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녜 - 백년 전 북간도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문영미 글, 김진화 그림 / 보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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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책에서 남자는 글을 배우고,여자는 글을 배우지 못했었다는 그시절 글을 읽을때면 여자인 나는 그때 태어나지 않고,지금 이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는 것에 순간이나마 감사하게 된다.글을 배우지 못하고,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열일곱에 시집을 가 아이를 낳고 그것도 여덟 아홉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삶을 어찌 살았을꼬? 더군다나 나라도 잃고,전쟁까지 치렀던 그과거역사속에 있었다면 나는 어찌 살아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지금 이삶이 다행스럽기도 하다.


 '고만녜'라는 이그림책을 받아들고 읽으니 그러한 생각들이 더 뚜렷해지고,내 딸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고만녜는 그렇게 우리네 여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며,고만녜라는 할머니가 살아오신 일대기를 엮은 여자 이야기다.

 '백 년 전 북간도 이야기'라는 소제목이 붙은 것처럼 고만녜는 함경북도 회령에서 1895년에 태어났다.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와 사람을 물어가곤 했던 바로 그시절 흉년과 일본을 비롯한 외세의 압력으로 견디지 못하여 가족들은 고향을 떠나 북간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그곳에서 3남 6녀의 형제들과 부모님과 터를 잡고 생활을 하였다.고만녜의 아버지가 훈장선생이셨기 때문에 동네 아이들의 글도 가르치면서 농사일도 하며 식구들의 끼니를 이어갔다.

 고만녜는 다섯 째딸인데 딸은 이제 고만 낳으라는 뜻에서 고만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그시절 여자아이들의 이름은 그저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그래서 고만녜집 딸들의 이름은 특이하다.첫 째딸은 머리가 노랗다고 노랑녜,둘 째딸은 귀하게 살라고 귀복례,세째는 얼굴이 곱다고 곱단이,여섯 째딸은 어린아이라고 어린아,일곱째딸은 또 딸이라고 내던졌다고 데진녜라고 지었다고 한다.
철없던 어린시절 내이름이 예쁘지 않고,친구들이 자꾸 이름가지고 놀린다고 아버지앞에서 왜 이런 이름을 지어주셨느냐고 떼를 쓴적이 있었는데 친정아버지는 그때 외삼촌때문에 더 촌스런 이름이 지어질뻔 했었노라고 하셔서 달래주시는 것인지? 더 놀리시는 것인지? 한참 억울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고만녜 딸들의 이름이 지어진 유례를 보게 되니 친정아버지께 그나마 감사해야할 일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북간도로 넘어가 살게 된 고만녜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아버지의 서당앞을 기웃거리면서 글을 배우고 싶어 몰래 기웃거리다가 신식학교가 동네에 들어서게 되면서 일곱 살 남동생에게 글을 배우곤 했다.배움에 남다른 열정이 있었던 고만녜가 대견하고 기특하다.어렵게 책을 구하면서 눈물을 글써이며 가슴 뛰던 고만녜의 모습도 고만녜는 좀 특별하게 자랄 것 같은 예감을 갖게 된다.
열 일곱에 고만녜는 시집을 가게 되었고,다행히 시아버님의 권유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그곳에서 김신묵이라는 새이름도 갖게 되었다.
나라가 해방이 되고 1946년에 고만녜는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되었다.

