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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ㅣ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요맘때...그러니까 새해가 밝아오면...꼭 하는일이 있다.
올해 지켜야할 나만의 목표 내지는 약속등을 순서를 정하여 A4지에 막 적어내려간다.
처음엔 세가지만 적으려고 시도한 결과가 나중엔 열가지..그리고 스무가지가 되어버린다.
욕심이 많아서인지?..계획표를 작성하는것에 재미가 붙어서인지?
적어놓은것을 보면 해년마다 똑같은 계획이고...그리고 해년마다 매번 지키지 못한 계획들이다..ㅠ.ㅠ
나의 지키지도 못할 생활계획표를 작성하는 이버릇은 어릴때부터 매번 똑같았다.
방학을 하면 방학 생활계획표를...시험기간이면 시험과목에 대한 계획표를..학년이 올라가거나 신학기가 되면 신학기용 계획표를...나는 종이 아까운줄도 모르고 작성을 했는데...여지껏 휴지통으로 버려졌던 그종이들이 과연 몇장이나 될까?...ㅡ.ㅡ;;
계획표를 작성하다보면...매번 저지르는 실수가 무엇인고하면...작성하고 있으면 그것이 모두다 실천이 될것같단 기쁨과 보람에 들떠 시간을 또 쪼개고 쪼개서 마구 일정을 추가시킨다는것이다.
하나 지키기도 어려운 판국에 한시간에서 삼십분을 쪼개어 한가지를 추가시키고..그삼십분에서 또 십분을 쪼개어 또다른 무언가를 하나 추가시키고...완성해놓은 계획표를 보고 있노라면 애당초 지키지도 못할 계획표를 왜 작성했는가?..나는 또 왜 헛방망이질을 하고 있는것인가?...참 한심하다..
하지만...계획표를 작성해야만 속이 편한것은 또 무슨짓인가?
나는 속이라도 편하자고 올해도 2005년 한해동안 지켜야할 계획표를 작성하려고 한창 준비하고 있던 찰나..나는 이책을 읽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올해부터는 황당무계한 계획표는 이제 작성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이란것은 참말로 소중하여 아끼고 아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의 한사람이었다.
정말 생각하는 사람이다..생각만큼 그것이 몸이 안따라준다는게 크나큰 문제이지만...ㅠ.ㅠ
정말 시간이 촉박하여 일분 일초가 소중한 순간들은 언제였을까? 돌이켜보면...아마도 시험기간이 아니었을까?....진탕 놀다가 벼락치기를 해야만 하는 그시간..공부할양은 아주 많이 남았는데...시간은 진짜 빨리 지나간다...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은 책을 들고 학교에 가서 토막시간에 잠깐만이라도 공부한답시고 열심히 보고 있노라면..감독선생님은 이미 교실에 들어와있고.."책 집어넣고 책상 깨끗이 해~~"그럼 속으로 오 마이 갓을 외치면서도 일초라도 한줄이라도 더보려 책이 손에서 안떨어진다..ㅠ.ㅠ
공부를 안했으니 당연한 내시험결과에 원통해 하면서 다음엔 시간을 쪼개서라도 열심히 공부하겠노라고 매번 똑같은 다짐을 한다..그리고 시험기간이 되면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는 황당한 계획표를 작성하는 우를 범한다...참 환장할 노릇이다.
성인이 되어선...시간의 소중함을 느낀 순간은 아마도 직장출근시간이었던것 같다.
출근시간보다 이미 십분이 지났는데..이놈의 버스는 도로에서 막혀 옴짝달짝을 안한다.
그 초조함!!...지각을 밥먹듯이 하였던 내겐 초죽음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내가 분명 새벽에 일어나리라!! 굳게 다짐을 하지만...또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후닥닥 뛰쳐 나가기 바빴다.
지금 현재 전업주부의 길로 나선 나는 집에서 이젠 여유있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을것 같으나..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는것이다..게으름이 큰 문제이겠지만...늦게 일어나 점심시간에 맞춰 급하게 아침을 먹고...청소하고 빨래하고...뭐 이것 저것 하다보면 금방 오후...그리고 또 금방 저녁...저녁먹고 나면 한밤중!
집안에서도 매번 시계를 보면서 혼자서 바쁘다..바뻐!
혼자서 바쁘다 보니 뭐 연초에 세우는 계획들을 지킬 시간이 없는게 당연할게다..ㅡ.ㅡ;;
이책을 읽으면서 모모가 나에게 무언가를 일깨워주는것을 느꼈다.
일을 빨리 해치워버려 큰성과를 얻고자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겐 턱없이 부족한게 시간인것같다..반면..모모같이 유유자적 편안한 마음으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또 더 여유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많이 게으른 사람이지만...항상 시간에 얽매어 살아왔던것 같다..
그리고 내아이에게도 시간을 즐기기보다는 시간에 쫓기면서 사는 모습을 가르치고 있는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아이는 길을 가다 녀석의 관심사가 눈에 띄면 가는길을 멈추고 그것을 쳐다본다고 정신이 없는데..나는 옆에서 빨리 가자고 아이를 재촉하기 바쁘다..하다못해 나는 아이손을 억지로 끌고서 투덜대며 길을 걸어간다..
아마도 나같은 사람에게 회색신사들이 짠~~ 하고 나타나 거래를 하자고 한다면 선뜻 응할것만 같다.
모모가 회색신사들을 물리쳐주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현대인들이 매번 빠른 걸음을 재촉하면서 앞만보며 달려간다면 언제 어디서 회색신사들이 다시 생겨나 우리 눈앞에 나타날지 모를일이다.
내마음속에 모모를 지우지 말고 영원히 담아두고 살아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람쥐 쳇바퀴돌듯 시간에 쫓기어 살아갈즘엔 내마음속 모모를 불러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