 했어요 내 새까만 거웃이 가난의 얼룩처럼 보여서 서러워서 사내 앞에서 거웃을 가리던 때도 있었지요  16살에 집을 나왔어요 거리에서 생강처럼 작고 독한 남자를 만나 17살에 딸을 낳았지요 너무 어린 나이에 씨앗 품어 도사리 같던 내 딸 그래요 형사 아저씨 ! 내 몸에서 낳은 어린 몸을 기르기 위해 내 몸을 팔아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내 生은 늦겨울 묵정밭에 핀 하얀 무꽃처럼 근근히 버티는 삶이었어요  늙은 아비는 허리를 다쳐 바닥에 눕고 딸아이는 저렇게 해맑게 피어나고 나는 점점 웃음을 잃었습니다 통영 앞바다 새파란 남해가 참 아름답네요 다, 내려놓겠습니다.


17살에 애를 낳고 24살에 죽은 그녀 생각을 하다가, 하루 종일 그녀 생각을 하다가 詩를 쓴다. 행을 나누고 연을 나누어야 하나 그러질 못했다. 다음 生은 17살에 교복 입고 24살에 여대생이 되어서 예쁜 옷 몸에 걸치고 멋진 연애를 하시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분실물 , ㄴ, ㄷ

 

 

 

 

 

 

 

 

 

길을 잃고 날개를 얻다

 

옛 기억을 더듬으며 종이접기를 한다. 왼쪽 상단 모서리와 오른쪽 하단 모서리 끝을 연결한 후, 그 선에 따라 종이를 접었다가 펼치면 길이 만들어진다. 세상 모든 길은 접었다 펼친 흔적. 접힌 길을 바탕으로 접고, 접고, 또 접으면 거북이를 닮은 종이 모형'이 만들어지리라. 하지만 몇 번 접다 보니 길을 잃는다. 오랜 세월 탓에 종이 접는 순서를 잊은 까닭이다. 희미하고 낡은 기억에 의지한 채 다시 접기 시작한다. 이 길이 맞는지, 나는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종이 모형은 거북이와 닮았으나 동시에 전혀 닮지 않았다. 거북이 등에 커다란 날개가 생겼다. 길을 잃은 대가로 얻은 것은 날개였다. 거북이를 닮은 새일까 ? 아니면 새를 닮은 거북이일까 ? 그때 열 살 남짓한 무리가 내 곁을 지나갔다. 한 소년이 (종이 모형을 보더니) 유월의 마른 볕처럼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 뭐예요 ? " 답변이 궁한 나는 어찌 대답할지 몰라 망설였다. 종이 거북이라고 말할까, 아니면 종이학이라고 말할까. 옆에 있던 소녀가 한심하다는 듯이 소년을 꾸짖었다. " 바보야, 하늘을 나는 무당벌레잖아 ! " 그리고는 동의를 구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정한 길을 벗어나지 않고 오직 한길을 걸었던 김연아의 성공을 경이롭게 바라보았지만, 나는 철저한 순서와 계획, 통제에 따라 정해진 외길을 걸어온 김연아가 징그러웠다. 종이 거북을 접다가 길을 잃어 종이학이 되듯, 사람들은 꿈을 향해 정해진 길을 걷다가 자신이 정한 길 위에서 길을 잃는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이는 상인이 되고, 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는 회사원이 되었다. 세상은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다. 잘못 들어선 길은 순서에 없는 길이다. 그것이 " 실패 "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실패'라고 단정하지는 않겠다. 길을 잃은 대가로 날개를 얻었으니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이제,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겠다. 사랑을 잃고 (그림자보다 가벼운 무당벌레의) 날개를 얻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분실물, ㄴ,

 

 

 

 

 

 

뒤를 보면 앞이 아프다

 

일어나 보니 침대는 온통 피투성이였다. 목이 빠지도록 그리웠던 여자를 생각하다가, 슬퍼지다가, 화가 났다. 그리고는 벽을 향해 바닥에 뒹굴던 빈 병을 던졌다. 침대는 벽에 가까이 붙어 있어서 유리 조각이 고스란히 침대에 쌓였고, 유리 조각 위에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유리 조각이 사면발니처럼 내 등을 파고들었다. 꿈이 없는 조용한 잠이었으나 통증 때문에 눈을 떠야 했다. 필기를 해야 하는 시간에 검정색 종이로 엮은 공책을 펼친 듯한 느낌이었다. 참... 이상하지. 유리 파편은 뒷등에 박혔는데 앞가슴이 아프다니. 나는 일어나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향했다. 걸어서 30분 거리였다. 등에 박힌 유리 조각을 뽑고 링거액이 담긴 주사를 맞았다. 섹스가 끝나면 벌거벗은 여자는 안양 여관방 창문을 열어 비오는 밖을 보고는 했다. 나는 병실 침대에 누워 혼잣말을 했다. " 참..... 이상하지.  당신의 마른 등골을 보고 있으면 내 앞가슴이 아프다니......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