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Punk 異般 - 레즈비언, 게이, 퀴어 영화비평의 이해
바바라 해머 외 지음, 주진숙 외 엮고 옮김 / 큰사람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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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분명히 보고 있어 !

 

 

이 글은 어제 올린 것을 보완해서 다시 쓴 글이다. 흔히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장애인을 소수자(minority)라고 지시하는데, 이런 식으로 계통을 분류하는 방식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소수'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인종차별주의는 < 숫자 > 가 아니라 < 권력 > 문제에 속한다.  동성애 사회는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이해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이 말 속에는 이미 자신이 속한 그룹(이성애 사회)를 우월한 위치에 놓고 동성애 문화를 깔보는 기만이 숨겨져 있다. 대가리 수로 계통과 계열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짓은 천박한 우생학'이다. 이 글 제목 < 그들은 분명히 보고 있어 > 는 실라 맥로린의 레즈비언 영화 < 그녀는 분명히 보고 있어 > 에서 따왔다.  

 

 

 

" 너나 잘하세요 ! " 와 " 잘 알지도 못하면서.... " 라는 말은  소크라테스의 " 너 자신을 알라 ! " 라는 격언과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옛날에는 < 모르는 게 약(藥)이고 아는 게 병(病) > 인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 모르는 게 약(弱)이고 아는 게 강(强) >인 시대가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 현대사회는 지식사회요, 정보사회'다. 중요한 지식, 정보, 인맥'을 독점하는 자'가 돈과 명예를 얻는다.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자면 : 그동안 나는 책에 대해 많이 아는 흉내를 냈으나 사실 쥐뿔도 아는 게 없다. 책이 관심 분야이기는 하나 전공 분야는 아니다. 아는 척했을 뿐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분야는 포르노'다. 느낌, 아니까 ! 교양인이 소쉬르를 통해 언어학을 배웠다면, 나는 포르노를 통해 언어와 정치와 자세'를 배웠다. 말씀 이전에, 아......  " 태초에 신음소리가 있었어. "

 

어두운 밤, 오르막길에 다다른 여성이 내지르는 교성은 나라마다 달랐다. 서양과 동양은 각각 < ㅗ > 와 < ㅓ > 에 가까웠고, 대한민국은 < ㅏ > 로 통일되었다. 아, 아아. 나는 신음소리만 듣고도 국적을 간파하는 " 감각의 더듬이 " 가 자라기 시작했다. 우우, 이상한 일이다. 다음은 미국 포르노와 일본 AV 를 다룬 글이다. 부분 발췌해서 올린다. 

 

 

 

 

가능성 : AV적 리얼리즘

 

미국은 포르노를 서부극처럼 찍는다. 미국 포르노는 배우들의 압도적인 육체를 풍경처럼 전시한다. 미국 포르노의 단 한 가지 특징을 꼽으라면 놀라울 정도로 과시적인 크기에의 집착일 것이다. 달리 말해, 미국 포르노는 와이드 사이즈 화면비가 어울리는 유일한 포르노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프리츠 랑은 2.35:1 시네마스코프 사이즈는 뱀과 장례식을 찍을 때 유용하다고 말했지만 미국 포르노라면 한 가지 덧붙일 것이다. 미국 포르노는 위압적인 남성의 성기와 여성의 가슴과 둔부의 크기를 과시하듯 전시한다. 허문영 평론가는 미국의 서부극(과 소수의 SF)의 위대한 성취 중 하나로 서사로 정돈되지 않는 리비도를 풍경이 끌어안으며, 서사적 기획과 긴장하는 시각적 기획의 전통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부극에서 리비도를 뿜어내며 서사를 끌어안고 있는 대전제로서의 풍경은 미국 포르노에서 배우들의 거대한 육체로 치환된다. 미국 포르노가 서사적 기획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미국 포르노는 서사적 상황 구축을 헐겁게 만드는 대신 차라리 표면의 코스프레에 관심을 둔다. 어떻게든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플롯을 귀찮다고 여기며 등장인물들의 표면적 지표로 상황 설명이 해결된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학교 안에서의 섹스를 다룰 때, 일본은 어떻게든 섹스가 벌어지는 상황 설정을 지루할 정도로 길게 설명하지만 서구의 포르노는 인물들이 교복을 입고 나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풍경화 된 인물들의 거대한 육체를 보여주는 것이 에로스의 측면에서 서사적 기획보다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한 시각적 효과가 서사적 기획을 앞서 나간다는 것이 미국영화의 형식적 전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서구의 포르노 중에서는 정반대의 전통도 존재한다. 이는 포르노를 예술영화처럼 찍는 것이다. 이 전통은 예술영화가 포르노에 영향을 준 것인지, 포르노가 예술영화에 영향을 준 것인지 모호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 이러한 종류의 포르노들은 대개 눈부시게 아름다운(‘예쁜이나 귀여운이 아닌) 배우들과 광고에 가까운 영상과 음악, 그리고 멋진 대자연의 풍경을 배경으로 삼는다는(미국 포르노에서는 배우들의 육체가 풍경의 대체재 역할을 수행하므로 풍경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중구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포르노들은 이상할 정도로 에로스를 숨기려 들고 그 자체(주로 배우들의 몸)를 미학화하려 한다.

 

이 때의 포르노는 충만한 자연의 풍경들을 서사적 기획 안으로 끌고 들어오지 않고 배경으로 남겨둘 뿐이다. 그로 인해 이 종류의 포르노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미지(자연 풍경과 배우들의 몸)에도 불구하고 숏의 길이가 가장 짧고 그만큼 숏의 사이즈가 가장 많으며 러닝타임도 매우 짧다. 말하자면 압도적인 물성의 이미지 앞에서 핵심(섹스)을 회피하려 들거나 이를 숨기기 위해 여러 곁가지들을 끌고 들어온다는 인상이 강하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스타일의 포르노를 보고 섹슈얼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반면 일본의 포르노(일본 AV가 아니다. AV에 대해선 뒤에서 더 질문하겠다.)는 이상할 정도로 구멍에 집착한다. 일본 포르노를 보면서 가장 의아해지는 대목은 여성의 항문이나 외음부 등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아내는 장면들이 나올 때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 포르노는 상황의 은밀함을 강조하기 위해 섹스가 벌이지는 앞뒤 상황의 서사적 기획을 중시하고 그 기획의 전통을 발전시켜 온 바 있다. 일본 포르노는 점점 더 상황과 공간을 축소시키고 제약을 넓힘으로써 역설적으로 은밀함을 서사 안에 녹여내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를테면 굳이 남편이 자고 있는 옆에서 섹스를 하고 굳이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는 식으로. 그런데 구멍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잡는 장면들은 전혀 은밀한 느낌을 불러내지 않는다. 이는 이상한 도착증의 기운이 감돌뿐이다. 일본은 축소 지향적 태도를 기반으로 포르노의 서사적 기획을 발전시켜 왔다. 그 서사적 기획의 결과물로서의 섹스가 진행될 때, 이와 같은 구멍에의 집착이 느닷없이 등장할 때 그 축소 지향적 기획의 그로테스크한 이면이 난입하는 것은 아닐까.

 

[출처] 가능성: AV적 리얼리즘|작성자 *******

 

 

 

글쓴이는 " 미국 포르노는 길이(페니스)에 집착하고 일본 AV는 깊이(구멍)에 집착 " 한다고 지적한다. 책만 읽는 알라딘 선비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세운상가 뒷골목에서 논 사람이라면 이 지적이 타당하다는 사실에 공감할 것이다.  미국산 클래식 포르노는 남근 길이에 촛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글쓴이가 미국 포르노를 서부극에 비유한 이유는 < 남근 = 권총 > 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남근이 우람할수록 그는 성능 좋은 권총을 가진 총잡이'이자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맡는다. 총잡이'이자 소방수인 배우는 불타는 건물 대신 (성적 불만으로 가득한) 뜨거운 여성 육체'를 진압한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 소방 호스'에서 쏟아내는 끈끈한 액체를 뒤집어쓰고 나서야 뜨거웠던 여성 육체는 차갑게 식는다. 남자는 여자를 뒤로 하고 떠난다.

