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물 ㄹ,,ㅂ

 

 

 

목 련

 

 

 

속초시 조양동 하이마트 건물과 농협 5층 건물 사이'에 볕을 받지 못한 앙상한 나무'가 있다. 고사목인 줄 알고 가지 하나를 꺾으니 새빨간 피'가 흐른다. 살아 있는 목련 나무였다. 이 화창한 봄날에, 왜 이 목련은 꽃을 피우지 못했을까 ? 나무가 앞과 뒤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내가 보기에는 꼭 등돌린 나무 같았다. 건물 사람에게 물어보니 건물 대들보를 올릴 때 주인이 기념식수'로 심은 나무인데 단 한 번'도 꽃을 피운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래 전 처녀의 몸으로 씨앗을 품고 죽은 먼 친척이 생각났다. 양잿물 덩어리'를 풀잎에 싸서 먹고 죽은. 나는 이 길목을 지나칠 때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혼에 가슴이 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강대나무였던 목련 가지에 하얀 꽃송이가 만개한 것이 아닌가 ? 그것도 가지마다 흐드러진 풍경'이었다. 기쁜 마음에 달려가니 가지 위엔 목련꽃이 아니라 하얀 새가 내려앉았다. 어머, 나무가 꽃 대신 날짐승을 낳았다.

 

 

 

 

 

먼 친척 중에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죽은 누이가 있었다. 떠돌이 풍각쟁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누이는 그 사내의 씨를 뱄고, 당시 몰락한 양반 가문이었던 딸은 혼자 끙끙 앓다가 양잿물 덩어리'를 넓은 파초에 싸서 삼켰다. 꽃 피기 전에 떨어진 도사리 같은 누이. 속초 조양동에는 꽃 피우지 못하고 죽은 앙상한 고사목 하나 있다.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도사리 같은 누이'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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