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에 대한 시대 유감 










영화 << 웬디와 루시 >> 에서 주인공 웬디는 낡은 차를 끌고 반려견 루시와 함께 알래스카를 향한다. 그곳에 가면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는 고장이 나 엔진이 멈춘다. 그녀에게는 500달러가 전 재산이지만 차 수리비는 그녀가 가진 돈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이 우연한 불행과 불행한 우연 앞에서 그녀는 오리건 주 작은 마을에 발목이 묶여 오도 가도 못 가는 신세가 된다. 빈털터리가 된 웬디는 동네 마트에서 개에게 줄 싸구려 통조림 몇 개를 훔치다가 그만 식료품점 아르바이트 청년에게 발각된다. 식료품점 점원은 그녀를 점장에게 데리고 가서 그녀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 개 먹이도 구할 능력이 없는 주제에 개를 키우면 안 됩니다. 모든 규칙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 용서 대신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점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점장은 그녀를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웬디를 구치소에 가둔다. 


그 사이에 루시(개 이름)는 사라진다.  이 영화에서 악인다운 악인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지만1)  능력주의와 공정주의를 강조하며 용서보다는 처벌을 강조하는 식료품점 아르바이트 점원은 악인보다 더 무자비해 보인다. 하나의 불행이 또 다른 불행을 낳고, 그 불행이 도미노처럼 자립의 기회를 연속으로 쓰러트릴 때 웬디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  이 불행은 전적으로 웬디 개인의 능력 문제일까 ?  가난하다는 것은 시간의 속도가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절차는 부자보다는 가난한 자일수록 복잡하고 까다롭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루시는 임보자의 보살핌 아래 마당 넓은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녀는 사랑하는 개 루시를 위해서는 무엇이 현명한 선택인가를 알고 있다. 돈 벌어서 다시 오겠다는 웬디의 다짐에는 힘이 없다. 마치, 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링 위에 오르는 복서처럼 말이다. 감독은 극빈층으로 전락한 웬디에게 자본주의의 도덕 강령인 능력주의와 공정주의가 얼마나 냉혹하게 그녀를 단죄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식료품점 아르바이트 점원처럼 공정을 강조하는 쪽은 공화당 트럼프 지지자였을까, 아니면 민주당 힐러리로 대표되는 진보 엘리트였을까 ?  


트럼프 지지자들은 현실은 불평등한데 공정만을 강조하는 진보 엘리트들의 위선에 넌더리가 났고, 그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괴물의 탄생이었다. 마이클 샌들은 << 공정하다는 착각 >> 이라는 책에서 " 공정함은 곧 정의 " 라는 통념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재능과 노력이 만든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공정을 추구하지만 능력주의는 전혀 공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한다고 말한다.  마이클 샌들의 지적은 트럼프를 지지했던 저학력 백인 노동자의 불만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JTBC 전국노래자랑 쇼 프로그램인 << 싱어게인 >> 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마이클 샌들이 정의한 " 능력주의의 폭정2) " 과 맥을 같이 한다. 제작진은 이름을 지우고 번호를 부여한 무명 가수들에게 "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 " 라고 친절하게 말하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능력은 착취의 다른 이름이다. 무명 가수가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 때문에 돈을 버는 쪽은 방송국이다.  방송국은 상금 1억 원, 음반 제작 지원, 전국 공연 투어라는 상금을 내걸었지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최후의 승자 1인'뿐이다.  나머지는 출연료조차 없다. 


음악 전문 채널을 강조하는 모 방송국의 노래 경연 대회에 참가해서 8강까지 진출했던 출연자가 받은 돈은 고작 3만 원이 전부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출연자는 식사는커녕 도시락을 제공받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가 방송국에서 받은 음식이라고는 차가운 김밥 2줄이 전부였다고 한다. 시청자인 우리는 언제까지 능력과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능력 착취 방송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감동해야 할까 ?  이것은 과연 윤리적인 태도일까 ?  감동하지 마시라. 당신의 감동은 어떤 방식으로든 유죄다. 








​                          


1) 숲에서 만난 부랑자는 악인이라기보다는 정신 이상자에 가깝다. 