 

반면 일본 AV는 남근을 최대한 프레임 밖으로 내쫒고 그 자리를 여성 성기'가 차지한다. 일본 AV는 애초에 남성 성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 미국 총잡이가 권총을 전시한다면 일본 사무라이는 칼을 휘두르지 않는다. 미국 포르노는 남자와 여자가 거의 동시에 빤스를 벗지만 일본 AV는 여자가 빤스를 벗고 나서 (한참 지나서야) 남자가 빤스를 내린다. 그것은 억지로 끌려나온다. 그렇다면 미국 포르노는 남근 중심 영화이고, 일본 AV는 여성 성기 중심 영화'라고 말할 수 있나 ? 포르노를 소비하는 주체는 모두 남성이지만 접근법이 다른 이유는 뭘까 ? 미국 포르노가 남근 중심인 이유는 포르노를 보는 관람 주체가 남성이기에 가능하다. 미국 남성 관객은 거대한 남근을 가진 포르노 배우를 자신과 동일화해서 1인칭 시점으로 포맷한다.

 

반면 일본 남성 관객은 제 3자가 개입될 때 흥분한다. 그래서 일본 AV 속 상황은 " 굳이 남편이 자고 있는 옆에서 섹스를 하고 굳이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는 식으로 " 전개된다. 이 상황극은 < 누군가가 반드시 보고 있다 > 는 환상을 제공한다. 은밀한 공간에 타자'가 개입하는 순간 판타지는 작동한다. 여기서 제3자(타자)가 장면을 훔쳐보든, 잠을 자든, 마네킹이 되든, 그것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바바리맨'은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느낄 때 절정을 느끼는 부류다. 그는 바바리'만 입고 발바리처럼 거리를 쏘다닌다. 중요한 것은 내 남근이 아니라 내 남근을 목격하는 제3자의 눈'이다. < 호모, 펑크, 이단 > 은 주류 영화는 물론이고 비주류에 속하는 동성애 영화, 포르노 영화 등을 통해 성정치학을 다룬다.

 

무엇보다도 로빈 우드의 논문이 두 편( 게이 영화비평가의 책임, 살기를 띤 게이들 : 히치콕의 동성애혐오즘 ) 아니 수록된 점은 무엇보다도 반갑다. 미국 클래식 포르노는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여성,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 혹은 백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으로 이루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배치'는 용납하지만,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이 한 조가 되는 포르노는 적다는 점이다. 그것은 주요 관객인 남성들이 백인 여자와 동양 여자'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포르노 속 흑인'은 무대 주인공이기보다는 우람한 페니스'만을 위한 까메오 출연에 불과하다.  포르노에서 흑인 남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우람한 페니스에 있다. 흑인 혁명 사상가 프란츠 파농은 < 검은 피부, 하얀 가면 > 이라는 책에서 " 흑인은 가려진 채 페니스로 전환된다. 그가 바로 페니스인 것이다. " 라고 말한다.

 

백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는 소방 호스에서 끈끈한 액체를 쏟을 때 백인 남성 얼굴을 확대해서 보여주지만 흑인 남성이 등장하는 포르노'에서는 사정하는 흑인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여성의 몸 위로 분출하는 거대한 소방 호스에서 쏟아내는 아찔한 수압을 보여줄 뿐이다. 검은 소방 호스에서 쏟아지는 수압을 감안하면 불타는 유전도 단번에 끌 수 있는 힘이다. 게이 포르노는 더욱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주의적'이다. 주로 백인 남성과 백인 남성 혹은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백인 남성과 흑인 남성이 짝패를 이루는 동성애 영화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검은 소방 호스에 비해 하얀 소방 호스는 마치 꾀죄죄죄죄한 수족관 속 개불처럼 보인다. 백인이 보기에 검은 소방 호스는 자기 것보다 스펙타클'하다.

 

그래서 게이 포르노는 백인 남성과 동양 남성이 짝패인 경우가 많다. 하얀 소방 호스가 뿜어내는 수압에 비해 동양인이 가지고 있는 소방 호스는 달동네 꼭대기 집 수도꼭지에서 새어 나오는 수압에 불과하다. 그래서 남자 역할은 백인이고 여자 역할'은 동양인이 맡는다. 그러니깐 동양 남자'는 깔리고 서양 남자'는 자그마한 동양인 엉덩이를 큰 손으로 잡으며 로데오 경기에 열중한다. 워, 워워워. 깔린 동양 남자'는 백인에게 복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어느새 카우보이가 되어 서부 시대를 재현한다. 백인은 마초이고, 동양 남자'는 계집애'다. 이 판타지는 결국 백인 남성이 동양 남자'를 강간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거꾸로 동양 남자가 백인 남성'을 강간하는 판타지'는 실현 불가능한 것인가 ?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그런 포르노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 노멀한 "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할리우드 주류 시스템에서 동양 남성과 백인 여성이 사랑을 나누는 영화는 없는가 ? 그런 것 같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런 할리우드 주류 영화는 없다. 한류 스타 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 닌자 어세션 >은 이종교잡에 대한 할리우드 백인 중심 사회의 거부 반응’을 드러낸다. 한류 스타 비'는 평범한 흑인여성’과 맺어진다. 끼리끼리 놀라는 메시지'다. 백인 마초 영웅이 흑인이나 아시아 여성과 정사 장면을 보여주는 영화는 많지만 반대로 흑인이나 아시아 남성이 백인 여성과 섹스하는 할리우드 주류 영화는 거의 없다. 영화 < 킹콩 > 은 백인 주류 사회가 얼마나 색깔에 민감한지를 제대로 보여준 블록버스터'다.

 

" 킹콩 " 은 흑인 노예, 쿤타킨테'다.  흑인 노예인 킹콩이 백인 여성을 욕망하는 순간, 백인 사회'는 킹콩을 불온한 존재로 인식한다. 킹콩이 반기를 들고 남근처럼 우뚝 솟은 엠파이어 빌딩 ( Empire : 제국, 제왕의 영토, 제왕의 주권, 황제의 통치, 절대 지배권'이란 뜻이다 ) 를 짓밟자 킹콩은 가차없이 제거된다. 왕좌'를 노리는 놈은 배,배배배배배신, 배반형이다. 동네 바보 형은 용서할 수 있어도 배반형'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백인 남성은 마음대로 흑인 여성이나 동양 여성을 가질 수 있지만, 흑인 남성과 동양 남성은 백인 여성을 욕망하는 순간 불온한 주체가 된다. 이 영화는 괴수영화가 아니라 노골적인 인종차별 영화'다.  영화 < 헐크 > 도 마찬가지'다. 하얀 피부는 용서할 수 있지만 녹색 피부는 용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영화도 인종차별 영화'다. 이 정도면 " 잰더 트러블 " 이 아니라 " 컬러 트러블 " 이다.

 

" 포르노적이다 " 라는 표현이 경멸을 내포하고 있다면 할리우드 주류 영화( 모두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또한 포르노적'이다. 진중권이 지적했듯이 현대인은 문자를 읽는 능력을 탁월하지만 이미지를 읽는 능력은 부족하다. 이미지는 강력한 어퍼컷 한 방'이 아닌 가벼운 잽-전략'을 구사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 할리우드 주류 영화는 가벼운 잽처럼 대중을 야금야금 세뇌시킨다. 문자 해독력도 중요하지만 이미지 해독력도 중요하다. 이미지'를 대할 때에는 < 무엇을 보느냐 > 가 아니라 < 어떻게 읽느냐 > 가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대중은 알게 모르게 나쁜 교육에 동참한다. 포르노를 지지할 생각은 없다. 같은 이유로 할리우드 주류 아카데미 영화를 지지할 생각도 없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요, 도토리 키재기,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쿤타킨테 같은 두툼한 입술을 오므라이스처럼 오므리며 나는 말하련다. " 너나 잘하세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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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4-05-27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르노 속 인종차별이라. 이럴 땐 사투리로 "되차" 라고 해줍니다. 지들이 우월한 줄 아는 것들이 뭔들 안그럴까 싶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7 12:56   좋아요 0 | URL
되차 ?! 대차다, 라는 사투리인가요 ? 진아 님 오랜만입니다..... 이민 가신 줄 알았씁니다.

samadhi(眞我) 2014-05-27 22:59   좋아요 0 | URL
네 사투리죠. 고등학교 때 윤리선생님이 이 말을 즐겨쓰셨죠. 이 말 할 때마다 우린 웃었지요. 가랑잎 구르는 소리만 들어도 웃음나는 여고생들이었으니.
대차다 가 아니고요. 제 생각엔 어원이 대차대조표에서 나온 것 같아요. 딱 맞아 떨어진다. 과연. 이럴 때 쓰는 표현입니다.
이 끔찍한 나라를 뜨고는 싶지만 능력이 안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8 04:25   좋아요 0 | URL
갈라파고스로 갑시다 ! 거북이 버스 타고 핀치 새를 비행기삼아 물고기나 잡자고요.

