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의 몸값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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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에게는 문제가 있다. 작가는 자기 글이 출판되어 많이 팔리면 자기가 위대한 사람인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중간 정도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어 아주 조금 팔려도 자기가 위대한 줄 안다. 자기가 쓴 글이 출판되지 않고 자가 출판할 돈도 없으면, 자기가 진정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위대함이라고는 거의 없다. 존재가 너무도 미미해서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가장 최악의 작가는 자신감은 철철 넘치되 자기 의심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어쨌든 작가들은 피해야할 존재고 나는 그들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당최 가능하지가 않았다. 작가들은 일종의 형제애, 어떤 친교를 원했다. 그런 감정 중 어느 것도 글쓰기와 관련이 없고 타자 치는 데 도움이 안 됐다.

-찰스 부코스키, "여자들", 열린책들, 199쪽

 

 

 

거지의 밥값과 왕의 몸값

 

그것은 일종의 허세'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 죄와 벌 > 을 넓은 의미에서 범죄소설'로 분류하는 것 자체를 불경스럽게 볼 사람도 있겠으나 내 눈에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 죄와 벌 >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범죄소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분류 방식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눈짓을 보내고는 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숭고한 것이었다. 나 또한,  같은 범죄 소설에 속하지만 에드 맥베인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 왠지 부끄러워서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야 마음이 놓였다. 그들에게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브랜드는 허파에 바람을 넣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루이비통 가방과 비슷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겨드랑이에 루이비통 가방 대신 < 죄와 벌 > 이나 < 카라마조프家의 형제들 > 이라는 책을 끼고 다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자리가 불편했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도 좋아했지만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도 좋아했다. 도스토예프스키나 카프카를 루이비통 가방처럼 들고 다니는 사람은 늘 루이비통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허세라고 조롱했지만 책을 항상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는 사람 또한 같은 허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책은 가방 속에 넣고 다녀라 !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구로자와 아키라보다는 오즈 야스지로'를 선택해야 보다 더 근사한 시네필'이 되고는 했다. 어떤 이는 오즈 야스지로를 강조하기 위해서 구로자와 아키라를 스펙타클 오락 영화'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즈 야스지로 영화를 좋아하는 것만큼 구로자와 아키라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 오즈는 사람의 옆면을 가장 잘 찍는 감독이었고, 구로자와는 정면을 정확하게 찍는 감독이었다.

 

나는 옆도 좋았고 앞도 좋았다. 그래서 < 옆 > 이 좋다고 < 앞 > 이 싫다고 말할 수 없었으며, 같은 이유로 < 앞 > 이 좋다고 해서 < 옆 > 이 싫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물에 빠졌는데 어렵사리 오즈를 먼저 구하겠지만 단순히 엄마와 아빠 중 누가 더 좋냐는 식으로 묻는다면 대답하지는 않겠다. 둘 다 좋으니깐 말이다.

 

( 개인적 취향을 전제로 말한다면,  뒷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찍는 감독은 왕가위와 허우 샤오시엔'이다. 서양이 정면을 중시한다면 동양은 뒷면을 중시한다. 서구 영화계가 구로자와 아키라에 열광했던 이유는 바로 정면을 다루는 미학 때문이었다. 바로 이 시각의 차이가 오즈 야스지로를 위대한 감독으로 만들었다. 오즈의 카메라는 섣불리 배우와 사건에 쉽게 개입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개입하기보다는 겸손하게 곁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무례하게 정면을 또렷이 쳐다보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오즈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다. )

 

내가 보기에는 구로자와 아키라는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었다. 그런 그가 에드 맥베인의 < 킹의 몸값 (1959년) > 을 영화로 만들었다.  범죄 영화의 걸작, < 천국과 지옥(1963) > 이다. 그가 주로 대문호의 고전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 (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맥베스를 각색한 '거미집의성', 리어왕을 각색한 '란'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각색한 ' 산다 ' ) 을 감안하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대 범죄 소설을 선택한 것은 꽤나 이례적이었다.

 

 

1. 영화, 천국과 지옥

http://blog.aladin.co.kr/749915104/6763957 

 

< 천국과 지옥 > 은 영화 촬영장을 전쟁터처럼 만들었던, 혈기왕성했던 시절에 비추면 이 작품은 아기자기한 소품처럼 보이지만 그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걸작'이다. 천국 편에 해당되는 곤도(소설에서는 더글라스 킹이다)의 거실은 마치 연극 무대처럼 단조롭다. 영화는 거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1시간 남짓 머문다. 이 거실에 있는 소품이라고는 전화와 커튼이 전부'이다. 그런데 구로자와는 이 꾀죄죄한 소품 두 개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카메라의 동선과 배우의 동선은 짝을 이루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탱고를 추는 무희 같다. 카메라가 스텝에 맞춰 나아가면 배우는 물러나다가 어느 순간 엉키고 풀어진다. 이 조화가 매우 뛰어나다. ( 이 전반부 실내극에서 선보인 카메라와 배우의 환상적인 동선은 히치콕이 잘난 척하려고 만든 < 로프 > 를 떠올리게 만든다. )

 

그리고 < 커튼 > 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장치인데 커튼은 마음의 문으로 표현된다.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때마다 곤도'는 커튼 앞에 서 있다. 커튼을 활짝 열 것인가 아니면 꽁꽁 닫을 것인가 ? 이 개폐(開閉)는 마음의 밝음과 어둠을 결정한다. 다음날 그는 자기 아들 대신 유괴된 집사의 아이를 돕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기로 한다. 그때 그는 그동안 닫혀 있던 거실 커튼을 연다. 빛이 쏟아지면 어두컴컴하던 거실은 밝아진다. 구로자와는 커튼을 통해서 주인공이 처한 심리를 적절하게 묘사한다. 소설에서는 " 창 너머로는 11월을 향해 가는 10월 (07쪽) " 이라고 계절을 똑부러지게 명시하지만 영화에서는 가을 대신 무더운 여름을 선택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커튼이 갖는 의미는더욱  분명해진다. 구로자와는 후반부인 < 지옥 편 > 에서 유독 " 땀 " 을 강조한다.

 

쉴 새 없이 선풍기는 돌아가지만 땀을 증발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옥 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땀을 비오듯 쏟는다. 반면 < 천국 편 > 에 해당되는 곤도의 집은 창문과 커튼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쾌적하다. 오히려 쾌적하다기보다는 서늘한 느낌을 준다. 이 말은 곧 곤도의 집이 냉방 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드 맥베인이 더글라스 킹을 끌어들여서 윤리적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구로자와 아키라는 빈부 격차를 끌어들여서 계급의 문제를 제기한다.

 

- 집사의 아들이 납치되었다는 측면에서 보며 이 사건에서의 최대 피해자는 집사이지만 그는 늘 화면 중심으로 나서질 못한다.

 

- 그는 모든 결정에서 항상 배제되어 있다. 그는 항상 프레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감독은 계급에 따른 배치를 통해 신분과 서열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 후경(後景)에 배치된 두 남자는 집사(운전기사)와 곤도(더글라스 킹)이다. 집사는 울면서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이때 곤도는 커튼 앞에서 갈등을 한다. 전경에 배치된 인물들은 이 애절한 갈등을 지켜볼 뿐이다.

 

 

- 이번에는 아내가 집사를 대신해서 도움을 간청한다. 이때에도 곤도는 커튼 앞에 있다.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이미 곤도는 아이를 돕기로 마음이 기울어진 상태이다.

 

 

- 곤도는 아이를 돕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기로 한다. 집사가 엎드려 운다. 이때 커튼을 활짝 열려 있다. 

 

 

 

2. 소설, 킹의 몸값

 

소설 속에서 아이를 유괴한 범인들이 요구하는 몸값(ransom)은 50만 달러'이다. 50만 달러가 구두 회사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소설이 쓰여진 때(1959년)를 짐작할 수 있다. 유괴범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몸값으로 지불하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소설 제목이 모순적이란 사실을 금세 깨달았을 것이다. 유괴범이 제시한 몸값은 운전기사인 찰스 레이놀즈의 아들에 대한 몸값이지 더글라스 킹, 본인의 몸값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드 맥베인은 제목인 " King's ransom " 을 중의적으로 사용했는데 관용적 표현으로 " 막대한 금액 " 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쉽게 저잣거리 입말로 말하자면 떼돈'이라는 뜻이다. 이 제목만을 놓고 보아도 에드 맥베인이 글재주가 뛰어난 양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 소설은 당신이 평소 생각하는 대중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가볍게 날려버릴 정도로 뛰어나다.

 

촘촘히 박힌 장치들은 에드 맥베인이 꼼꼼한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킹이 사는 성곽과 그 근처 사유지인 " 스모크 라이즈 " 라는 이름은 하나의 헛점과 몇몇장점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이 이름은(사람들은 이곳을 스모크 라이즈라고 불렀다 ,23쪽)  희뿌연 안개에 휩싸인 이미지를 제공하는데, 이 불투명성'은 유괴범들이 운전기사의 아이를 킹의 아이'로 오해하도록 만드는 구실을 제공한다. " 스모크 라이즈 " 는 마치 스티븐 킹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가상의 도시 " 캐슬록 " 을 닮았다. 에드 맥베인은 " 스모크 라이즈 " 라는 이름으로 여러 상황을 동시에 해결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독자가 지루해질 때는 무조건 총을 등장시켜야 한다는 하드보일드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을 제대로 보여준다. 사실 이 소설은 지루할 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5분마다 총이 등장해서 총을 쏘고는 달아난다.

 

그래서 독자는 총소리에 놀라서 토끼 눈이 되기 일쑤'다. 여기서 말하는 < 총 > 이란 독자가 상상하는 패턴을 뒤집는 반전을 의미한다. 유괴범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흥미를 유발시킨다. 아버지는 어떻게 아들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까 ? 독자가 나름대로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며 고민에 빠질 때 느닷없이 유괴되었다던 아들이 천연덕스럽게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온다.  유괴 사건을 다룬 소설에 있어서 " 아들의 무사 귀환 " 은 극적 효과를 위해서 늘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 법칙인데 유괴를 당했다던 아이는 소설 말미는커녕 71페이지에 등장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 나 불렀어요, 엄마 ?(71쪽) "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개 풀 뜯어먹는,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 주말에 출장을 갔던 남편을 도봉산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것만큼이나 뜬금없다. 1108호 이웃집 여자와 함께 있는 남편을 말이다.

