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던진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우리는 그의 말을 이해하고 발가벗기고 상상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록 끝내 그의 말을 이해하고 발가벗기고 상상할 수 없을지라도. 그의 텍스트들은 매순간 섬세함과 유희와 패러독스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동떨어진 그 나름의 의미와 작용을 지닌다.-60쪽
그는 수많은 중요한 미덕을 지니고 있는데, 진실성이 없어 보이는 것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능력도 그 중 하나다. 그의 거짓말은 진실의 외양을 지닌다. 덧붙이자면, 아마도 거짓말은 그의 문학적 우주에서 가능한 유일한 진실일 것이다.-65쪽
그와 작업을 함께 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문학, 철학,언어, 다양한 지식을 배우는데 있어 그보다 손쉬운 방법은 없다고 단언한다. 또 공동저자들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것은 그의 내면의 공허를 동반한 또 다른 열정의 징후다. 그는 한시라도 혼자 있을 수 없었다. 언제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쌍둥이 영혼을, 도달할 수 없지만 좇아야 할 꿈을 필요로 했다. 이와 반대되는 상황은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여성편력가였다. 그는 성장하기 위해 여자들을 필요로 했다.-102-103쪽
보르헤스는 예술에 문외한인 유령들을 놀라게 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간 영원한 고독자다. 그는 한권의 책, 뜻밖의 아름다운 구절 하나, 잊혀지지 않을 한 줄의 시구, 어둠 속에서 건진 하나의 단어가 되기 위해 살았다. 그는 삶을 말로 치환했다. 그리고 승리했다.-139쪽
보르헤스는 새로운 독자들에게 다가가며 정복한 독자들을 결코 잃지 않는다. 그는 공간과 추종자와 숭배자들을 얻는다. 모든 고전들이 그렇듯, 그의 작품은 새로운 해석의 대상이 되며 그 주변에는 열광적인 찬동자들이 끊임없이 늘어간다. 천재작가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그의 말들은 단지 최소한으로 검토되고 향유되고 확산되었을 뿐이다. 보르헤스와 그의 작품은 영원이라는 광대한 영역을 기다리고 있다. 그와 그의 작품은 영원을 위해 창작되었다.-172쪽
아마도 그에게 슬픔은 보르헤스로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었으리라. 매사에 만족하는 완벽하고 행복한 사람이라면 진정 어느 누구도 종잇장 사이에서 삶을 탕진하는 일에 헌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쓰기, 그 불안한 작업. 분명 글쓰기는 또한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거듭 말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이야기도 사랑의 시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행복할 뿐이다.-173쪽
"... 나는 책이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책의 소멸에 대해 말하지만, 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는다. 한 권의 책과 신문 한 장 그리고 한 장의 음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차이를 말하자면, 신문은 망각을 위해 읽으며, 음반 역시 망각을 위해 듣는다. 이것들은 어딘가 기계적이며, 그래서 경박하다. 책은 기억되기 위해 읽는다."-190쪽
' 보르헤스여, 당신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변두리의 사교 교주, 은어를 구사하는 라틴어학자, 유형화된 무한한 도서관원들의 총합이자 소아시아와 팔레르모, 체스터턴과 카리에고, 카프카와 마르틴 피에로의 기묘한 혼합입니다. 나는 보르헤스 당신을 무엇보다 위대한 시인으로 봅니다. 게다가 당신은 독단적이고, 기발하고, 다정하고, 시계처럼 정확하고, 무력하고, 위대하고, 승리자이고, 대담하고, 소심하고, 실패자이고, 장대하고, 불행하고, 유한하고, 유아적이고, 영원합니다.'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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