마립간 2014-05-2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주제와 연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TV에서 방영했는데 어린 저에게 꽤 충격이였죠. 이 영화가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도. (국내 첫 TV 방영 연도가 검색이 안 되고, 2014년 방송으로 나오네요.)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890

마립간 2014-05-27 09:11   좋아요 0 | URL
주연 배우를 보니 이 영화도 생각나는군요.
밤의 열기 속으로 In The Heat Of The Night, 1967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7 12:57   좋아요 0 | URL
지금도 보면 이 영화 당시로써는 무진장 파격이고 지금도 파격에 가깝습니다. 아마, 60년대가 미국 영화 황금기여서 그럴 겁니다. 이시기 헐리우드는 모든 금기를 영화로 만들고는 했죠. 80년 레이건이 장악하면서 미국은 급 보수의 길을 걷습니다. 미국영화는 60년대가 황금기였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5-2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을 좋아하는 애들이 미국애들이죠
거대한 페니스에 정액이 슝슝

곰곰생각하는발 2014-05-28 10:18   좋아요 0 | URL
물총이죠.. ㅋㅋ

손님 2015-02-0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할리우드 불편한 시선 킹콩 비 이종교잡에 관한 내용은 책에 적혀져있던 것인가요? 그 책 제목 알고있다면 가르쳐줄수 잇는지?

곰곰생각하는발 2015-02-01 20:59   좋아요 0 | URL
그냥 제 생각입니다.
 
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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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대한 나쁜 기억과 좋은 기억.

 

 

 

그동안 절판되어서 아쉬웠던 마크 쿨란스키의 < 대구 > 라는 책이 새롭게 꽃단장'을 하고 나왔다. 이 책이 다시 나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당신은 모르실거야. 이 책은 물고기 대구'를 통해 천 년의 역사를 다뤘다. 미시사 방법론으로 들여다보는 작은 역사'다. " 대구- 실크로드 " 라고 해 두자. 이 방면(미시사)에서는 카를로 긴즈부르크의 < 치즈와 구더기 > 가 대표적이지만, < 대구 > 라는 책 또한 미시사를 다룬 에세이 가운데 탁월한 책에 속한다. 거대 역사 담론에 질린 독자라면 꾀죄죄한 역사를 다룬 미시사가 꽤나 재미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비린내나는 물고기 한 마리'를 가지고 얼마나 깊이 있게 역사를 다룰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헤헤, 그런 걱정은 접어두시라.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도 새롭게 나온 이 책은 절판된 책에 비해 편집이 깔끔하고 다양한 자료(사진, 그림)이 첨부되어서 읽기 편하다.

 

여기에 절판된 책에서는 없었던 " 대구 요리에 대한 부록 " 도 서른 페이지 남짓 추가되어서 자료가 더욱 풍부해졌다. 여우처럼 눈치 빠른 이는 알아차렸을 것이고, 곰처런 느려터진 사람은 내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나.... 이 책 두 번 읽은 남자다 ! 내가 굳이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세세하게 요약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가 꽤 자세하다. 이 책 담당 편집자가 두 주먹 불끈 쥐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겠다는 야심이 보인다. 내가 이 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하나'다. 거제도에서 우연히 먹은 < 대구 맑은탕 > 에 기분이 좋아진 적이 있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서 늘 대구'라는 생선을 고맙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대구 생선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글은 내게 맛있는 쾌락을 제공했던 대구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 쓴 글'이다.

 

한국인에게 < 대구 > 는 고등어나 명태처럼 대중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명태가 대구목에 대구과의 바닷물고기'라는 사실을 알면 상황은 달라진다. 명태의 다른 이름이 바로 " 왕눈폴락대구 " 다. 그러니깐 가재는 게 편이듯이, 명태 또한 대구 편이다. 다음은 전에 써두었던 대구에 대한 글이다. 이 책과는 무관하니 안 읽어도 좋다. 파란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되는, 화끈한 밤 문화를 즐기시라던 주성영 의원 때문에 < 대구 > 이미지가 안 좋았던 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대구'라는 물고기가 얼마나 소중한 녀석인지 새삼 느낄 것이다. 대구, 좋다 !

 

 

 

 

 

 

 

추운 나라에서 온,

 

 

폭염의 도시 대구 출신인 송혜교'는 한류를 대표하는 연애인'이다. 신부님도 아니면서 건방지게 너의 죄를 사한다며 성호를 그었을 때에도 수컷인 우리는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할 수 없었다. 비록 그녀는 " 신부님 " 은 아니었으나 우리 모두는 그녀가 내 " 신부 " 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듯, 누군가는 님이라는 글자 하나를 삭제해서 가짜 신부님이셨던 송혜교를 진짜 신부'로 맞이할 것이 아닌가. < 님 > 하나에 울고 웃는다. 그녀는 < 가을동화 > 로 배용준과 함께 한류를 대표하는 스타'로 우뚝 솟았다. 요즘은 개나 소나 떴다 하면 다 한류'라고 말해서 한류의 가치'가 땅바닥에 떨어졌지만 그래도 몇몇은 굳건히 한류를 대표한다. 송혜교, 배용준, 싸이, 비 그리고 " 대구 " 도 있다. 대구 ???!!!

 

혹자는 대구'가 배우 진구의 형'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대구는 진구 형 대구 씨도 아니고, 박근혜의 영원한 빨대 대구도 아니다. 바로 생선 대구'다. 대구는 한류를 대표하는, 추운 나라에서 온 물고기다. 대구의 ABC 알파벳 이름을 보아도 대구가 한류성 어류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대구를 뜻하는 cod'는 cold'에서 알파벳 L'이 탈락했기 때문이다. 뻥이다 !!! 으하하하하하하하여튼 대구는 아이슬랜드/iceland'처럼 추운 나라'에서 노는 한류성 어류이기 때문에 난류성 도시인 대구의 화끈한 밤 문화'에서는 놀 수가 없다. 내가 < 대구 > 라는 물고기'를 처음 본 것은 대구가 아닌 거제'에서 였다. 내가 귀한 손님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거제도 형'은 나를 거제에서 대구 요리'를 가장 잘하는 요리집으로 안내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싶었다만 비린내나는 생선 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해서 시큰둥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온 음식'이 대구 맑은 탕'이었다. 멀건 것이 맹탕 같다. 숟가락으로 휘익 저으니 대구 몸통 하나가 전부였다. 음식에 들어간 식재료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 고추가루, 마늘, 양파 등 양념 범벅인 아귀찜과 비교하니...... 닝기미, 손님 대접이 이따위인가 ? 뿔다귀가 났다. 거제도 형이 말했다. " 아야, 묵어봐라 ! " 마지못해 숟가락을 들었다. " ..... 읭?! " 아, 이 깔끔한 맛이란 !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담백하며 칼칼한 맛이란 !! 그때 알았다. 정말 좋은 식재료'에는 많은 양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영광 굴비와 한우 꽃등심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것은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주재료'에 대한 강한 자신감 말이다. 비린내가 많이 날수록 그 생선'은 값이 싸다.