2)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이 야기한 천박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전여옥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내뱉은 " 국졸 대통령 " 이라는 말일 것이다. 교육은 신분의 차별 없이 개인의 능력만으로 계층 이동이 가능한 제도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교육이 차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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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1 2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경연 프로그램의 무대 뒷편에는 기회를 미끼로 희망을 모아서 좌절로 주져앉혀 버리는 아픔이 있었네요!ㅠ
경연도전자의 건절한 마음이 노래에 덫입혀져서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좋아했는데 좀 더 의식하면서 봐야겠습니다! 즐건 저녁시간 되십시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2-02 15:00   좋아요 1 | URL
나는가수다였다면 매니저와 가수에서 돈 1000만 원씩 출연료 지급했을 텐데... 단지 무명이라는 이름으로 0원. 일종의 열정 페이죠.

북다이제스터 2021-02-01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명 가수 덕택에 돈을 버는 건 방속국인 것처럼 요즘 주식 투자 광풍에 결국 돈버는 건 수수료 챙기는 증권사인 것 같습니다.
결국 다 누구 좋으라고 누군가는 놀아나는 것 같습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21-02-02 15:01   좋아요 0 | URL
ㅎㅎ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돈은 조련사가 받는 꼴이라고나 할까요 ?

기억의집 2021-02-01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라는 책을 읽으면 능력주의의 끝판왕 등장입니다. 읽는데 엄청 불편하더군요. 오로지 능력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곳이 넷플릭스였어요. 그 책 읽으면서... 왜 우리 같은 평범한 능력의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월정액을 요구하면서, 능력최고주의만을 외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기업은 능력을 발휘하는 게 맞지만.. 넷플릭스의 능력주의 모토(퇴직금을 더 주더라도 능력 안 되는 사람은 내보내라!!)는 좀 그랬어요. 센델의 저 작품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2-02 15:03   좋아요 0 | URL
소설 제목이 < 능력주의 > 였나 ? 그런 소설도 있었죠. 작가가 능력주의 엄청 까거든요. 그 사람의 예견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기억의집 2021-02-01 2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미스터 트롯도 출연료 못 받고 상금이 전부 였다면서요! 참 날로 먹으려는 악덕 자본가들 천지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2-02 15:04   좋아요 0 | URL
이거 완전 도둑놈 심보 아닙니까 ? 출연자의 재능으로 돈을 버는 놈들이 정작 그 출연자들에게는 기본 소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말입니다. 이 정도면 날강도죠.
 
돈키호테 1~2 (리커버 특별판 + 박스 세트) - 전2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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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촌이 땅 사는 소설 " 이 흥미 없는 이유










축소지향적으루다가 ㅡ 이사를 간다는 것은 꽤나 큰 스트레스다. 마당 넓은 집에서 마당 없는 집으로, 마당 없는 땅집에서 공동 주택으로, 축소에서 협소 주택으로 이사를 하다 보니 이사할 때마다 사는 공간이 무를 깍둑 썰기 하듯 깍둑싹둑 잘렸다. 가난으로 인해 " 나으 나와바리 " 가 점점 줄어들자 급기야 내 몸의 부피를 1/2로 줄이기 위해 일일일식을 하게 되었다(라는 말은 뻥이고 헤헤헤). 


문제는 책이었다. 협소 주택에 살면서 책을 몇 천 권씩 쌓아둔다는 것은 사치였다. 이사 갈 때마다 웃돈을 요구하는 이삿짐센터 직원의 태도도 나를 힘들게 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고 자기 살점을 도려내듯 책을 대량으로 처분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책을 사는 즐거움을 중단했다.  읽을 여력이 없다기보다는 책을 책답게 전시할 공간이 없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요즘은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 예전에는 정독이라기보다는 속독에 가까웠지만, 첨언하자면 속독이라고 말하기에도 애매모호한 속도로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정독이라기보다는 지독(遲讀)에 가깝다. 


요즘은 세르반테스의 << 돈키호테 >> 를 반 박자 느린 호흡으로 읽고 있다. 그 전까지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 속독  뒤돌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천천히 읽다 보니 읽기를 잠시 멈추고 읽었던 내용을 곱씹어보는 여유도 생겼다. 그러다 보니 읽자 마자 잊어버리는 망각은 사라지고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문득 " 너무 빨리 달리면 영혼을 잃어버린다 " 라는 인디언 격언이 떠올랐다.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는 인디언은 잠시 말에서 내려 자신이 달려왔던 길을 오래 바라본다고 한다. 말을 타고 너무 빨리 달린 나머지 영혼이 자신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걱정 때문이란다. 


