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성 에 게   어 울 리 는   직 업  :




 



포와로 vs 미스 마플



부제 : 초원 님 질문에 답한다

 

 

 

 


직소퍼즐이라는 놀이가 있다. 나무판 위에 그림을 그린 후 직소(zigsaw : 실톱)로 나무판을 조각조각 잘라내어 퍼즐을 만들었다는 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아버지가 붓질하던 분이다 보니 술에 거나하게 취하시면 문구점 가셔서 자주 사오셨던 장난감이다. 뺑끼집 아들인 나에게는 친숙한 놀이이다. 원판 그림을 백 조각 이상으로 산산조각을 내다보니 퍼즐 조각을 밑판 없이 맨바닥 위에 쏟아내면 그것은 원판 그림의 일부분이지만 전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아무 의미 없는 쪼가리요, 쓰레기에 불과하다. 단서는 색깔과 조각 형틀의 모양새'에 있다. 초록은 동색끼리 모이고 요(凹)는 철(凸)로 합한다. 그렇게 하나 둘 짝을 맞추다 보면 그림이 완성된다.  추리소설은 백 조각으로 구성된 직소퍼즐과 같다. 원판에는 범인 얼굴이 그려져 있다.

탐정(혹은 형사)이 현장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백 개의 조각 중 하나'이다.  물론, 이 조각 하나 가지고 범인 얼굴을 유추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의미 없는 쪼가리처럼 보여서 단서를 놓치기 일쑤다(중요한 단서처럼 보이는 것은 나중에 알고 보면 맥거핀인 경우가 허다하다. 진짜 중요한 단서는 아무 의미 없는 쪼가리처럼 보인다). 훌륭한 탐정은 이 피스 조각을 모아서 조각을 맞춘다. 드디어 지상 최대의 악당 그림 윤곽이 드러나고...... 시바, 도대체 이 극악무도한 악당은 누구인가 ?   마지막 한 조각 퍼즐이 완성되는 순간. 5초, 4초, 3초, 2초, 1초, 뙇 !!!   이명박 상판이 !  

완성된 퍼즐을 본 순간 당신은 시방새의 그 유명한 유행어가 귀에 아른거리리라. "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  여기서 밑판 없어 맨바닥 위에 쏟아낸 조각-들'은 엔트로피 상태(무질서)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의미한 파편들이다. 기표도 아니고 기의도 아니다. 이 조각을 맞추는 과정이 바로 네트로피(질서)이다. 그러니까 네트로피는 무의미한 파편-들을 의미 있는 전체로 전환하는 과정인 것이다. 추리소설은 바로 이 과정을 거친다. 의미 없는 파편처럼 보이는 조각을 수집하고 모아서 통일성(공통점)을 부여하여 전체 그림을 보는 행위가 추리인 것이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도 마찬가지'다. 프로이트는 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환자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뱉은 말(조각)을 허투루 듣지 않고 새겨듣는다. 예를 들면 말실수나 농담 따위에서 단서를 찾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무의미한 말들을 모아서 최종적으로 병세를 진단한다. 여기서 환자의 횡설수설은 밑판 없이 맨바닥 위에 쏟아낸 조각들과 같다. 그리고 상담 과정은 그 조각을 맞추는 과정이다. 나는 여성이야말로 " 아이스크림 - 보일드 " 한 로맨스 장르보다는 " 하드 - 보일드 " 한 추리 장르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청소란 사물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무질서(엔트로피)한 세계를 질서(네트로피)의 세계로 편입시키는 과정이다. 바닥에 무수히 떨어진 조각들을 제자리에 갇다 놓는 것이야말로 청소의 기본이 아니던가.  싱크대 통 속에 수북히 쌓아놓은 릇을 씻어 싱크대 통을 비우는 것도 엔트로피에서 네트로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하여 나는 남성 포와로1)보다는 여성 미스 마플이 더 재능 있는 탐정이라는 데 한 표 던진다.  