 

이 지점에서 한글 모음 < ㅡ > 자세로 침대 깊숙히 박혀서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기다가 " 나 불렀어요, 엄마 ? " 라는 얄미운 대사에 당신은 날새게 자음 < ㄴ > 자세로 앉아서 이 사태에 대해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이 장면은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느닷없이 총잡이가 등장해서 총을 쏘고 달아나는 꼴이다. 맙소사, 멍청한 유괴범은 엉뚱한 아이를 유괴한 것이다. 그런데 총소리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유괴범이 저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오히려 서스펜스를 강조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유괴범은 뻔뻔하게도 자신이 유괴한 아이가 킹의 아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몸값을 요구한다. " 좋아, 킹, 잘 들어. 이 애가 누구 애인지는 상관없다. 알았나 ? 라디오는 들었지만 상관없다고. 아이는 아직 무사히 살아 있고 우리도 아직 돈을 원한다. 내일 아침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아이는 해가 지는 모스블 보지 못할 거다. ( 134쪽 ) "

 

두 번째 총소리'다 ! 더글라스 킹은 떼돈( a king's ransom ) 을 지키기 위해서 여덟 살 소년의 죽음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소년을 지키기 위해서 떼돈을 줄 것인가 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깐 첫 번째 총소리보다 두 번째 총소리가 더 크다는 소리이다. 유괴범이 저지른 오류는 부성애라는 한정된 범위를 뛰어넘어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이타적 존재인가에 대한 문제로 확장한다. 막말로 말해서 판이 커진 것이다. 이 설정은 자식을 위한 단순한 몸값 흥정보다 더 강렬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이 제안을 거절했다고 치자.  다음날 뉴스 속보에 12토막 난 어린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된다면 ?! 에드 맥베인은 이처럼 독자가 지루하다 싶으면 총잡이를 등장시키는 타이밍'이 탁월하다. 사실 총잡이가 자주 등장하면 싫증이 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총잡이의 등장 횟수와 소리의 강도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어져 있다.

 

기본적인 서스펜스가 잘 짜여져 있다 보니 틈틈이 삽입된 87분서 형사들의 애환도 넉넉하게 읽힌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은 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유괴범들 간의 갈등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 책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자음 니은( ㄴ ) 으로 시작된 자세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찰스 부코스키가 지적했듯이 문학을 지나치게 전지전능한 아우라'로 숭배하는 것은 꼴사나운 짓이다. 작가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밥벌이를 위해 글을 쓸 뿐이다. 설령, 밥값 수준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몸값( a king's ransom )을 버는 대중 작가'라고 해서, 그 작품에 대해 미리 색안경을 끼고 가자미 눈으로 째려볼 필요도 없다. 그리고 생전에 겨우 밥값이나 벌면서 글을 썼다고 해서 그 작가가 매우 훌륭한 작가라고 말하는 것도 색안경'이다. 그것은 모두 선입견에서 비롯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대중문학, 특히 장르소설을 순문학의 아류'라고 폄하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오즈 야스지로를 강조하기 위해서 굳이 구로자와 아키라를 폄하할 필요가 있을까 ? 같은 말을 반복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를 강조하기 위해서 굳이 에드 맥베인을 폄하할 필요가 있을까 ?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하자면 엄마가 좋아 아니면 아빠가 좋아 라는 말은 얼마나 멍청한 질문인가 ? 부모가 자꾸 여덟 살인 당신에게 그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진지하게 이렇게 말하자. " 아빠의 정자가 엄마의 나팔관 안으로 무사히 안착해서 수정을 했으니, 제가 태어났지요.  두 분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알건 다 아는 나이입니다. 살 만큼 살았어요. 호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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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미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 조르바의 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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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pia 2014-02-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세에 대한 이야기, 심히 공감 돼요. 자신의 취향을 마음대로 고백도 못 하는 세상이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6:56   좋아요 0 | URL
이제는 마음대로 고백하십시요 ! 전 옛날에 셰익스피어 전공자와 맞짱을 뜬 후 자유롭게 킹 소설 좋다고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물론 그 모임에서는 개쪽을 당했지만 말입니다. 허허....

lopia 2014-02-04 17:26   좋아요 0 | URL
멋집니다. 개쪽 당한 것도 멋지네요.

생각해보니 저는 특별히 눈치 보면서 거짓말 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적은 편이라...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28   좋아요 0 | URL
아, 그 새끼 생각하면 아직도 열받습니다. 셰익스피어로 박사 학위 받는다나 뭐라나 하여튼... 그런 인간이었는데 킹을 무지 까길래 대들었다가 쪽만 당하고 ㅋㅋㅋㅋㅋㅋ.
아, 말빨도 끝내주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스펙도 좋은데다 얼굴도 잘생기고 말빨도 좋고 키도 크고..
정말 엄친아였습죠. 모임에 모인 여자들이 모두 그 사람을 숭배했으니깐...
반면 전 오징어였어요...ㅋㅋㅋㅋㅋ

lopia 2014-02-04 20:14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어차피 우리 대부분은 다 오징어인 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21:10   좋아요 0 | URL
토리님의 확인 사살이 저 저를 아프게 하는군요... 흠흠..

lopia 2014-02-05 00:18   좋아요 0 | URL
아하하...

그래도 뭐... 저도 더해서 오징어가 되었는데요 뭘.

거의 대다수가 오징어이기 때문에 어쩌면...

아니네요, 슬퍼지네요.

유다 2014-02-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처음에 연극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 싶었는데. 원작 읽어보고 싶은데 읽을 책이 많아 미뤄지는 중. 영화 결말이 꽤 좋았어요. 여기 포스팅에서 말한 빈부격차. 영화는 형사/협박받은 자 50:50인데 책은 형사 위주라 해서 더 궁금. 영화에서 저는 염탐하다 꽃집 지나칠 때가 좋았어요. 보스가 "꽃 좀 사러가!" 하니 "꽃을 사기에 적당한 인물이 없습니다."라는 경찰 조직원들ㅋㅋㅋ다섯 명이나 되었음에도 꽃 살 만한 인상의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15   좋아요 0 | URL
꽃집 장면에서도웃음이 빵 터지지만 왜 영화 초반에 전화가 걸려오는데 곤조가 다른 데 신경 쓰느라 끊어버리잖아요. 그 장면도 꽤나 웃겼죠. 협박범에게 전화가 올 거란 것은 이미 관객들이 알잖아요.
이 영화 보면 지옥을 보여주기 위해서 온갖 밑바닥 생활을 보여주잖아요. 창녀촌,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모이는 곳, 범죄 소굴.... 아마 지옥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여기에 보면 한국 식당도 나오잖습니까. 아주 묘하더군요. 하여튼 이 영화는 범죄 영화의 걸작이에요. 이만한 퀄리티를 가지기 힘듦.

개인적으로 전 아키라 영화 중 이키루와 거미의 성을 좋아합니다. 아니다... 다 좋음..



영화에서는 유괴범 스토리가 빈약한데 소설에서는 유괴범 스토리가 매우 비중있게 나옵니다. 고것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엇보다도 87분서 시리즈에 나오는 형사를 보는 맛도 탁월합니다.

유다 2014-02-0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맞아요. 한국식당ㅋㅋㅋ그 당시 일본의 한국식당 뿐 아니라 다른 영화나 소설에 그려진 우리나라 모습과 일치. 전후의 어수선함과 북적이고 너저분함이... 고고장도 좋았고. 그러고보니 뒷골목 묘사한 부분이 백미였어요. 범법자 자취방도 그러하고. 최근 동남아 쪽방촌과 비슷해요. 베트남이나 태국의 대도시이지만 슬럼가.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7:49   좋아요 0 | URL
지옥편 뒷골목을 묘사한 부분은 정말 좋았죠. 마치 뉴올리언즈 태생인 흑인 가수가 담배 연기 가득한 술집에서 소울 가득한 재즈를 땀 흘리며 부르는 듯한, 끈적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이 높이 살만하죠. 특히 흑백 화면과 어우러져서 정말 기가 막히게 잘 표현했습니다. 약간 좀 뭐라 그럴까요. 아방가르드적이기도 했잖아요..

다소 2014-02-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구미가 당기는 책 리뷰네요. 보관함으로!

어떤 소설가를 좋아하느냐에 따라 일종의 급'을 매기려는 듯한 태도에 질린 적이 있어요.
모 소설가의 책은 평균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고 했더니, '너 취향 참 저렴하구나?(...)'라는 뉘앙스로 말을 하는 걸 보고, 그 사람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차라리 그 소설가의 사상이나 문체를 비판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소설 하나 재미있다고 했다가 '취향의 급이 낮다느니'하는 말을 듣고 짜게 식었지요.참나..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18: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맞습니다. 사상이나 문체를 비판하는 것은 좋은데
마치 그냥 재미있어서 좋다고 하면 급이 낮은 취급을 하더라고요.
아니 재미있으면 좋은 거지 ? 그게 꼭 교양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유구일턴 2014-02-0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도 어머니가 더 좋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21:10   좋아요 0 | URL
한국인 70% 정도는 어머니가 더 좋을 겁니다. 수컷의 비애입니다.

수다맨 2014-02-0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댓글 보다가 느낀 건데, 아니 본인이 셰익스피어나 제임스 조이스도 아니면서 왜 타인의 독서 경향을 무시하나요 ㅎㅎㅎ
정작 스티븐 킹이 들인 공력만큼, 구로사와 아키라의 저력만큼 무언가를 보여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타인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은 같잖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4 21:09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저는 김연수를 까지만 김연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안 깐다는 거....
요거 굉장히 큰 차이이잖아요. 제가 저런 소리 하면 너도 하루키 소설이나 읽는다고 조롱하면서 무슨 소리냐, 고 하는데 전 하루키를 까지 하루키 소설을 읽는 사람을 까지는 않습니다.. 허허..

엄동 2014-02-0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허세여도
아리송해 티안내는 고도의 허세도 있더라구요 호호호
책제목이나 가방브랜드 따위 보이게 들고 다니는건 오히려 귀여움.

