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을 읽으며 잠을 설치던 기억. 그 끔찍한 공포가 내게 찾아왔을 때 나는 두려움으로 꿈에서 깨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다만 그녀의 책을 끝내야 한다는 맘으로 소설을 펴고 읽었다.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던, 슬픔에 수장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못내 아팠던 책. 작가는 그런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 그즈음 텔레비젼 인터뷰에서 그녀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며 마음 아팠던. 그녀의 글엔 우리의 삶의 통각을 깨우는 냉정함과 슬픈 현실이 빼곡히 담겨 있다. 그 글 속에 우리는 바짝 얼굴을 들이 밀고 슬픔을 마주본다. 그리곤 개운하게 나와 삶을 좀더 바짝 조인다. 내일을 위한 삶보단 오늘을 사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 공포도, 내일로 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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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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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내게 가장 멋진 옷이고, 거울이었다. 그런 책에 대해 나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늘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지 않으면 나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처럼 책을 읽어왔다. 그것은 적절한 긴장감이기도 했고 때론 부담이기도 했다. 내가 채운 서가를 둘러보면 읽었던 책들보다 읽지 못한 책들이 더 많다. 그러면서도 나는 매일 서점과 출판사의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내게 자극이 될 책들의 목록을 더 얻길 원한다. 좀더 괜찮은 무언가가 되고픈 내 욕망이 나를 자꾸만 책 쪽으로 이끈다.

 

대학시절엔 젊은 작가들의 소설과 시를 주로 읽었다. 그들의 문장과 생각을 닮고 싶어서였다. 직장을 얻고 일을 하면서는 띄엄띄엄 책을 읽었다. 역시 소설과 시. 그러나 다 읽지 못하고 덮기 일쑤였다. 나는 꿈을 조금씩 포기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는 뜻밖에도 다양한 책들을 접하였다. 에세이와 실용서, 아동책, 요리책, 까지. 나의 책읽기는 리뷰로 개인적인 글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생기면서 그 아이를 위한 책 구매에 좀더 시간과 돈을 들이게 되었지만, 지금도 내게 가장 큰 소비는 책이다. 그것만큼 나를 후회 없는 소비로 이끄는 것은 없었다.

책이라고 하면 어떤 책? 을 되묻게 된다. 저자와 내용을 묻는 말이다. 한 번도, 그 누구도 책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의 뒷면, 김영하 작가의 추천사를 읽으며 한 번, 흔들렸다. 늘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왜 책, 그 자체의 존재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대학 졸업 후에 취업으로 선택했던 편집자의 길. 그러나 보기 좋게 떨어지고 선택했던 서점 일. 책과 관련된 일을 하기 원했고 서가와 진열대마다 책이 전시된 서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늘 책과 함께 하길 원하면서도 정작 책에 대해선 깊은 사유를 갖지 못했다. 책을 읽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가 서점을 다니며 가졌던 생각에 대한 이야기들에 또 한 번, 흔들렸다. 언젠가 새 책들의 사이를 거닐며 가졌던 마음, 그 잃어버린 설렘들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서점과 도서관에 있는 것이 당연하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얻고 읽을 수 있는 책. 그것은 사람 사이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존재가치를 갖고 있을까.

 

 

이 책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글을 읽기 시작하여 인생의 사계절을 지나면서 흐르는 시간과 변화하는 날씨에 따라, 서재에서부터 집 안의 거실, 부엌, 침대, 화장실, 다락방, 골방, 마루, 옥탑방을 지나고 집 밖의 풀밭, 카페, 지하철, 버스, 배, 비행기, 기차, 호텔방, 산사, 바닷가, 병실, 감옥, 묘지를 지나서 서점과 도서관 등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책을 읽는 시간가 공간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의 시공간을 이야기하다보면 책에 대한 이야기와 책 읽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곳곳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의 양서예찬이 알알이 박혀 있다. 책 읽는 사람의 시공간을 이야기하는 이 책의 내용을 넉 자의 한자어로 요약하자면 '책인시공冊人時空'이 될 것이다.