 고만녜는 상상속의 인물이 아닌 실제로 우리의 힘들고 어두웠던 과거시대를 잘 살아내오신 할머님의 이야기다.특히 고만녜 할머니는 작가의 친할머님이시다.북간도 이주민들의 삶에 대한 역사의 산증인인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회고록을 손녀가 다른책으로도 이미 냈었고,지금 고만녜 할머니의 어린시절부터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잔잔하고 예쁘게 담아냈다.
물론 예쁘게 읽힐수만은 없는 그림책이겠으나,백 년 전 그시대 이북사람들의 삶과 특히 북간도로 이주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그리고 춥고 추운 북간도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간 이야기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한 번쯤 꼭 읽혀봄직한 책이다.
추운지방에서의 북간도 방구조도 들여다볼 수 있고,서당에서 신식학교로 넘어가는 역사의 흐름도 아이들은 어렴풋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책은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그림책을 읽히기 위한 목적보다는 우리네 삶의 애환이 담긴 역사의식을 위한 조금은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에게 읽혀주고,설명을 곁들여줘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뒷부분에 고만녜 할머님의 사진 몇 장과 책을 내게 된 동기가 자세히 나와 있어 고만녜 할머님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나 또한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어린시절부터 고만녜 할머님은 배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할때부터 남달랐다 싶었는데 젊은시절부터 야학을 여시고,독립선언 시위에도 참여하시고,여든이 넘으신 나이에도 양심수 석방을 외치며 거리에 나서기도 하신 분이셨다고 기록되어 있다.'1980년 대 양심수 석방을 외치며'라는 제목의 고만녜 할머님의 사진을 한참 바라보며 이시대에 태어난 것에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젊은 내가 참 많이 부끄럽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 이그림책의 가치는 더욱더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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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7-1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동주의 시에서 였나요~ '어머님은 지금 북간도에 계십니다~"하던 구절이 떠오르네요. 상상속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인물이셨군요. 한살한살 먹어갈수록, 멀게는 책 속 인물 가깝게는 주변 나이 지긋한 여성분들의 삶을 다시 보게 되는 거 같아요~~ 어떤 삶이든, 참 대단하시구요!

근데, 외삼촌이 언급하신 이름이 무엇이었을까, 또 음청 궁금하네요 ^^ ㅋㅋ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개성있는 이름이라 좋으시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저는 짐작도 못하는 그런 불편(?)함이 있을수 있겠지만요~) 게다가 이름만 들으면, 남성일까 여성이겠지 하면서 한번더 짐작해보게 하는 이름이에요!!

고만녜,, 저도 어릴적에 어른들이,, "딸그마니네"라 이름 불리던 집이 있었어요. 참 구구하기도 하지요.

2012-07-11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7-1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윤동주님의 시에서 그부분이 나오네요.기억력도 좋으셔라~~^^
이그림책은 읽고 나니 좀 뭐랄까!
좀 숭고한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참 뜻 깊고 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도 독특하구요.
암튼 예년에도 좀 그리 느꼈지만,
요즘은 출판사에서 책에 대한 특별한 노력이 엿보인다고 해야할지?
귀한 책들이 많이 눈에 띄네요.^^

딸 그만 낳으라는 이름은 생각보다 참 많아요.
저희 둘째 외삼촌댁에 딸 다섯에 막내아들을 낳았는데요.
세째 언니가 본명외에 집에서 많이 불리던 이름이 '두리'였나?
이름이 세 개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이름들이 잘 생각나질 않지만요.
그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밑에 아들 낳으라는 이름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내친구네는 딸만 여섯 집이 있었는데 큰언니부터 죄다 남자이름인거 있죠.
경준이부터 시작해 친구랑 밑에 막내동생은 이름 끝자에 '남'자가 들어가요.ㅋ
우린 그친구를 부러 예쁘게 '나미'라고 불러주긴 하지만요.(딸 부잣집 딸들이 죄다 미스코리아 뺨치게 예쁘고,명절날 사위 여섯 모이면 시끌벅적 참 재미나다고 하던데 친정아버지가 왜 그동안 아들 타령을 하셨는지...ㅠ)

기억의집 2012-07-1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여자가 글을 배우기 시작한 게 반세기도 안된다면 놀랍죠. 지금 칠십팔십 되신 할머니들 중에 문맹인 분들 많으세요. 저의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전원주같은 나이 든 탈렌트가 대학 어디 어디 나왔다 하잖아요. 그러면 이래요. 집안이 좋으니깐 저 나이에 대학까지 갈 수있었지,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었다고 하세요. 저의 친정모도 제법 살았는데, 초등졸업이시거든요.

세월이 많이 변했고, 시대의 흐름을 잘 타야겠죠. 저는 요즘 같이 딸하나 낳고 사는 시대에 출가외인이라는 말은 이제 없어져야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어요^^

기억의집 2012-07-1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그리고 저의 친척 언니 이름이 갓난이였어요. 그 언니가 사십대 후반인데도 여자애 낳다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더라구요. 여자로 태어난 게 뭐 그리 죄라고.... 그 언니 지금은 개명해서 산다고 하더라구요.