 

그리고 그 재료'로 만든 요리에는 향신료가 강하게 나는 부재료'를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지 비린내'를 잡을 수 있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대구 팬'이 되어 버렸다. 물론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지는 않는다. 매우 독특한 팬질'이다. 이토록 훌륭한 물고기'를 왜 옛어른들은 < ~ 魚 > 를 붙이지 않고 < 대구 > 라고 했을까 ? 대구'는 한자로 大口'다. 풀이를 하자면 입 큰 물고기'다. 맞는 말이다. 대구는 입이 무척 크다. 그리고 머리도 크다. 등신으로 구별하자면 3등신 정도 될까 ? 입 크고, 머리 크고, 3등신이다 보니 대구를 그리 탐탁하게 여기지 않으신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도 나처럼 처음에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다가, 머릿속에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하다가, 에이 시부랄... 이게 무슨 대접이냐고 속으로 생각하다가, 숟가락으로 건성건성 휘졌다가 한 입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외쳤을 것이다. 마, 디, 꾸, 나. 대구는 그 이후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맛있는 생선이 되었다. 이 생선이 얼마나 맛있었던지 결국에는 대구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72년부터 76년까지 영국과 아이슬란드'가 대구들이 모여 있는 곳을 놓고 대구 전쟁/cod war 을 벌이기도 했다. 이 정도면 서구 사회에서 대구의 맛'이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웃인 일본의 경우는 대구를 "타라"(魚+雪, たら)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기 "어"변에, 눈 "설"자'다. 대구 살이 흰 살'인 점, 그리고 한류성 물고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절한 작명이 아닌가 싶다.

 

것에 비하면 달랑 입 크다고 대충 대구'라고 지은 조상의 건들거리는 건성'에 또 한번 실망하게 된다. 이 좋은 생선을 말이다. 이 대구 때문에 전쟁'까지 했던 것을 보면 ( 전쟁이라기보다는 분쟁이다. 굳이 cod war'라고 부르는 이유는 냉전을 의미하는 cold war' 와 모양새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 대구'야말로 진정한 한류 스타'다. 내가 나이 지긋한 노인이었다면 이성관계에 고민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대구 같은 사람'이 되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 숭어처럼 멀쩡하게 생긴 건 맛이 없는 것이다. 횟감 중에 가장 맛 없는 게 숭어여, 숭어 ! 옛날 양반들이 예쁘장하게 생기고, 뭐냐... 그려 에스 라인 비스무리한 날렵한 몸매로 꼬리 살살 치니 혹해서 숭어'라고 지었지만 속은 무른 년이여. 이것아 ! 알긋냐 ? 뭐시라 붕어 ?! 붕어는 어떠냐고 ? 입만 붕얼붕얼거리는 것도 마찬가지여.

 

비린내가 을메나 지독하면 독한 양념 범벅이것냐. 지는 향수 뿌린다고 하드만 그게 어디 향수여 ? 간장이 향수여 ? 마늘이 향수여 ?!  그려 안 그려 ?  응,,, 응, 뭐시냐. 붕어 고년 아담한게, 착한 것처럼 눈 동그랗게 뜨고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만... 알랑가 몰라 ? 가시가 아주 지독혀 ! 둘 다 생긴 것만 멀쩡한 것이여. 대구 같은 아가씨를 만나, 알긋냐, 모르긋냐 ? 대갈빡 좀 크면 으뜨냐 ? 3등신이면 어떠냐. 잘 판단혀 ! 비린내나는 것들이 지 몸에서 독허게 썩는 냄새를 숨기기 위해설라문에 온갖 양념으로 향수를 뿌리는겨. 그런 것들이 호호 거리며 말끝마다 교양 운운하는겨.  남자도 마찬가지 아닌감. 정말 알찬 놈은 입이 무거운 법이여. 밥 좀 많이 묵으면 으뜨냐 ? 알긋냐 ? "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국은 대구맑은탕 같은 사람'이다. 겉치장이 요란하거나,

 

제법 비싼 종이로 명함을 만들거나, 뛰어난 언변'은 모두 비린내나는 몸내를 숨기기 위한 짙은 양념'에 불과하다. 다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독이 중요하며, 명함 또한 중요한 것이 아니란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나는 문재인을 지지했다. 그는 대구'처럼 소박했다. 별다른 양념 없이 끓는 물에 굵은 소금 한줌이면 진국이 되는, 맑은 후보였다. 그런 그가 대구를 대표하는 인물과 싸웠으나 정권 창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 실패'는 감동적이었다. < 밀리언달러베이비 > 에서 늙은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 시합에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

 

 

 

대구는 추운 나라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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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 2014-03-2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구에 대한 예찬이 처음은 아니지요
볼때마다 새롭고 재미져서 꼼꼼히 읽어요 :)

남자는
꼭 그것같은 놈으로다 고를게요
거둬내버릴 짙은 양념이 필요없는
맑은 대구탕 같은.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6 13:10   좋아요 0 | URL
남자도 여자도 다 대구 같은 사람이 최고 아니겠습니까.
제가 옛날에 붕어 먹다가 가시 걸려서 119 실려간 적 있습니다. 하여튼 응급실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보기 싫은 사람 보면 자꾸 붕어 생각이... ㅋㅋㅋㅋㅋㅋㅋ.
적어도 대구는 가시에 걸려 죽을 위험은 없어요. 크잖아요.

엄동 2014-03-26 13:3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붕어가시걸려 119간거랑 보기싫은 사람이랑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ㅋㅋ 무튼 참 다이나믹하시다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히는 곰발님
다음에는 그 가시"가 목이 아닌 이에 걸리는 것으로~
목에 걸려 돌아가시"기라도 하면 우린 너무 심심해지니까요
다음엔 히가시"노게이고같은 사회비판적 서스펜스 작가의 작품도 소개해주셈
뜬금없지만 가시"고기는 참으로 강력하 최루성 작품이었지 말입니다
이런 댓글을 쓰고 있는 저도 참 가시"방석입니다만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6 14:10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1,2때 였을 겁니다. 목에 가시가 걸렸는데 그냥 방치했더니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던 기억이 나요. 119는 아니고 하여튼 병원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다음부터 생선을 잘, 특히 민물은 질색합니다. 붕어 처다보기도 실습니다.

게이고는 저 그닥 좋아하질 않아서... 엑스의 헌신'은 참 좋습니다만....

봄밤 2014-03-2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라니! 구미가 땡기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부제도 남다르네요. 하하.
!!!<해삼의 눈> 생각났어요! 혹시 보시지 않았다면 추천합니다. 진짜 진짜 재밌어요. 이것이야말로 미시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부제를 읽어드립니다. '함경도에서 시드니까지 문명 교류의 바닷길을 가다.' 히힛.
뿌리와이파리 책 대체로 좋습니다. 오파비니아 시리즈도 추천 꽝꽝.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06:14   좋아요 0 | URL
콜 !! 뿌리와이파리는 책 디자인에 신경이 많이 쓰죠. 그리고 무엇보다 제본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해삼의 눈'이라.... ㅎㅎㅎ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이번 달에는 읽을 책이 산더미여서 다음달에 지를 생각입니다. 이런 미시사 좋습니다.

오파비나이''' 라. 검색 좀 해봐야겠군요...
그나저나 대구는 가봤지만 구미'는 간 적이 없네요. 구미 여행, 구미가 땡기네요....
여행할 때는 목포를 정한 후 부산 떨지 말고 친구 차 대전해서 속 수원하게 놀다와야겠습니다.