-p.23~24, '책에 대한 책을 열며' 중에서

 

 

저자는 서문을 통해 소개한 대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독서' 란 행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책은 크게 책을 읽는 시간, 집 안에서 책을 읽다, 집 밖에서 책을 읽다 로 나누어져 있고, 그 속엔 좀더 세밀한 제목들로 흥미로운 책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사소한 것이기도 하며 오롯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가치이기도 하고 은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가진 방대한 독서량만큼 책 읽는 중간 중간 적절하게 배치된 작가들의 독서 관련 글과 작품들, 옛 선인들의 독서에 대한 예찬 글도 읽으며 알 수 없이 마음이 풍요롭고 너그러워짐을 느꼈다. 푸른 잔디위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그들만의 평화로운 시간이 너무나 부러웠다. 언젠가의 나는 그렇게 책 속에서 설렘을 느꼈고 무언가를 하고픈 해내고픈 꿈을 꾸었었다. 그것을 잃어버린 것은 언제쯤 이였을까. 나조차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버린 시간. 꿈결처럼, 말이다.

 

나는 왜 책을 읽는 것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될 날은 누구나에게 한 번쯤 찾아올 것이다. 어떤 의미와 가치로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선택해 읽는 것일까, 싶은 공허가 독서의 사이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그 의문들이 찾아왔다 떠났다. 답은, 달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나를 위로하고 이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이 책을 읽는 행위로부터 시작된다는 것만, 독서로부터 나의 문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자책도 함께 발달했지만 인터넷과 게임 등으로 자투리 시간을 보내고 있기가 십상이다. 예전엔 그 시간에 한 권의 책을 펼치고 잠시라도 색다른 이야기에 눈을 붙이려 안간힘을 쓰곤 했었는데.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낸 뒤엔 무언가 헛헛해진 느낌과 무가치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작가의 책은 책에 대해 잃어버렸던 다양한 감정들을 되찾게 하고 그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종이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느낌. 넘겨질 책장을 만지는 시간들. 그리고 삶을 어루만지는 기억과 추억들. 다시 읽는 순간순간마다 다른 느낌을 전해오는, 살아있는 존재와 같은 책. 책을 한 권의 사람이라 비유하는 것을 넘친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그 모든 감정으로 독자와 소통하는 책과의 긴 대화가 정수복 작가의 손에 의해 태어났다. 우리는 그의 책을 빌려 좀더 긴 대화를, 나와 책만이 나눌 수 있는 은밀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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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6 2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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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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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는 나는 내내 사랑이 하고 싶었다. 지난 시간이 둑을 허물고 쏟아졌다. 그리움이 넘쳐 내내 마음이 휘청거렸다. 그의 여행으로부터 기록된 글들은 자꾸만 나의 가장 연약한 곳을 건드리며 나를 괴롭혔다. 깊이 사랑했던 이의 흔적을 마음으로만 내내 어루만지다 불쑥 소식을 듣게 된 것처럼, 나는 고통스러우면서도 설렘으로 뛰는 심장의 움직임을 느꼈다. 가라앉을 줄 모르는 여운이 뜨거운 계절의 볕 아래서도 나를 서럽고 울적하게 했다.

 

떠나지 못해서라고, 그렇게 이유를 달아야한다. 그래야만, 내가, 덜, 비참해질 테니까.

 

 

 

여행은 내게 꿈이고 허상이며 미래이거나 그림자에 불과한 일이다. 떠나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떠나고픈 마음도 잃어버린 지 오래. 그 마음을 오래 입어온 옷처럼 익숙하게 걸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의 글을 와락 끌어안을 수 있는 건 내 안에 그리움이 있고 사랑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 마음을 더듬는 것만으로 나는 잠시 소녀가 되었다. 잃어버렸던 단어, 설렘. 두근거림. 마음속으로만 더듬는 누군가의 얼굴. 작가의 몸은 낯선 나라에 놓여 있지만 마음은, 생각은, 글은, 늘 사람과 사랑을 향해 있었다. 낯선 곳에 있지만 그는, 여행은, 이야기는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변종모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 제목에 끌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을 처음 만났을 때, 작가의 따뜻한 사진과 섬세한 글들이 너무 좋았다. 사랑에 대한, 마음에 대한, 이별에 대한 그리고 우리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를 책 속으로 깊이 이끌었다. 책 모서리를 접으며 읽다가 접혀지는 페이지들이 많아질 것 같아 그만 두었던 기억. 어디를 펼쳐 읽어도 메마른 마음을 위로받기엔 충분했다. 읽을수록 마음은 고요해지고 담담해졌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작은 위안, 같은 것이었을까.