 

 

 

 

 

 

 

 

                                                 

 

1) http://blog.aladin.co.kr/myperu/6311271 : 나는 이미 오랜 전에 포와로가 시건방진 인간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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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1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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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강견이었다




 



​잔인하도록 배가 고팠다. 내 염치없는 식욕이 어떻게 끝날지 나는 알고 있었다

크누트 함순, 굶주림 중




 


                                                                                                     나는 강견이었다. 근육이라고는 괄약근이 전부였던 하체는 부실했으나 어깨만큼은 힘이 셌다. 중고교 체력장 종목인 " 공멀리던지기 " 나 " 턱걸이 " 는 항상 만점이었다. 군대에서도 튼튼한 상체 덕을 많이 봤다.

지옥 맛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 땅에대가리박기 " 는 나에게는 휴식에 가까웠다. 전우들이 사선에서 히마리 없이 푹푹 쓰러질 때 나는 대가리를 땅에 박은 채 잠을 잔 적도 있다. 아, 날마다 대가리를 땅이 박았으면 참 좋겠네. 물론, 다 옛날 일이다. 상체는 갑바를 잃은 지 오래. 또한 하체는 여전히 부실해서 이제는 괄약근뿐만 아니라 남근도 부실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개를 끌고 산책을 하다가 철봉을 발견했다. 철봉을 보는 순간, " 왕년에 ~ " 가 생각난 것이다. 나는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는 생각에 젖었다. 왕년에 턱걸이 18개씩 하곤 했지......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철봉에 매달렸다.

세상을 향해 외쳤다. " 지구의 중력과 무게를 거스르고 솟구쳐라. 나의 초울트라 강견이여 !!!  " 결과는 0개였다. 참담한 결과에 절망했다. 집에 돌아와 옷을 벗고 거울 앞에 섰다. 축 쳐진 가슴은 가슴이라기 보다는 젖가슴에 가까웠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B컵이 되겠군 !  딱정벌레처럼 단단한 결심을 하고 나서 헬스 3개월 티켓을 끊었으나.... 3개월 동안 3일 정도 출근한 게 전부였다. 젖가슴은 점점 B컵을 향하고 있어서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옛일이 주마등처럼, 아니 형광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오래 사귀였던 애인과 헤어진 후, 나는 콜라 중독자(동시에 주정뱅이였다)가 되었다. 결국에는 소주와 맥주 안주로 콜라를 마시는 지경에 이르렀다.

콜라는 하루에 평균 7병 !   눈 뜨면 콜라부터 찾았다. 탄산 알갱이가 피라냐처럼 내 혓바닥을 물어뜯을 때 오르가슴을 느꼈다. 너희가 콜라 맛을 알어 ? 콜라 맛을 알수록 몸은 망가졌다. 혈압은 160를 넘었고 체중은 과체중 근처까지 갔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얼굴은 부었고 화장실에서는 물똥을 싸느라 바나나를 본 지 옛날이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1일1식'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혈압은 120으로 떨어졌고 턱걸이는 10개 정도 한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바나나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변기에서 꺼내 먹고 싶을 정도다. 피부도 좋아졌다. 무좀은 사라졌고 옛날에는 머리를 감아도 비듬이 생기곤 했는데 이제는 머리를 감지 않아도 비듬이 없는 지경이 되었다.

1일 단식을 실천하면서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은 단맛에 대한 새로운 정의'다. 굶으면 모든 감각이 기분 좋게 예민해지는데 가장 두드러진 감각은 미각이다. 미각이 예민해지면 배추나 양파를 날것으로 먹어도 단맛을 느낄 수 있다. 하여, 나는 이제 코카콜라와 영원히 작별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동안 내 혓바닥을 물어뜯었던 탄산 알갱이여 ! 너를 탓하지 않으련다. 한때 너는 나의 가장 훌륭한 오르가슴이었다. 굿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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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1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깨의 근육을 발달시키는 기본 운동이 턱걸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요. 이런 정보를 듣기만하고 실천을 안 해서 문제입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8-06-19 19:17   좋아요 0 | URL
턱걸이 막상 하면 진짜.... 힘듭니다... ㅎㅎㅎㅎㅎㅎㅎ

cyrus 2018-06-19 19:47   좋아요 0 | URL
1개 하는 것조차 힘들어서 안 해요.. ㅋㅋㅋ
 
아동의 탄생
필립 아리에스 지음, 문지영 옮김 / 새물결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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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없다