수다맨 2014-03-27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 초밥왕 같은 만화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재료가 7이고 요리사 솜씨가 3이다." 솔직히 청와대 요리사가 아무리 생선을 잘 지져도(?!) 바다낚시 가서 갓 잡아올린 생선 회맛에 비교가 되겠습니까 ㅎㅎ
재료가 좋을수록 오히려 별다른 조미료나 양념을 안 넣죠. 글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문장에 형용사나 부사가 많이 첨가된 글을 보고 있으면 참 괴롭습니다. 소재나 내용이 별다르지 않거나 디테일의 빈핍을 가리려고 할 때, 꼭 형용사라는 미원(?!)이 꼭 들어가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04:41   좋아요 0 | URL
아니 요즘 수다맨 님 소식이 뜸하십니다그려. 허허허허....
봄이니 술 한 잔 하셔야죠. 가만 보면 잘 만든 만화 하나가 소설 열 부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사와 형용사를 미원에 비유한 것, 좋군요. ㅎㅎㅎㅎㅎㅎ.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samadhi(眞我) 2014-03-2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멀쩡하게 생긴(?)-사실은 어찌 생겼는지 속살만 봐서 잘 모르겠지만요- 숭어회도 무척 맛있던데요^^. 대구는 진국이라는 이미지가 그려져요. 덩칫값(?)을 하노라고 푸짐하고 속을 풀어주는 개운함이 자주 먹지는 않지만 먹을 때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그런가 따뜻하고 가끔 생각나곤 해요. 아윽 먹고 싶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16:23   좋아요 0 | URL
사실 좋은 생선일수록 양념이 없는 법 아닙니까. 제가 비린내나는 생선을 잘 못 먹어요.
고등어, 인물고기 좀 싫어합니다. 숭어는 모르겠네요. 전어도 사실 잘 못 먹겠더라고요.
대구나 명태는 기름기가 없잖아요.
옛날에는 동태가 그렇게 흔했는데 말이죠. 저 옛기엉으로는
어머니가 막 박스채 사다가 먹고는 했어요. 동태찌개, 명태찜 이런 거 정말 흔했는데
이젠 어장이 씨가 말랐습니다. 잡을 만큼 잡아서 거의 초토화가 된 겁니다.

samadhi(眞我) 2014-03-27 16:58   좋아요 0 | URL
숭어회 비리지 않고 담백하고 고소합니다. 기회가 되면 드셔보세요. 생선파시는 분이 비린내를 못견디면 어이합니까. 그래서 이젠 명태류를 전혀 못먹겠어요. 방사능 무서워서. 90%이상을 수입한다고 하니 어떻게 먹겠습니까.러시아 애기들이 후쿠시마 근처에서 조업을 한다는 얘기에 김밥이나 샐러드에 즐겨넣던 맛살류도 끊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7 17: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맛살이 사실은 아마 명태살일 거예요. 대구살도 섞고.....
숭어회 안 비리군요 ? 전 전어회 사람들 고소하다고 하는데 비려서 저는 못 먹습니다.
튀기는 건 맛있더라고요.... ㅎㅎㅎㅎ.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체면은 사람을 죽인다.      

 

 

 

강신주는 <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다 > 고 말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부분적 발췌만 놓고 비난한다며 그를 옹호한 이도 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전체적 맥락을 고려한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 수치심이 없다는 말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소리이고, 이 말은 곧 뻔뻔하다는 말이다. 뻔뻔하다는 말은 무슨 소리인가 ? 낯짝이 두껍다는 소리 아닌가. 낯짝이 두껍고, 체면도 모르고, 염치없이 굴고, 염통머리없는 마음이 바로 수치심을 모를 때 발생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처럼 수치심과 관련된 말들을 종합하면 신체 부위 가운데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심장이 아니라 얼굴이다 !  인간에게는 고개 뻣뻣이 들고 다닐 < 쪽 > 이 필요하다고 강신주는 말한다. 강신주는 자본주의를 공격하면서 좌파 코스프레를 하지만 사실 그는 우파'에 충실한 사람이다.

 

실반 톰킨스'는 < 수치심 > 은 " 우파 정치의 가치관과 이념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정서이며 죄의식은 좌파 정치응 움직이는 핵심 정서 " 라고 말했다. 결국 강신주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때깔은  진보당보다는 새누리당에 가깝다. 그런 그가 반자본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웃긴 일이다. 그는 자신이 생산하는 " 문화상품권 " 을 팔기 위해 자본주의를 " 미끼 상품 " 으로 내놓는다. " 자본 " 을 가지지 못한 대중(비-자본)은 강신주가 한 말(반-자본) 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는 장사 수완이 좋은 사람이다. 강신주는 자본주의 문화 상품권을 반자본 상품처럼 판다. 능력 있는 새일즈맨이 알래스카에 가서 냉장고를 파는 꼴이다. 강신주가 냉장고를 버려라,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실천하는 이도 아무도 없다. 냉장고는 단순한 인문학적 제스츄어'이며 전체적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상징적 오브제에 불과하니깐 말이다.

 

공감은 하지만 실천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대중을 편안하게 만든다. 피로도'를 줄여준다는 말이다. 그는 냉장고를 버려라, 라고 농담처럼 말을 하지만 정작 이웃 구멍가게는 외면한 채 기업형 대형마트 가서 물건을 대량 구매하는 짓은 뻔뻔한 짓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군'말은 사람을 웃게 만들지만 참말'은 늘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니깐 말이다. 제임스 길리건의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은 강신주의 수치심'이 왜 우파 이데올로기인가를 설명한다. 미국인인 저자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설명하면서 공화당은 살인율과 자살률을 높이고 민주당은 살인율과 자살률을 낮춘다고 설명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무기는 100년 간의 통계'다. < 통계 데이터 > 가 자신이 주장하는 입장에 유리한 쪽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이 책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살인율과 자살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은 실직에 따른 수치심이라고 주장한다. 쉽게 가자 ! 굳이 미국 사회를 예로 들 필요도 없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고스란히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오버랩된다. 놀랄 만큼 닮았다. 한국 사회를 보자. 우파는 보편적 복지 혜택을 선심성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한다. 무상 급식 논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복지를 주장하는 것을 쪽팔린 짓으로 격하한다. 그 당시 신문 사설 논조는 하나같이 내 자식 점심만큼은 내 돈으로 먹이겠다는 메시지였다. 돌려서 말하면 복지를 주장하는 좌파를 거지 근성으로 설정한 후 부끄러운 줄 알라고 조롱한 말이다. 우파 언론이 쏟아낸 메시지는 아버지로써의 자존심(명예)를 지키라는 말이다. 그들이 보기에 좌파 진영은 수치심을 모르는 족속'이다. 이러한 태도는 강신주가 노숙자를 수치심도 모르는 부류라고 생각하는 것과 맥락이 같다.

 

노숙자는 수치심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영토가 없는 존재'다. 집도 없고 곁을 지킬 사람도 없다는 측면에서 노숙자는 기댈 수 있는 곁을 상실한 존재'이다. 강신주는 잃어버린 수치심을 찾아주는 것이야말로 갱생을 돕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말은 뻔뻔하다. 처음부터 그들은 수치심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다만 영토와 곁을 잃었을 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곁'이다. " 체면이 사람 죽인다 " 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맞는 말이다. 사람은 수치심을 느낄 때 폭력적으로 변한다. 실직이 오래 지속되면 사람의 얼굴을 갉아먹는다. 노숙자는 염통을 갉아먹어 얌통머리가 없거나 염치가 없는 존재가 아니라 얼굴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사람이다. 어떤 이는 노숙자가 수치심을 모르기 때문에 자살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자면 정말 그럴까 ?

 

노숙자는 수치심을 몰라서(뻔뻔해서) 자살을 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그들의 죽음에 대해 사회가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이다. 그들의 죽음은 대부분 행불 처리된다. 당신은 죽으면 인식표에 이름이 적히지만 노숙자는 죽으면 번호로 남는다. 철저한 외면이다. 그렇기에 자살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체면은 사람을 죽인다.

 

 

 

 

 

 


 

 

 

덧대기

 

수치심이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소양'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수치심이 지나치면 위험하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살인과 자살 중 상당 부분은 과도한 수치심 때문에 벌어진다. 가문의 수치'라는 이유로 간통한 여인에게 돌을 던져 죽이는 이슬람 형법 또한 수치심이 원인이며, 결투를 신청해서 칼싸움을 하는 햄릿도 수치심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모욕했다고 해서 우발적으로 혹은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살인도 지나친 수치심이 원인이다. 수치심이 지나치면 명예에 집착하게 되고, 사소한 수치심'에도 폭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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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미에르 2014-03-22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전 사주를 봤는데...전 부끄러움이 없어서
모든일에 막힘이 없다고 하던데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2 23:11   좋아요 0 | URL
후흑학이라고 있습니다. 두꺼울 후에 검을 흑을 써서 성공한 자는 대부분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은 사람이라고 했죠. 브라보, 이제 르미에르 님 가는 길에 거침이 없을 겁니다.
성공하시거든 마음을 비우고 얇은 박피에 파란 마음으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르미에르 2014-03-23 0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처럼 해맑다고 하던데요 -_-;
부끄러움이 없어서 아무한테나 막 치대고 도와달라고 하고...