 

 

 

이번 책,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에는 이전 책에서도 만날 수 있던 변종모 작가의 여행지에서 얻은 마음과 생각, 사람과 더불어 '음식'에 대한 기억들이 담겨 있다.

그의 여행은 하나 하나의 평범하고도 소소한 음식으로부터 기록되고 있다. 한강 작가가 자신의 소설 속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파키스탄의 '훈자'. 설산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는 곳에 그는 있다. 똑같은 슬픔을 가졌던 적이 있는 여자와 함께. 두 사람은 다시 우연히 만났고 한 끼의 식사를 나누려 한다. 하얀 쌀밥과 고소하게 만들어진 감자볶음이 전부인 가난한 식사지만 그 가난한 밥상도 진수성찬이 되고 큰 위로가 될 수 있는 건 음식의 온기가 사람의 체온을 닮았기 때문이다. 여행길에서 병이 난 자신을 위해 과일과 야채를 사서 흉내 내었던 어머니의 물김치. 그것이 담긴 병을 다른 여행자들의 음식이 쉬고 있는 냉장고 속에 넣으면서 내내 맘을 쓰던 모습. 그는 후에 뜨거워지는 코끝을 느끼며 물김치를 마셨을까.

 

저자는 여행길 위에서 자신의 눈과 귀와 입술에 닿았던 음식으로 깊이 위안 받고 치유된다. 음식을 먹음으로써 나아갈 길을 얻고, 내일을 기대할 마음을 얻는다. 그는 여행지에서 기억속의 음식들을 꺼내 만들고 먹으며 스스로를 응원하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했고, 그러다 감정이 넘쳐 울컥 그리움에 떠밀리기도 했다. 그 감정들을 견디며 작가가 건져 올리는 삶의 이야기들은 아름답다. 그것이 고통일지라도, 아름다워서 너무 아름다워서 선뜻 만져보고 싶게 만든다. 여행지에서 마주보고 있는 낯선 이와 마음을 나누고 싶을 땐 음식을 나눔으로써 그 첫 발을 떼기도 한다.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온기. 음식이 주는 든든하고 평온한 위안. 그는 길 위에서 그것을 나누며 여행길을 만든다. 낯선 곳에서 자신의 발자국을 사람들의 가슴에 새기어 가는 일. 그렇게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는 힘을 비축한다. 여행이 계속된다.

 

 

 

 

내가 잠시 당신에게 빈 그릇이었나 보다.

 

문득, 텅 빈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길을 나섰고, 자주 누군가가 빈 공간을 메워주기도 했지만 그만큼 허기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걸었다. 걷지 않으면 만날 수 없고 만나지 않으면 채워질 수 없던 많은 공복의 날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생각이 나를 길 위로 내몰았다.

 

그리고 길 위에서 알았다.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자신의 빈 공간을 영원히 채울 수는 없다는 것. 결국 빈 공간은 처음부터 나의 것이었고 우리는 그렇게 반쯤은 빈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아무리 채우고 채워도 허기질 것이다. 그래서 채우는 일보다 비우는 연습을 했어야 했다. 당신이 내 마음을 가져간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부풀려 당신을 밀어낸 건지도 모른다. - p.72, '8. 빈 그릇' 전문

 

 