 



ㅡ 피터 브뢰헬, 아이들의 놀이 1559







" 어른(이 된다는 것) " 을 주제로 글을 하나 써야 하는데 아무리 쥐어짜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리저리 글감 자료를 찾다가 매우 흥미로운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피터 브뢰헬의 풍속화 << 아이들의 놀이 >> 에는 아이들이 200명이 출연한다. 그들은 각자 혹은 끼리끼리 모여서 75가지의 놀이를 재현한다. 팽이 돌리기, 굴렁쇠 굴리기, 말뚝박기, 기마놀이, 돌치기 놀이 등 말 그대로 " 놀이 백화점 " 인 셈이다. 내가 이 그림에서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그림 속 아이가 어른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돋보기가 없다면 그림을 확대해서 세세하게 살펴보면 아이가 어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어른이 아이를 흉내 내며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종합하면, 이 그림은 아이와 어른 구별없이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다, 17세기 이전에만 해도 아이는 7세 정도가 되면 어른 취급을 했다. 그들은 어른의 공동체에 속해서 술도 마시고, 노름도 하고, 섹스도 즐겼다. 동양도 마찬가지였다. << 임꺽정 >> 의 저자 홍명희는 나이 13세에 결혼해서 서른에 손자를 보았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이야기라고 ?! 아니다, 그는 20세기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아이와 어른을 구별하는 것은 필립 아리에스의 주장대로 근대 이후가 만든 프레임이다. 그는 << 아동의 탄생 >> 에서 아동이라는 계층은 존재하지 않았으나 근대 이후 인간을 억압하고 통제할 목적으로 발명된 신제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른이라는 계층도 헛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반드시 유년 시절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지위이기 때문이다. 올챙이 시절 없이는 개구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유년이 헛것이라면 성년도 헛것이다. 그러므로 어른이라는 계급은 판타지다. 한마디로 어른은 없다. 진실은 단순하다. 어떤 진실에 대해 20자 이내로 설명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철학의 영역에서 다퉈야 할 문제이지만 20자 이내로 설명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진실에 가깝다. 간단 명료하게 말하겠다. "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 " 나이 가지고 유세 떨지 말자.




본문과는 상관없는 발문 ㅣ ㉠ 대부업 광고 문구 중에 " 여자니까 쉽게 " 라는 표현이 있다. 여성을 특별 우대하겠다는 표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 여자는 멍청해서 복잡한 것은 못해 " 라는 뉘앙스로도 읽을 수 있다. 여성 우대보다는 여성 홀대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세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보기에는 근대 이전에는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고 어른 취급하는 태도가 아동 학대(방치)처럼 보이지만 아이를 억압하고 학대하는 쪽은 현대인이다. 아이를 위하는 척하지만 사실은 억압의 결과이다. 그것을 외면한 채 아이와 어른을 구별하는 것은 차별이다. ㉡ 길(밖)에서 자유롭게 놀던 아이들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해서는 아이와 어른을 구별한 후 아이들을 길에서 내쫓는 것이었다. 그래서 억압자는 학교를 세운 후 그곳에 아이들을 감금한다(학교가 교육 시설이 아니라 억압하기 위한 제도라는 사실은 푸코의 << 감시와 처벌 >> 에서 자세히 다루지만, 이미 그 이전에 필립 아리에스가 << 아동의 탄생 >> 에서 자세히 다루었던 주제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소개한 두 책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 어른에게 복종할 것 " 이다.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는 평등은 어른에게 까불면 맞는다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복종해야 된다는 규율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어른의 공동체에서 배제된다. 그들에게 주어졌던 자유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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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19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를 보는 성인을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어른’을 권위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술 마시고, 섹스하고, 노름하고, 유흥주점에 가는 것을 ‘어른’이 누릴 수 있는 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놀이에 푹 빠지면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행복까지 파괴해요. 절제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책 읽고 만화 보고, 피규어 모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2-19 21:02   좋아요 1 | URL
저는 만화라는 장르가 문자로 텍스트를 꾸미는 문학보다 한 단계 위라고 생각합니다. ^^
꼭 보면 책 안 읽는 사람이 만화책 무시하고는 하죠..
 
