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연인에게, 일용할 양식, 영원한 주사위, 연작시 트릴세, 희망에 대해 말씀 드리지요, 나는 웃고 있습니다, 배고픈 사람의 수레바퀴` 등의 시들을 엮고 시세계와 연보를 해설했다.
중남미 현대시의 흐름을 바꾼 거장 바예호의 시선집,인디오들의 소박한 영혼을 노래하는 그의 시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소외 계층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읽을수 있다.
1892년 페루 와마추코 성(省) 산티아고 데 추코에서 태어났다. 트루히요대학교 문과대와 산 마르코스 대학교 이과대에 입학,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는 일이 잦았으나 1915년 트루히요 대학교에서 「스페인 시의 낭만주의」라는 논문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때부터 트루히요 지식인·시인들과 교류하며 신문과 잡지에 시를 기고하기 시작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검은 전령」 「트릴세」 「인간의 시」 「스페인이여!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다오」등과 소설 「야만적 우화」 「삶과 죽음의 저편」 「파코 융케」 「텅스텐」, 희곡 「콜라초형제」 「지친 돌」등이 있다. 1920년의 정치적 긴장상태에서 방화범으로 오인되어 체포되었다가 풀려났으나 그 일로 다시 쫓겨다녔으며, 마르크시즘에 심취하였고 평생을 경제적 고통과 병마로 시달리다가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건강이 악화되어 사망했다.
바예호를 소개하면서
추천의 말
'검은 전령'에 포함되지 않은 시들
검은전령
트릴세
'트릴세'에 포함되지 않은 시
인간의 노래
스페인이여! 나에게서 이 잔을 멀리해다오
세사르 바예호의 시세계
세사르 바예호 연보

 내가 당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에 대해 나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마찬가지로, '시'를 읽는다고 하지만 시가 무엇인지 명확한 결론을 내릴수 있는 이 역시 얼마나 될까. 이 책은 저자가 사랑하는 시들을 엮은 것이다. 그녀에게 시는 세상 모든 것이다. 팝송이나 재즈의 노래말, 영화속에서 만나는 대사 모두가 그녀에게는 시의 범주에 들어간다. "모든 이의 가슴엔 시인이 있"기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언어가 시가 되는 것이다.
1부는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시와 노래말들이 담겨있다. 김소월의 시를 시작으로 구전민요인 <아리랑> 중국 고전 『금병매』의 절창 등이 담겨 있다. 2부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시와 노래말이 담겨 있다.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짐 모리슨의 <사람들은 이상하다> 등이 담겨 실려 있는데, 그동안 가져왔던 시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한 노래말들이다. - 일용할 양식 ― 알레한드로 감보아에게 바침세사르 바예호 아침은 마시는 것. 묘지의 젖은 흙은 사랑하는 이의 피... 일상어를 시어로 흡수, 승화시킨 중남미 시 개혁의 기수 세사르 바예호, 45세로 요절하기까지 그의 삶은 가난과 비극과 계속된 투쟁의...

 대제국 '잉까의 땅' 페루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나스까 대평원 지상 그림·고대의 유물들을 수없이 감추고 있는 흙벽돌 무덤·세계적인 관광지 꾸스꼬·‘잃어버린 공중 도시’ 마추삑추 등 단연 돋보이는 유적지와 더불어 남미의 등뼈를 이루는 장엄한 안데스 산맥, 판암 고속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진 해안 사막 그리고 아마존 유역의 정글 등 다양한 자연 환경으로 ‘남미의 백미’라 알려진 곳이다.
실제로 페루는 이 책의 부제처럼, 안데스라는 높직한 콧날 양쪽으로 왼쪽엔 황색의 눈을, 오른쪽엔 녹색의 눈을 가진 기이한 나라이다. 폭스 테리어 개의 머리 형상인 페루 지도를 보더라도 안데스 산맥을 기준으로, 왼쪽 태평양 연안은 온통 사막지대로 황색 투성이며, 오른쪽은 아마존 밀림지대가 광범위하게 녹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렇게 사막과 고산, 밀림이라는 극적인 자연에 따라 사람들이 사는 모습 또한 극적이다. 사막지대 사람들, 안데스 고산 지대 사람들, 그리고 아마존 셀바 지역의 사람들은 각각 그들만의 풍습으로 토양과 기후에 따라 따로따로 의식주 생활을 한다.