우리가 각자 짊어진 모든 것들은 세상이 준 것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끊임없이 가지려 했고 원했던 것이다. 누구도 나에게 부담을 준 적이 없다. 단지 내 마음의 허기와 내 생각의 허영이 만들어낸 무게를 따라 스스로 짊어지고 사는 것이다.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누구도 권하지 않는 일을 내가 선택한 것이므로. 이제 이것을 알았으니 그만 내려놓고 가뿐해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슬픈 마음으로 술을 마시지 말라. 술의 힘을 빌려 위로하지 말라. 알코올의 힘으로 휘발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잠시 자신을 속이고자 깊이 취하지 말라. 스스로 도취되어 위로하는 마음은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p.75, '9. Saperavi, 2009, Dry Red Wine, Georgia' 중에서

 

 

그녀는 나의 마음을 읽었을까? 그것이 부끄러워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어차피 돌아갈 곳도 마땅치 않고 내 집이 어디인지도 모르겠으니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말이에요."

 

그녀는 세상에 그런 곳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설령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라 할지라도, 그 마음에 들어 있는 것에서부터 멀어질 수 있나요?" -p.229, '27. 그대의 집은 어디인가' 부분

 

 

우리의 삶이란, 나무에서 떨어진 그린 파파야처럼 정해진 시간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배분하여 정확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며 적절하게 사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란 반드시 그 안에 끝을 내고 다음 단계로 건너야 할 어떤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것에 도달하는 그때가 바로 정해진 시간이다. 조금 늦는다 해도 혹은 아주 많이 늦어진다 해도, 그 시간을 사는 동안 우리는 끝내 최선을 다할 것이므로. 우리는 세상이 맞춰놓은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에 각자의 시간을 맞추며 사는 것이므로. 한 번뿐인 삶이니까. 세상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니까.

 

-p.285, '33.더 늦기 전에, 그린 파파야' 부분

 

 

 

우리는 여행을 고된 삶으로부터의 도피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여행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과 너무나 닮았다. 낯섦과 싸워야 하고, 끊임없이 어딘가로 나아가야 하고, 때론 타인과 옥신각신해야 하기도 하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가 반드시 있다. 하지만 그 때, 그래도 여행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순간을 너그럽게 감수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그런 불안을 느낄 때, 우리는 죽고 싶은 감정을 느낀다. 사는 공간과 여행하는 공간이 무엇이 다른가. 내 마음이 다른 것뿐이다. 내가 여행하는 곳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다. 불행을 바꾸기 위해선 내 마음을 먼저 바꿔야 한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던 글이 내 마음이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요리는 누군가를 향한 기록이 되었다. 먹고 마시는 일에서 배고픔을 어루만지고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일의 따뜻함을 느꼈다. 내가 하는 요리가 의무감을 떠나면 가족의 허기진 맘을 채워 든든하게 할 수 있는 일이란 걸 느꼈을 때,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고 뜨거웠다. 체기가 있는 아버지를 위해 쑨 야채죽. 아이가 저녁메뉴로 고른 볶음밥. 가족등반대회 날 아삭한 오이와 부드러운 어묵을 넣어 싼 김밥. 햄과 오이로 만들었던 간편 샌드위치. 따뜻한 계란 토스트. 카레까지…… 그것은 부러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음식을 먹어줄 누군가에게 체온이 되고 뜨거운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누군가의 끼니를 챙겨주는 일은 사랑을 나누는 일이며 그 사람과 삶을 나누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전까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던 내 삶이 조금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여행 속에서 삶을 길어 올리는, 그 삶이 여행과 닮았음을 다시 한 번 인정하게 하는 책이었다. 따뜻하고 섬세했던, 눈물이 방울방울 매달려 있던 글들 밖을 나오며 나는 사랑을 끝냈다. 마음으로만 마음으로만 만지던 감정을 작게, 좀더 작게 접혀 기억 한 쪽에 옮겨놓자 어느 새 새 계절을 준비해야 할 때에 섰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처럼 짐짓 비장하다.

