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집 인테리어 - 정리 정돈 쉽고, 좁은 공간 넓게! 자랑하고 싶은 우리 집
임상범 지음 / 나무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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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남편과 둘이 있을 땐 단출했던 짐들이 어느 새 아이들의 짐과 뒤섞이고 집은 각각의 공간을 잃어버린 채 한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보다 넓은 집으로의 이사가 절실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이사를 할 수 없다면 이 집에 대해 머리를 굴리고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수납과 작은 집의 활용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책들을 접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읽으며 느낀 바가 많았다. 그것은, 모든 물건엔 제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건을 하나 들이기 위해선 불필요한 두 개의 물건을 버리거나 나눌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수납도 수납 나름이어서 한 곳에 쌓아놓는 수납은 답답하거나 복잡한 느낌을 주었다. 행거식 옷걸이는 따로 방을 두지 않고 안방에 함께 쓰기엔 정신이 없어보였다. 커튼을 쳐도 좀 그랬다. 차곡차곡 정돈과 정리를 통해 여백을 남기는 일. 또 불필요한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거나 과감히 버리는 것. 칸으로 나누는 수납과 인테리어는 그 다음의 일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책의 뒷면에 이삿집 인테리어 핵심 가이드5에 있었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인테리어 아이템과 완벽한 수납 공식 제안, 아이방 꾸미기 등 내년에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도움이 되는 내용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였다. 그러나 소개되고 있는 모든 집들은 인테리어 시공업체에 몇 천만원씩을 들여 집을 고친 경우들이었다.ㅠ 인테리어 아이템들도 고가의 수입 제품들. 집 안의 대략적인 공간 나눔과 구도, 각각의 공간이 가져야 할 기능들에 대한 팁은 얻을 수 있지만 결코 내 공간에 대입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아쉬움 속에서 장점을 들자면, 눈은 즐거웠다. 내 취향도 알 수 있었다. 주택 공간들이 주인에 따라 다른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가족 나름의 고민과 그에 따라 고쳐져 간 집을 보면서 누구나 자신만의 집에 대한 꿈과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따뜻한 느낌도 있었고. 각자에게 필요한 공간을 중심으로 때론 아기자기 하면서도 때론 과감한 배치를 하는 모습을 보며 고정된 생각을 많이 버릴 수 있었다고 할까. 상큼한 벽지 색깔과 수납공간을 배치한 아이의 방과 오롯이 숙면을 위한 안방의 깔끔한 배치들. 주방의 쓰임과 안방의 안락함. 요즘은 대부분 활동공간을 거실로 두고 개인의 방은 잠을 위한 공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내년까지는, 이사를 가야 할 텐데 집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사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그래도 마음속엔 늘 내가 살게 될 집에 대한 이야기와 모습들이 있다. 이 책을 보며 이만큼 좋은 공간을 가질 순 없겠지만 내 나름의, 내 가족을 위한 공간을 꾸미는 행복을 어서 누리고 싶은 설렘이 생겼다. 두려움도 조금 덜었다.

 

여기 몇 개의, 내 마음을 움직인 공간 활용법을 옮겨본다.

 

 

 

 

* 수납공간이나 태이블로 거실과 주방을 분리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드는 구조. 주방 색도 환한 노랑. 예쁘다.

 

 

 

 

 

 

 

* 거실을 서재로 쓰는 것은 나의 오랜 로망. 책꽂이가 천장 끝까지 닿는 것보다 이렇게 여백이 있는 게 더 여유롭고 좋아보인다. 나중에 이사하면 꼭 활용하려는 정보. 테이블은 거실이 얼마나 클지 모르고 뛰어다니는 큰아들을 위해 패스.

 

 

 

 

 *안방 침대와 작은 책상 사이에 낮은 책꽂이를 배치해 분리한 것이 좋은 아이디어 같다.