깨끗하고 밝은 곳 쏜살 문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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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세 시가 되면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마법처럼 느려진다. 오후 세 시에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사람은 한가한 사람들이고 새벽 세 시에 깨어있는 이는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들이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이 온다는 최승자의 독백처럼 이렇게 눈을 감을 수도 없고 이렇게 눈을 뜰 수도 없을 때 세 시'가 온다. 그러니까 새벽 세 시는 사람 나이로 치면 서른 살'이다. ​나이 서른은 젊은 시절의 마지막 시기라는 점에서 쓸쓸한 황혼이다. 이 시간이 가장 외롭다. 가장 깊고, 가장 춥고, 가장 조용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 거리를 걷는 이는 오로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뿐. 주정뱅이는 세 시가 주는 고독한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부류'다. 그렇기에 새벽 세 시에 불 켜진 집 창문을 보면 위로가 된다. 그것은 일종의 " 불면의 연대 " 이자 " 고통의 공감 " 이다. 깨어 있으라. 누구든 깨어 있으라.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짧은 단편 << 깨끗하고 밝은 곳 >> 은 늦은 밤, 카페의 풍경을 담는다. 늦은 밤 카페 손님도 모두 돌아갔는데 노인 한 사람이 남아서 술을 마신다. 그 노인은 지난주에 자살하려다 실패한 이다. 그 노인은 새벽 3시까지 카페에서 앉아 술을 더 마시고 싶어 하고, 젊은 웨이터는 3시 전에 카페 문을 닫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젊은 웨이터보다 나이 든 웨이터는 그 노인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잠들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빛이 필요하니까, 캄캄한 밤바다에서 좌표를 잃고 난파된 배는 등대의 빛이 간절히 필요한 것처럼. 단선적인 내용에 짧은 분량의 단편이지만 읽는 내내 벼린 칼끝에 베인 듯 아프다. 책을 덮고 나면 걸작 반열에 오를 작품이라는 제임스 조이스의 성찬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게 된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새벽 세 시'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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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1-12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세 시가 ‘서른‘이고, 외로운 시간이라는 곰곰발님의 말씀이 와닿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2 21:54   좋아요 1 | URL
저는 나이 서른이 이상하게도 나이 육십보다 더 나이가 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으나 나이 서른은 저에게는 노년처럼 다가옵니다..

임모르텔 2017-11-1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나이 서른에는 새벽 세시는 이제 술시의 중반전이라~ 거의 먹기시작하면 해뜨는 광경을 볼때까지 .. ㅎㅎ
헤밍웨이가 좋아하셨던 .. 모히또 칵테일이 생각나네요. 라임과 허브를 짓이긴 션한 술 ! ......침나오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2 22:38   좋아요 0 | URL
고흐 하면 압생트이고
헤밍웨이 하면 모히또군요..

2017-11-12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3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깨끗하고 밝은 곳 쏜살 문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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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클럽


젊은 웨이터가 그에게 다가갔다. " 뭘 갖다 드릴까요? " 노인은 웨이터를 쳐다보았다. " 브랜디 한 잔 더. " " 취하실 텐데요. " 웨이터가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그를 쳐다보았다. 웨이터는 물러났다.


- 깨끗하고 밝은 곳, 어니스트 헤밍웨이





                                                                                                          아버지는 주정뱅이였다. 학창시절 전교 부회장을 역임하셔셔셔셨던 형도 주정뱅이였다. 겉으로는 대기업에 다니는 엘리트 직원이었지만 알코올중독자여서 병가를 내고 6개월 간 알코올 치료소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술을 삼키고 있다(라고 추정된다).

난형난제, 나도 주정뱅이에 속했다.  나는 내가 주정뱅이라는 사실을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인에게도 철저히 숨겨야 했다.  가족의 비극은 한 명으로 족하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공병을 가방 속에 넣고 출근을 해야 했다. 병이 부딪치는 소리를 소거하기 위해서 병 둘레에 두루마리 휴지를 감는 노하우도 발휘했다. 두루마리를 두른 술병은 용각산처럼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야 걸을 때 가방 속에서 빈병이 부딛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까.  술병을 치울 때는 항상 긴장하게 된다.  시체를 처리하는 살인범의 마음 같다.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워야 한다.  하지만 완전 범죄란 없는 법.