이 책은 6년여 동안 중남미를 여행한 김안나 씨가 멕시코 여행기에 이어 두 번째로 세상에 내놓은 페루 여행기이다. 페루 곳곳을 여행하면서 자연과 사람, 문화와 역사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직접 찍은 사진을 담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때의 관광에서 포착한 멋들어진 광경을 소개하는 ‘가이드북’은 절대 아니다. 홀홀단신 여자의 몸으로 배낭 하나만 둘러멘 채로 목숨을 걸고 아마존 밀림을 누비며 느낀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안데스 오지마을을 찾아 문명에 지배되지 않은 사람들의 당당한 모습을 찾아 섬세한 여성적 시각으로 전해주고 있다.
1. 페루이야기, 2. 안데스 이야기, 3. 사막 이야기, 4. 아마존 이야기 총 4부로 구성되어 페루에 대한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으며, 풍경처럼 펼쳐져 있는 때묻지 않은 자연인들의 숨결을 통해 정신과 영혼을 해방시키는 신비스러운 느낌과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는 문화기행기이다. -
그때 지붕에 들새 한 마리 찾아와 울겠지. 산띠아고 데 추꼬라는 안데스 산지에서 태어난 페루의 위대한 시인 세사르 바예호(Csar Vallejo: ****-****)가 안데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노래한 시구이다.

 이 책은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광인' 혹은 '천재'라 불리며 시대와 불화한 예술가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들은 보편적 시대정신에 반하여 산사람들이며, 니체의 '광기에 반대되는 것은 건강이 아니라 길들여진 두뇌다' 라는 말에 비추어 보면 시대에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여기에 기록된 예술가들은 영화 감독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였던 피에르 파졸리니,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3번의 자살 시도 끝에 31세로 생을 마감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 20세기 음악게의 이단적 존재 작곡가 에릭 사티, 사진의 아버지 스티글리츠, 세계를 돌아다니며 시를 쓴 프랑스 시인 상드라르, 스페인의 영광과 상처가 된 시인 페데리코 로르카, 난쟁이와 거인등 '비정상적' 인물들을 피사체에 담았던 다이안 아버스, 무용의 신 니진스키 등 모두 17명이다.
이 책은 1998년 박가서장에서 출간되었다가 출판사의 운명과 함께 절판되었던 책이다. 이 책을 그린비에서 재출간하는 이유는 17명의 예?들의 삶이 지금에도 여전히 큰 울림을 갖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자가 이들의 삶의 궤적을 기록하되 단순한 연대기적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감성적인 문장으로 그들의 고뇌를 드러내 보이는 방식을 택하여, 자신의 시대와 불화하며 현재에 미래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삶이 마치 지금 여기의 삶인 듯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흔히 볼 수 없는 280여 장에 이르는 사진 자료도 빼놓을 수 없는 재출간의 이유다. 국내에서 흔히 보기 힘든 이 사진들만으로도 17인의 예술가들의 삶과 사상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스페인 내란'이라고 불리는 이 전쟁, 헤밍웨이, 조지 오웰, 영국의 시인인 오든과 스티븐 스펜서, 페루의 시인 세사르 바예호 등이 공화군 편에 가담한 이 전쟁, 그래서 '시인들의 전쟁'이라는 다소 화사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 이 전쟁,

 《세계일보》문화부에서 근무하며 소설 집필을 함께 해 오고 있는 작가 조용호의 '중남미·아프리카 문학 기행'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세계문학 기행이 여러 번 선보였지만, 주로 유명 작가들을 위시한 서구 문학 중심이었다. 이번 책은 세계 문학의 중심에 진입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영역의 주변에 머물고 있었던 중남미와 아프리카 문학의 현장을 최초로 돌아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저자 조용호는 2001년과 2002년에 걸쳐 중남미 5개국 8개 지역, 아프리카 3개국 10개 지역을 직접 발로 뛰면서 제 3세계의 문학 현장을 담아냈다. 저자가 직접 찍어온 125컷의 사진은 중남미·아프리카의 오늘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은 낭만으로 윤색되어 있거나 머나먼 미지의 땅 정도로 인식되어 왔으며 그들의 문학 역시 '환상적 사실주의'나 '마술적 사실주의' 등 단편적인 문학사조 차원에서 얕게 이해되어 왔다. 저자는 중남미 지역에서의 우익 군부 독재의 통치, 식민지 경험으로 인한 아프리카의 흑백 갈등과 빈부 격차 등 정치·사회적 혼란이 어떻게 문학을 통해 반영되고 있는지에 주목하는 한편, 오늘날 민중들의 삶을 직접 취재함으로써 제3세계에 대한 이해를 보다 입체적으로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역사적 정황이 한반도의 가까운 근현대사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에서 비교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문학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 또한 마련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주제곡인 <세월이 가도 As Time goes by>에서 인용한 것이다.