혹여 책상에서 무얼하면 잠든 사람을 방해할 수도 있는데 좀더 책꽂이를 높이해서 공간을 분리해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아이들 때문에 꿈을 꾼다. 우리 네 식구가 함께 오손도손 살 수 있는 집에 대한 꿈을.
보다 구체적이 된 나의 꿈을 위해, 나의 아이들과 내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겸손히. 

 

집이란 공간이 그저 있음으로 하여 다행이기도 하지만, 그 공간을 적절히 활용하여 우리의 삶에 더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게 하는 것. 그것이 엄마의 몫인 것처럼 느껴진다. 집에 대한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던 책. 무엇보다도 우리가 살고 싶은 집. 가족의 집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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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느끼는 힘은 늘 가까운 곳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바라보지 못한 채 불행하게 살아갑니다. 엄마가 되고 자유롭지 못한 시간들을  늘 원망하며 지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마음껏 책을 읽지 못하고 아이들 눈치를 보며 밥을 먹고 외출도 할 수 없는 내가 무엇으로 살고 있나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소중한 아이들과 보내는 평범한 시간은 분명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작은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삶의 기쁨과 한 단어, 한 단어의 말들. 부모를 향한 몸짓과 사랑의 표현들은 너무나 특별하고 감사한 선물, 기적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저의 그 마음을 '책'을 통해 더 굳건히 할 수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의 나는 많은 사람과 교우할 수 없지만, 내가 만나고 펼쳐 읽는 책들은 그들만큼 내게 큰 위로와 힘과 깨달음이 되었습니다. 산다는 것이 비록 좋은 집과 굳건한 직장, 넉넉한 돈에만 가치를 둘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조금씩 배우고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신간평가단은 제게 많이 넘치는 자리였지만, 욕심을 내었고 기쁘게도 제게 자리를 내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만난 책들은 내게 또 다른 생각의 길을 터주기도 했고, 신간평가단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책과의 만남을 만들어주기도 했으며, 다양한 책을 접하고픈 열린  마음과 시간의 설렘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새로운 신간을 살펴보는 마음이 즐거웠고 이 달의 도서로 선정된 소식을 접할 때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책이 도착할 날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제겐 열 두권의 책과 열 두편의 리뷰와 열 두개의 꿈과 생각의 씨앗들이 알알이 남아있습니다. 너무나 즐거웠고 행복했던 시간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꼭 다시 하고 싶습니다!^^

 

신간평가단을 위해 수고해주신 관계자분들과 에세이분야 파트장 라일락 님, 신간평가단에 책을 허락해주신 출판사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알라딘 서재에서 또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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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의 기적 - MBC <휴먼다큐 사랑> 감동실화
이영미 지음 / 아우름(Aurum)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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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야. 서울엔 한바탕 소나기가 내렸어. 이 비를 맞고 움직일 땅속의 씨앗들처럼 잠시 쉬는 네 몸엔 파릇파릇한 건강과 희망의 새싹이 돋아나길 기도해. 늘 응원한다 해나! 힘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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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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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일기를 훔쳐 본 기분이랄까.

아니면 작품구상 중 끄적인 메모. 단상. 엉뚱한 상상 등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랄까.

 

짤막짤막한 글 속엔 그가 주변을 바라보고 듣고 겪으며 느낀 바가 어떤 두툼한 수식과 암시의 옷도 입지 않고 가볍고 경쾌하게, 그저 본연의 모습 그대로 놓여있는 듯 하다. 앵? 하고 끝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음……하고 끝나기도 하고, 맞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문장을 읽기도 했다. 글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유쾌해지고 가벼워짐을 느꼈다. 세상을 무겁게만 바라보면 무거워지는 법이다. 그의 글들은 가볍고 바람을 따라 흐르는 비눗방울 같았다.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눈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은 아름답고 황홀하다.