목격자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늘상 술병을 버리는 곳은 집에서 조금 떨어진, 가파른 언덕길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발목을 삐끗하면서 넘어지는 바람에 빈병이 담긴 봉투를 놓치고 말았다.  타타타타타타타. 두루마리 휴지를 두른 술병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신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고요한 아침에 시끄럽게 떠들며 굴러가는 술병 앞에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늦가을에 익어가는 홍옥처럼 불콰한 얼굴이 되었다. 아, 아아아아. 이 철딱서니없는 녀석들아. 너희들은 나와는 달리 성격이 꽤나 발랄하구나.                     출근하던 사람들은 소리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다가 이내 나를 쳐다보았다.

모든 정황은 내가 주정뱅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울고 싶어라. 문득, 쟈크 프레베르의 << 꽃집에서 >> 란 시가 떠올랐다. 주정뱅이는 쓰러져 넘어지고, 가방은 바닥에 떨어지고, 술병들은 굴러가고....... 이 모든 일은 매우 슬픈 일1)이다. 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뭐 그리 큰 죄를 지었다고, 쥐새끼처럼 쥐구멍에 숨어서 홀짝거린 게 전부인데, 이렇게 죄인처럼 굴어야 하는 것일까.  무전취식을 한 것도 아니요, 심신미약에 따른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처럼 억울한 주정뱅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여, 작은 모임 공지 하나 올린다.

방에 뒹구는 술병을 보면 슬프거나 굴러가는 술병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던 이라면 무사통과'다. 세미나 주제는 주정뱅이다. 11월 18일, 장소는 충무로다. 주정뱅이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물론, 주정뱅이가 아니어도 좋다(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해서 좋다). 참여하실 분은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란다. 나는 당신의 주정뱅이 삶을 지지한다.  



 









덧대기 ㅣ A는 갑자기 생각난 듯 내게 작은 책을 선물했다. 선물 상자는 그 자리에서 풀어보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법.  책을 펼치고 몇몇 문장을 읽으려고 했으나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가게 안은 어두웠을 뿐만 아니라 취기가 오른 나는, 더군다나 눈병을 앓고 있는 나는 읽기에 실패했다.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어제 실패했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 나는 늦게까지 카페에 남고 싶어.” 나이 많은 웨이터가 말했다. “ 잠들고 싶어 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밤에 불빛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말이야. 난 집에 가서 자고 싶어요.” 우리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군. ”  나이 많은 웨이터가 말했다. 그는 이제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젊음도 자신감도 아주 아름다운 것이긴 하지만 그것들만의 문제는 아니야. 매일 밤 가게를 닫을 때마다 어쩐지 망설이게 돼. 카페가 필요한 누군가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말이지.”

―「깨끗하고 밝은 곳」에서

이 대목에서 나는 A가 이 책을 고른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 배려가 고마워서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 깨끗하고 밝은 곳 " 은 이상하게 위로를 준다.  그것은 마치 캄캄한 밤바다에서 좌표를 잃고 난파된 배가 등대로를 발견할 때의 느낌과 같다.  새벽 세 시에 불켜진 집의 창문을 볼 때마다 이 고통을 견디는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는, 그것은 일종의 연대였고 동지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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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11-1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젊은 시절 술을 아주 많이 즐겼던지라 가방안에 술병을 넣어가지고 나와서 살짝 버리던 일이 종종 있었지요. 결혼하고 한참 지난후 친정집이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동생이 제가 남기고 온 옷장을 정리하다 서랍장속에서 검은 봉다리에 담겨있던 빈맥주캔들을 발견 하기도... 아 옛날생각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2 13:40   좋아요 0 | URL
곧곧에 숨겨진 술병들이 많죠. 저 같은 경우는 책장 뒤에 자주 숨겼습니다.

transient-guest 2017-11-1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좋아하지만 이젠 나이도 있고 건강도 챙겨야 하니 일주일이 1-2번이 max입니다. control을 잃기 시작하면 문제가 되는데, 한국의 과거 조직문화랄까, 제 아버님 세대만해도 술을 달고 살았었죠. 많은 건 젊을 때 한 때의 즐김인 것 같아요. 그냥 술 이야기가 나와서 되는대로 떠들어 봤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2 13:41   좋아요 1 | URL
일주일에 한번에 최적의 마지노선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긴 옛분들 보면 술을 안 마신 분들이 거의 없었죠.