그래서 인디언은 자신의 영혼이 자신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기다린다는 것. " 힘내, 내 영혼 ! "  속독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  너무 빠른 속도로 읽으면 내용을 잃어버린다.  세르반테스의 << 돈키호테 >> 를 읽는다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다.  이 행복감은 철저하게 속물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인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을 느꼈던 이유는 돈키호테의 삶이 불행했다는 데 있다. 육체는 쇄락하고 정신은 오락가락하다 보니 명색이 귀족이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쥐어터지기 일쑤다. 말이 좋아 방랑이요, 모험이지 알고 보면 정신줄 놓은 병자의 노숙 생활인 셈이다. 


내가 사랑한 문학은 모두 불행한 자의 서사'였다. 마담 보봐리, 안나 카레니나, 폭풍의 언덕, 백경, 죄와벌 등등에서 불행하지 않은 문학 속 주인공은 없다. 우리가 문학에서 위로를 받는 까닭은 그들이 불행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에 문학을 읽는다는 행위는 결코 고상한 짓은 아니다. 오히려 속물 근성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독자는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어도 남이 잘되는 꼴을 엿보는 소설은 읽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남이 잘될 때 아, 배아파 ! 그럴 때마다 나보다 더 불행했던 문학(속 인물)으로 도피하게 된다. 


타자의 불행을 다루는 것이 바로 문학의 본질이다. 1800페이지에 육박하는 << 돈키호테 >> 는 집요하게 돈키호테의 불행을 다룬다. 낄낄거리며 읽다가 어느 순간에 그의 불행 앞에서 숙연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 구슬 같은 경험 " 일 것이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 압도적 걸작 " 이다. 근대 소설의 탄생을 알린 이 소설은 놀랍게도 현대 소설의 미학적 개념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대 소설이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시대를 앞선 작품이다. 읽을 때마다 놀라게 된다. 그리고 지금도 놀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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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1-01-29 1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공감!! 책은 어디로 이사가도 부담스러워요. 저도 이사 갈 때 마다 처분하고... 이젠 전자책에 매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ㅎㅎ 주인공이 불행한 이야기는 읽기 힘들던데요. 저는...

곰곰생각하는발 2021-01-29 18:49   좋아요 2 | URL
책 많은 사람들의 뭐.. 행복한 고민이랄까요.. ㅎㅎ
그런데 고전 문학은 대부분 주인공들이 불행하지 않나요 ? 유머 소설이 아니면 대부분 불행하더라고요.. 보봐리 부인, 차탈리 부인, 테스, 히스클리프, 롯테, 베르테르, 라스콜리니코프, 로캉탱, 등등등등등... ㅎㅎㅎㅎ

막시무스 2021-01-29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캬! 타자의 불행을 다루는 것이 문학의 본질이라는 말씀은 카톡에 메인 메시지로 남겨두고 싶네요!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즐건 주말되십시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21-01-29 19:16   좋아요 4 | URL
저의 ˝ 문학에 대한 정의 ˝ 입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역사는 세계의 불행을 압축하는 학문이고,
문학의 개인의 불행을 확장하는 학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라로 2021-01-30 0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적당한 길이의 곰발님 글 좋아요!! 저는 소설이나 문학작품을 저대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저 어제 퐉 질렀는데 이 글을 먼저 읽었다면 어제 안 질렀을 지도, 아닐지도, 암튼, 지르고 맘이 불편하긴 했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키호테 저거 또 보는 순간 검색! 그런데 금가루 날린다고 해서 일단 멈춤. ^^;; 저 돈키호테 넘 좋아합니다. 맨 오브 라만차 뮤지컬도 넘나 좋아하고요. 곰발님도 좋아하신다니 괜히 기분 좋아. ㅋ

곰곰생각하는발 2021-01-30 15:25   좋아요 1 | URL
글이 너무 길어도 실례더라고요. ㅎㅎㅎ 그래서 길면 나눠서 올립니다. 같은 주제로 여러 번 글을 쓰는 경우도 그런 경우.

하여튼, 스페인어 제대로 알면 < 돈키호테 >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유희가 상당하거든요.