"기억해둬요.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두 흔적. 상처받은 두 사람. 아직도 미련 있어.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세월의 부침 속에서 두 남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상처를 표현한 노래이지만, 이 가사를 중남미·아프리카의 현실에 대입해 은유적으로 해석하더라도 무리가 없다. 역사의 격변에 시달린 민중들의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남아 있으며, 대립과 반목의 세월은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가도' 문학은 소외된 현장의 구석구석을 기록하고 증언하고 있으며 역사와 문학이 어떤 식으로 맞물리고 있는지를 재조명하는 작업 또한 방기해서는 안될 중요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
시에서는 세사르 바예호 Cesar Vallejo를 위시한 개혁적 시인들이 활약하며, 산문에서는 보르헤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다스리지 못한 화는 재앙이 되지만, 분노는 본래 유익한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화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으며 어떤 얼굴로 우리에게 나타나는지 그 연원을 밝히면서 시작한다. 저자는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신화와 성경, 소설 속 인물들까지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화의 얼굴을 보여준다.
저자는 화를 버리지 않고 다스릴 수 있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화를 표출할 수 있다고 한다. 화는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독자들은 책 속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화를 만나게 될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화도 나지 않는 법이다. 이 책은 화는 우리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므로 잘 다스려서 필요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다스리지 못한 ‘화’는 재앙과도 같다
최근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군부대 총기난사 사건’일 것이다. 아깝고도 아까운 청춘 여덟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믿어지지 않는 사건은 한 군인의 ‘화’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의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쏘아댄 김 일병은 왜 그랬냐는 질문에 “그냥 너무 미워서”라고 대답했다. 그냥, 너무, 미워서, 죽였단다. 다스리지 못한 인간의 화가 불러온 재앙은 이처럼 참혹했다. 그것은 인간이 손쓸 수 없는 천재지변과 다르지 않았다.
총기난사 사건 같은 일어나선 안 되는 극단적인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화는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사실 우리는 하루 24시간, 일 년 열두 달을 ‘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살아간다. 화는 우리 삶의 일부이며, 때론 전부가 되었다가, 운 좋은 어느 날은 저 멀리로 달아나 있기도 하는 존재이다.
인간인 이상 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인간의 감정인 이상 화 역시 꼭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화를 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어떤 식으로 화를 내야 할 것인지, 어떤 때는 화를 내고 어떤 때는 내지 말아야 할 것인지 판단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때문에 다스리지 못한 화는 재앙이 되지만, 다른 모든 창조물과 마찬가지로 분노는 본래 유익한 것이었다.
화의 여러 가지 얼굴들
그렇다면 화를 잘 다스려서 ‘유익한 분노’로 만들어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듯, 화를 알고 나를 알면 그 놈을 잘 다스려 삶의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화나 죽겠어”를 외치면서도 정작 ‘화’가 무언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의 화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으며 어떤 얼굴로 우리에게 나타나는지 그 연원을 밝히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다. 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신화와 성경, 소설 속 등장인물들까지 저자는 다양한 인간군의 모습을 통해 화의 얼굴을 규명하고 있다. 물론 ‘화를 잘 내는 것이 집안내력’인 저자의 모습이 가장 유용한 재료로 쓰였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총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도대체 화가 뭐길래?’에서는 화가 ‘두려움, 특권, 슬픔, 자비’라는 얼굴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2장 ‘화는 사소함에서 비롯된다?’에서는 화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그러하듯 화 역시 가정에서부터 비롯되며 가장 사소한 것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맨 처음 드러난다. 3장 ‘화가 선물이라고?’까지 읽으면 화에 대해 갖고 있던 오해가 점차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조건 나쁜 줄로만 알았던 화가 세상을 이기는 방법이 되어주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4장 ‘세상 속에서 화는 필요하다?’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의 화를 만나게 된다. 사랑하지 않으면 화도 나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화는 우리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필요악’으로서의 화, ‘유익한 분노’로서의 화를 접하고 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화를 다스릴 수 있는 날은 분명 올 것이다!