책읽는나무 2012-07-12 18:05   좋아요 0 | URL
그시절 대학을 나온 여자들이라면 정말 집안이 좋은 사람들 맞긴 한 것같아요.아니면 부모님이 뜻이 있어 자식을 끝까지 뒷바라지 하지 않는 한은 대학까지 공부시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을꺼에요.
이종사촌언니가 꽤 돈이 있는 형부를 만나 결혼했는데 그 시어머님이 이화여대를 나오셨다고 하시더라구요.우리 큰이모는 7남매의 장녀라 초등학교 겨우 졸업했다던데 사촌언니가 맘고생이 좀 있더라구요.
많이 배우셨다는 시어머님이시지만 집안일 하나 할줄 모르시고 배움이 짧으신 친정엄마는 늘 사돈어른 앞에서 작아지시는 모습을 보면서 언니가 좀 힘들어하던 모습이 떠오르네요.ㅠ
그래서인지 그언니는 딸둘을 낳았는데 교육에 아주 불탔던 모습도 함께 떠오르네요.ㅎㅎ

이름에 얽힌 사연들 아마도 생각보다 많을꺼에요.
정말 아들이 뭔지...ㅠ
 
빨간 자동차의 하루 아티비티 (Art + Activity)
조엘 졸리베 글, 장-뤽 프로망탈 구성, 정지현 옮김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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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책을 받아 든 순간 도널드 크루스의 <트럭>이란 그림책이 연상되었다.
어느 분은 <트럭>그림책이 밥상 크기만 하다고 하셔 인상적이었는데,이책은 그책처럼 밥상 크기 정도는 아니어도 과일 쟁반 크기정도랄까?^^
큼직한 판형에 물건을 실어 운반하면서 달리고 있는 그 '트럭'의 그림이랑 비슷한 풍의 그림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사뭇 다른 이그림책은 '라피도'라는 빨간 택배 자동차는 정말 곳곳에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다.라피도의 노선을 따라가다보면 이마을과 저마을의 위치를 빼곡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배달할 물건들이 첫장을 넘기자마자 명세표처럼 쭈욱 목록에 적혀 있다.
"하루가 시작되면~~~~ 배달해 볼까요?"하면서 이제 급히 출발해야한다.
조금 큰 아이들이라면 머릿속에 15개의 물건들의 명칭을 잘 기억해 놓게 하는 것이 가장 큰관건이다.(어린 아이들은 책을 계속 반복해서 즐겨 본다면 물건의 명칭을 금새 외울 것 같다.^^ 7살난 딸아이들은 중에서 '영사기'와 '올리브 기름' 그리고 '목발'이란 명칭에 생소해 하더니 그림책을 두 세 번 읽고 나니 금방 터득하는 듯했다.)
다음장을 넘기면 등대지기에게 '전구'를 배달해준다.
글이 없는 그림책이구나! 여기시겠지만,이책은 플랩북이다.
플랩을 들추면 그곳의 장소와 물건이 필요한 사람과 그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이 적혀 있다.
물론 물건은 이름이 적혀 있지 않고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아이가 기억하고 있는 15개의 목록중에서 기억하게 하여 직접 맞추게 한다면 손으로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내머릿속 퍼즐게임이 될 것이다.

 적재적소에 충실하게 일하는 라피도!
라피도가 있었기에 세상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안도감이 들정도다.
물건을 잘 갖다 줬는지 마지막장에서는 그날 하루 노선을 뒤돌아 보면서 정리도 해본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절로 기억의 정리가 될터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에게 정말 반가운책이 될 수 있겠다.
큰아들은 유치원 시절 자동차가 나오는 그림책을 엄청 좋아했었는데 트럭책을 펼쳐놓고 입으로 부릉부릉~ 소릴 내며 그림속 도로를 직접 미니자동차로 달리면서 즐겨 가지고 놀았었다.
딸아이들은 오빠처럼 자동차를 가지고 부릉거리진 않으나,무시로 동네 모습을 들여다본다.
기찻길이며,백화점에서의 점원들이 무슨 옷을 팔고 있는지,초등학교 교실엔 왜 학생들이 한 명도 없는지 궁금해하고,할머니집에는 어떤 식으로 꾸며져 있는지 살펴보기에 여념없다.
아마도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차이점인 듯하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자아이라면 아마도 4,5세 정도부터 시작해서 주로 유치원생들에게 보여주면서 가지고 놀기에 괜찮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라피도 자동차 만들기도 함께 곁들여 있어 만들어 가지고 놀기에 괜찮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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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6-2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를 보니까, 책 속 삽화도 근사할 것 같은거예요!! 그래서 미리보기를 찾아봤는데,,, 미리보기 자체가 없네용 ^^;;) 시장보는 내용도 있나봐요~ (올리브기름 땜시 나온 추측ㅋㅋ)

