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 ㅇ, ㅈ 

 

 

 

 

 

소설 小雪

 

11월 22일이나, 혹은 23일경

 

http://blog.naver.com/selve82/190089594

 

그녀는 외투를 걸치지 않은 채 낡은 스웨터'만 입고 있었다. 외투를 걸치기엔 춥지 않은 날씨였으나 그렇다고 스웨터만 입기에는 추운 날씨였다. 11월은 무엇을 하기에는 늦거나 이른 오후 3시처럼 어정쩡한 달'이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평범해서 눈에 띄는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서서 나갈 때, 나는 느닷없이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다. 며칠 후 눈이 내렸다. 첫눈이었다. 창문을 열어 눈 오는 거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우연히 그 길을 지나가기를 기다렸으나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첫눈 오는 날은 종종 내 생일과 김장하는 날이 겹치고는 했다. 마당에서는 개가 컹컹 짖었고, 붉은 배춧속 위로 흰 눈'이 내려앉았다가 사르르 녹았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나 결국에는 헤어지게 되었다.  어느 날 나는 낡은 하늘색 스웨터의 올을 풀듯 실정맥을 풀었다. 파란 실이 붉게 물들었다. 병원을 퇴원하고 나서, 첫 번째로 간 곳은 도어즈'였다. 그 이후로도 술에 취하면 종종 그녀와 함께 가던 성대 도어즈'를 찾고는 했다. 낡은 철문과 좁은 계단을 보면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첫눈이 오면 늦은 밤 성대 도어즈'에서 레코드판으로 전송하는 들국화 노래를 듣고 싶다. 병맥주에 소박한 강냉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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