이 책은 화를 파괴하지 않고도 다스릴 수 있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도 화를 표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화를 다스리면서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니! 그러니까 화의 얼굴이 못생겼다 해도 성형수술을 받지 말고 거리를 활보하라 이 얘기이다. 중요한 건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다. 단, 지나가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지 말고.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얼굴에 자신감을 갖고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얼굴이 못생겼다 해서 고치거나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화 역시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그러하듯 화 역시 억제하고자 하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직한 분노를 허락받은 존재이고, 다른 모든 창조물과 마찬가지로 화는 본래 유익한 것이지 않은가.
유익하기에 버려서는 안 된다. 잘 구슬리고 다스려 ‘필요악’으로 만들어야 한다. ‘유익한 분노’로 만들어야 한다. 다스리지 못한 인간의 화는 천재지변이 되지만, 잘 다스린 인간의 화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
세사르 바예호(Cesar Vallejo)가 쓴 제목 없는 시의 첫 줄 '어른을 아이로 전락시키는 화'에 한 구절만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

 <일 포스티노>의 아름다운 시인, 민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노벨상 수상자
빠블로 네루다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의 시는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는 1960년대에 이미 백만 부 이상 발행되었고, 지금도 가장 많이 읽힌 스페인어 시집이다. 네루다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린 노벨상 수상자는 흔치 않다. 그는 시인일 뿐만 아니라 민중 앞에서 낭송하고 연설하기를 즐긴 활동가였으며, 굳은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부패한 정권을 비판하여 오랜 세월 지하생활과 망명의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네루다는 2004년 탄생 백주년을 맞아 그의 조국 칠레에서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벌어지는 등 다시 한번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기획된 이 평전은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구체적이고 생생한 네루다의 초상을 제공한다. 많은 미공개 자료를 담고 있는 이 전기에는 작가가 저널리스트 특유의 직업정신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축적한 시인의 친구들과 지인, 전문학자들의 숱한 목소리가 들어있다. 네루다의 절친한 벗이자 정치적 동지인 볼로디아 떼이뗄보임이 쓴 네루다 전기의 신화적 색채나, 시인이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구술한 자서전의 다소 환상적인 분위기와 비교한다면, 이 전기의 구체성과 엄밀성은 “움직이지 않는 여행자”였던 시인의 다채로운 면모를 오롯이 되살려내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떼무꼬의 자연 속에서 시인의 꿈을 키웠던 유년기부터 보헤미안적인 삶에 탐닉했던 산띠아고 학창시절, 외교관으로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와 유럽을 유목하던 시절, 그리고 안데스를 넘어 망명길에 올랐던 시절을 거쳐 이슬라 네그라에서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파란만장한 네루다의 삶의 행로를 쫓는다. 또 열정과 고뇌에 물든 에로티시즘, 세계의 상실과 파괴에 대한 초현실주의적 직관, “양귀비로 뒤덮인 형이상학” 대신 “거리의 피”를 노래하는 투철한 역사의식, 그리고 동양적 에스프리에 이르기까지 시인의 광대무변한 창작 여정을 따라간다. 또 이 책에는 자신의 삶을 “모든 삶들로 이루어진 삶”으로 이해하고 ‘모두의 노래’를 불렀던 시인의 전기답게 가르시아 로르까, 사르트르, 미스뜨랄, 보르헤스, 바예호, 엘뤼아르, 아라공, 에렌부르크, 아스뚜리아스, 빠스, 삐까소, 디에고 리베라 등 20세기를 풍미했던 작가·예술가들은 물론 체 게바라, 마오쩌둥, 까스뜨로, 스탈린, 히틀러, 프랑꼬, 트로츠키, 아옌데 등 수많은 정치적 인물들이 잇달아 등장함으로써 당대 역사의 지형도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 
