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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서 나온 할머니 ㅣ 보림문학선 2
이바 프로하스코바 지음, 마리온 괴델트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잔잔하게 감동이 흐르는 창작 동화책이다.
아이들은 위인전과 같은 고전도 많이 읽으면 좋지만...이러한 창작동화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위인전은 그야말로 위인들의 업적을 본받아 내아이가 위인들처럼 훌륭하게 잘 자라주길 바라는 부모들의 욕심으로 읽혀지는 목적이 다반사일수가 있다...아니라고?....나같으면 그런 마음으로 아이에게 위인전을 읽으라고 부추길것 같다...ㅡ.ㅡ;;
창작 동화책은 본받고 깨닫고 닮아야 한다는 부담감없이 그냥 감동만 느끼면 된다....
감수성이 둔한 어린이들이라도 그냥 '아~~ 이런 얘기도 있구나!'정도만 느껴도 무난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은 정말 진한 감동을 느꼈다면 아마도 눈물을 흘리며 오랫동안 그책을 기억할것이다...오랫동안 가슴속에 심어놓은 동화는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 좋은 자양분의 역할을 담당할수 있다....
지금 세상엔 무수한 동화책들이 많다...중에 그다지 자양분의 역할을 하기엔 불충분한 자격미달의 책도 있지만...반짝 빛이 나는 창작동화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새로운 내용의 창작물을 접하게 되는 아이들은 계속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상상할수 있는것 만으로도 아이들의 미래는 밝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아동 작가가 쓴 이창작동화도 반짝 반짝 빛나는 책중의 한권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엘리아스에게 어느날 노란 알이 생겼는데 그알에서 부화된 것은 그동안 너무도 갖고 싶었던 할머니였다...
엘리아스의 아빠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항상 컴퓨터와 씨름을 하느라 엘리아스와 놀아주지 않는다..엘리아스와 놀면서 보내는 그 한두시간이 아빠에겐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는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엘리아스의 엄마또한 엘리아스와 놀아줄 시간이 없는 사람이다...박물관 같은 성에 있는 문화재나 골동품들을 고치고 재생시키는 일을 하는 엄마는 항상 도서관에서 두꺼운 성에 관한 책을 빌려와서 그책을 읽기에 바쁘다...책을 다 읽고나면 항상 그책에 관련된 비디오를 본다...
그래서 엘리아스는 집에서 항상 외톨이다...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게 되면 부모들은 그저 돈을 벌기에 바빠 아이에게 아기때만큼의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이젠 스스로 모든 일을 할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에 아이를 믿어버리며 그냥 밥이나 챙겨주고, 학교에 보내고, 공부하라고 일러주고, 잠을 재워주고, 옷을 사서 입혀주는것이 부모의 최선이라고 생각해버린다....아이들이 정작 바라는것은 그것이 아닌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들은 도대체 무슨약들을 먹는것인지 점차 삶에 찌들어가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것이다....
아이들은 그저 관심과 사랑만 달라고 부모를 하염없이 쳐다보는데 부모들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런 엘리아스에게 생긴 알에서 나온 모야 할머니는 너무도 소중하고 기쁨의 존재였던 것이다..
모야 할머니는 생긴것만 할머니이지...실상 아기나 다름없는 존재다...
알에서 갓 태어났기 때문에 걷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엘리아스의 말을 잘 이해하지도 못한다...하지만 엘리아스는 동생을 다루듯 할머니를 잘 도와주고 가르쳐준다...
추울까봐 옷도 구해다주고...먹을것도 가져다주고...걸음마도 가르쳐주고...목욕하는 법도 가르쳐준다...
모야 할머니는 영리하여 한번 가르쳐주면 잘 따라한다...
엘리아스는 다른 친구들의 할머니들처럼 동화책도 읽어주고, 설탕으로 과자도 만들어주고, 같이 산책도 할수 있는 그런 할머니를 원했는데...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엘리아스가 모든걸 다 챙겨주어야만 하는 모야 할머니가 생겨 실망은 컸지만...엘리아스는 기쁜 마음으로 모야 할머니를 아기 다루듯이 잘 보살펴준다....
엘리아스는 모야 할머니가 감기에 걸려 오색 약차를 먹이기도 하고..빨래도 하고..(세탁기가 해줬지만!)..걸음마를 가르치면서 아마도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엄마가 사랑으로 자신을 이렇게 키워주었을꺼란 생각을 분명히 했을것이다...
내가 바로 내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줄곧 우리친정엄마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점차 지남에 따라 모야 할머니는 영리하고 똑똑해져 날기 연습도 잘하고, 말도 잘한다..
그러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엘리아스와 신체구조가 많이 다르다는것을 보고 슬픔에 잠긴다...엘리아스는 할머니를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몰라서 많이 걱정한다...
그때쯤 엘리아스 아빠는 새게임 프로젝트를 출시 했는데 반응이 좋질 못하여 일등을 놓쳐버린다..
주위 사람들은 게임이 너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며...꼭 집에 아이가 없는 사람이 만든것 같다는 소리에 충격을 받은 아빠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아빠는 정작 자신에게 소중한것이 무엇인지 이제서야 깨닫게 된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아빠랑 같이 만든 연을 가지고 연날리기 대회에서 열심히 날려보려 애쓰지만 연이 잘 날지 않는다...엘리아스가 실망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연이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알고봤더니 모야 할머니가 연뒤에 숨어서 날개를 움직여 연과 함께 하늘을 날아 올랐던 것이다...
하필 연줄이 끊어져 하늘로 높이 높이 올라가는 연을 보면서 엘리아스는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자신의 친구를 찾아갔을꺼란 어떤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서 정말 그럴것이라고 믿으며...엘리아스는 긍적적으로 생각한다..
친구를 찾아서 행복해지면 꼭 엘리아스를 한번쯤은 찾아올것이라고 믿으며 엘리아스는 성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엄마와 컴퓨터 게임을 생각하지 않는 아빠를 보면서 행복해한다...
참 예쁜 이야기다....한번쯤은 가지고 싶었던 나만의 엄지공주 같은 존재의 모야 할머니는 엘리아스가 많이 외롭고 우울한 시간에 찾아와 엘리아스와 소중한 시간들을 보낸다...
어쩌면 너무도 많이 외로워 엘리아스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모야 할머니인줄은 모르겠지만...
이책을 읽으면서 나는 많이 뜨끔했다..
나도 혹시나 내개인의 취미를 위하여 내아이를 많이 외롭게 만들지는 않았는가?라고 반성하게 만들었다....그리고 비록 모야 할머니는 떠나갔지만...엘리아스 부모님들이 이젠 엘리아스에게 뜨거운 관심을 가져줄것이라고 생각하니 참 다행스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덮을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책은 행복한 해피엔딩의 결말로 끝이 나는것이 제일 좋다...
내기분이 이리 좋은만큼....아이들도 분명 해맑은 미소를 살포시 지으며 책을 덮을것이고 한동안 편안한 마음으로 책의 내용을 상상할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