위사람 아랫사람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개기는게 강해서 평생 남 밑에서 일해본적 없는...

그러다 진짜 힘 있는 사람한테 개기다 졸라 줘 터질수 있으니...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고...그래서 요즘 젤 중점 제 인생 학습사항 "겸손"입니다 -_-;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3 15:28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겸손이 결국 열쇳말일 겁니다.
전 항상 겸손이 턱없이 부족해서 쌍욕을 먹잖아요. 흑흑....

봄밤 2014-03-2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놀랍습니다.

책 말미에 가면
'의사는 본디 가난한 사람의 변호인이고 사회 문제는 넓게 보면 의사의 영역에 들어간다. (중략)
의학은 사회과학이고 정치는 규모를 키운 의학일 뿐'이라는 피르호(?)의 말이 나옵니다.
리뷰를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곰곰 더 읽어야지 했는데. '수치심'으로 읽어내셨군요.

곰발 님 글은 단절이 없네요. 그러니까
파도 같군요. 파도!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3 15:27   좋아요 0 | URL
읽고 나면 책 덮자마자 리뷰를 쓰자고 결심했고 실천 중입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없어요.
원래 정리를 하고 써야 하는데 그럴 시간도 없고
그냥 일단 첫 단어 자판 두둘기면 그냥 흐르는대로 쓰고 있는 설정이에요..

이 책 은근히 좋더군요. 사실 기대 안했거든요. 물론 통계라는 게 참 함정이 많은 장치이기는 하지만
꽤나 설득력이 있습니다.

samadhi(眞我) 2014-03-24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 두꺼운 빈대인생 몇 십여 년에 수치를 강요하는 사회, 세월로 주눅이 드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자존심 없는" 건 여전하지만. 언니들이랑 단체톡을 하다가 유치원 때 장학금을 10만원이나 받았던 조카 얘기가 나와서 제 인생의 전성기는 각종 상을 휩쓸었던 초딩 때였다고 하니까, 큰언니가 언제 우리 막내 화려한 시절로 돌아갈꼬? 하길래 화려한 거 좋아하지 않아. 라며 웃었지요. 큰언니는 큰딸 답게(?) 명예욕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초딩 때 이미 뗀 것을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4 20:40   좋아요 0 | URL
진아 님. 이 책 꽤 재미있습니다. 함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치를 강요하는 진영을 보수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부랑자나 가난한 사람을 보면 수치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하죠.
하여튼 재미있습니다.

진아 님은 이미 초등학생 때 모든 것을 초과했군요. ㅎㅎ. 전 화려한 것보다 쓸데없는 게 좋더라고요..

samadhi(眞我) 2014-03-24 20:44   좋아요 0 | URL
네. 꼭 읽을랍니다. 저도 주위 사람들에게 쓰잘데기 없는 짓만 골라한다고 늘 핀잔을 듣습니다. 탈중심에 집착하거든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런 것들이 좋아요. 에헤헤

곰곰생각하는발 2014-03-24 20:57   좋아요 0 | URL
오 제가 단속사회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탈중심사회입니다. 한국인은 너무 붙어요. 그래야 안심을 합니다. 전 이걸 자석사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로드™ 2015-06-07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얼마전에 김진혁 피디가 뉴스타파에서 다큐를 선보이면서 참고한 책으로 나오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sycs9iIMrSc&feature=youtu.be

책 읽는 양도 많고, 리뷰도 맛깔나게 풀어내시네요. 공력이 많으신듯~

곰곰생각하는발 2015-06-07 09:40   좋아요 0 | URL
네에. 이 책 읽을거리가 많습니다.
제로드 님도 함 읽어보십시오... 읽으셨을 것 같긴 합니다만... ㅎㅎ
 
구로사와 아키라 자서전 비슷한 것
구로사와 아키라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자소서 비슷한 것.

 

 

 

 

 

 

 

 

 

오즈 야스지로는 < 옆 > 을 잘 찍는 감독이기보다는 < 곁 > 을 잘 찍는 감독이다. 오즈의 카메라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끼어든다는 느낌 없이 곁에 머물면서 조용히 지킨다. 옆을 바라본다는 것과 곁을 지킨다는 것은 다른 느낌이다. 오즈가 다른 감독들과 다른 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 곁 " 을 포착하는 능력은 오즈가 가장 탁월했다. 반면 구로자와 아키라'는 < 앞 > 을 잘 찍는 아시아 감독에 속한다.* 관객은 종종 배우의 응시를 불편하게 받아들인다.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서양에서는 이 응시가 매혹적일 수 있으나 예를 중시하는 동양 문화에서는 자칫 무례하게** 보일 수 있는 구도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 구로자와 아키라 영화는 밖에서는 열렬한 찬사를 받았지만 자국 내에서는 짜디 짠 박대를 받았다. 일본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들은 오즈 야스지로의 위대함을 위해서 구로자와 아키라를 평가 절하시키고는 했다.

 

마치 김연아의 우아함을 위해서 아사다 마오와 비교 평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구로자와 아키라 영화를 매우 좋아했다. [ 거미의 성 ] 은 셰익스피어 연극을 영화로 만든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탁월했고, [ 숨은 요새의 세 악인 ] 은 영화가 활동극'으로 불린 이유를 깨닫게 해준다. 그런 그가 자서전 비슷한 것을 쓴 모양이다. 그래서 제목도 < 자서전 비슷한 것 > 이다. 역자 후기를 보니 < 자서전 비슷한 것 > 은 1978년 3월 ~ 1978년 9월까지 신문에 연재한 것을 덧대고 재구성해서 단행본으로 나온 책으로 구로사와 감독이 부제로 붙인 이름이 " 자서전 비슷한 것 " 이라고 한다. 그러니깐 이 책은 < 데루수 우자라 / 1975 > 와 < 가게무샤 / 1980 > 사이의 긴 공백 기간에 쓰여졌다. 칠순에 가까운 그가 지난 일을 떠올리며 쓴 글이다. 사실 이 책을 펼쳐놓고서는 한동안 당혹스러웠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 라쇼몽 ] 이후에 만들어진 영화 현장이었는데 이 자서전 비슷한 것은 " 라쇼몽 " 까지만 다룬다. 아뿔싸, 책을 살 때 차례'를 자세히 보지 않은 탓이다. 더군다나 전체 가운데  2/3는 감독이 되기 전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실망은 1,2장만 넘기면 글 솜씨에 빠져들게 된다. 그는 훌륭한 감독이기에 앞서 탁월한 시나리오 작가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만든다. 자서전에서 보이는 그 흔한 허세'가 보이지 않는다. 직설적이며 화를 잘내는 성격이 글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자상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달달하게 말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차 한 잔 마시며 진지하게 예술혼에 대해 말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왁자지껄하는 저잣거리 술집에서 불알친구들과 모여 낄낄거리며 수다를 떠는 것 같은 분위기'다. 그렇기에 그의 필모그라피 중 가장 화려했던 시기가 아닌 어렵고 힘들었던 애송이 시절에 집중했는지도 모른다.

 

모든 글이 꼭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관동대지진 때 벌어진 재일 조선인에 대한 흉흉한 소문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감동적이며 서른이 되기 전에 자살한 형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구로사와의 글빨에서 불구하고 찜찜함은 남는다. 감독 스스로가 말했듯이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다. 미완으로 남은 자소서 같다.

 

 

 

 

FIN

 

 

 

 

 

 

 

 


 

 

구로사와 아키라 영화(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로사와 영화는 < 거미의 성 > 이다.