네루다는 극동으로 가는 길에 처음 친구가 된 페루 시인 세사르 바예호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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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림 이야기>에서의 자연은 생명을 가진 실체로서 환상적 이야기의 근간이 되고 있다. 인간을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단계에 있는 만물의 영장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동물들과 모두 한데 어우러져 갈등을 빚고 대립하고 끝내는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자연이라는 무대의 동등한 등장인물들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과 진행, 의의의 결론에 당혹스러워할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표현이 눈에 띄고 갈등의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들이 나기 때문이다. 이솝우화의 인과응보, 해피엔딩식 결론을 기대한다면 넌센스다. 옛 이야기의 결론은 이러저러 해야한다는 식의 선입견을 버리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결론들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고 자연의 질서와 섭리를 알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은 모두 등장한다. 앵무새, 거북이, 가오리, 호랑이, 뱀, 플라밍고…… 이들은 사람처럼 인격을 가지고 사고하고 행동한다. 더구나 멀리 라틴 아메리카의 밀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분위기는 사뭇 이국적이고 환상적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원색의 그림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발동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특이하며 재미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번역자가 후기에서 말했듯이, 인간과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에 저절로 공감이 간다는 사실이다. 인간에 의해 자연과 인간의 유대가 난폭하게 단절될 때의 끔찍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포의 모든 것―100명의 작가, 100편의 작품
지난 해 공포 문학 대가들의 숨은 작품을 발굴함으로써 공포 문학의 새 지평을 연《세계 호러 걸작선》 1·2를 소개한 책세상에서 이번에는 100명의 작가들의 100편의 호러 단편 작품들을 선별한《세계 호러 단편 100선》을 출간했다.《세계 호러 단편 100선》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인 공포와 전율을 불러일으키는 100편의 호러 소설이 수록된, 가히 호러 문학의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이 책에 수록된 100편의 소설은 대부분 국내 초역으로 호러 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 지평을 보다 확장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 책은 호러 문학의 대표적 작가들뿐만 아니라 오노레 드 발자크, 안톤 체호프, 찰스 디킨스 등 거장들의 알려지지 않은 호러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이들은 호러라는 공통적인 키워드로 접점을 이루면서도 각기 독특한 차별성을 잃지 않는다. 이와 같이 정통 문학과 호러 문학을 아우르는 작가 선별은 문학성이 다소 떨어지고 단순한 흥미만을 만족시킨다고 평가절하되어온 장르 문학으로서의 호러 문학에 대한 기존의 평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소개된 호러는 강렬한 핏빛의 처절함에서부터 차가운 섬뜩함, 뒤통수를 치는 반전, 공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머러스함까지 호러가 줄 수 있는 모든 빛깔의 공포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독자들은 100명의 작가가 펼쳐 보이는 흥미진진하고도 공포스러운 세계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문학의 거장들이 내뿜는 호러의 숨결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작가들의 면면이다. 오 헨리, 체호프, 발자크, 디킨스, 조지 고든 바이런, 토머스 하디, 너대니얼 호손, 잭 런던, 기 드 모파상, 마크 트웨인, 버지니아 울프,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등의 이름에서 호러를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들의 작품에는 선혈이 낭자한 충격적 공포와 뱀파이어, 유령 등 호러의 전형적 창조물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음울한 분위기와 일상에 숨겨진 낯설음과 의외성이 초래하는 공포, 평온한 질서에 의해 유지되는 일상을 전복하는 반전이 수준 높은 문학적 수사로 묘사되어 있다.
현실과 환상, 일상과 비일상의 공존하는 호러의 세계
근대 단편 소설의 거장인 안톤 체호프의〈잠꾸러기〉에는 호러의 전형적 코드인 기괴함이나 환상성이 드러나 있지는 않다. 그러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도 인간의 순간적인 어두운 충동과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리얼리즘적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는 섬뜩한 반전을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위대한 소설가 너대니얼 호손의〈세 언덕 사이의 분지〉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추방당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암시적으로 들려준다. 이 작품은 자연스레 호손의 대표작《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와 오버랩된다.
