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 사야지.
일주일 전부터 장바구니에 책을 담아두고 대기하였다.
그리고 잽싸게 주문을 했고 어제 저녁 책을 받았다.
책을 사면서 때론 어떤 생각에 사로잡힌다.
시간이 흘러 이번 달이 지난 달이 되고,
다음 달이 이번 달이 되면
마치 책을 사야 한다는 경종을 울려주는 것처럼
몸이 늘 먼저 감각한다.
물론 읽기 싫어서 또는 읽을 수가 없어서 책을 멀리하기도 했고 그래서 책을 사지 않은 때도 많았지만 대체적으로 책을 사는 행위는 매달 루틴이 되어버린 삶을 살았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때론 멍 때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 나를 채찍질하는 기분으로
때론 다른 이들의 리뷰나 페이퍼를 읽고 순간 동화되어 나도 그들의 감동을 전달받고 싶은 마음에 안달이 나서…
부끄럽지만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책을 산다.
정리되지 않아 눈과 머리가 어지러운 내 책장의 책들을 바라보면 나이 먹은 나의 주름같기도 하고 새치같아 보이기도 한다.
사다 놓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책들은 뭔가 나의 허영 덩어리들 같다.
그래서 책을 산다는 행위가 내 인생을 과연 가치있게 만들어 준 그 무엇이 되었던 건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의문을 품으면서 또 돌아서면 금방 잊고 책을 샀다.
나의 이 행위가 부디 남은 내 인생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 줄 것. 그래서 그것들의 녹슬 것이 염려되어 미리 녹을 닦아놓는 행위였음 싶기도 하다.
책을 샀다는 이유가 왜 이리도 구차할까?
이게 아닌데 쓰다 보니…ㅜ.ㅜ
희망? 그 기대에 낄 녹을 닦기 위한,
그래서 어제 도착한 책들은 이러하다.
<장미>
로베르트 발저의 에세이집이다.
예전에 <산책자> 에세이집을 재미나게 읽었던 터라 이 책도 그분의 리뷰를 믿고 샀다.
발저 작가는 참 독특한데 내겐 그의 글이 참 유머러스하게 읽힌달까. 좋아하지만 막상 대면하여 대화를 하게 된다면 굉장히 부담스러운 작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만날 일이 결코 없으니 걱정없이 책으로 만나 마음껏 애정해주고픈 작가다.
<동생>
찬와이라는 홍콩 작가인데 예전 영화 ‘첨밀밀‘의 각본 기획자였다고 한다. 그외의 영화 각본도 더 많이 썼던 작가다.
<동생>..제목이 와 닿는다.
내게도 동생이 둘이나 있지.하면서 누나의 마음으로 샀달까….?!
책의 작가는 2014년 우산혁명 이후 타이완으로 주거지를 옮겼다고 하는데 1997년 홍콩 반환시절부터 2019년 민주화 운동 때까지의 정치적, 문화적 이야기를 소설로 잘 표현한 듯하다.
궁금하여 구입했다.
<여자에 관하여>
요즘 나의 즐친 알라디너님들의 리뷰를 통해 계속 눈에 밟힌 책이었다. 나만 빼고 다 읽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격찬한 수전 손택의 에세이집이다.
그럼 안 살 수가 없지.
거장이 얘기하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일이다.
<하우스 메이드>2
올 여름 sf소설을 많이(평소에 비하면) 읽고 있다. 갑자기?
아마도 <삼체>영향인 듯도 하고..
그러다 호러, 스릴러 쪽으로도 살짝 빠지기도 했다. 갑자기?
아마도 시작은 프리다 맥파든인 듯 하다.
번역본 나와 있는 것은 다섯 권이던데 세 권은 읽었고 아직 두 권은 못 읽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검색해보면 늘 대출 중.ㅜ.ㅜ
맥파든은 우리 도서관에서도 인기가 많은가 보다.
그래서 그냥 사자!
근데 <핸디맨>이랑 <하우스 메이드>2권 중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엄청 고심되었다.
마음은 핸디맨을 사고 싶었으나(단발 님의 픽 순위가 제법 높았다.) 책표지가 그닥 소장하고 싶지 않아 하우스 메이드 세트로 맞춰 꽂아두면 이쁠 것 같아 2권으로 샀다.
동기는 무맥락 같지만 깔맞춤이란 맥락으로…
<다섯 번째 계절>
제미신 작가의 sf소설이다.
듀나 작가 소설을 읽다가 어디서 찾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암튼 듀나 작가의 옛 짧은 인터뷰가 있어 읽어 보았다.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책이 무어냐는 질문에 이 책 시리즈를 적어 놓은 것에 감흥을 받아 일단 첫 권을 샀다.
이리 저리 관련 페이퍼를 훑다 보니 이미 예전부터 다른 알라디너님들도 추천하고 있었던 책이었더라.
작가 이름을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더니만…
<여전히 미쳐 있는> 책의 참고 도서 중에도 포함되는 것인 듯한 수하 님의 페이퍼를 다시 살펴보기도 했었는데 그래서 더 구미가 당기는 책이다.
관련 키링도 샀는데 문어가 왔네?
문어가 도대체 어떻게 관련된다는 걸까?
정보라 작가의 어떤 소설 표지에서도 문어를 본 기억이 있다.
제목이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였던 듯 하다.
나 어제 저녁 반찬으로 문어 숙회를 먹었더랬는데…
문어 키링을 받아들고 잠깐 숙연해졌더란 말이지.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이 책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장바구니에 넣었다, 뺏다 반복하던 책이었다. 이젠 사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러면서 부록처럼 구입한 책이다.
부록으로 구입한 책 치곤 띠지의 문구가 너무 강렬하다.
˝이 작품은 소설이 추구해야 할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하퍼 리의 추천이다. <앵무새 죽이기>도 강렬했었는데..
그 작가의 추천사라니…
근데 리뷰를 살펴보다 은ㅇ 님 글이 보였는데 요즘 통 안 보이는?…잘지내시겠거니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드립백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콩가 아메데라로(이름 길다.)커피도 샀다. 커피가 떨어져 한 번 사봤다.
예가체프는 신맛이 좋을 테니 믿어본다.
그리고 오랜만에 산 패드 패딩백도 굿즈로 샀다.
있으면 내가 쓰거나 딸들이 쓸 것 같기도 해서.
충동구매를 한셈이다. 합리적인 충동구매다.
문어 키링을 달아보니 안성맞춤이다.
약간의 기쁨이 스쳐지나갔다.
이게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그것의 다함은 아니겠지?
자주 찾아와도 괜찮단다.
삶의 가치여.
내가 기다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