책읽는나무 2012-06-23 10:01   좋아요 0 | URL
드래그를 해보시면 밑줄긋기 어쩌고 하는 코너에 그림 컷이 서 너 컷 나와요.
은은한 파스텔풍의 그림이 아닌 확실한(?) 선들의 그림이에요.
트럭이란 제목이지만 내용은 좀 다른 그림책 두 어 권이 있는데 딱 그런 그림풍이어요.ㅋㅋ

올리브기름은 슈퍼마켓이나 시장이 아닌 정어림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인지? 암튼 그곳에서 올리브기름이 필요하더라구요.ㅋㅋ
슈퍼엔 계산대를 가져다주죠.ㅋㅋ
님의 둘째가 좋아할 듯한 그림책 같아요.
혹시 원하세요?^^
 
토끼의 재판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21
홍성찬 글.그림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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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옛이야기책을 좋아하는편이라 아이들에게 즐겨 읽어주곤한다.
아이들 어린시절엔 기승전결이 있는 전래동화를 많이 읽어주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긴 하지만,그러한 조언이 아닐지라도 상상력이 뛰어난 그림책도 물론 읽어주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옛이야기그림책은 읽어주다보면 좀 뭐랄까! 맛깔스럽다고 해야하나? 읽다보면 절로 흥이 난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내가 어릴적 많이 읽어보고,들어본 내용이라 알고 있는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그만큼 거부감없는 익숙함때문에 흥이 나는 것일테다.
새로운 창작 그림책은 신선함과 독특함이 있지만,첫 장을 넘겨 읽는 시간들은 아이들이나 나나 처음 대하기는 마찬가지다보니 글을 읽다보면 한 번씩 버벅거리기도하고,엄마인 나도 글도 읽고,그림도 들여다봐야하고 그림속에 담긴 뜻도 생각해봐야하고 너무 바쁘다(?). 그러다보니 그림책 내용에 온전히 빠져들시간이 부족했던 듯하다.
그에 반해 옛이야기책들은 글의 내용에 비중을 두는 책들이 많은 것같아 집중해서 읽을 수가 있다.읽다보면 글쓴이의 작가에 따라 글속에서 다가오는 느낌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분명 같은 내용의 이야기인데 읽다보면 전혀 상반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한다.
할수만 있다면 하나의 제목으로 각각의 작가와 출판사별로 쭉 모아서 한자리에서 읽어봤음 하는 생각이 든다.


 옛이야기책을 읽다보면 한 번씩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부분들 또는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내가 기억하고 있지 못한 부분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하다.

이책을 읽으면서 새삼 알게 된 부분이 나그네와 호랑이가 옥신각신하면서 토끼를 만나게 될때까지 주변에 있는 동,식물을 만나 의견을 물어보는 부분이 열 번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세 번정도 있을 것이고,마지막에 토끼를 만나 의견을 물어보았다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그네와 호랑이는 열 번을 찾아다니면서 누가 옳은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처럼 옛이야기책을 들려주는 시간은 아이들에겐 흥미와 재미를 주는 시간도 되겠으나 어른인 내겐 잊어버린 기억을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기도하다.^^


 그림을 들여다보니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어 찾아보니 역시 홍성찬님의 그림이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모든 그림책을 다 읽어보진 못했고 <단군신화>,<여우난골족>,<재미네골>,<한겨레 옛이야기>,<매일매일이 명절날만 같아라> 정도의 책을 읽어보았는데 주로 민속화나 풍속화그림에서 많이 접했기에 책을 받아들었어도 신뢰감이 절로 생겼다.

책의 뒷편에 류재수작가님의 글을 보고서 홍성찬작가님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이책을 2년에 걸쳐 완성하셨단 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정도다.장인의 정신이 깃든 귀한 작품이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출판사측에선 홍성찬님을 응원하기위해 후배작가들의 <꿈>이란 책을 부러 편집하게 되었다라는 문구를 보게 되었는데 노작가의 식지 않은 열정이 깃든 책을 두손으로 받아든 입장에선 그러한 기획을 논의해볼만했겠다 싶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림이 다소 서툴고 형체가 구분짓지 못한다는 류재수작가님의 글을 읽기전까지 아이들에게 책을 미리 읽어준 나로선 그러한 느낌을 전혀 받질 못했다.그림을 잘 볼줄 모르는 문외한이라 그러한지 모르겠으나 내눈엔 그저 완성도 있는 정겨운 그림으로 들어왔다.