사회주의적 공상소설《강철군화The Iron Heel》로 유명한 잭 런던은〈문페이스〉에서 타인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심으로 인해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전개되다가 마지막에는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데, 증오심과 범죄에 빠져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묘한 공감과 동일시를 불러일으킨다. 특유의 유머와 모험담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은〈유령 이야기〉에서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작품 중반부까지 으스스하고 섬뜩한 분위기가 유지되다가, 뜻밖에도 갈 곳 없는 딱한 유령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처량 맞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유령의 모습에 우리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고전 호러에서 현대 호러까지
흔히 고딕 소설은 고전 호러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기묘한 공간을 배회하는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게 하는 고딕 소설의 이미지는 초자연성을 부인하는 18세기 계몽과 이성의 시대에 반(反)하는 자유로운 상상과 억압된 잠재의식의 표출로 해석된다. 또한 고딕 소설의 공포는 질서와 안정에 가치를 둔 중산층 부르주아 계급의 잠재적인 불안을 자극하기도 했다.
E.T.A. 호프만은 독 일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고딕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자동인형〉에는 당시 그가 문학주의자들로부터 공격받은 빌미가 된 초자연적이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천착한 그의 문학적 세계가 그대로 펼쳐져 있다. 유령 소설의 대가 몬터규 로즈 제임스의〈학교 이야기〉는 유령과 유령에 의한 복수라는 호러의 전형적인 서사구조와 종반으로 갈수록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는 치밀한 이야기 전개방식으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와 같은 고전 호러는 19세기 말 이후《드라큘라Dracula》로 유명한 브램 스토커와 공포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러브크래프트를 거치면서 한층 발전한다. 브램 스토커의〈스쿼〉는 그야말로 몸서리쳐지는 전율과 선혈이 낭자한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각인시킨다. 우리에게는《지킬 박사와 하이드씨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로 더 유명한, 2차 대전 이후 현대적 호러의 전범적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악령이 든 재닛〉은 악령에 사로잡힌 한 여인, 그로 인해 공포에 떠는 마을 주민의 모습을 모호한 분위기와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다양하게 변주되는 공포, 호러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호러 문학은 끊임없이 변주되고 재생산되며 그 힘을 증폭시켜왔다. 호러 문학에서 종종 페미니즘과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비판의 단초를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근거이다. 미국 여성운동의 주요 이론가인 샬럿 퍼킨스 길먼의〈커다란 등나무〉는 억압적인 가치 체계에 희생당한 여성의 영혼이 유령으로 나타난 이야기를 통해 페미니즘 문학으로서의 호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러브크래프트의〈아웃사이더〉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로부터 차단된 한 인간의 모습을 치밀한 묘사를 통해 그리고 있는데, 이는 우리 시대 많은 소수자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익숙하던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보이지 않는 더 큰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순간, 평온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예감하는 순간 우리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인간의 진보된 지적 능력으로 인해 더 이상 미지의 예측 불가능한 것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현대에도 호러 문학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현대에 심화되는 개인의 소외와 불안은 호러의 비정상성과 대치되면서도 맞물리는데, 호러의 비정상성은 기존 질서로부터의 일탈과 자유를 형상화하며, 이는 현대인의 소외와 단절을 표현하고 그 이전의 근원적인 통합에 대한 희망을 암시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84. 깃털 베개 - 오라시오 키로가