 

책은 작가가 일 년 동안 일본 잡지 <앙앙anan>무라카미 라디오란 이름으로 자유롭게 연재했던 글을 모아 담고 있다. 표지의 제목과 그림은 p.13쪽, '잊히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다' 부분에서 만날 수 있다.

그가 이런 연재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으레 "매주 용케도 쓸거리가 있군요. 화제가 떨어져서 곤란한 적은 없습니까?" 란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경우 미리 오십 개 정도의 토픽을 준비해두고 연재를 시작하며 날마다 생활 속에서 새로운 화제가 자연스레 생겨나니 뭘 쓰면 좋을까, 하며 고민한 기억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래, 이것도 써야지' 하고 새로운 토픽이 떠오르는 순간은 꼭 잠들기 직전일 때가 많아 문제라고 한다. '졸리지 않는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다', 는 것. 샐러드 볼을 안고 포크질을 하는 사자의 그림도 그렇고, 하루키 씨의 유쾌한 표현도 기분 좋았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도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게 지나는 시간들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이기에 그 제목을 만나게 된 것일까.

 

 

그래서 오후 1시경에 소파에 누워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곡을 듣는 둥 마는 둥 들으면서 "아아, 오늘도 특별히 상처 입는 일 없이 이대로 한가로이 낮잠을 잘 수 있을 것 같군. 다행이야." 하고 인생에 감사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젊을 때 세파에 시달리며 제대로 상처를 입어두면 나이를 먹은 뒤 그만큼 편해지는 것 같다. 만약 기분 나쁜 일이 있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푹 자면 된다. 뭐니 뭐니 해도 그게 제일이다. 힘내세요. -p.147, '낮잠의 달인' 부분

 

 

그는 삶에 심드렁하게 이야기하는 듯하면서도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젊었을 때에 비해 바깥에서 자신을 공격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지혜가 생겼지만 순수하던 순간에 바깥을 향하던 호기심과 날카로움은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버리고 난 뒤엔 채워지기 마련인, 우리 삶의 이치를 그는 빙그레 웃으며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다. 부러 진지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진지하게 흘러가므로. 우리는 웃으며 그 시간들을 열심히 살아내기만 하면 된다. 아플 땐 충분히 아프고 싸워 견디며 웃을 수 있을 땐 마음껏 웃으면 된다. 노력하며 사는 사람만큼 강하고 무서운 존재는 없다.

 

 

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잘 풀리면 아무것도 몰라요 하고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꽤 복잡하다. -p.63,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부분

 

아름다운 것, 바른 것은 사람 각각의 마음속에 있는 것으로 말은 그 감각을 반영시키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물론 말은 소중히 해야 하지만, 말의 진짜 가치는 말 그 자체보다 말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관계성 속에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내내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손은 깨끗이 씻었으니 괜찮습니다. -p.207, '젖은 바닥은 미끄러진다' 부분

 

 

 