특히나 마지막장의 노을지는 시각에 나그네가 토끼덕에 목숨을 지탱했다는 기쁨에 아이처럼 뛰어가는 듯한 풍경이 가장 인상깊었다.헌데 흐린 시각으로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따름이다.뭐랄까? 모네화가의 말년의 그림을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그림이라는 것도 분위기를 얼만큼 잘 나타내주는가도 보는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중의 하나일 것이다.

 암튼,옛이야기 시리즈중 이책도 내가 정한 기준의,
귀한 책의 대열에 합류시킨책이다.

글밥이 상당히 긴편이고,어휘력도 있어 어린 아가들보다 유치원생들이나 초등 저학년정도의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한 옛이야기책이다.그래서 우리집엔 초등생인 아들녀석과 유치원생인 딸들과 두루 잘 읽을 수 있어 더 귀한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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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6-01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이야기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원작'을 고치거나 덧붙이기도 해요.
따지고 보면 '원작 원형'이 무엇이냐 하고 말하기 힘든 옛이야기라고 할 테지만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로는 홍성찬 님 그림은
'서툴고 형체 구분짓지 못한다'는 느낌보다는
아무래도 '머리로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이 짙어요.

눈이 많이 안 좋아서 그럴밖에 없었다고 느끼지만,
어느 모로 보면,
요즈음 적잖은 화가들처럼 '사진 찍어 놓고 그림으로 옮기는' 그림보다
훨씬 낫지만, 기억으로만 남은 모습을 되새겨 그리는 그림은
아무래도 '생명력'이 떨어지는구나 싶더군요...

..

아이들이 '범'이라는 말을 잊지 않도록 잘 이끌어 주셔요.
적어도 열두 띠는 '범띠'이지 '호랑이띠'가 아니니까요.

책읽는나무 2012-06-02 12:14   좋아요 0 | URL
원작의 토대를 잘 알고 있다면 이따금씩 말의 맛을 살려 살짝 바꾸는 것도 괜찮지? 싶어요.똑같은 내용을 여러번 본다는 것도 읽어주는 사람이 되려 지겨울때가 많더라구요.읽어주는이도 흥이 나야 아이들도 흥이 날 수 있게 듣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요즘 기성작가들이 옮겨쓴 옛이야기책이 눈에 띄면 바로 빌려옵니다.
읽어보면 확실히 운율감이 있더라구요.^^
시대가 바뀌면서 말이 자꾸 변하듯이 옛글이라도 조금은 다듬어져야할 필요가 있다고봐요.

안그래도 류재수작가님의 글에도 님이 말씀하신 '생명력'을 걱정하시는 듯했지만...제겐 그런게 전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괜찮더라구요.
몇 권의 책을 곁에다 두고 비교를 하면 모를까!
개인적으로 이런 풍의 그림을 좋아해서 더욱더 그런가봐요.
전 세밀화보다는 좀 추상적인 그림들이 좋아요.
낙서한 듯한 그림도 좋구요.의미가 담긴 그림들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그림들이 좋네요.^^
암튼..한 번씩 님의 말씀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하게 되는 것같아요.
쉽게 놓치고 읽었던 책들을 다시 한 번더 되짚어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감사드려요.^^

'범'이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다시 일러줘야겠어요.
전 주로 호랑이라고 일러준 듯하네요.^^
'개'보다도 강아지라고 일러주는 것처럼 말에요.ㅋㅋ

2012-06-01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2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다섯 작가 이야기 보림 창작 그림책
이광익 외 글.그림 / 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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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었다.
선물세트답게 이그림책은 한 사람이 아닌 무려 다섯 작가의 다섯 작품이 한 권에 모두다 실어놓아
밥 안먹어도 배부른 듯한 느낌이었다.

 다섯 사람의 다섯 가지 이야기라하여 좀 어수선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모두들 한 가지의 주제로 운동장에 줄 맞춰 선 아이들처럼 예의바르게 순서를 잘 지켰지만,그아이들의 무궁무진한 표정과 장난치고픈 아이들의 손놀림이나 발놀림을 제어하지 못하듯 작가들의 개성은 각 코너마다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다.