 에드거 앨런 포의 등장에 힘입은 근대적 환상문학의 출현과 20세기로의 전환기의 환상문학, 그리고 이 시기와 맞물린 대중적 환상문학의 출현 등 '환상'이라는 요소를 안고 있는 문학세계를 총정리한 책. '환상'이라는 요소를 단일한 장르에 국한시키지 않고, '인간 이성의 한계에 대한 상상적 체험'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디킨스, 모파상, 투르게네프, 카프카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무수한 유명 작가들은 모두 고전적이든 현대적이든, 확고하든 주변적이든 간에, 일시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환상의 차원에 머물렀던 작가들이다. 이러한 환상의 차원은, 작중인물의 확신 체계와 그가 직면하게 되는 불가해한 사건들 사이를 가르는 간극의 크기에 따라 그 규모가 좌우된다. 이 간극은 미미할 수도 현저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 간극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5. 양차 대전 사이
새로운 경향 그리고 새로운 장르 | 체스터턴, 길버트 키스 | 파레르, 클로드 | 도텔, 앙드레 | 사비니오, 알베르토 | 그린, 알렉산드르 | 키로가, 호라시오 | 그락, 쥘리앙 | 브리옹, 마르셀 | 슈나이더, 마르셀 | 에메, 마르셀 | 그린, 쥘리앙 | 파피니, 조반니 | 울프, 버지니아 | 드 라 마르, 월터 | 하비, 윌리엄 프라이어 | 야코비, 칼 | 블로흐, 로버트 | 잭슨, 셜리 | 불가코프, 미하일 | 톨스토이, 알렉시스 니콜라예비치 | 블릭센, 카렌 | 엘리아데, 미르체아 | 베리, 피에르 | 화이트헤드, 헨리 S. | 환상문학과 정신분석학 | 환상문학과 초현실주의 | 환상문학과 탐정소설 | 환상문학과 공상과학소설 | 환상미술

 라틴아메리카의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아우른 3부작. 저자는 콜롬버스, 코르테스와 같은 신세계 정복자들의 총칼에 짓눌린 원주민들의 삶과 투쟁을 쫓아가고,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의 절규에 귀 기울인다. 독재자들의 억압 아래서도 희망을 포기 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생생한 삶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에 수록된 이야기는 각자 독립적으로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잘 짜여진 인과관계의 역사가 아니라 동시다발적인 여러 사건의 집합으로서의 라틴아메리카 역사를 전달한다. 1천권이 넘는 방대한 참고문헌을 이용한 저자는 추상과 압축, 극화의 형식을 이용하여 긴장감 넘치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3권 <바람의 세기>는 20세기 벽두에서부터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를 짓눌렀던 군사독재정권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80년대 중반까지의 격변의 세월을 아우구스토 산디노와 에밀리아노 사파타,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페론과 에비타 등 우리에게도 낯익은 인물들과 인간의 수치의 세월이라고 말해지는 군사독재의 시대를 희망으로 버텨낸 수많은 라틴아메리카인들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민중의 이름으로 이룬 개혁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요리한 사이비 혁명가들과 지역공동체들의 믿음인 공동의 선을 무참히 짓밟으며 성장한 풋내기 자본주의, 미주협력의 허울 아래 자행된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침략과 음모를 발가벗긴다.. - 1914년 산 이그나시오 : 키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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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4년 에코가 청년기에 발간한 ??종말론자와 순응론자: 매스커뮤니케이션과 대중문화이론?? 중 1984년에 이탈리아 밖의 독자들을 위해 따로 골라 독일어로 옮긴 ??종말론자와 순응론자: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적 비평??의 우리말 번역본이다. 1권 ??스누피에게도 철학은 있다??와 2권 ??대중의 영웅??은 <슈퍼맨>과 시리즈 그리고 대중소설의 영웅 등 대중의 상상 세계를 사로잡았던 ‘대중의 영웅’들을 흥미롭게 통찰한 것으로 대중문화 이론에 관한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책은 대중문화의 본격적인 대두를 맞이하여 새롭고 파괴적인 현상을 바라보는 두 입장, 즉 비관적인 입장과 낙관적인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문화가 하나의 산업이 된 시대의 “커뮤니케이션과 대중문화”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는 에코의 청년기의 역작이다. 서구에서 대중문화가 지배적 문화 양태로 떠오르던 1960년대에 ‘진정한 예술의 죽음’을 예언한 종말론과 ‘대중을 위해, 대중에 의해 생산된 대중의 문화가 진짜 문화’라는 순응론의 두 입장을 발전적으로 극복하려는 움베르토 에코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독일어판 서문
서론

제1부 대중문화와 "문화수준"
기소된 대중문화
카이에 드 돌레앙스
대중문화에 대한 옹호
잘못 설정된 문제
문화에는 세 가지 수준이 있다는 논리에 대한 비판
가능한 결론 또는 연구를 위한 몇 가지 제안

제2부 저급한 취향의 구조
키치의 양식
키치와 대중문화
미드컬트
시적 메시지의 구조
소비와 예술적 메시지의 회복
"파르스 프로 토토" 또는 "볼디니주의"로서의 키치
말레이시아의 호랑이 - 이 책이 맞나?