현실이 주는 것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수용할 수 있는 삶까지, 그는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까. 소설가이기에 사람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고, 소설가이기에 편하기도 하며, 소설가이기에 먹고 살 수 있으며, 그러므로 소설가이기에 좋다는 그의 말 하나하나에 그를 지탱하는 굵은 뼈대들이 느껴졌다. 어쩐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글들이었다. 물론 이런 글로 책을 출간할 수 있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이기 때문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의 수많은 작품에서 우리는 진지한 그의 사유와 이야기의 힘을 느꼈기 때문에 그의 농담도 받아들여지고 그 속에 숨어진 삶의 진짜 모습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곧 그의 장편소설이 출간될 예정으로, 많은 독자들의 그의 신간을 기다리는 만큼 오프라인 서점가와 인터넷 서점가가 뜨겁다. '다자키 쓰쿠루'의 삶은, 무엇으로 인해 달라졌을까. 그의 신간을 기다리며 느끼는 초조함과 갈증을 이 책으로 달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그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모호한 시간의 이름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불가능한 듯하지만 세상에 불가능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마음은 늘 찰나의 순간에 움직이고, 우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만나기 위해 모든 시간을 땀 흘리며 살아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오늘'처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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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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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앞에 서면 궁금해지곤 했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 무슨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까. 그의 어떤 생채기가 이 슬픔을 그리도록 했을까. 그림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내 앞에 서있을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말을 걸려하지 않을 때가 많다. 가만히 바라보다 눈앞에서 치우면 그 뿐이라는 마음으로.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림에 대한 많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도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그림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는 다소 일방적이면서도 아름다우며 거칠면서 따뜻하고 몽환적이기도 하다.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화자에 몰입할 수 없어 애를 먹었다. 주인공을 알 시간 없이 글은 이어지고 금세 맺어지며 끝에 놓인 그림과 마주보는 일은 영 어색했다. 당신의 이야기였군요,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림으로부터 발현된 이야기, 라는 점에 주목하여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었다. 33명의 화자. 그들은 모두 미성숙했고 이별에 아팠다. 그 고통을 앓고 나오며 성장했고 다시 사랑을 기다릴 용기를 얻었다. 알면서도 그 과정 속에선 벅찬 삶의 수순들. 작가의 문장은 그 마음의 혼돈을 아름답고도 애처롭게 그려나갔다. 사각의 귀퉁이에 갇힌 그녀들의 혼란과 상처 속에서 나 또한 혼란과 아픔을 느꼈다.

 

이 책 속의 그림은, 작가의 첫 문장을 시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종이에 갇혀 있던 그녀가 말을 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나는 숨을 죽인다. 공감하고 부정하고 아파하면서 처음 만나는 그림 앞에 아련함을 느낀다. 인기척을 느낀다. 무엇도 궁금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그 여인의 담담한 표정과 그 먹먹한 공간 속에서, 고통을 뚫고 나오려는 몸부림이 느껴졌다. 그림을 바라보던 마음이 바깥까지 이어졌다. 그녀의 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내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다른 이야기의 고리를 만들어 갔다.

 

이 책을 덮고 난 뒤 어떤 그림을 보아도 그 그림의 소리가 들렸다. 그 재잘거림이, 눈물이, 아픔이, 생생하게 내 마음 곁을 맴돌았다. 그림은 내 감정의 거울이기도 하다. 그 느낌은 현재의 내 감정을 반영한다.

무언가 그림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하나가 생긴 기분이다. 많은 말로 할 수 없는 느낌과 기분들이 나의 손끝을 움직였고 무언가를 생각해보라 부추겼다. 특별한 방향 없이 내게 온 책. 그러나 방향이 없어 더 많은 상상을 갖게 한 책.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림이 움직이는 시간. 그 속에서 우리는 내 안의 감정과 조우한다. 그리고 그림 밖의 더 많은 것들을 만나고 아파하며 조금씩 서툴게 나아가는 당신의 삶을 애틋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노래한 것은 언제나 희망이었지

반짝이는 것과 따뜻한 것이 그녀를 키웠으므로

푸른 가지마다 매달아놓을 것이 많았지

그러나 겨울은 한없이 깊어가고

가시처럼 융숭한 가지들이

문득 그 노래를 그치게 할 때

따뜻한 마음과 반짝이는 눈빛이 얼어붙을 때

무정한 눈과 바람이 모든 길을 감출 때

 

그녀는 알게 되었지

희망이란

까만 하늘에 박혀 있는 수억 개의 별이 아님을

가장 깊고 어두운 우물 속에 감추어진

단 하나의 사람

단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지상의 모든 노래가 사라질 때

비로소 불러야 할 이름이라는 것을

- 본문 중에서

 

 

희망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다. 현재와 현실과 미래와 구원을 직시하는 순간, 희망은 희망을 잃고 만다. 희망이 희망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희망 외의 것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희망은 스스로 눈을 가린다.  -p.11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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