 책 제목과 같이 주제는 '꿈'이란 단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잠을 자면서 꾸게 되는 꿈도 있지만,책에선 자신이 바라는 되고픈 희망하는 꿈을 풀어내고 있다.

<빨간풍선>에서는 미로찾기 하는 듯한 빨간풍선의 꿈을 엿보면서 아이들은 손으로 길을 찾아 가느라 바빴지만 어른인 내눈엔 사람들 살아가는 인생의 길목처럼 보여 다가오는 느낌이 남달랐다.

<꿈을 품고 날다>에서는 검정과 얼룩무늬가 들어간 양면색종이 한 장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것에 눈길이 갔다.단순한 것에서 많은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것이 참 어려울텐데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다가오는 뜻은 심오하다.종이접기를 좋아하는 딸아이들은 양면 색종이 한 장이 만들어낸 여러가지 동물을 보고 눈을 번뜩이면서 손으로 짚어보면서 좋아했지만 글의 뜻을 반이라도 알아차렸을지는 미지수다.조금 더 많이 자라면 다시 보여주고픈 이야기다.


<동그라미의 꿈>은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할만한 그림책이지 않을까 싶다.좋아하는 무지개색의 동그라미들이 나와서 아기자기하게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고 그중 자신의 꿈이 대단하다고 자랑하다가 결국 망신당하다 친구들과 화해한다는 내용의 지극히 진부하지만 아이들에겐 환영받을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물론 딸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듯한 이야기다.^^
화해를 하고 동그라미들이 서로 모여 협동작품을 만들어낸 것엔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무지개>는 개인적으로 엄마인 내가 마음에 쏙 든 작품이다.초등생인 아들은 이야기를 좀 이해를 하는 듯했고,유치원생인 딸아이들은 손의 주인들이 가진 직업찾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향해 그손을 평생 사용하면서 살고 있는데 과연 자신이 바라던 무지개꿈을 그손으로 잡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리고 나도 내손으로 무지개를 잡은 것인지,무지개를 잡으려고 아직도 애쓰고 있는지 잠깐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 내손엔 아이들에게 읽어줄 그림책이 쥐어져 있는데 이순간이 바로 무지개를 잡고 있다라고 생각해도 괜찮은 것일까? 평범한 손들이 결국 무지개를 만든다는 마지막 장면의 그림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면서 그림책을 잡은 내손도 그대열에 분명 합류했으리라 믿어본다.
암튼,이런 저런 생각을 품게 해준 <무지개>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따로 빼오고 싶은 이야기였다.

<나무 아래서>는 고요하다.한 줄의 짧은 글귀를 쉽게 놓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하지만 결코 놓쳐선 안되는 나무 이야기다.한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낸 나무 이야기는 다른책에서도 많이 다루기도 하지만 나무 이야기는 여러이야기를 읽을수록 사람의 마음을 숭고하게 만들어준다.
이책도 그러하다.나무같이만 살아간다면 서로 상처줄일은 없을터인데....그래서 아이들에게 나무 이야기를 조금더 설명하게 된다.

 

 홍성찬 작가의 삶과 그림책을 통한 삶의 모습을 기록하고 소통하기 위해 젊은 후배작가들이 모여 '꿈'이란 그림책을 기획하였다라고 고백하고 있다.참 의미있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론 젊은 화가들의 생기발랄하고 역동적인 그러면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풋풋한 젊은이들의 화풍이 담긴 미술전시회를 다녀온 듯한 느낌이다.
여러사람의 작품이 한데 모여 있는 곳에 발걸음하면 정말 '내눈이 즐겁다' 또는 '내눈이 호사한다'라는 생각을 한다.이그림책이 딱 그러한 기분이다.
한 권의 책에서 눈이 호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작가들이 화두로 던진 '꿈'이란 단어를 곱씹으며,아이들과 '꿈'에 대해 대화를 가져볼만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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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4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8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꼭지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최재숙 글, 김홍모 그림 / 보림 / 201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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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별로 단행본으로 발행하지만 그래도 시리즈를 모아보면 권수나 내용면을 따져보면 전집이라 불려도 무색할만큼, 몇몇 눈에 띄는 시리즈가 있다.그중 솔거나라 시리즈도 분명 순위를 다툴만한 경지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개인적으로 나오는 신간들마다 챙겨보는 편이며,구비해 놓으려 애쓰는 그림책중 하나다.