킹의 몸값"이 땡기네요
ㅡ"자에서 ㄴ"자로 자세 바꾸고 쭉 갈 수 있을 듯.
어릴적 책볼때 많이 했던
나라면 어땠을꼬" 생각도 들 듯한게 ㅎㅎ

그나저나 첨엔 스티븐킹옹"에 대한 글인줄 ;;
이렇게 무지함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5 12:20   좋아요 0 | URL
이 책 상당히 재미있어요. 영화도 좋지만 소설도 뭐 끝내줍니다.
생각할 거리도 많이 주고 말이죠.
이 소설에서는 킹의 선택과 영화 속 곤도의 선택이 다른데
개인적으로 소설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선택만 놓고 보면 말이죠...
끝내주는 소설이에요. 제 마음에 쏘옥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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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즈의 숙적은 모리어티'가 아니라 코난 도일이었다.

 

 

- 전에 써 두었던 글인데 정리하면서 삭제 버튼을 누르려고 했으나 단지 이 글에 투자한 시간이 아까웠다는 이유로 옮겨본다. 분량이 많은 글을 누가 읽을까 걱정되어서 " 딱 ! " 절반 정도는 삭제하고 몇몇 부분은 글을 첨가해서 올린다. 이 글에 대한 아이디어는 대부분 피에르 바야르의 < 셜록 홈즈가 틀렸다 > 에서 빌렸다. 그나저나 이곳저곳에다 칼질을 했더니 비문이 팔 할'이다.

 

 

 

 

 

 

 

 

 

불우(不遇)가 불후(不朽)가 되는 경우가 있다. 고흐나 포우가 겪었던 불행한 삶이 대표적이다. 사후의 빛나는 명성은 생전에 겪었던 불행과 겹치면서 예술적 아우라를 발산했다. 코난 도일의 유년은 불우했다.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여서 평생 정신병원을 들락날락거리다가 생을 마감했고, 어머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하숙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불우한 삶은 여기까지 !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 될까 하고 쓴 < 주홍색 연구 > 는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부와 명성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  단편 형식으로 스트랜드 매거진에 연재된 홈즈의 활약은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예상치 못한 명성이었다. 그것은 마치 살림살이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곰 인형에 눈을 붙이는 부업을 하다가 느닷없이 곰돌이 인형의 달인으로 명성을 쌓는 꼴이었다.

 

명탐정 홈즈 캐릭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코난 도일은  명탐정 홈즈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자신이 창조해낸 인물에 대해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 남성 짝패 탐정물'을 스스로 " 초보적 형태의 소설 " 이라고 말했을 만큼 셜록 홈즈를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는 홈즈의 명성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쓰고자 했던 (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 역사 소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은 대중작가'가 아니라 세익스피어 같은 대문호'가 되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그는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에 집중하기 위해서 시리즈인 홈즈'를 죽이기로 한다. 코난 도일의 전기를 쓴 파트릭 아브란에 의하면 그는 소설 속 인물인 홈즈'를 지겨워 한 것이 아니라 혐오하고 경멸했다고 한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 도일'은 [ 마지막 사건 ] 에서 그를 죽인다. 뭐,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을 죽이겠다는 데 막을 자'가 누가 있으랴. 소설가의 지위'란 창조주요, 소설 속 가상 인물인 홈즈는 그 창조주가 만든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것을....  하지만 일은 ( 더럽게 ) 묘하게 꼬인다. 홈즈가 죽자 영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 조기를 다는가 하면, 사람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아 홈즈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영국 왕실에 편지를 써서 홈즈의 귀환을 종용했으며, 공공연하게 도일을 혐박하기 시작했다. " 흥. 도일 개새끼 ! 말미잘, 해삼, 멍게,  3일 동안 산소 공급이 안 된, 수족관에 갇혀 지낸 개불 자식 !  부와 명성을 안긴 명탐정 홈즈를 죽이다니, 배은망덕한 놈 ! 응징하리라 ! 쿠아아아앙 " 

 

 

홈즈는 어느새 실존 인물이 되어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니 어느 누가 홈즈'를 살리려고 하는 작가가 어디에 있겠는가 ! 어찌 되었든, 코난도일은  초월적 아버지인 슈퍼스타 셜록 홈즈'를 살려야 한다는 협박에 시달렸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지켜볼 코난 도일'이 아니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셜록 홈즈의 명성에 얼룩을 남기고 싶어했다. 홈즈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고, 엉덩이를 까서 채찍을 휘두르고 싶었다. 단, 독자들이 알아차리면 안 된다. " 홈즈에게 얼룩을 남기기 " 혹은 " 홈즈에게 모욕 주기 " 는 아주 은밀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홈즈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 바스커빌 가(家)의 개 > 를 쓴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홈즈의 귀환이 아니라 홈즈가 죽기 전'에 벌어졌던 살인 사건'에 대한 왓슨의 회고 형식을 빌린 형태'였기 때문에 홈즈가 생환한 것은 아니었다. 홈즈는 여전히 모라이티 교수와 함께 낭떨어지에 떨어져 죽은 채였다. 그러니깐 < 바스커빌 가의 개 > 은 죽은 홈즈를 추억하는 왓슨'의 회고록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편법에 지나지 않았다. 도일은 이미 자신의 통제 영역에서 벗어난 초월자 홈즈의 귀환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끝까지 홈즈를 살리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역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도일은 모짜르트가 되고 싶었지 살리에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도일은 이 소설에서 ,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홈즈라는 캐릭터에게 사망선고를 내린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텍스트'는 지금까지 당신이 알고 있었던 홈즈에 대한 모든 우상화 작업'을 단번에 파괴시킬 만큼 충격적이며, 무시무시하고, 어어어어어어어마어마한 음모로 가득하다. 그것은 홈즈를 바라보는  도일의 질투'가 낳은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꾸며진 복수극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진정한 셜록키언이나 홈즈키언이라면 읽기를 멈추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한때 흠모했던 영웅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홈즈가 얼마나 어리석고, 멍청한 탐정이며, 오류와 자기독선에 빠진 사람인가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독자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말이다. 가능하냐구 ? 

 

가능하다 !

 

 

 

까막눈'인 나에게 원작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는 바스커 마을의 사냥개 / The Hound of  Basker   ville' 로 읽혔다. 그러니깐  Basker를 마을 지명으로,  villes village' 로 읽은 것이다. 이런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스커빌'이라는 성이 그리 흔한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 등장 인물의 이름이 헨리 바스커빌 경'이다. ) 이것은 코난 도일'이 의도적으로 작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불러오게 한다. 도일은 왜 그 흔하고 친근한 이름을 버리고 바스커빌'이라는 이름을 주요 모티브'로 삼았을까 ? 이런 고민을 하다가 보면 해답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Basker'는 가운데 철자 s'가 빠진 Ba ( s ) ker'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 그리고 village street' 로 치환하는 것은 어떤가 ? 이 두 단어는 모두 지명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었던가. 이 두 단어를 조합하면   Ba ( s ) ker  street '가 나온다.

 

결국 소설 제목 < 바스커빌 家의 개 > 가 숨겨 놓은 암호를 풀면  사람을 연속적으로 죽인 악마 같은 개(hound)가 사는 소굴은 < 베이커 街' > 라는 뜻이 된다. 베이커 거리(스트리트?!) 라면 현재 홈즈의 현 거주지가 아닌가 ! 맙소사 !!!!  코난도일은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숭배하는 홈즈를 사냥개 / hound '로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사람을 물어뜯어 죽이는 무시무시한 미친 개'로 말이다. 홈즈, 도일에게 제대로 찍혔다 ! 창조주인 자신을 넘어서 초월자'가 된 홈즈를 바라보는 소설가의 증오가 이 대목에서 빛을 발한다. 이로써 아버지의 자리를 탐한 홈즈'는 도일에게 상징적 살해를 당한다. 탐정과 사냥개의 동일시'는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자주 쓰이는 직유이다. 코난 도일의 첫 번째 홈즈 시리즈인 < 주홍색 연구 > 에서 도일의 분신인 왓슨은 홈즈의 첫인상을 이렇게 묘사한다.

 

 

( 홈즈는 ) 감탄과 중얼거림, 휘파람, 격려와 희망을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는 혈통 좋고 잘 훈련된 개를 생각나게 했다. 수풀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달려갔다가 다시 왼쪽으로 달리고, 흔적을 찾으면 흥분해서 줄곧 끙끙대는 개 말이다.

 

 

 

잘난 " 홈즈에게 모욕 주기 " 는 대중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진행되었다.  홈즈'를 사악하고 불길한 식인 개'로 묘사함으로써 홈즈의 명예를 더럽힌 도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차 " 홈즈에게 목욕 주기 " 를 시도한다. 이 방식은 1차의 방식'보다 강도가 쎄다 !  이 상징적 거세 행위는 홈즈에게 개새끼'라고 욕하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한마디로 무시무시하다 !!!!!! 우선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에 대한 대강의 줄거리를 습득해야 된다. 물론, 내가 이 장'에서 사건의 개요'를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독자는 너무 게을러진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친절한 금자 씨'가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 3부를 작성하는 동안 나가서 대강의 줄거리를 읽고 오라 ! ) 

 

 

 ■

 

 

홈즈는 이 살인 사건의 핵심을 " 개'를 살인의 도구로 활용한 자 " 의 소행으로 본다. 그리고 범인으로 곤충학자 잭 스태플턴'을 지목한다. 그런데 잭 스태플턴은 도망치다가 안개 자욱한 늪에 빠져 죽음으로써 자백을 받는 데는 실패한다.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사건은 이렇게 범인의 자백 없이 마무리가 된다. 대신 홈즈가 범인의 자백 대신 추리로 마무리된다. 홈즈의 발화를 빌려서 구술된 사건의 전모'는 전지전능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는 홈즈의 추론과 정언'을 거역할 힘도 없을 뿐더러, 그의 논리를 의심한다는 것은 반역을 꾀하는 것과 같다. 그가 하는 말은 곧 진리이므로, 잭 스태플턴'은 " 지옥의 개 " 를 이용해서 바스커빌 가문의 씨'를 말리려고 했던 악마이다. 그런데 셜록홈즈'는 매우 기초적인 수사 방향을 놓쳤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수사의 기본은 이 사건으로 인하여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이고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따지는 것부터 시작된다. ( 여기서 이득이란 물적, 정신적 차원을 의미한다. )

 

다들 아시다시피, 사건으로 인하여 이득을 보는 사람이 범죄자일 확률은 매우 높다. 왜냐하면 사건 발생으로 인하여 손해를 보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계획적인 범죄'를 저지르기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즈는 이 사실을 무시한다.  홈즈가 범인으로 몰았던, 그래서 늪에 빠져 죽게 만들었던, 잭 스태플턴은 공교롭게도 이 범행으로 인하여 이득을 볼 것이 별로 없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홈즈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서 죽음으로 내몬다. 자세한 설명은 후에 하겠지만 그는 절대 범인이 아니다 ! 어찌 되었든 홈즈가 사건 종결 선언을 했으므로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범인은 잡는 데는 실패했다. 홈즈는 이 사건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서 어느 범죄자의 완전 범죄를 도운 꼴이 된다. 이 얼굴 없는 살인마'는 홈즈를 이용해서 자신의 완전 범죄'를 완성시킨 최초의 살인자'이다. 과연, 숨겨진 살인마는 누굴까 ?