가넷 2021-01-30 0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전에도 거의 10년 가까이 지냈던 방을 떠나서 이사를 할때 너무 힘들었어요 책 처분한다고. 그래도 책들이 많이 남았지만, 웃돈을 요구받지는 않았죠. 책이 무겁더라도 그것 말고도 별로 옮길 것도 없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요. 2년전 일인데 다시 책이 상당히 늘어버려서 또 걱정이네요. 이사해야 되는데...^^;;;

곰곰생각하는발 2021-01-30 15:27   좋아요 1 | URL
투덜투덜대시더라고요. 책이 많아서 인부 한 명 더 써야 한다... 즉, 이사 비용 더 달라는 거잖아요. 한편 이해는 갑니다. 책 짐 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무게도 많이 나가고, 또 풀어서 다시 진열해야 하잖아요. 제가 인부라도 질색일 것 같긴 합니다...ㅎㅎㅎ

꼬마요정 2021-01-31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글을 읽으니 저도 천천히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읽을 땐 제 상황이 꼬여 있어서 일도 안 하고 망상에 빠진 나이 드신 분이 재밌기도 화딱지 나기도 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간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때 전 정말 삐딱했어요ㅠㅠ) 책표지가 자꾸 예쁘게 바뀌어서 다시 사고 싶지만 말씀처럼 둘 데가 없어요. 슬프네요.

오늘도 배워갑니다. 참,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의 드니즈나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벳은 나름 행복한 주인공들 아닐까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21-02-01 20:30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에 이 책 세 번째 읽었습니다. 처음은 중학교 때 축약본으로, 두 번째는 이 책을 샀을 때, 그리고 몇 년 지나서 지금. 볼 때마다 관점이 조금 달라지더군요. 그전까지 희극으로 보았다면 이번에는 비극의 관점에서 이 소설을 읽으니 화아아악 와닿습니다. 돈키호테가 예수처럼 느껴져요.. ㅎㅎㅎㅎ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 - 개정판
마틴 셀리그만 지음, 김인자.우문식 옮김 / 물푸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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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사람 잡는다









종종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 지성의 문화 교양을 통해서 자기계발을 하자는 주장이다. 이지성이 대표적인 인간이다. 그런데 그의 < 리딩으로 리드하라 > 라는 책을 읽다 보면 이 지성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지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지성이 그 지성이 아닌가벼.         


인문학과 성공학은 떼레야 뗄 수밖에 없는 젖은 땔감과 같은 사이'여서 서로 상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계발은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지만 인문학은 대체로 인간을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볼까 ? 마르크스의 < 자본론 > 은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을 부스러기로 보고 대신 물질을 근본적인 실재라고 생각한다(유물론). 물질이 상수이고 정신은 하수다. 이수일은 변심한 심순애에게 "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 ? " 라고 묻자 심순애는 아무 말도 못한다. 부끄럽구요. 하지만 유물론적 시각으로 보자면 " 응. 다이아몬드 좋아, 대빵 좋아 ~ " 가 정답을 것이다. 


프로이트는 한술 더 뜬다. 인간은 하(?)고 싶어 미친 짐승이다. 정상적인 놈은 하나도 없다. 인간은 모두 다 발정난 개/돼지다. 하, 시바. 결정타는 다윈'이다.  다윈에 이르러 만물의 주인인 인간은 원숭이로 강등된다. 19세기 거대 지성 3인방은 말 그대로 인간의 얼굴에 똥바가지를 붓는다.  종합하면 " 다이아몬드에 환장한 발정난 원숭이 " 가 바로 인간인 것이다.  이런 인간에게 자기계발은 과연 가능할까 ?  다이아몬드에 환장한 발정난 원숭이에게 배울 게 뭐가 있느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문학에 대하여 손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 인간은 지구의 기생충 " 이라는 사실을 각성하게 만드는 학문이라는 데 있다.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인간 본성을 계발하자는 주장은 더 악랄하게 지구의 혈관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자는 소리나 다름없다. 무엇보다도 자기계발서가 숭배하는 긍정심리학의 해악은 해악의 범위를 뛰어넘는 사악에 이르게 된다. 고양이라면 정색을 하며 하악질 할 판. 솔까말, 사약 한 사발 먹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긍정심리학의 할베이자, 신자유주의 천조국의 자랑스러운 아들 마틴 셀리그만은 " 학습된 무기력 " 이라는 개념으로 부정성을 비판하면서 " 학습된 낙관주의 " 를 장려하지만 학습된 낙관주의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는 이솝 우화 < 개미와 베짱이 > 에서 여름 내내 놀다가 겨울에 식량이 떨어져 얼어죽은 베짱이의 낙천성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는다.  긍정 심리학 - 교도들은 부정성을 나쁜 것으로 인식하며 부정성 편향을 병으로 취급하지만 부정성 편향은 인간의 생존 전략이자 본능에 가깝다.  좋은 뉴스보다는 나쁜 뉴스에 눈이 가는 이유는 길 위의 토끼보다는 길 위의 뱀에게 더 집중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만약에 마틴 셀리그만의 학습된 낙관주의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뱀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 설마, 저 뱀이 나를 물겠어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이 대책없는 모험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하나다. " 설마가 사람 잡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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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성정치 - 여혐 문화와 남성성 신화를 넘어 페미니즘 - 채식주의 비판 이론을 향해 이매진 컨텍스트 68
캐럴 J. 아담스 지음, 류현 옮김 / 이매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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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  리  털    나  고    지  금  까  지    :










