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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내 영혼이 따듯해 지는 책이다.
인디언 체로키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자랑스러워 하는 저자, 포리스트 카터는
자신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토대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지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부모가 돌아가셔서 체로키 혈통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5세의 [작은 나무]를 키우게 된다.
작은 나무.. 이름만 들어도 너무도 사랑스러운 존재가 아닌가.
작은 나무는 너무도 지혜로운 두 분의 사랑으로 자연을 느끼고 사랑하고 이해할 줄 아이로 자란다...
그러다 어느날 아이를 키우기 부적합하다는 제보로 인해 작은 나무는 강제로 고아원으로 가게 되는데
그 기간동안 작은 나무는 그저 "사생아"로써만 대우를 받는다.
결국 다시 할아버지 품으로 돌아오지만, 그 행복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두 분다 돌아가시게 된다.
여전히 어린 작은 나무지만 이미 가슴 속에는 [큰 나무]로 성장한 한 양 체로키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살게 되기를 기도했다.
전체 스토리는 이렇지만 이 책은 그 보다 더 반짝이는 보석같은 글들이 가득하다.
할아버지와 작은 나무의 대화는 인생의 경륜과 지혜의 산물이며,
인간이 숨쉬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욕심이 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알려준다.
동물들의 경우, 배가 고프면 배가 부를 정도로만 사냥을 하는데,
인간만이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서로의 것을 빼앗는다.
작은 나무는 자연의 소리에 일찍 귀를 귀울였기 때문에 비록 할아버지, 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현명하고 지혜로는 사람으로 자라리라 확신한다.
그런데..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어낸 저자 포리스트 카터가 실제로는 KKK단의 일원이며 백인 우열주의자이면서 심각한 인종차별주의였다고 한다.
(1976년 뉴욕 타임즈가 포리스트 카터가 인종차별주의자 아사 카터와 동일인물이라고 폭로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잠시..혼란이 왔다.
작품을 작품으로만 여기고 해석할 것이냐, 아니면 저자의 행보까지 고려해서 평가해야 할 것인가.
차라리 이 이야기를 몰랐다면 가슴 충만한 따뜻함을 간직했을 텐데..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결국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당시 저자의 사상에 대한 고찰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그 전까지는 나는 음악이건, 미술이건, 책이건 작품은 그 자체로써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전히 이해가 어려운 작품에 대해서는 저자의 삶을 들여다봐야 더 깊이 있는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케이스처럼 모든이의 가슴에도 단비처럼 녹아드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윤리에 반하는 저자의 사상과 부딪칠 때면 상당히 곤혹스럽다.
너무도 아름다운 시로 칭송 받은 책... 체로키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자랑스러워 하며, 자신의 자서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지어졌다는 이 책이
엄청난 사기극이라니..
이 책은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작가 소개에는 "체로키 인디언 피가 흐름을 자랑스러워 하는.." 으로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시를 지었던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시인이
알고보니 친일파였다는 것을 알고서도
다시, 그 시를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