 

그의 여행은 내게 불가능한 여행이 아니라 가능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는 여행, 에 대한. 사랑에 대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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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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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를 찾아 읽었다. 천천히 옮겨 적었다. 새벽 2시의 고요함 사이에서 그것은 어떤 의식처럼 행해졌다. 마음이 알 수 없이 든든했다. 잠이 들고 싶지 않았다.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 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마일, 후회 따윈 없어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들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와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데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그녀의 글을 읽는 일은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는 일 같았다. 숲과 바다가 생동하며 바람이 다정히 지나가고 동물들이 우리와 시선을 나란히 한. 인간이라는 권위가 사라지고 오롯이 내가 숨 쉬는 곳 가장 가까이에 그들은 나와 함께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그녀의 문장은 쉴 새 없이 그들의 생명력을 예찬하고, 자연의 품에서 시인이 받는 위로와 기쁨, 행복감을 아낌없이 드러내었다. 정지된 듯한 그녀의 글에 처음엔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욕심내지 않았다. 천천히, 물을 입에 머금듯이 문장을 읽는다. 책장 속 그녀가 바라보는 풍경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기대도, 욕심도 없이 고요하게 음미해야만 문장은 풍경과 여운을 나눠주었다. 섬세한 감정 묘사와 글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연의 생생함, 삶에 대한 깊은 시선과 사유들은 우리가 살며 진실로 마음을 쏟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언제나 빠른 속도를 지향하며 편리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시킬 준비가 되어있는 지금.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갇혀 점점 좁은 시야에 익숙해져가는 현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떤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일까. 어떤 가치와 어떤 사치가 우리를 풍요롭게 해줄 수 있을까.

그냥 그녀의 글을 읽었을 뿐인데, 내 안으로 바깥이 들어왔다. 귀여운 초록 잎을 매단 나무와 노란 봄꽃들, 푸르러진 산의 전경이, 비가 오려는 어두운 하늘이 들어왔다. 낯선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듯이, 모두가 인기척을 가지고 다가왔다. 등을 마주 데고 앉아 잠들고 싶은, 그런, 따뜻함. 위로 혹은 희망 같은 것.

 

 

문제는, 삶에서든 글쓰기에 있어서든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독한 날씨는 이야기의 완벽한 원천이다. 폭풍우 때 우리는 무언가 해야만 한다. 어디론가 가야만 하고,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기쁨을 느낀다. 역경, 심지어 비극도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스승이 된다.

우리 모두 도전과 용맹을 찬양한다. 바람 없는 날 단풍나무들이 천개를 길게 드리우고 푸른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을 때, 어느 향기로운 들판에서 불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 된 바람이 살그머니 우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우리가 하는 건 무엇인가? 너그러운 땅에 누워 편안히 쉬는 것이다. 그리고 잠이 들기 십상이다. -p.62, '완벽한 날들' 중에서

 

 