 

 

 

 

사건은 종결되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자,  홈즈가 발화하는 텍스트의 권위'를 버리자. 그가 하는 모든 말을 신뢰하지 마라.  이젠 텍스트의 권위에 도전하여 새롭게 사건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수사의 기본적 자세를 떠올려 보자. 이 사건 ( 3명이 죽었다. 찰스 바스커빌 경, 탈옥수 셀든 그리고 잭 스태플턴 ) 그 후를 떠올려 보자. 홈즈가 떠난 바스커빌 대저택의 미래는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까 ? 어마어마한 대저택의 상속자인 젊은 헨리 바스커빌 경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살아 있다. 더군다나 그는 독신'이다. 이 대부호'가 장가를 가지 않았을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누구와 결혼을 했을까 ? 텍스트 안에서만 고찰하자면 그 행운의 주인공은  잭 스태플턴의 아내 베릴 스태플턴'이다. 소설은 내내 베릴과 헨리 경의 은밀한 러브 라인'을 지속시킨다. 더군다나 소설에서 베릴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여인으로 묘사한다. 

 

 

 

그녀는 내가 만나본 어느 영국 여성보다 더 가무잡잡한 피부에 새까만 머리, 새까만 눈동자를 가졌다. 그러나 그녀는 키가 훌쩍 컸을 뿐만 아니라 늘씬하고 우아했다. 또 이목구비가 반듯하여 민감한 입매와 아름답고 열정적인 검은 눈동자가 아니라면 차가운 인상을 줄 정도였다. 완벽한 육체와 우아한 드레스 덕분에 그녀는 인적이 드문 황무지에서 마치 기묘한 환영처럼 보였다.

 

 

베릴은 키가 크고, 늘씬하며, 우아하고, 반듯하며, 아름답고, 열정적이며, 완백한 육체를 가져서 마치 기묘한 환영처럼 보인다고 서술되고 있다. ( 사실 베릴은 살인자 스태플턴의 아내'인데 여동생'이라고 사람들을 속인다. ) 위의 인용문은 왓슨과 베릴이 처음 황무지에서 만나는 장면인데,  베릴은 느닷없이 왓슨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를 한다.

 

 

 

오빠는 ( 잭 스태플턴, 사실은 자신의 남편 ) 바스커빌관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경고다. 베릴이 처음 만난 왓슨에게 잭 스태플턴이 바스커빌 가문의 주인이 되고 싶은 사악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고 폭로한 참뜻은 무엇일까 ?    이것은 베릴의 입을 통해서 이 사건의 범죄자를 폭로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텍스트의 절반도 되지 않은 상화에서 소설 속 등장 인물은 미리 살인자를 폭로한 것이다.  추리소설은 진짜 범인은 은폐해서 독자들이 범인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만드는 장르인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베릴의 입을 빌려서 잭 스태플턴이 바스커빌 가문의 재산을 노린다고 고백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  마지막에 범인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이 이쪽 업계 ( 추리소설 )의 룰임'을 감안한다면, 배릴이 누설한 폭로는 매우 이상한 방식이다. 이것은 마치 영화 식스센스 1/3 지점에서 " 브루스 윌리스는 유령이에요 ! " 라고 속삭이는, 옆 좌석의 재수없는 관객과 같다. 코난 도일은 왜 이런 무모한 발설을 했을까 ?  정답부터 말하자면 잭 스태플턴은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코난 도일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여자, 수상하다 ! 재미있는 사실은 왓슨이나 홈즈나 이 여인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홈즈는 이 여자를 신뢰하는 것일까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 연쇄 살인 사건으로 인해서 최대의 이익을 보는 사람은 바로 베릴 스태플턴'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남편은 죽었고 ( 텍스트 안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그럴 것으로 추정되는 ) 헨리 경과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들의 죽음으로 인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살인자의 모습을 정확하게 본 사람은 마부다. 마부는 얼굴 전체를 덮어 변장한 살인자를 유일하게 목격한 인물인데 그가 홈즈에게 설명하는 살인자의 몽타쥬는 다음과 같다.

 

 

한 마흔 살쯤 되어 보였고 나리보다 10센티미터쯤 작은 중간 키였습니다.

 

마부가 묘사하는 범인의 생김새는 무시해도 좋다. 분장한 얼굴이 마흔 정도의 남자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범인이 마흔 살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분장이란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로 자신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정반대로 알릴 때 사용하는 기술이다. 남자인 경우 여장을 하고 여자인 경우는 남장을 하거나, 젊은 사람은 노인으로 분장하고 왕은 거지로 분장을 하는 식이다. 그게 바로 분장의 기술'이다. 그러므로 서른 후반에서 마흔 초입으로 보이는 사내'로 분장한 범인을 목격한 마부의 진술과는 정반대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이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 서른에서 마흔 사리오 보였고 키가 작았으며 글발에 말끔하게 면도를 한 " 스태플턴은 분장한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키는 숨길 수 없는 결정적 증거이다. 얼굴을 다른 사람처럼 분장을 할 수는 있지만 키를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태플턴을 작은 키의 소유자라고 한다면 마부가 묘사하는 살인범의 몽타쥬와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 아닐까 ? 

 

오히려 마부의 몽타쥬는 베릴과 비슷하다. 위에 인용된 문장을 보라. " 그녀는 키가 훌쩍 컸을 뿐만 아니라 늘씬 " 했다고 하지 않던가 ?  왜 홈즈는 잭 스테플턴과 베릴 스태플턴의 이같은 결정적 차이를 놓쳤을까 ? 결정적 증거였는데 말이다. 마부는 이 정체불명의 사람이 마차에서 내리면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자 홈즈와 왓슨은 긴장을 하며 마부를 재촉한다. 그런데 마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기상천외하다

 

 

 

- 사실 그 신사 분은 자기가 탐정이라고 했습죠. 그리고 아무한테도 자기 애기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요.

- 언제 그런 말을 하던가 ?

- 갈 때 그랬습니다요.

- 다른 말은 더 안 했나 ?

- 성함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셜록 홈즈라고 하던뎁쇼 ?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범인은 이미 홈즈가 마부를 찾아와서 자신에 대해 물어볼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범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모습으로 분장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홈즈가 마부를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 생얼 " 로 돌아다닌다는 것은 쉽게 납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홈즈라고 조롱해서 홈즈롤 도발한다. 그는,  왜 도발했을까 ? 결과적으로 홈즈는 이 이상한 사람의 커밍아웃을 기점으로 호기심을 가진다. 결국 살인자는 홈즈를 불러들인 것이다. 다시 묻자. 왜, 그랬을까 ? 답은 하나다 !  홈즈가 개입되어야지만 자신의 범죄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홈즈의 개입은 잭 스태플턴에게 있어서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으로 그것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잭 스태플턴은 그 마부가 본 살인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서서히 하나로 좁혀진다. 그렇다, 범인은 베릴'이다. 그녀가 모든 것을 조작한 것이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 분장의 기술 > 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정반대로 알리고자 하는 속임수라면 " 마흔쯤 된 사내 " 의 반대는 " 이십대 여성 "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더군다나 호리호리하고 키가 큰 신체 조건은 베릴의 신체 조건과 유사하다. 이러한 모든 정황을 보면 범인은 그녀다. 그런데 홈즈는 그 사실을 놓친 것이다. 코난도일은 이 작품을 통해서 홈즈의 치명적 실수를 유도했다. 그의 실수는 결국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악당이 승리하도록 방치했다. 그럼으로써, 그는 셜록홈즈에게 2번의 상징적 살해'를 한 것이었다. 도일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이자 창조주가 되어버린 초월자'를 살해함으로써 홈즈 컴플렉스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리고 그는 멋지게 성공했다. 왜냐하면 홈즈가 아무리 명성을 쌓아 보아야, 그는 한갓 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서 죽게 만든 실패한 탐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셜록키언들만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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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1-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셜록키언었던 적이 없습니다. 셜록키언이 되어야 할 순간에 스피노자와 같은 생각을 가졌죠. (실재와 완전함에 대해 나는 양자가 동일한 것으로 생각한다.) 왜 현실은 소설과 다른가?

공학에서 행정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효율은 떨어집니다. 추리의 정확성이 90%단계를 7단계만 거치면 정답의 확률이 50% 아래로 내려가죠. 70%의 정확성이라면 2단계만 걸쳐도 50%아래입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명탐정 코난 만화를 보는데, 사건의 정보로 범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단지 작가가 지목한 범인을 찾아내죠.

바스커빌 가문의 개 ; 다시 읽어야겠군요.

마립간 2014-01-29 09:55   좋아요 0 | URL
http://dvd.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6368804084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12:06   좋아요 0 | URL
책을 다 읽었다고 셜록키언인가요.. 후후후후...
셜록키언은 정말 집요하게 파고드는 양반들입니다. 홈즈가 무엇을 좋아하고
몇년도에 이런 사건이 있었고.. 그러니깐 홈즈를 실존 인물처럼 느끼고 따르는 사람이
셔록키언이니 저도 셜록키언은 아닙니다. 그저 책을 다 읽은 사람일 뿐.....