2017-11-12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2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표맥(漂麥) 2017-11-1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들은 날 보고 술꾼, 직장 동료들은 술 못먹는 샌님... 아~ 이 이중인격의 개인주의자...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2 13:42   좋아요 0 | URL
꽤 건실한 이중인격이신데요. 직동료들과 마시는 술이 제일 맛이 없죠. 전 정말 지겹더라고요..

cyrus 2017-11-1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에 집에 혼자 있으면 반드시 혼술을 해요. 한 달에 주말 한 두번은 혼자 집 보거든요. 그래서 그날 편의점에 가서 술, 안주 잔뜩 사옵니다. 저녁에 TV 보면서 혼술해요. 다 먹고 남은 빈 술병은 방 어딘가에 숨겨요. 출근할 때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

임모르텔 2017-11-12 20:57   좋아요 0 | URL
저는 굴전이나 두부김치를 보면 막걸리를 꼭 삽니다.ㅎㅎ
이젠 연식이되었는지 막걸리 2병이상 먹으면 ,,, 헤롱되요! ^^
반주로 딱 석 잔이 좋더군요. 건강생각하여 막걸리로 먹게되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2 21:10   좋아요 0 | URL
술병은 만국공통적으로 어딘가에 숨기는군요.
과테말라 주정뱅이도, 갈라파고스 주정뱅이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어딘가에 버릴 겁니다..

cyrus 2017-11-12 21:31   좋아요 0 | URL
To. 자다깬올빼미님 / 저도 소맥보다 막걸리를 마셔요. 맥주도 좋아하는데, 너무 많이 마셔서 통풍 진단을 받았어요. 또 통증 올까봐 많이 마실 수가 없어요. ㅎㅎㅎ

임모르텔 2017-11-1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후반 조주사자격증을 땄고, 칵테일강사였었지만 칵테일은 좀 별로라~... 주정뱅이...흠 ㅡ,.ㅡ 만감이 교차합니다.전 술랭이라는 별칭이 예전에 있었어요. 럼,진.보드카.데킬라.브랜디.위스키,각종 리큐르..천차만별 술감별사였죠. 직업이..ㅎㅎ한때 왼쪽안면과 손을 떨기도! ,,, ㅎㅎ.. 지금은 돌아 온 ‘국화옆에서‘ 처럼 막걸리만 마시는 착실한 술랭이가 되었습니다. 술은 원래 약이었죠! ^^;;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2 21:09   좋아요 0 | URL
술랭이.... ㅎㅎㅎㅎㅎㅎ
처음 듣는 단어인데 뭔가 알 것도 같습니다.
칵테일 강사였으니 술의 역사에 대해서는 빠삭하겠네요..

임모르텔 2017-11-12 22:14   좋아요 0 | URL
...3만가지 칵테일에 ,,,제각각 유래가 다 있어서 그것이 시험출제에도 나와요.
설명하며 가르쳐야해서 다 알았는데 까먹은 것도 많아요..ㅋㅋ
술랭이생활 수십년이면 뇌가 숙성발효되고 곰삭아서효,,ㅋ

2017-11-12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2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7-11-1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방울의 술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궁금하곤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그들은 그럭저럭(죽을 맛이었겠지만요) 같이 버텨나가긴 합디다만.
술 아닌 다른 게 그 감각을 고스란히 대체할 수 있을지.. 뇌과학 쪽^^에 뭐 답이 있을라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11-16 09:06   좋아요 0 | URL
아마... 죽을 맛일 겁니다. 술자리는 술 취한 사람들만 좋은 분위기지.
업된 분위기를 술 안드시는 분은... 힘드실 겁니다..ㅎㅎ

2017-11-16 0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16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