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



 







언제부터인가 생각이 많아지면 나도 모르게 손톱으로 미간 사이의 눈썹을 긁는(뽑는) 버릇이 생겼다. 종종 손가락 마디 끝에 그을음 같은, 티끌보다 가벼운 눈썹들이 묻어 나곤 했다. 의도치 않는 습관이었다. 그렇게 하나둘 빠진 눈썹으로 인해 미간이 넓어졌다. 문득, 사랑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의도치 않은 습관적 회의와 친절하지만 하찮은 무례가 심지를 하나둘 뽑다 보면 모르는 사이에 멀어지리라. 어젯밤에는 슬픈 꿈을 꿨다. 옛 애인이 찾아왔다. 창백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아무말도 없이 이불을 편 후 잠이 들었다. 나는 물끄러미 잠든 여자의 희미한 눈썹을 바라보았다. 슬픈 예감이 몰려왔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황망한 사내. 나는 중얼거렸다. " 빠진 눈썹이야 그릴 수 있지만..... 사이가 멀어진 관계는 그럴 수 없지. "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4B 연필로 눈썹을 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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