홈즈'가 헛점이 많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죠.
설록키언들은 오히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말도 안 되는 추리를 찾아서
그것을 또 공유합니다. 그러면서 즐기시더라고요... ㅎㅎㅎㅎㅎ

이 책과 함께 바야르의 셜록 홈즈가 틀렸다, 도 함께 읽어보세요. 매우 재미있습니다.

요하네스 2014-01-2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글을 분량이 많다고 외면하는것은 독자로서 비도덕적이다.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실존의 다른 단면을 제시 하지 않는 문학은 비도덕적이다라는
(전집 사시는 기념으로) 쿤데라를 좀 패러디해봤습니다.


이 덧글 쓰려는데 사정이 생겨서 이제서야 축하 덧글 쓰는김에 이전글로 돌아와서 본래 목적을 달성해보았소... 페루애 보르헤스. 언젠가 허심탄회하게 긴 편지를 쓸 날을 기다려왔는데요. 다행히 요즘은 정신적 황폐화에서 좀 벗어나서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는데 좀 수월해졌으니 정말 조만간 글로 그간 못드린 말씀 전해드리겠소..

구겐하임, 이 단어로 제 정체를 알아차리시다니. 그걸 기억해주시니까 정말 마음이 뿌듯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21:10   좋아요 0 | URL
클레어 님이 글의 진가를 아시는구려. 길게 쓰다 보니 주부와 술부 호응이 전혀 맞지 않아서 고칠까 하다가 에이 귀찮아서 그냥 올렸어요. 이젠 그런 것도 귀찮아 하는 나이인가 봅니다.
좋게 보아주시니 고맙군요. 구겐하임 하면 무조건 클레어 아니겠습니까 ? ㅎㅎㅎㅎ.
다행히 정신적 황폐화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았다고 하니 다행이구랴.
섬세한 감각의 소유자인 클레어에게는 환경이 바뀐다는 것 또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겁니다.
어서 빨리 소식 전해주시구랴.... 기다립니다.

난 당신의 애독자요 !

하인츠 2014-01-29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글 정말 좋았어요. 사실 이런 글 계속 써주셨으면 했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21:11   좋아요 0 | URL
고맙소, 클레어 !

비로그인 2014-01-2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런 비하인드가 있었군요.
워낙 오래전에 읽은 책들이라 가물가물하지만 홈즈랑 모리어티랑 폭포에 빠뜨려 죽여놓고 나중에 다시 부활시킨 단편도 기억나는데 이런 꼼수를... 기회 되면 바스커빌 가의 개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21:13   좋아요 0 | URL
워낙 유명한 사건이어서 널리 퍼진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건
뭐 거의 코난 도일을 모르는 영국인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 양반이 인기를 얻다보니 정치에 눈길을 돌려서
두 차례 선거에 나가는데 아주 초라한 득표로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깐 영국인은 코난도일을 존경한 게 아니라 홈즈 자체를 좋아했던 거예요.
이 일화만 보아도 코난 도일이 왜 홈즈를 증오했는 가 알 수 있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진실은 때때로 범죄에 악용된다.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블로거'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내뱉은 거짓말을 그럴싸하게 꾸미기 위해서 다시 거짓말을 했고, 또다시 그 거짓말을 거짓말로 변명을 하다 보니 결국에는 끝없이 거짓말을 하게 되어서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추측건대, 별 볼 일 없는 대학을 졸업해서 조그마한 디자인 회사를 다니며 잡무에 시달리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꾀죄죄죄죄죄죄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서 화려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는 처음에 별 생각없이 블로그에 서울대 미대를 졸업했다고, 푸념 섞인 낙서처럼 휘갈겼는데 이 거짓말이 결국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최초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도록 거짓말에, 거짓말에, 거짓말에, 거짓말에, 거짓말을 늘어놓다 보니 판이 커져버렸다.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이십대에 이미 20명 남짓한 직원을 거느린 디자인 회사를 차렸으며, 미술관 큐레이터와 도슨트를 겸하며,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모 아이돌 그룹을 프로듀싱한 프로듀서이자 스스로도 음반을 낸 적이 있는 전직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가구 공예가로도 이름을 떨쳤고, 군에 있을 때에는 아프간 전투에 착출되어서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육군 참모총장 표창장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일이 서른을 넘기지 않은 나이에 이룩한 업적이었다. 사람들은 제주도에서 잡히는 8월 은갈치'보다 더 은은한 스펙에  넋이 나가서 그를 칭송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가 100개의 형광등을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면 그 블로거는 형광등 백만 스물 한 개를 켜놓은 아우라였다. 그를 따르는 이웃은 항상 와와, 했다. 간혹 나 같은 삐딱이'가 우우, 하면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몰려와서 에에, 하며 조롱했다. < 우우 > 했던 소수와 < 와와 > 했던 다수와 맞짱을 떴다가는 < 에에 > 당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들이 거짓말쟁이 블로거의 화려한 경력을 나이와 비교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간파할 수 있음에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번의 재수 끝에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니 26세요,

 

여기에 병역은 병장으로 제대했으니 3년 더하면 얼추 29세가 될 터인데,  28세 때 이미 디자인 회사를 설립하고,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연예 기획사를 설립해서 2장의 앨범을 내기까지, 아.... 그리고 여기에 가구 공예가'로 대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포함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가 < 와와 > 무리와 < 에에 > 무리에게 이 사실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했던 말이 바로 " 앞뒤가 맞지 않는 말 " 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에 거짓말 " 이라는 주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지만 그것이 진실인 경우도 종종 있고 앞뒤가 맞지만 거짓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거짓말에 능숙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어설픈 거짓말쟁이에 가까웠다. 히가시나 게이고의 대표작 < 용의자 x의 헌신 > 에서 독자는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 초반부에 전남편을 죽인 야스코'가 얼마나 마음이 여리고 착한 여자였는가를 자세하게 묘사한다. 그녀는 성정이 고우며,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고, 무서움을 많이 타는 여자'다.

 

그녀는 필립 말로우 소설에 등장하는 팜므파탈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어어어어무 멀다. 독자는 건들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가진 그녀가 매의 눈과 개의 코'를 가진 형사들이 쏟아낼 혹독한 과정들( 심문, 뒷조사, 알리바이..... ) 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가에 관심이 쏠린다. 그녀는 과연 허술한 알리바이를 얼마나 치밀하게 은폐시킬 수 있을까 ?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그녀는 형사들의 심문뿐만 아니라 거짓말 탐지기가 동원된 거짓말 테스트도 무사히 통과한다. 거짓말로써 형사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거짓말 테스트는 어떻게 할 것인가 ? 거짓말 테스트 장치는 거짓말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증후를 감지하는 것(폴 에크먼, 텔링 라이즈. 71)으로써, 거짓말 시 감지되는 발한, 호흡, 혈압의 변화'를 통해 거짓말 유무를 밝힌다는 측면에서 그녀는 자기 신체마저도 속인 것이 된다.

 

형사들이 그녀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 앞뒤가 맞지 않는 " 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은 결국 그녀가 " 앞뒤가 맞는 말 " 로 형사를 설득했다는 것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소설 중간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짠 트릭'을 쉽게 간파했다. 간단하다 ! 그녀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진실만을 말했다 라고 가정하면 모든 의문점이 술술 풀린다. 이 소설은 독자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 살인자는 반드시 거짓말을 한다 " 는 익숙한 코드를 역이용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범인인 그녀가 형사를 속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면 들통이 나지만 진실을 말하면 형사를 속일 수 있는, 매우 이상한 장치를 고안했다. 그녀가 진실만을 말하니 그녀의 증언은 앞뒤가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천재 수학자인 용의자 x는 그녀를 위해 수학 공식 대신 완전 범죄 공식을 만든 것이다.

 

형사는 거짓말에 능숙한 범인이 내놓는 " 앞뒤가 맞는 말 " 이 사실은 " 앞뒤가 맞지 않는 말 " 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 트릭이란 기본적으로 " 앞뒤가 맞지 않는 말 " 을 " 앞뒤가 맞는 말 " 로 둔갑시키는 속임수'이니 말이다. 추리 소설은 뒤죽박죽인 트릭을 질서정연하게 되돌리는 장르'이다. 하지만 독자가 항상 뒤죽박죽인 트릭을 간파하지 못해서 골탕을 먹는 이유는 뒤죽박죽인 트릭'이 매우 정교하게 질서정연한 모습을 갖추고 있기에 독자에게 쉽게 들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는 매번 속는다. 우리는 흔히 거짓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 보통 사기꾼들은 자신이 하는 말의 앞뒤가 어긋나지 않도록 완벽하게 이야기를 꾸민다. 오히려 정직한 사람들이 조금씩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한다. ( 폴 에크먼, 텔링 라이즈, 063 ) "  가수 이은하가 < 아리송해 > 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는 너의 그 말이 아리송 " 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우리는 이 말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랑을 노래한 수많은 문학 작품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야 하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한 서사가 아니었던가 ?  논리적 수식으로 보았을 때 이 말은 앞뒤가 맞지 않지만 진실에 가깝다. 이처럼 진실은 깍쟁이처럼 앞뒤가 딱딱 맞기 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아귀가 맞지 않는 구석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용의자 x의 헌신 > 은 " 앞뒤가 맞는 말 " 이 거짓말일 수도 있는 말이며, 진실은 때때로 누군가를 속여서 이득을 취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인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진실은 아름답거나 선명할 수도 있으나 동시에 아리송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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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미에[르 2014-01-27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현실에서 그런 새끼 만난적이 있음.
스튜디오 지하의 창립 멤버이며...은위의 원작자 최종훈 작가를 지가 키웠고...
울 나리 만화 SF의 시작은 자신으로 부터 시작되었으며...

한때 인세로 하루 술값을 몇백씩 쓸만큼 벌었다고 했죠.
지금은 사기를 당해 처지가 곤궁하고...
진주에서 제일 큰 식당을 하는 아버지가 계신데...
계모의 반대로 후원을 못받는다고...

불쌍해서 3달 방세 내줬음.

공황장애 전단계더라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8 06:40   좋아요 0 | URL
그런 새끼 많죠.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결론은 그거 아닙니까.
나 왕년에 잘나갔다....
왕년에, 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단언건대 잘나간 놈 별로 없었을 겁니다.
현재의 별 볼 일이 과거의 별 볼 일입니다.