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지 않게 되었다. 그저 무탈한 하루와 가족의 건강, 좁은 방에 여러 개의 이불을 깔고 함께 누워 서로 포개어져 자는 일. 그 하루에 늘 겸손하며 감사할 따름이다. 거기에 '찾아오는 장소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비와 이른 아침의 산책과 포근한 햇살 속에서 느끼는 '돌연 발작적인 행복감'이란 삶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덤'이라 생각한다. 쫓기듯 사는 삶 속에서 자연이 주는 쉼표들을 무시하고 산다면, 그건 여백 없는, 여운 없는 시간만을 살아 넘기는 일밖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일상과 그녀가 애정한 자연과 넘치는 사랑으로 써내려간 시들, 노래들. 천천히 음미할수록 그것은 짙은 향으로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내 삶에 쉼표를 찍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산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온 고통과 시련을 쉬이 인정하지 못하고 견디려하지 않고 피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몫의 고통을 넘겨내려고 힘써 그 고통 속으로 몸을 밀고 나아갈 때 나를 억누르는 듯 했던 무게는 어느덧 사라지고 희망이 저 발치에 있었다. 두려움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고 했던가. 나는 어쩌면 우리의 삶이 내가 읽어간 이 한 권의 책과 같은 무게가 아닐까 생각했다. 내 두 손에 포옥 안기는 이 한 권의 책만큼 삶은 바람에 흔들리기도 하고 비에 젖기도 하며 그 흔적들에 위로받기도 한다. 메리 올리버, 그녀의 문장들은 그렇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당신이 누구든, 어떤 시간을 살아내고 있든 당신이 시작한 오늘이 바로 완벽한 날들이란 것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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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책 읽기 -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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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대학교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조금은 삐뚤어져 볼걸. 교과서 밖의 것에 마음을 줘 볼걸. 철저히 혼자여 볼걸. 그 때는 그것만이 오직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질까 봐, 대학에 가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렇게 시간을 쓰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했다. 부모님께 좋은 자식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매일 독서실에 갔다. 문제집을 풀었다. 정리 노트를 채웠다. 그러면서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막연한 꿈이었다. 책을 읽지 않으면서 시를 썼고 논술을 했다. 도무지 그 글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알맹이가 없는, 껍데기에 불과한 글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얼굴이 붉어진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강의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학점을 쫓았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하는 사람 없이 스스로 훈련해야 하는 대학생활은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동경하는 작가의 소설과 시 만을 읽었다. 고르지 못한 독서는 식탐과 다르지 않았고 내 안에서 허상과 탐욕의 씨앗이 되었다. 노력과 희망이 아닌, 나도 그들과 같아지고픈 헛된 욕심뿐이었다. 고등학생인 나에게 누군가 고전 한 권을, 세계문학 한 권을 권해왔더라면. 교과서 밖의 책들을 만날 수 있었더라면. 대학시절 다양한 책을 읽었더라면. 겸손했더라면. 혼자 무언가와 치열히 싸우려 시도해보았다면. 나는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그 시간을 열렬히 그리워하게 될 줄은 나를 반성하게 될 줄은 몰랐다. 대학에 들어감과 동시에 고등학교 시절은 잊고 싶었고 다신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와 그 시간이 영영 사라진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아플 때가 있다. 혼자일 수 있었던, 자유로웠던 그 때. 그 때의 가치를 너무나 몰랐다. 그리고 살아버렸다. '이 책에 등장한 서른여섯 권의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낯모르는 젊은이'가 나는 이 순간 진심으로 부럽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지나간 그날들을 떠올렸고 지독한 후회를 앓았다. 지금, 그 순간을 살아갈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자신을 바꿔 놓은 책들에 대해 이제 막 입시를 벗어 난 젊은이들, 사회 초년생들에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저자가 가르쳤던 아이들이 어느덧 스물 셋부터 서른한 살이 된 그들을 떠올려 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은 진실하고 애틋하며 열렬하다. 저자가 지나 온 시간이며, 스스로 열심히 싸우고 앓아 넘긴 시간 끝에 맺은 열매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20대를 휘두르는 단어들 - 비주얼, 자존심, 스펙, 야심 등. 자신을 취업으로 이끌어 줄 요소들을 채우는 데에 급급해져 버렸다. 독서보단 외국어 점수를 올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데에 진솔한 이야기와 성실성보다 자격증과 토익성적이 필요한 것 현실. 우리는 사람을 '이해'가 아닌 '평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은 20대 만의 현실이라 할 수도 없다. 직장에 적응한 30대도, 40대도 , 퇴직을 앞둔 50대 퇴직한 60대도 자신을 감싸고 있던 사회적 위치와 주변 시선으로부터 늘 불안을 느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남이 바라봐 줄 자신의 겉모습에만 신경을 쓰며 산다.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기를, 그들이 나를 높이기를, 그들보다 내가 더 갖기를 열망하고 집착하면서 삶을 삶답게 살아가지 못한다. 피투성이로 싸우며 끌려간다. 그리고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야, 라고 자포자기 한다.

