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밤을 함께 주신 신의 아이러니
호세 카를로스 카네이로 지음, 김현균 옮김 / 다락방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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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나는 한가지 실수를 했다.

보르헤스의 책을 모두 읽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한 것이다.

아니, 그의 모든 책을 다 읽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소한 집에 있는 그의 책을 오랜동안 들춰보지 못한 것이다.

 

나에게 보르헤스는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호르헤 수도사에게서 시작된다.

에코가 보르헤스를 염두에 두고 그 작품을, 그 인물을 창조했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보르헤스는 처음부터 할아버지에다 눈이 먼 인물이었다.

'책과 밤을 함께 주신 신의 아이러니'

너무나 매력적인 제목이다. 이 말을 처음 들은 순간(아니, 본 순간이라야 맞겠다.)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하지만 알고보니 여기서 밤은 보르헤스의 시력을 잃게 된 것을 의미하는 그의 시에서 따온 구절이었다.

이 한 구절이 나에게 이렇게 다가오듯

보르헤스의 전기인 이 책은 너무나도 매력적이게 다가온 책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책을 쓴 저자의 보르헤스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보르헤스 자신이 매력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었음이 틀림없다.

 

그의 단편집을 통해서만 보르헤스를 알고 있었지만

아마도 나는 그의 작품을 통해서 이미 그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접하는 보르헤스는 이미 마음 속에 지니고 있던 그의 이미지를

온전히 그대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에서의 '그' 보다는 역시 현실을 살다간 '그'가 더욱 실제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천재였으며, 또한 천재답게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 아르헨티나의 혼란의 정치적 상황을 지나온 인물,

그의 작품과 강연으로 말미암아 전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전기답게 그의 일대기가 기록이 되어 있지만

문학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그이기에 한 권의 보르헤스 작품의 해설서 같은 느낌이다.

그의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 또 그에 깃들어 있는 보르헤스의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인 책이다.

진정 보르헤스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들어있어

더욱 매력적인 책이다.

 

일 주일 간의 시간끝에 책을 덮고 나니 허전함 보다는 새로운 충만감이 생겨난다.

알지 못하는 보르헤스들이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기다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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