엄동 2014-01-27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얇은 두께는 아닌데 한큐에 읽기 좋은 소설이죠

와와" 무리를 두었던 그 블로거의 결말은 어찌 되었는가요

코가 길어져도 너무 길어졌을껀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8 06:38   좋아요 0 | URL
리뷰에 참고하려고 이 책 찾는데 어디 박혀 있는지 도통 보이지가 않네요.. 흠...
코가 너무 길어져서 제가 잘랐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1-28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왕년이나 지금이나 오덕을 향해 달려가는 덕력 보유자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8 16: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오덕이란 단어가 나올 줄 알았습니다. 만애비 님 아예 이 참에 닉네임을 오덕왕'이라고 하는 건 어떻습니까 ?

만화애니비평 2014-01-2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오덕왕보단 오천황으로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29 12:45   좋아요 0 | URL
음... 그래도 오덕'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니 오덕왕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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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짐승'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좀비』는 악인의 입장에서 서술된 일지다. 그렇다고 독자에게 악덕을 설득하거나 악행에 대해 변명하지는 않는다. 악을 권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보기보다 위험한 책은 아니다. 차라리 『좀비』는 독자로 하여금 잠시 그 악인이 되어보도록 한다. 이건 추천장도 아니고 사용설명서도 아니고 초대 편지도 아니다. 입체영상을 보게 해주는 안경 같은 것이다. 이걸 쓰면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자기 내면을 관찰할 수 있다. 어쩌면 반대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입체로 존재하는 세상이 이 안경을 끼면 평면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의 시선은 매우 폭력적으로 세계를 단순화하니까. 조이스 캐럴 오츠의 짧고 멋 안 부리는 문장 덕에 우리는 너무나 손쉽게 연쇄강간살인범이 될 수 있다. 그냥 미끄럼 타고 내려가듯 악의 심연에 뚝 떨어진다. 악은 이토록 쉽고 간결하고 명쾌한 것이던가, 어리둥절해질 지경이다. 악의 화신이 된다는 건 전혀 어렵지 않더라. 타인들을 입체로 보지 않는 것, 오로지 자기만 들여다보는 것, 제 욕망만을 보는 것. 단순화, 평면화, 내면화, 그리고 단절.

- 박찬욱, < 좀비 > 책 소개 글 中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을 사적인 자리에서 본 적이 있다. 내가 " 아는 형이 아는 형 " 이 바로 박찬욱'이었다. 내가 아는 형'은 영화 감독이었고, 내가 아는 형이 아는 형 또한 영화 감독'이었다. ( 그 당시에는 영화 감독이 아니라 감독 지망생'이었다. ) 내가 " 아는 형이 아는 형 " 을 다시 만난 것은 아는 형의 병원 장례식장'에서였다. 내가 아는 형은 너무 이른 나이에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내가 아는 형'을 화마를 잃어버린 내가 아는 형이 알고 있던 형'은 내가 아는 형의 부재 앞에서 슬퍼했다. 그 이후에도 몇 번 박찬욱을 우연히 만났지만 아는 척을 하지는 않았다. 자격지심이라고 해도 좋다. 나는 원래 사람들에게 아는 척을 안 하기로 유명해서 싸가지없는 놈이란 소릴 자주 듣던 터였다. 그냥 질투와 무관심이 반반 섞인 태도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박찬욱 영화'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열광적인 팬 가운데 한 명'이다.

< 복수는 나의 것 > 은 내가 한 손에 뽑는 걸작 리스트'다. 봉준호 감독의 < 살인의 추억 > 에서 송강호가 박해일에게 " 밥은 먹고 다니냐 ? " 라는 명대사를 날렸듯이, 송강호는 < 복수는 나의 것 > 에서 신하균의 손과 발을 밧줄로 꽁꽁 묶어서 강 속 깊숙이 끌고간 후 이렇게 말한다. " 내가 너 미워하는 거 아니란 거 알지 ? " 그리고는 물속으로 들어가 칼로 밧줄로 묶인 발목 힘줄을 끊는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잠시 망설이게 된다. 그냥 둘 다, 좋다 ! 사실 박찬욱은 영화 감독이 되지 않았어도 재주가 많아서 다른 밥벌이로 성공했을 것이다. 그는 글재주가 뛰어나서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솔직히 말해서 박찬욱의 글'은 정성일보다 예리하고 신형철보다 뛰어나다. 신간을 소개할 때 명사의 추천글'만큼 뛰어난 광고 효과는 없기 때문에 대형 출판사에서 신간을 내면 어김없이 유명 인사의 추천글'을 내놓는다.

그런데 추천글을 읽다 보면 책을 읽지 않고 추천사를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 글이 많다. 그것은 마치 유명인의 이름만 빌린 " 간장 게장 홈쇼핑 " 광고처럼 보인다. (삐에르 바야르의 지적처럼) 책을 읽지 않고도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고서 추천사를 남발하면 안 된다. 전자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요령에 대한 것이지만 후자는 도덕적인 문제에 해당된다. 설령 책을 다 읽고 나서 추천사를 쓴다고 해도 남발하는 것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요즘 신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름이 신형철 평론가'다. 이런 말이 싸가지없게 들리겠지만 문학평론가는 칭찬 일색인 100평 추천글을 써서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문학을 분석하는 직업이다. 100자 이내로 핵심을 찌르는 문장은 카피라이트'에게는 훌륭한 덕목이지만 평론가에게는 독이 된다.

누누이 말하지만 평론가는 100미터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에 가깝다. 과유불급이라 하지 않았던가 ? 지나친 100자평으로 칭찬 릴레이'를 잇는 것은 재능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나는 출판사 소개글에 인용된 명사의 추천글'을 거의 믿지 않는데 박찬욱이 < 좀비 > 에 대해 쓴 짧은 추천글'은 무릎을 칠 만큼, 아....  좋았다 ! " 입체영상을 보게 해주는 안경 같은 것이다. 이걸 쓰면 사이코패스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 그리고 자기 내면을 관찰할 수 있다. 어쩌면 반대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입체로 존재하는 세상이 이 안경을 끼면 평면으로 보인다. 사이코패스의 시선은 매우 폭력적으로 세계를 단순화하니까. " 이 문장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 좀비 > 를 매우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박찬욱이 쓴 문장을 읽으며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박찬욱은 영화뿐만 아니라 글도 잘 쓰는 팔방미인'이다.

연쇄 살인자의 일기처럼 쓰여진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문장이 너무 단순해서 조이스 캐롤 오츠가 쓴 것이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적 구원의 세계도 없고, 사드적 지옥의 현현도 없다. 망설임도 없고 후회도 없고 죄책감도 없다. 그냥 뾰족한 꼬챙이로 뇌를 쑤신다. 그런데 이 묘사를 조이스 캐롤 오츠는 대수롭지 않게 담담하게 묘사한다. 여기에는 죄의식이 없다. 왜냐 ?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것은 범죄자의 시점이지 관찰자의 시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개입으로 이루어진 해석'이 배제된 채 이루어진 < 날것'> 은 박찬욱이 지적했던 것처럼 매우 단순하다. 이 소설은 역설적이게도 악이라는 욕망을 < 지속 > 시키기 위해서 < 선 > 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이 행한 범죄를 감추기 위해서 끊임없이 착한 척'을 한다.

 그러니깐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선'은 악'을 은폐하기 위한 위선(僞善)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이 소설은 가르쳐 준다. 주인공은 괴물'이 아니라 짐승 같은 인간이다. 괴물과 짐승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짐승은 위선적이고 괴물은 위악적이다. 짐승 같은 인간은 대부분 자신의 악마적 본성을 숨기기 위해서 선한 척을 하지만, 괴물은 악마적 본성을 숨기기 위해서 적어도 선한 척을 하지는 않는다. 홍상수의 < 생활의 발견 > 이라는 영화에서 서로 각자 다른 인물들은 동일한 대사를 쏟아낸다. 그들은 모두  " 우리 더 이상 괴물은 되지 말자 ! " 고 말한다. 그런데 홍상수는 괴물과 짐승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 괴물 > 이란 생김새가 괴상하게 생긴 것을 의미하고, < 짐승 > 은 야만적인 인간을 비유적으로 뜻하는 단어이다.

그러니깐 "괴물" 이 시각적 편견에 기대어 대상을 관찰한 결과라면, "짐승(같은 인간)" 은 내면적 통찰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무명씨'를 괴물'이라고 말할 수는 있으나 짐승'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은 단지 생김새가 추할 뿐이다. 정작 나쁜 놈은 생김새는 멀쩡한데 내면이 추한 놈'이다.  지킬 박사의 이중적 자아인 하이드 씨'는 짐승이라고 말할 수는 있으나 괴물'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내가 늘 주장하지만 괴물'은 잃어버린 휴머니티'를 복원하기 위해 나타나는 존재'이다. 얼핏 보기에 괴물은 무시무시한 악당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신과 괴물'이 짜고 친 고스톱'이다. 골목길에서 만난 불량배를 멋지게 소탕해서 여자의 관심을 받는 남자 이야기'는 알고 보면 친구들과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었던가. 마찬가지다.  괴물은 불량배 역할을 하는 그 친구 역할이다.