기다리던 중 신간이 나와 무척 반갑다.
이번책은 연에 관한 내용이라 무척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전통책에 관한 시리즈를 몇 권 보았는데 연에 관한 책은 못보았던지라 더욱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일단 제목이 신선했는데 얼핏 제목만 보았을적엔 연에 관한 그림책임을 눈치채지 못했다.표지의 그림을 보고서 아~ 했으니까!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연을 만들때 연 이마부분에 방구멍(센 바람에 연이 찢어지지 않고 잘 날게 하려고 뚫는 구멍이라고 함)을 낸다.그방구멍 위 꼭지 부분에 무언가를 붙인 것을 꼭지연이라고 하는데 주인공인 현이는 그 꼭지 부분에 보고 싶은 엄마 얼굴을 그려 넣고서 '엄마꼭지연'이라고 명하였기에 책의 제목도 엄마꼭지연이 되었다.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점을 강조한 듯하다.

책에선 맞벌이 하는 부모곁을 떠나 할아버지집에서 생활을 해 온 현이가 학교를 입학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부모곁으로 가야 되는 손주를 위해 할아버지는 연을 만들어 주는 장면이 실려 있다.
연을 만들면서 할아버지와 손주의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연을 만드는 순서도 일러줌과 동시에 할아버지는 내내 현이의 질문에 연이 만들어진 역사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을 해주시기 때문에 읽는 우리들도 덤으로 연을 만드는 방법과 연이 만들어진 내력을 쉽게 깨우칠 수 있다.

책의 중반부에선 옛시절 우리조상들이 연을 날리는 대목을 할아버지가 설명을 해주실때 어느새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곁에서 영조임금도 연을 같이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연을 띄우고 있다.현실화 될 수 없는 장면이지만,현이의 상상속에선 족히 이루어지고도 남을 장면들이기 때문에 참 정겨운 그림이 아닐 수 없다.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월 대보름날 액막이연을 띄우거나 달집 태우기 하는 장면도 곁들여 있어 아이들은 선조들이 그저 재미로 연을 날린 것이 아니라, 희망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는 어렴풋한 의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 될 것이다.

연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유일한 유희 중 하나여서 하늘을 날고 싶은 간절한 소망과 하늘처럼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살짝 가져본 기대감을 연에 담에 하늘에 띄우기에 연은 그자체가 사람들의 희망이자 소망이다.그렇기에 희망에 관한 연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외로운 현이 얘기로 시작되어 조금은 의아스러웠다.하지만 앞서 연은 희망과 소망을 대변하는 도구라고 얘길 했던 대목에 걸맞게 현이는 자신이 가장 염원하는 것! 엄마를 빨리 보고픈 간절한 소망을 담아 엄마 얼굴을 그린 엄마꼭지연을 하늘로 두둥실 날려 보냈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는 간다.다행스럽게도 그소망이 이루어져 그림책의 뒷면에 현이는 자신을 데리러 온 엄마를 결국 만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역시 연은 액을 없애주는 도구에 앞서 희망과 소망을 실어 나르는 도구쪽에 손을 더 들어줄 수 밖에 없다.

요즘은 연날리는 모습을 예전처럼 흔히 볼 수 없다.요몇년 전부터 바닷가를 거닐다 연을 파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이젠 여름을 제외한 바닷가에선 연을 날려볼 수 있게 되었다.그래서 아이들은 연은 바닷가에서 날려보는 놀이라는 인식이 절로 박혀버려 조금 안타까웠는데 이런 책을 보여줌으로 연에 대한 잘못된 시선을 바로잡을 기회가 될 수 있어 엄마로선 다행스럽다.
그림책을 읽을때마다 아이들이 연을 날려보고 싶다고 노래 부르는데 책을 아무리 훑어봐도 둔하고 게으른 엄마로선 솔직히 만들 엄두는 나질 않는다.조만간 바닷가로 다시 달려가 연을 날려주겠다고 새끼 손가락만 몇 번 걸었다.훗날 연을 날려볼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아이들에게 이그림책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면서 소망을 하나씩 걸어보라고 일러주며 독후활동을 대행할생각이다.^^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평가단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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