아내의 맛










                                                                                               머리털 나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티븨 방송 프로그램 제목 가운데 최악의 제목 한 편을 뽑으라고 한다면 1초의 주저도 없이 티븨 조선의 << 아내의 맛 >> 을 뽑겠다. 


아마도 이 제목은 내가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 여전히 최악의 방송 프로그램 제목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 조강지처라는 사자성어가 술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해결한 아내라는 뜻이니 아내의 맛이란 " 막걸리 쉰내 " 라는 뜻일까 ?  시바,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조선 방송국 놈들아.  놀라운 점은 이 외설스러운 제목이 방심위 심의를 무사히 통과한 제목이라는 것이다. 티븨 조선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 아내 " 는 어떤 맛이니 ?  사지선다형으로 답하라. ① 된장찌개 맛 ② 김치찌개 맛 ③ 삼겹살 맛 ④ 돼지껍데기 맛....... 


우리가 이 지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티븨 조선 방송 제작진은 < 여성 > 이라는 대상을 맛의 기호로 전환하여 " 여성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 는 것이다. 지금까지 남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에 대해 " 성욕을 식욕화 " 해서 표현했다. 여자를 먹다, 맛없게 생겼다, 저년 맛있겠다 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그것은 일종의 동종 식인 선망이자 육식 행위인 셈이다. 만약에 제작진이 대상을 " 아내 " 대신 " 남편 " 으로 설정했다면 << 남편의 맛 >> 이라는 타이틀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먹진 제목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 두둥. 남자의 향기 !!!


섹스를 고기 섭식으로 이해하는 남성의 사고방식으로 보자면  :  페니스는 나이프이자 포크'이다. 그리고 삽입 섹스 행위는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고 포크로 고깃덩어리를 찍는 행위다. 여성보다 남성이 육식에 대한 식탐이 과도하게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육식 문화는 남성의 욕망이 투영된 흔적이다. 옛날만 해도 고기는 흔한 음식이 아니었다. 제삿날이 되어야 비계 한 점 얻어먹을 수 있었는데 제사 문화라는 것이 여성이 배제된 남성 조상-들'에게 바치는 음식을 음복하는 퍼포먼스라는 점에서 육식은 철저하게 남성을 위한 레시피'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기는 곧 정력이다. 