 

 

지금 내 마음의 한가운데를 채운 것은 무엇인가. 남들에게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필요했던 '그럴듯한 비주얼'에 대한 집착,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던 이런저런 물건들, 잘난 척하고 싶어 몸이 달아 해댔던 온갖 짓거리들로는 결국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그것들은 물거품처럼 반짝하다가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내 마음을 조금씩 채워 나를 허깨비가 아닌 나 자신일 수 있게 만들고 동시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게 만든 것은 바로 문장들이었다. -p.35, <내 마음을 채운 것들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학창 시절엔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로 보였다. 성적을 올리고 시험에 합격하는 일만큼 중차대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일의 성취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었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처럼 가볍고 변덕스러운 것을 잡으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보다 백배 천배 어려운 일이 있음을. 그것은 바로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 임을.

-p.146, <내 마음의 주인으로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책과 연결하여 펼쳐낸다. 학창시절 겪었던 갈등과 후회의 시간들. 그것은 내가 앓고 있지만 문장화할 수 없었던 감정과 이미 지나온 이의 담담한 깨달음이었다. 읽으면서 마음이 뜨거웠다. 살면서 늘 바깥만 바라보고 지냈다. 날 인정해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싶었고, 그러지 못할 때마다 괴롭고 쓸쓸했다. 다른 이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나는 나답게 피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의 시선과 말에 휘둘려 삐뚜름하게 자라났다. 나는 내가 아니었다. 내 이름을 단, 누군가에게 필요를 원하는 사물이었다. 어떤 불행을 직시한 느낌. 내가 정말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 대한 저자의 글을 통해 왕따란 누가 만든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고,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는 인문학 공부의 중요성과 가난은 무지로 인해 스스로 껴안을 수밖에 없는 고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공선옥의 <행복한 만찬>에 관한 글을 통해서는 엄마에 대한 추억과 지금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밖에도 많은 책들이 저자의 깊이 있는 생각과 어우러져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그것은 자기반성이 아닌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추억과 상념에 젖는 일. 식구가 모두 잠든 방을 나와 작은 방에서 홀로 되어 생각에 잠기는 일. 내 안에 무언가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 이었다. 그 마음이 지금 이 글을 기록하고 있으므로 여기에 그 증거가 있다.

 

나의 독서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비단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독서는 아니었는지. 무의미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언제나 의식적으로 해야 할 일처럼 읽었던 책들의 목록을 잠시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후회는 깨달음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깨달았기 때문에 그것의 잘못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후회를 거듭하며 자신의 삶을 좀 더 곧게, 좀 더 바른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가족을 꾸리고 살다보니 알게 되는 주옥같은 깨달음도 있다. 마음의 가난이 몸을, 내 삶을 빈곤하게 함을. 삶에서 중요한 것이 부와 명예보다 평범한 삶에 있음을.

 

저자의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은 독서 기록들을 읽으며 내가 걸어갈 시간의 틈에서 청춘을 어루만질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행동은 결코 늦지 않는다, 는 말처럼 나는 지금이라도 무엇이 되어보고 싶은, 될 수 있다는 설렘을 느낀다. 책을 덮으며 부끄럽게도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많아 꼭 숙제를 받은 기분이기도 하지만, 이런 숙제라면 두고두고 해도 좋겠다. 이제 나는 바깥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의 '안'에 더 넓은 삶과 기쁜 내일이 있으므로. 나는 그곳에 더 열중하기로 한다. 나의 기준은, 나다.

 

 

생각해보면 비주얼이나 스펙, 야심이나 자존심의 공통점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비교'가 필수적인 개념인 것이다. 내가 아무리 뛰어난 비주얼과 스펙을 갖추었다해도 나와 비교해서 월등한 비주얼과 스펙을 갖춘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나의 자존심을 세우고 꺾는 주체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며, 나의 야심이란 것도 알고 보면 남과의 상대적 비교 우위일 때가 많다. 이에 반해 스토리와 자존감, 진심과 통찰은 절대적이며 자기 충족적이다. 그것은 굳이 남과의 비교를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그 자체로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성장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해가며 성공이라는 것을 했다고 하더라도, 정작 내면이 성장이 멈춘 채로 황폐해져 있다면 그것을 진정한 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p.6~7, 들어가는 말 부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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