▦ < 거미의 성 > 을 볼 때 늘 궁금했던 점 하나가 마지막 장면이다. 1957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이니 특수촬영으로 화면을 조작할 리는 없는데 와시즈(미후네 도시로가 )가 수많은 화살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 리얼 " 했기 때문. 하지만 이 책 부록에 해당하는 필모그라피에는 그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청천벽력 같은 사실이 폭로된다. 다음과 같다. " 와시즈가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을 피해 도망가는 라스트신에서 와시즈 역을 맡은 미후네의 공포에 질린 얼굴은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대학의 궁도부원들에게 미후네를 향해서 화살을 쏘게 했다고 한다. " 맙소사 ! 미후네의 영화 속 공포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던 것이다.  한국 양궁 선수라면 모를까 ? 실력이 꾀죄죄죄한 일본 대학 궁도부원들이 진짜로 미후네를 향해 화살을 쏜 것이다.  화살이 그를 향해 비처럼 쏟아졌는데 그중 한 발이라도 엇나갔다면 미후네는 어떻게 되었을까 ? 문득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 피츠카랄도 > 가 떠올랐다.  구로사와가 화살을 쏘았다면 헤어조크는 권총으로 배우를 협박했다. " 연기할래, 아니면 죽을래 ? " 둘 다 약간 미친 감독 같다.

▦ < 천국과 지옥 > 은 카메라의 동선과 배우의 동선이 서로 얽히지 않고 유려하게 치고 빠질 수 있는 신기를 보여준다. 오랫동안 호흡을 함께 한 탱고 같다. 집중력을 잃지 않는 힘, 그것이 바로 구로사와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다.

▦ 구로사와는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겨울에 찍고 반대로 겨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여름에 찍는, 아주 못된 버릇이 있다. 그래서 촬영장은 전쟁터 같은 치열함이 있었다고 한다. < 살다 > 라는 영화는 겨울이 배경인데 이 영화는 여름이 찍었다. 아, 불쌍한 시무라 다카시. 눈이 펑펑 내리는 놀이터에서 ' 곤돌라의 노래 ' 를 부를 때 얼마나 더웠을까 ? 시무라 다카시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장면은 구로사와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까 싶다.  

▦ 개인적으로 구로사와에게 영광을 안긴 < 라쇼몽 > 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구로사와 영화치고 심심한 영화에 속한다. 혹여, 이 영화 한 편 보고 지레 실망해서 그의 다른 영화를 보지 않기로 했다면 당신은 큰 실수를 저지르는 꼴이 된다.

▦ 그는 꽤 굵직굵직한 해외 문학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 < 거미의 성 > 은 [ 맥베스 ] 가 원작이고, < 밑바닥 > 이라는 영화는 막심 고리키의 [ 밑바닥에서 ] 가 원작이다. < 요짐보 > 는 대실 해밋의 [ 피의 수확 ]에서, < 란 > 은 [ 리어왕 ]에서, < 백치 > 는 제목 그대로 도스토엡스키의 [ 백치 ]에서, < 살다 > 는 톨스토이의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

▦ 러시아가 구로사와를 초대해서 < 데루수 우잘라 > 를 찍었는데 그것은 러시아 문학 작품을 꾸준히 영화로 각색한 노 감독에 대한 답례처럼 보인다. 실제로 영화 제작 및 투자를 담당한 러시아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참견을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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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퀸 2014-02-21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읽을만 한가요? 제 블로그에 구로자와에 대한 글도 아니고 블로그 포스팅 한 글에 구로자와 이름이 있었는데 이 책 낸 출판사에서 서로 이웃 신청하더군요 ㅎㅎ 흥미로워 보여서 살까 생각은 하고 있는데. 이게 예전에 나왔던 감독의 길의 정식 버전이라고 하던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1 04:1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감독의 길'이죠. 이전 책이 영문 번역이었다면, 이 책은 원판 번역.. 이게 맞는 말인가?! 하여튼...
촬영현장이나 우리가 흔히 알고 싶어하는 이 영화 이 장면 어떻게 찍었지 ?! 이런 굼금증을 해소해 줄 것은 하나도 없다는 측면에서는 좀 아쉽습니다. 그냥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는 좋으나 전문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다는 측면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죠. 퀸 님에게는 별 득이 안 되는..
그러니간 나 같은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 그냥 읽기에는 좋지만 기술적인 노하우를 얻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매직퀸 2014-02-21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답변 감사. 인생 이야기가 사실 더 궁금하고 흥미롭긴 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1 05:11   좋아요 0 | URL
책 아주 재미있습니다 ! 읽어보세요. 문장력도 좋아서 책이 술술 읽힙니다. 딱딱하지 않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4-02-2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후네 도시로와 구로자와 아키라는 늘 함께 떠오르더군요.나중에 대판 싸우고 결별했지만...이 자서전에는 미후네 도시로에 대한 언급은 어느 정도 나오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2-22 05:55   좋아요 0 | URL
아, 노이제자이트 님 오랜만입니다. 후후.
미후네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는 않아요. 워낙 , 라쇼몽 까지만 다뤄서 말이죠.
하지만 읽어볼 만한 후일담입니다.
 
셜록 홈즈 전집 양장 세트 - 전9권 (2판) - 일러스트 500여 컷 수록 셜록 홈즈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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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500조각짜리 직소 퍼즐'을 바닥에 쏟자. 개별적으로 평가했을 때에는 이 조각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부스러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당신은 색깔 별로 조각들을 모을 것이다. 그런 다음 조각 면이 서로 맞물리는 조각들을 찾아 연결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맞추다보면 형체를 알 수 없는 부스러기'는 점점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는 낮게 외칠 것이다. 아, 모나리자 !  바닥에 어지러이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 의미가 없었으나 순열에 따라 조각을 배치하다 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 모나리자 > 그림을 복사한 직소 퍼즐이 완성이 된다. 이 지점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깨달았을 것이다.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직소 퍼즐 조각들은 엔트로피 상태이고, 순열에 따라 배치되어 완성된 그림은 네트로피 상태'다.

 

사실 간략하게 서술했지만 엔트로피 개념은 매우 난해하다고 한다. 그냥 여기서는 엔트로피는 무질서를 네트로피는 질서'를 의미한다고만 알아두자. 내가 직소 퍼즐을 빗대서 엔트로피와 네트로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이유는 추리 소설의 구조가 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추리 소설은 기본적으로 500조각짜리 퍼즐 조각을 바닥에 흩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소설가는 각각의 조각들을 나열한다. 독자는 소설가가 나열한 조각이 살인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이 조각이 어떤 형체인지는 알 수가 없다. 또 어떤 조각은 중심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작가는 동등한 자격으로 병렬 서술을 한다. 결국 독자는 소설가가 흩뿌린 조각을 순열대로 재배치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추리'이다. 500조각이 순열대로 배치가 되는 순간, 의미 없어 보였던 부스러기'는 범인의 얼굴을 완성한다. 범인은 바로 모나리자'다 !

 

결국 추리'란 엔트로피를 네트로피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다. 당신이 모래 한 줌을 쥐어 우주 공간에 흩뿌렸다고 치자. 우주라는 공간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공간이기에 이 광활한 우주에서 무질서하게 흩어진 모래를 인식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한 줌의 모래가 당신 손에 모여 있다면 우리는 모래를 인식하게 된다. 물리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명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열역학 제 2법칙'이다. " 에너지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한다. " 이 난해한 물리학 개념'을 저잣거리 입말로 바꾸면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가 된다. 셜록 홈즈가 처음 등장하는 < 주홍색 연구 > 에서 홈즈는 " 나이는 대략 마흔셋이나 마흔넨쯤 " 되는 남자의 죽음을 수사하는 것으로 위대한 홈즈 신화의 서막을 알린다. 사실, 살인 사건'을 물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엔트로피 상태'이다.