고질라가 열불나서 " 이... 시부랄 놈들아 ! 다 부셔버리겠어 ! " 라거나  용가리가 " 용가리 통뼈 맛 좀 봐라. 인간 사람 새끼들아 ! " 라며 도시 전체를 공포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지만, 사실 괴물들은 신이 내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내려온 액션 배우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한번 잃어버린 휴머니티'는 이런 식의 재난 퍼포먼스'가 아닌 이상은 복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고질라, 죠스, 용가리와 쮸쮸, 티라노 공룡'은 눈물을 삼킨 채 위악적 캐릭터를 소화한다. ( 혜성 충돌, 쓰나미, 화재 등도 괴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무생물이다. 불춤과 물쇼는 이들의 특기이다. ) 용가리는 꼬리로 63빌딩을 내리치며 눈깔을 부리부리하게 뜨지만 속으로는 슬퍼서 운다.  인간은 이처럼 재난이 몰려오면 그때부터 정신을 차린다. 불이 빌딩을 덮칠 때, 물이 도시를 점령할 때 비로소 가족이라는 가치를 깨닫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인간의 속성이 아니었던가.  카메라가 살아남은 가족끼리 꽉 쥔 손'을 클로우즈업해서 보여주다가 이내 물러나면 폐허의 잔재가  보인다. 이 폐허는 다시 복원될 것이다.  파괴는 괴물이 하지만 건설은 이명박이 할 것이다. 그리고 재난이 끝나면 콘돔은 불타나게 팔릴 것이다. 산부인과 사업도 번창할 것이다. 이처럼 가족을 구원/복원'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다. 명심하도록. 괴물은 악당 캐릭터를 연기하는 마음 여린 액션 배우다. 반면 짐승 같은 인간'은 악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선을 행한다. 그러므로 선'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다. 선한 선이거나 선을 가장한 악이거나 !  사실 선은 잘 표현되지 않는다. 어떤 선행이 지나치게 선명하거나 잘 표현된다는 사실은 선이 아니라 위선'일 확률이 높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홍상수의 말은 틀렸다. 괴물 같은 짐승은 짐승 같은 인간'에 비하면 선한 자'다.

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시키는 것은 괴물 같은 짐승이 아니라 짐승 같은 인간이다. < 자연 > 의 반대말은 < 인간 > 이지만 < 인간 > 의 반대말은 < 인간 > 이다. 인간을 파괴시키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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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이 2014-01-04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을 파괴시키는 것은 오로지 인간이다, 인간의 반댓말을 인간이라는 말 좋네요. 오랜만에 오소리 입말 사전 보는 느낌이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4 20:03   좋아요 0 | URL
깻잎 오소리 입말 사전에서 발췌했습니다. 미리 작성해 놓으니 필요할 때마다 긁어다 쓰는데 무지 좋아요.어서 오소리 입말 사전을 완성해야 하는데... 쩝...

까레이 2014-01-0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소리 입말 사전 완성 기대하겠습니당ㅋㅋ 진짜 재밌게 봤어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4 21: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서 사전을 완성해야 겠어요.. ㅋㅋㅋㅋ

비로그인 2014-01-05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내공이 느껴지는 통찰.. 정말요. 인간에게 필요한 것도, 인간을 파괴하는 것도 오직 인간 뿐.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5 13: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지구를 위해서는 인간만 꺼져주면 되죠.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인간이 사라지면 자원 고갈도 없고, 공해도 없고, 각자 알아서들 살아갈 겁니다.
인간만 꺼져주면 됩니다. 그게 진리라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은 인간에게서 구원을 찾지만, 인간이 누굴 구원할 만큼 훌륭한 인자'가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종은 멸종되어야 함..

비로그인 2014-01-05 13:17   좋아요 0 | URL
읭~ 전 그 정도까진 아니구요~
어찌 보면 노아의 방주 은유가 차선책일 수 있겠다. 그 정도에요.

음. 요즘 곰곰발님 뭔 일 있으셨나 보다.
타르코프스키 작품들을 좋아하시는 분이시라.. 요 말씀은 완전히 믿진 않을래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5 14:45   좋아요 0 | URL
헤헤... 제가 오버했군요. 요즘 자주 오버해요.. 헤헤헤헤헤...
전 오래부터 인간이 사라져야 지구 생태계가 건강을 찾자 않나 싶습니다.
제가 너무 멀리갔어요.... 헤헤헤..

행인 2014-01-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발님 잘 읽었습니다. 이 책 보고 싶네요. 괴물이 액션연기하면서 속으로 울고 있다는 말이 너무도 인간적이네요 코믹하기도 하고요 ㅋㅋㅋ
요즘 드는 생각인데 싸이코패스는 죄책감이 없는것 같아요. 진정. 저처럼 회창한 일욜 오후 덜 떨어진 인간들은 심지어 guilty pleasure 따위가 있다는데 말이져..먼소리하다 갑니다 .. (터벅터벅)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5 14:46   좋아요 0 | URL
당연히 사이코 패스는 죄책감이 없죠. 최책감 있으면 사이코패스할 자격이 없습니다.
요 책, 분량도 적고 읽기도 편하고 쉽고 그래요....
읽기 딱입니다.....

행인 2014-01-05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분량도 적고 읽기도 편하고 쉽고 ㅋㅋㅋ
고맙습니다. 새해엔 책도 읽겠습니다 아, 알라딘 상 받으신 것 축하드려요 늦었지만 :)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5 15: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분량도 적도, 읽기 편하고, 쉽고.. 이 3고'가 소설의 미덕이죠. 대하소설은 아주 질색임...
 
모든 것은 빛난다 -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
휴버트 드레이퍼스 외 지음, 김동규 옮김 / 사월의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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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표현된 불행 ( 不行 )

 

 

 

 

 

 

나는 무늬만 목재인 것들은 절대로 쓰지 않는 구식 일꾼들을 안다. 그런 목재는 일에 전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안다. 숙련된 일꾼은 결심 판사과도 같다는 것을. 왜냐하면 나무는 대패(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나 도끼(역시 패물이 된) 아래에서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성질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손으로 느꼈기에 나의 눈으로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문외한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 채찍처럼 질긴 " 톱밥과 " 당근처럼 쐐기꼴을 한 " 톱밥의 차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으며, " 썩은 " 느낌과 " 푸석푸석한 " 느낌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참나무건 너도밤나무건 이런 차이들은 다 고르게 있다. 하지만 실제 작업을 해본 사람들만이 그것을 안다.

 

- 조지 스터트, The Wheelwright's Shop, < 모든 것은 빛난다' >에서 발췌

 

 

 

대한민국 기독교는 기복 신앙'에 뿌리를 둔다. 내 가족이 아무 탈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신앙 간증을 들어보면 "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 는 말은 틀린 말처럼 느껴진다. 레파토리'가 하나같이 똑같다. 개과천선'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결과를 신의 도움으로 극복한다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최루성 가족 드라마'다. 기적을 경험한 간증인은 매사에 감사요, 축복이니 할렐우야, 다.  대한민국 대표적 삐딱이'인 나는 이 거지같은 노예 근성 앞에서 눈물은커녕 콧물만 훌쩍거리게 된다.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를 가엽게 여겨서 선도 대상으로 선정한 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감동적인 설교에 감읍해서 주를 섬기는 종이 되고 싶다.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랑을 가르친 성자'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만 가르친 성자'라고 말하면 그것은 틀린 말'이 된다. 그는 사랑과 함께 아름답게 분노하는 법도 가르쳐준 성인'이었다.

 

그는 선동가였고, 혁명가였다. 그런데 대한민국 기독교는 이 대목은 쏙 빼먹은 채, 예수를 계룡산 뜬 구름 위에서 뒷짐 지고 설교하는 모습으로 이미지化한다. 우우, 하지 마라. 당신 입에서 와와, 를 기대한 것도 아니다. 예수가 당신의 소원 나부랭이 따위나 들어주는(당신의 간절한 소망 따위나 들어주는)  그런 하찮은 인물이라면 나는 차라리 산타클로스'를 신으로 섬기겠다. 붉은 악마 응원단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멋진 슬로건'을 내걸고 광장으로 집결했지만 4강의 기적은 간절한 기도가 응답한 결과가 아니라 홈 어드밴티지'가 적용한 오심이 결정적 이유였다. 당시에 우리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기세가 등등했고 허세가 하늘을 찔러서 앞을 보지 못했다. 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부흥 집회 때마다 간증 시간에 오르는 그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기적'은 신이 응답한 결과가 아니다. 만약에 신이 당신처럼 보잘것없는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라면 신은 당신보다 더 꾀죄죄한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자식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를 하거나 딸이 좋은 남편감을 만나도록 기도했을 때, 신이 그 응답을 들어주느라 바쁜 잔무에 시달려서 정작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상황을 모르고 지나쳤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진짜 신앙인'은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안다. 자기 자식새끼에 대한 청탁은 하지 말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기독교는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이유는 行 할 수 있으면서 不行 했다는 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모두 다 아는 바, 예수는 기적을 행하는 자'이다. 앉은뱅이를 서서 걸을 수 있게 만들었고 나병 환자의 병을 치유하였으며 앞을 볼 수 없는 자는 앞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부활하셨다. 하지만 예수는 기적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채찍이 살 속을 파고들어도, 못이 손과 발을 뚫어도, 한 모금의 물이 목숨보다 간절한 순간이 와도 그는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기적을 행하지 않았다. 나라면 그리고 당신이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 아마도 온갖 요술을 부려서 부귀영화를 누렸을 것이다. 내가 이 지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 " 예수는 < 나 > 가 아닌 < 너 > 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그런 점에서 사이비 한국 기독교 목사들이 믿음의 결과가 행복과 불행'이라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예수는 행(幸) 과 불행(不幸)'을 말한 자'라기보다는 기적을 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하지 않은 < 行과 不行의 철학 > 에 대해 말한 성자'였다. 기독교의 참된 미덕은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써 행복(幸福)을 얻으려는 욕망이 아니라 권력을 행할 수 있지만 행하지 않는 不行 에 있다. 초월적 힘을 남용하지 않으려고 했던 예수의 깊은 뜻이었다. 성서는 " 잘 표현된 不行 " 에 대한 텍스트이다. 그러므로 기적이 넘쳐나는 한국 기독교 간증 집회는 가짜'다.

 

< 모든 것은 빛난다 > 에서 저자는 호메로스를 통해서 다신주의를, 기독교를 통해서 유일신의 등장을 고찰한다. 저자가 보기에 일신주의는 전체주의적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이러한 부작용은 결국 니체가 신은 죽었다, 고 선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니체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것은 니체가 " 신의 죽음 " 을 선언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신'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니체는 무신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다신주의'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신은 죽었다고 말했을 뿐'이다. 저자는 6장 < 백경 > 을 통해서 " 우주는 인간에게 무관심하다 " 는 사실'을 읽어낸다. 내 식대로 말하자면 " 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 " 이다. 요즘 유행하는 < 응답하라 시리즈 > 로 설명하자면, 당신이 아무리 신에게 삐삐를 치고, 시티폰으로 통화를 시도해도 신은 당신의 전화를 생깐다. 그는 지구를 다스리는 자가 아니라 우주를 다스리는 자'다. 광활한 우주를 중심으로 보자면 지구는 모래알처럼 작지 않을까 ?  