고기는 남성 지배의 상징이자 이 지배를 찬양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어쩌면 페미니스트 중에서 유독 채식주의자가 많은 이유도 육식에 내포된 남성 폭력에 대한 저항 때문이 아닐까 ?  사실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고기(MEAT)이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시체(CORPSE)이기도 하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축산업이 햄버거 한 개에 들어간 소고기 패티 한장을 생산하기 위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자동차가 67KM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같다고 한다. 자연생태계에서 지구가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2500년인데 비해 인간이 지구의 온도 1도를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100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속도는 가파르게 지구의 온도를 올리고 있다. 이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육식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육식을 포기하는 일은 식도락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옛날에는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라는 속담이 있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무엇을 먹느냐는 곧 정치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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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도시'라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장애인도 생활하기에 편한 도시'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편리한 도시가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장애인은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는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든 이유는 장애인이 살기 힘든 도시라는 의미이다. 반대로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도시는 비장애인도 생활하기에 좋은 도시'일 수밖에 없다. 소수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인간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남성이 행복한 나라'라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여성도 행복한 나라'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여성이 행복한 나라는 남성도 행복한 나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 남성보다는 여성, 인간의 권리보다는 동물권, 어른보다는 아이의 행복추구권이다. 그들의 행복추구권을 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 조금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것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의사가 행복한 나라와 환자가 행복한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 의사의 행복추구권은 환자의 생명권보다 소중할 리 없다. 생명권은 어떤 식으로든 행복권보다 앞선다. 불의보다 불이익에만 눈깔이 뒤집어지는 쓸개 같은 대한의협의 총파업을 보면서 그들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좋겠다. 시바. 오래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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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20-08-30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내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은 없는데 제목을 왜 저렇게 지었는지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더군요. 조선일보 사주(들)의 삶의 양태와 실제 취향이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방심위가 저따위 제목을 허가해 줄은 몰랐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08-31 13:19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방송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제목만 봐도 너무 뻔해서..

가넷 2020-08-30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최익이긴 합니다. 아내의 맛이라니;;; 한끼줍쇼와 함께 이제까지 본 예능중 최악이라 생각했어요.

볼때마다 중학교 시절에 제법 노는 애들이 내뱉는 말들이 생각났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08-31 13: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한끼줍쇼 보고 토나오는 줄.... 광고 하나 따면 몇 억 버는 놈들이 서민의 집 찾아다니며 한 끼 줍쇼 _ 라고 구걸하는 컨셉 보고 기절할 뻔. 너무 뻔뻔해서....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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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   이       고   인   다    :









오 마이 길티플레져 !











   티플레져'라는 신조어가 있다. " 남한테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막상 하고 나면 즐거운 짓 " 을 뜻한다. 예를 들면 크리넥스 티슈의 주요 소비자층인 중2 남학생이 은밀히 즐기는 자위 행위'가 대표적이다. 아, 느무느무 부끄럽구요. 하지만...... 야홋, 너무 짜릿해 ~            뭐, 이런 병맛 코드가 바로 길티플레져'일 것이다. 하하. 나도 부끄럽다. 내게는 프랑스 작가 미셀 우엘벡이 그런 경우'다.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인종 차별을 전제로 깔고 가는 프랑스 작가 미셀 우엘벡의 소설 << 세로토닌 >> 은 남한테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막상 읽고 나면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마치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아들이 자위를 하고 나서 엄습해 오는 청교도인의 죄의식이라고나 할까 ? 그는 현대 사회가 구강기로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 그동안 요리 프로그램들이 굉장한 비중으로 증가했고, 그러는 동안 에로물은 대부분 채널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우스꽝스러운 오스트리아인의 용어를 빌리자면, 프랑스와 어쩌면 서구 전역은 분명 구강기로 후퇴하는 중이었다. 나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세로토닌, 376쪽) " 이 대목에서 무릎 탁, 치고 아, 했다. 한국인이라면 우엘벡의 지적에 대하여 모두 동의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 Mukbang(먹방) " 이라는 단어를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등재시킨 자랑스러운 종주국이 아니었던가 ! 먹방은 현대인의 성욕이 어떤 식으로든 좌절되어 식욕으로 전환된 오럴적 증후'다. 먹방을 푸드포르노'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우엘벡은 인간이 구강기 - 항문기 - 성기기 과정을 거쳐 성인이 되어야 하는데 현대인은 반대로 성기기-항문기-구강기로 퇴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남성 주인공은 집요하게 섹스에 집착하지만 그의 페니스는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그는 자발적 실종을 선택함으로써 실존의 거세를 선언한다. 


미셀 우엘벡이 프랑스 사회를 구강기 퇴행으로 진단했다면 한국 사회는 " 초(超)구강기 퇴행 " 이다. 백만장자 연예인들이 티븨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서 고기 한 점 더 먹겠다고 오두방정을 떨면서 육탄전을 펼치고 수많은 먹방 유튜버들은 날마다 고기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대식의 향연을 펼친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 아래 " 가 아니라 " 입 " 부터 촉촉히 젖는다. 아, 젖는다. 그래요. 네에. 부끄럽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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