 

살인이라는 행위는 질서를 무질서 상태로 만드는 에너지'이니깐 말이다. 여기서 살해당한 시체는 직소 퍼즐 조각처럼, 우주에 뿌려진 한 줌의 모래처럼, 흩어진 존재'다.  < 주홍색 연구 > 에서 첫 번째 시체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모자 또한 뒤집어진 채 옆에 떨어져 있고 팔은 양쪽으로 넓게 벌린 채 있는 반면 다리는 꼬여 있다. 이처럼 통제가 되지 못하고 제각각 흩어지면, 죽는다. 살인 현장'은 엔트로피 상태에 있다. 법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질서(법)를 무질서하게 파괴한 결과'가 바로 범죄 현장'이기도 하지만 네트로피的 시선으로 보아도 범죄 현장'은 전형적인 엔트로피 상태'이다. 체내에서 순환되어야 할 피는 밖으로 흩뿌려져 있고, 신체 일부분은 토막난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소지품 또한 농수로 밑이나 사건 현장에서 10km나 떨어진 장소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결국 범죄 현장은 흩뿌려진 상태'라 할 수 있다. 즈는 무법자를 잡아 사회로부터 격리시킴으로써 무질서한 상태를 다시 질서 상태로 돌려놓는다. 홈즈의 매력은 중심 사건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을 것 같은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로 엮는 데 있다. 그가 탐정이라는 직업을 갖지 않았다면 아마도 솜씨 좋은 퀄트 장인이 되었을 것이다. 코난 도일이 쓴 홈즈 시리즈'는 시작부터 독자들에게 열광적 지지를 얻은 것은 아니다. 장편 소설인 < 주홍색 연구 / 셜록 홈즈 전집 1> 와 < 네 사람의 서명  / 전집 2 > 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코난 도일은 단편 형식으로 바꿔서 잡지에 연재했는데 바로 이 작품들이 대중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얻게 된다. 독자들이 어린 시절 기억하는 사건들은 대부분 < 셜록 홈즈의 모험 / 전집 5 > 와 < 셜록 홈즈의 회상록 / 전집 6 > 에 수록되어 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한 에피소드여서 소개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지만 코난 도일은 부와 명예를 안긴 셜록 홈즈 시리즈를 경멸했다고 한다. 홈즈 시리즈'가 자신의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 셜록 홈즈의 회상록 > 에 수록된 " 마지막 사건 " 에서 홈즈는 숙적 모리어티 대령과 함께 계곡에 떨어져 죽는다.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 홈즈는 내게 언제까지나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남아 있으리라 (382쪽) " 추측건대, 그는 이 마지막 문장을 작성하고 나서 앓던 이가 빠진 듯한 통쾌함을 느꼈을 것이다. 코난 도일은 홈즈를 애도하며 "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지혜로운 " 사람이라고 슬퍼했지만 속으로는 기쁨의 찬가를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도 잠시. 그는 홈즈를 죽인 죄로 독자들로부터 평생 들어도 모자랄 욕을 먹는다.

 

그래서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홈즈를 위해 글을 써야 했다. 바로 그 작품이 유명한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전집 3 > 이다. 홈즈가 죽는 < 마지막 사건 > 이 1894년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홈즈를 살려내라는 대중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오랫동안 버티다가 1902년에 가서야 < 바스커빌 가문의 개 > 를 내놓는다. 물론 홈즈가 살아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왓슨이 홈즈를 추억하며 지난날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꾸며진 작품이니 말이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악몽은 불쾌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 창조한 괴물이 자신의 손을 벗어나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공포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독자들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혹은 무의식적 반영인지는 모르겠으나 홈즈를 조롱하게 된다. "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

 

삐에르 바야르는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라는 제목은 The Hound of  Baker   ville' 로 읽힌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깐 < 베이커家의 개 > 라는 제목이 가진 숨은 속뜻은 < 베이커街의 개 > 라는 것이다. 가가 가다. 그러니깐, 家가 街라는 말이다.  베이커 거리(街) 는 홈즈의 주거지'이니, 홈즈는 베이커 하숙집에 사는 개'가 되는 것이다. 홈즈는 한순간에 명탐정에서 사냥개로 추락한다. 삐에르 바야르의 지적처럼 코난 도일은 중의적 은폐를 통해 홈즈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면 상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걸어둔다. ( http://blog.aladin.co.kr/749915104/6853860. ) 황금가지에서 펴낸 셜록 홈즈 전집 시리즈'에서 아쉬운 점은 출간 순으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시리즈를 읽는 맛이란 출간 순서대로 읽을 때 맛이 나는데 황금가지는 이 순서를 성의없이 섞어 놓았다.

 

그래서 출판서에서 정한 순서대로 셜록 홈즈를 읽으면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에게 품은 애증의 관계가 읽히지 않는다. 살리에르(코난 도일)가 모짜르트(셜록 홈즈)에게 품은 질투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다음의 순서대로 읽는 게 좋다.

 

셜록 홈즈 전집 1,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전집 2, 네 사람의 서명

셜록 홈즈 전집 5,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 전집 6, 셜록 홈즈의 회상록

셜록 홈즈 전집 3, 바스커빌 가문의 개

셜록 홈즈 전집 7, 셜록 홈즈의 귀환

셜록 홈즈 전집 4, 공포의 계곡

셜록 홈즈 전집 8, 홈즈의 마지막 인사

셜록 홈즈 전집 9, 셜록 홈즈의 사건집

 

< 셜록 홈즈의 귀환, 전집 7 > 에 수록된 단편 " 빈집의 모험, 1905年 " 에서 홈즈는 드디어 생환해서 독자 앞에 나타난다. < 마지막 사건, 1894年 >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것이다. 도일의 분신인 왓슨은 홈즈를 보자마자 기절하는데 홈즈가 이런 소리를 한다. " 왓슨, 정말 미안하이. 자네가 이 정도로 놀랄 줄은 꿈에도 몰랐네 ( 17쪽) " 작가와 캐릭터의 미묘한 신경전 때문이었는지, 홈즈가 건내는 말투는 이상하게 내 귀에는 왓슨을 향한 비아냥거림처럼 들린다. 이 말투는 마치 " 어랍쇼 ? 퍽이나 슬프지. 쇼 하지 말고 발딱 일어나게, 코난 도일 ! 인정머리하고는 좁쌀만큼도 없는 고약한 늙은이야 !!! " 라는 말로 들린다. 하여튼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를 다시 살려냈고, 홈즈는 씩씩하게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하는 열역학 제 2법칙을 거스르며 맹활약을 펼친다. 그는 흩어진 단서들을 모아서 조각을 짜 맞춘다. 하지만 모든 조각(증거)이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각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범인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조각도 있으니 말이다. " 명확한 사실보다 더 기만적인 건 없( 보스콤 계곡 사건, 전집5. 123쪽) " 다. 싸우는 과정에서 파손된 듯한, 11시에서 멈춰버린 피해자의 시계는 역설적으로 11시에 알라바이가 확실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살인자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위해서 시곗바늘을 6시에서 11시로 설정한 후 망가트렸을 테니 말이다. 코난 도일은 홈즈 시리즈 마지막인 < 셜록 홈즈의 사건집 > 을 엮어 내놓으면서 서문에 " 좀더 진지한 나의 문학 작품이 홈즈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 이라고 투덜댄다. 그는 홈즈 시리즈를 끝내는 그 순간까지도 셜록 홈즈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기보다는 가자미 눈으로 흘겨보았다.

 

이처럼 도일이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모순적 감정으로 대했듯이 독자 또한 코난 도일을 같은 방식으로 대한다. 대중은 홈즈에게 열광했지만 반대로 작가인 홈즈는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 하지만 어쩌랴 !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홈즈에게 열광하는 나 같은 독자가 있으니 말이다.  홈즈가 없었다면 이 지루한 시대를 어떻게 버텼을까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홈즈여, 가는 길에 영광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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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2-08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과 상관 없지만 ; 제가 무척 갖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직소 퍼즐의 하나입니다. 이 직소 퍼즐은 그림이 없습니다. 하얀 백지죠. (맞추기 전에도 하얀 조각, 맞춘 후에는 하약 백지) 이 조각은 오로지 요철로써만 맞출 수 있습니다. 검색을 몇번 해봤지만, 아직 국내에는 없은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4-02-08 14:24   좋아요 0 | URL
아 !!!!!!!!!!!!!!!!!!!!!!!!!!!!!!!!!!!!!!!!!!!!!!!!!!!!!!!!
그냥 프링팅 안 된 직소 말씀하시는 거죠. 오로지 조각 틀의 형태로만 짜 맞춰야 하는
그런 것 말씀하시는 거죠. 오, 저도 그거 함 도전해 보고 싶네요.
그런데 그걸 과연 맞출 수가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