 

당신이 자꾸 " 하느님, 응답해주세요 ! " 라며 징징거린다면 당신은 하느님을 꾀죄죄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불경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배교자(背敎者) 는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다. 결국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신의 응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내 이웃의 대부분은 노동자'다. 그러므로 노동자를 사랑해야 한다. 조지 스터트는  " 나 자신의 손으로 느꼈기에 나의 눈으로 아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문외한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 채찍처럼 질긴 " 톱밥과 " 당근처럼 쐐기꼴을 한 " 톱밥의 차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으며, " 썩은 " 느낌과 " 푸석푸석한 " 느낌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 " 다고 말했지만 배운 게 많은 놈들은 그 느낌의 차이를 허세 가득한 문장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는 있다. 대패를 만져본 적도 없는 놈들이 하는 말이니 그 말은 그럴 듯하자만 가짜다. 기적을 경험한 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훌륭한 목수가 연장 탓을 하지 않는 이유는 대패질을 하기 전에 이미 좋은 목재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연장을 망가뜨리는 것은 질 나쁜 목재'이니 자신이 가진 연장이 망가졌다는 사실은 좋은 목재를 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옛날, 예수는 목수'였다. 목수의 나무 木에 손 手다. 목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이득을 취하는 자가 아니라 오로지 팔의 힘으로 먹고 사는 독립적 인간이다. 그것은 신에 의지해서 징징거리는 나약한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어떤 숭고한 지점이다. 성경을 펼쳐 본다. 잘 표현된 不行'을 읽는다.   사진 속 남자는 목수의 아들'이었다. 그가 배운 것은 인간 서열에 따른, 인간 관계에 따라서 얻게 되는 이득이 아니었다. 오로지 手의 힘으로  가계를 이룬 숭고함이었다. 목수였던 아버지는 " 나 자신의 손으로 느꼈기에 나의 눈으로 아는 " 사람이었다. 아들은 커서 어른이 되었고,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으며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도 손으로 느꼈기에 눈으로 아는 사람'이 되었다. 건투를 빈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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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야 2014-01-02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훌륭한 뒷태를 지닌 목수의 아들이로군요.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저 사람의 아버지는 지금도 톱밥을 먹고 사신다고 합니다. 아직도 손에서 톱을 놓지 못하시니... 이제 연세를 생각하자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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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자식이라면... 뭘 해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해주는 것이 부모/신의 마음아니겠습니까...

<기복신앙 아웃>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6:26   좋아요 0 | URL
전 옛날부터 목수 = 예수'다 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습니다. 둘 다 수 字로 끝나잖아요. 제 아버지는 칠쟁이'였죠. 만날 옷에 뺑끼가 떨어져서 옷이 완전 무지개 작업복이었죠. 옛날에는 그 모습을 부끄러워했으나 돌이켜보면
참 자랑스러운 직업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멋집니까. 사람 등쳐서 이익을 취하지도 않고
스스로 일해서 땀의 대가로 가계를 일으켜다는 것 말이죠.
노동자가 숭고해지는 날이 오겠죠.
서울역 분신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 조롱하는 기사를 보면....
참, 이 나라는 도무지 어떤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연장을 든 손은 아름답죠. 그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참... 이 책 시간 나시면 읽어보십시요. 매우 탁월한 책입니다. 백경에 대한 해석은 탁월함...

나탈야 2014-01-02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딩때 생각이 납니다. 가정환경조사 한답시고, 학교에서 적어오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좆같아요. 아빠 직업... 부모님 학력사항... 집이 전세인지 월세인지...

그걸 적을 내야할 때마다 무지 스트레스 였어요. 어린맘에... 부끄러웠거든요.
엄마가 그걸 적을 때면 내 눈치를 살피곤 했는데... 알어서 거짓말로 적어주시더라구요.
아빠는 중졸인데- 고졸로 적고, 직업은 목수지만- 그냥 회사원이라고 적고.
엄마는 알았습니다. 그걸 내가 쪽팔려 했다는 걸.

빌라 지하 단칸방 살 적에는, 하교할 때 우리집 앞을 지나가는 학교애들이 없는 틈을 타- 후다닥 지하로 뛰어들어갔죠. 행여 어느 친구라도 날 발견할까봐서...

근데 언젠가 홍수가 나서 피신 차 주인집 3층에 잠시 얹혀 살때는 하교해서 집에 들어갈 때 보란 듯이 당당히 3층으로 걸어올라갔더란 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7: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사한 나턀야......
전 아버지가 뺑끼 노동자였지만 어머니가 유명한 강남 복부인이셔서 아파트에 살면서 시간제 가정부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정말 회게하시고 복부인을 부끄러워하며 종교인이 되셨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어릴 때는 이거 부모 자체가 좀 쪽팔린 존재였어요. 저도 어머니가 학교 오면 무지 창피해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노동자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한 이유는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들이 노동자라는 직업을 잘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내 친구 아버지는 구청 청소를 하셨는데 이 친구는 늘 자랑을 하더라고요.
하도 자랑을 해서 언젠가는 리어커 끌어준다고 새벽에 나와서 친구와 함께 친구 아버지 리어커를 끌어준 적도 있습니다.

나탈야 2014-01-0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페루애님 말씀이 옳습니다. 노동에 대한 잘못된 관념에서 비롯된 게 맞는 거 같아요.
세상에 부끄러운 일이란 게 어딨습니까?
조폭, 사채업자, 머 이런 거 말고 말입니다. (복부인은... 음... 잘 모르겠습니다. 악덕업자가 아닌 이상은...)
여튼.

환경미화 아저씨들이 이렇게 천대받는 나라는 아마도 대한민국밖에 없을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7:24   좋아요 0 | URL
정말 작년에 홍대 청소 노동자에 대한 홍대 총학생회 응대는 정말 끔찍하더군요. 멱살 잡고 침이라도 뱉고 싶었음.
다른 나라는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어느 정도 불편하지만 지지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거든요.
주종동 새끼처럼 월급부터 얼마네 따위로 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기득권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부자가 구두 업장 노동자를 무시하고, 구두 매장 관리 노동자는 이마트 노동자를 무시하고, 이마트 노동자는 청소 노동자를 무시하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이게 바로 그들을 먹여살리는 구조이거든요.
노동자가 노동자를 무시하고 경멸하면 박근혜의 뻘짓에도 콘크리트 지지율이 나오느깐 말이죠. 철도노동자를 경멸하는 주체는 이건희가 아니라 같은 노동자죠. 지도층은 이 구조를 우려먹으려고 할 겁니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합니ㅏ.

나탈야 2014-01-0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파업에 관하여, 귀족노조다 뭐다 임금문제를 걸고 가는 짓은, 애초 목적이 노동자 간 분열을 조장하는 책동입니다.
얼마를 받건 무슨 일을 하건 다 같은 노동자일 뿐인 건데, 거기에다가 계급질을 갖다 붙여 서로 간에 싸움박질을 하게 만들죠.
매우 몹쓸 짓.

프랑스인가? 울나라에선 대표적으로 귀족노조로 낙인찍힐 만한 <항공노조>가 파업을 해도 여타 저임금 기술노동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습니다. 이게 정상이에요.
임금의 차등은 현실입니다. 파일럿이 하나 만들어지기 위해 투입된 비용, 엄청난 경쟁률 등을 생각해 보면 고임금인 건 당연한 일입니다. 어떤 놈들은 근무시간까지 걸고 넘어지며, 임금에 딴지를 걸더군요. 그 놈들 논리로는 하루 8시간 내리 운항하고도 안정을 취할 시간 없이 다음날 칼같이 8시간 또 비행기 조종해야 형평성이 맞다는 겁니다. 승객 안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는 새끼들이거든요.

여튼.

노동자가 노동자 물어뜯는 좆가튼 현실이 이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유럽에는 국회의원들 조차 노동조합에 가입되어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개념이란 게 있어요.

울나라 국회의원들은 다 개새끼들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18:00   좋아요 0 | URL
이 새끼들은 철도 노동자가 무조건 8시간 운행을 해야 그게 노동인줄 압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국회의원은 국회의사당에서 8시간씩 싸워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희외원 연봉이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제일 비쌉니다. 그런데 정작 복지는 망국이다, 라고 주장한 국가들 스웨덴 이런 나라 국희의원 월급은 한국 국회의원보다 1/2배입니다. 거의 꼴찌 수준이에요. 한국은 서민 = 노동자' 라는 걸 인식 못합니다.

자신이 노동자이면서 노동자'라고 생각을 안 하고 서민이라고 생각하죠.
서민이 노동자인데 말이죠. 이런 인식을 잘 세뇌시킨 걸 보면 새누리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탈야 2014-01-0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노동자>라는 말을 쓰는 순간 <빨갱이> 인증하는 겁니다.

<노조>는 간첩들일 뿐인 거구요.

이게 지금의 대한민국.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21:17   좋아요 0 | URL
노동자가 빨갱이가 되는 나라라....
이건 모든 노동자를 인민이라고 생각하는 북한과의 차이점을
잘 못 느끼겠군요.....

만화애니비평 2014-01-02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만큼 기독교가 구복신앙에 가까운 체계는 없죠...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2 21:18   좋아요 0 | URL
구복신앙은 무슨 뜻인가요 ? 구할 구에 복 복이면 복을 구한다인데.. 흠흠...
같은 뜻이구만요... 구복'이란 단어도 있네요..

pB 2014-01-03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루루님 이 글 정말 좋아요! 이 글은 어떻게 스크랩 해 갈 수 없는 건가요? ㅜ_ㅜ 블로그에 담고시푸당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09:39   좋아요 0 | URL
음... 스크랩이라, 여긴 복사 허용 이런 기능도 없어서 저도 뭐라할 수 없네요.
그냥 긁기 하면 복사 안 되나요 ? 긁적글적....

만화애니비평 2014-01-03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복신앙이 원래 낱말이나 구복에 가깝죠. 복을 구하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1-03 09:40   좋아요 0 | URL
오홍, 글쿤요... 하긴 기복이나 구복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