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출간된지 좀 오래된 소설이다....하지만 책의 제목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란 제목은 벌써부터 예사롭지 않은 냄새를 확 끼친다...
미흔이란 서른세살먹은 어떤 여자에 대한 특별한 날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는 한남자의 아내이자 한아들의 어머니로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여자는 결혼을 하면서 '여자'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살게된다....자신에 의해서 또는 타인에 의해서 여자가 아닌 여러가지의 타이틀속에 억압되어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아내,엄마,며느리,아줌마등등
결혼한 여자들은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면 어느정도 자신의 나이를 잊고 살아가게 되는것 같다...
자식의 나이는 정확하게 툭 내뱉을수 있지만...자신의 나이를 물었을땐 머뭇,머뭇하면서 한참 계산을 해봄으로 씁쓸한 미소로 나이를 답한다...자신이 어느새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란 생경스러움과 결혼생활에 충실하다보니 지갑이나 집열쇠를 잃어버리는 건망증같이 자신의 나이를 잊어버린것에 대한 수치스러움이 작용했을테다.....
이렇듯 결혼한 여자들은 모든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너무 단호한가??ㅡ.ㅡ;;)
결혼생활이 정말 행복하여 잊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을테고....주어진 상황에 그냥 충실하고 싶어서 잊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을테고.....마지못한 정(情)으로 인해 무덤덤하게 잊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을테다...
미흔의 경우는 제일 마지막의 경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경우가 시골로 이사를 가서 규라는 윗집 남자를 만났을때 그녀는 아내나 엄마가 아닌 여자라는것을 느끼게 되었다....
제목과 같이 아주 특별하고도 소중한 나날들을 즐겼다..
하지만.....그녀의 행동들은 불륜이라는 단어로 설명되어지는 그러한 행동들이었다...
그녀와 그는 세상사람들이 나누는 똑같은....결코 다르지 않는 사랑을 했다...다만 그녀와 그의 신분이 조금씩 달랐을뿐이다.....유부남과 유부녀라는 타이틀때문에 두사람은 세간의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는다...
하지만 내눈엔 미흔이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을 살기에 앞서...짧았지만 여자로서 지낸 그몇달의 시간들을 무조건 불륜이라고 매도하고 싶지 않다....나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사람이라면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은 있었을게다...
나도 그점을 100% 완전히 무시할수는 없지만....죽기전에 여자로서 한번쯤은 진짜 사랑을 베풀어 주고 싶고...혹은 진짜 사랑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것이다...물론 남자도 마찬가지일테다...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줄곧 <메딘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책의 주인공을 생각했다...거기서 중년의 여자주인공도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그녀도 그남자앞에서 여자로 시간을 보내며 행복해한다...합리적인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으론 하루정도의 외도가 삶에 큰지장을 끼치지 않는다면 괜찮다는 실리주의적인 사랑법의 결론에 아름답게 미화된 결론을 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이 그렇지가 않다...예를 들어 현재 텔레비젼에서 주말연속극에 등장하는 중년의 두남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남자(강석우)는 사별한 몸이고..여자(김미숙)는 이혼한 몸이다....남자는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하여 어렵게 어렵게 마음을 열게 하는 대목이 인상깊었다....엄마로서 살지말고 여자로서 살아달란다....곧 여자는 감동을 먹고 여자로서 살기로 결정을 내렸는데...느닷없이 그남자의 아들과 자신의 딸이 연애를 하고 있다라는 소식을 접하고서 충격을 받는다....그리고 각각의 네사람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을 한다....어느정도 결론의 방향을 감을 잡을수가 있다...아마도 자식을 위해서 부모가 양보를 해야한다는 쪽으로 기울지 싶다...우리나라 여자들은 그렇다...내가 먼저이기에 앞서 자식이 우선이고...남편이 우선이다....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정해지고...사회분위기가 그렇게 만든다....
내가 지금 분륜을 정당화시키려고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아리송한 생각이 드는데....분륜이란것이 결코 대죄를 지은것과 같이 눈에 쌍지를 품고 바라볼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한아내가...한엄마가 그신분을 뛰어넘어 여자로서의 특별한 날들의 시간을 보낼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모든 사랑은 용기있는 자만이 누릴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