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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양  각  색    시  리  즈  :

 

 

 

 

 

 

 

 

1화    강원도의 힘

 

 

 

 






 



 

                                                                                                       오후 3시처럼 애매모호한 경우가 있다. 그날, 나는 종로에 있었다. 약속 시간을 애매모호하게 잡은 터라 종로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때워야 했다. 궁리 끝에 극장에 갔다. 약속 시간에 맞춰 영화를 고르다 보니 욕하면서 웃기다가 나중에는 심금을 울리는, 조폭 코미디 영화를 선택해야 했다.

극장 로비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좌석을 찾느라 이리저리 살피다가 뜻하지 않게 낯설지만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내 좌석 바로 뒤'였다. 저 흑백 사진 속 남자'였다. 영화 상영 전인 대기 시간이라 용기를 내서 그에게 말했다. 그쪽은 초면이시겠지만 저에게는 구면입니다.                              그가 경계하듯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대답 대신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서울역 후암동 골목길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지나가는데 구겨지고 반쯤은 불에 탄 사진 한 장이 버려졌길래 찍었습니다. 이 사진 속 주인공 맞으시죠 ? 헤어스타일이 워낙에 독특하시다 보니 바로 알아볼 수 있겠더군요. 그는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쓸쓸한 표정으로 그 사진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조폭이 절도하는 장면에서는 포복절도했다. 그때였다. 누군가 울고 있었다. 바로 사진 속 남자였다. 모두 다 웃고 있을 때, 아아..... 혼자서 울고 싶었던 남자. 비로소 나는 버려진 사진에 얽힌 사연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본 것은 자기 모습이 담긴,  버려진 사진이 아니라  한때 사랑했던 남자를 마음에서 지워버린,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마음이리라. 아마도 그 사진을 찍어 간직했던 이는 그를 한때 사랑했던 이였으리라.


그를 다시 만난 것은 10년이 훌쩍 지나서였다. 낯선 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구면이죠 ?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긴 머리는 짧게 자르고 히피스럽던 외양은 여피스럽게 변했다. 우리는 반갑게 악수를 했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는데 전생과 선생과 저는 깊은 인연이었나 봅니다. 허허허. 그의 옆에는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수줍게 웃고 있었다. " 제 아내입니다. 그 사진의 주인이었죠. 선생님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우리는 헤어진 상태였습니다. "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이 끊어진 연을 다시 잇는 중매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가 나에게 대표이사라는 직함이 박힌 명함 한 장을 건넸다. ○○기업, 대표이사 강 원도. 세련된 외모와는 달리 촌스러운 이름 때문에 피식 웃었다. 그의 소식을 다시 접한 것은 2년이 지난 후였다.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의 죽음을 알렸다. 사업 부도로 빚더미에 앉은 그는 차안에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과장에서 불이 붙어 차가 전소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불에 탄 사진을 볼 때마다 불에 타 죽은 그의 모습이 겹쳐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덧대기 ㅣ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은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당분간 하도록 하겠다. 사진 -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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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6-11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앞으로 기대되네요. 사진 시리즈~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1 11:22   좋아요 0 | URL
찍어놓은인물이 많으니 글감은 무궁무진합니다..

꿀꿀이 2017-06-11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픽션..이죠?
진짜라면 마음이 너무 아려서..ㅠㅠ

2017-06-11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1 11:22   좋아요 0 | URL
논픽션입니닷 !

세실 2017-06-1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픽션이군요...
같은 하늘 아래 곡절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사진이야기 기대 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1 17:54   좋아요 0 | URL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