결론

제3부 '스티브 캐니언' 읽기
메시지 분석
만화의 언어
이로부터 도출되는 몇 가지 질문
흄과 인도인들: 경험적 연구 서설
비평과 역사 서술의 과제

제4부 '찰리 브라운'의 세계

 ‘에밀 싱클레어의 청년시절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1919년에 초판이 나왔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발표하여 에밀 싱클레어 작품으로 알려졌었다. 이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중상을 입은 싱클레어라는 청년의 수기(手記)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싱클레어가 연상(年上)의 친구인 데미안의 인도를 받아 정신착란상태를 벗어나 ‘이 세상의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이 인도하는 길을 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로지 내면(內面)의 길을 파고드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으로 말미암아 혼미상태에 빠져 있던 독일의 청년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으며, 문학계에도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데미안이란 말은 데몬(Dämon)과 같은 뜻으로 ‘악마에 홀린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죽음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다시 살아나고, 유령과 대화하며, 돼지꼬리를 단 아이가 태어나는 등 거짓말 같은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현실로 그려지는 서술기법이 매력적인 작품. ‘고독’을 대물림하며 번영과 몰락을 거듭한 부엔디아 가문의 100년 역사를 통해 라틴 아메리카의 슬픈 운명을 그린다. 돼지꼬리를 달고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끝내 마을에서 사라져 간 부엔디아 가문의 운명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낸다. 우화처럼, 전설처럼 잔잔한 여운으로 읽히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대표작.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이며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대표작을 영어식 윤색을 고치고, 스페인어 판본을 텍스트로 삼아 자구 하나까지 그대로 옮겨, 제3세계의 비극적 현실세계를 환상적인 알레고리로 승화시킨 마르케스의 작가정신에 접근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른 바 있는 그리스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이다. 이 책의 주인공 조르바는 실제인물이다. 그는 물레를 돌리는데 거추장스럽다고 제 손가락을 도끼로 잘라내 버리는가 하면, 여성의 치모를 모아 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고, 수도승을 꼬여 타락한 수도원에 불을 지르는 등 기괴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야생마 같은 자유인이다. 니체, 베르그송, 불교 등에서 큰 영향을 받은 카잔차키스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으로 현대인에게 큰 해방의 미덕을 전해준다.
소설의 주인공 조르바는 교육을 받지 않은 늙은 노동자이지만 육체의 즐거움을 정신의 즐거움으로 도약시킬 줄 아는 놀라운 마법을 지닌 인물이다. 꽃 핀 나무, 빵 한 조각 등 일상의 모든 것이 그를 거치면 신성한 야만으로 돌아간다. 야성의 영혼을 가진 조르바에게서 뜨겁고 치열하게 생에 밀착해 있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자유를 발견할 수 있다. 한편, 이 책은 역자 이윤기가 20여 년 전에 출간한 것을 고치고 다듬어 새로낸 개정판이다. 역자는 또 개정판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충실한 설명을 덧붙여, 신성모독으로 몰리기도 했지만 용기와 영혼의 자유를 일깨워 수많은 '골수 추종자'를 거느린 고전의 참맛을 살려냈다.

 1949년 발표. 선량한 농부 모리츠는 유대인으로 오인(誤認)되자 헝가리로 탈출했으나, '적성(敵性) 루마니아인'으로 체포되어 나치스의 강제노동 수용소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게르만 민족 연구가인 한 독일군 장교에 의해 그는 게르만 영웅족(英雄族)의 순수한 혈통을 이은 후예로 인정되어 강제노동의 감시병이 되었으나 다시 연합군 지역으로 탈주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적국 병사로 잡혀 수용소에 갇히어, 이를 아무리 항변해도 소용이 없다. 전쟁이 끝나 간신히 석방되어 처자를 만났으나 18시간 뒤에는 다시 감금된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서유럽에 사는 동유럽인들이 갇히게 된 때문이었다.
미·소 양진영의 틈바구니에 끼인 약소민족의 고난과 운명을 묘사한 이 작품으로 작자는 일약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한국에도 소설과 영화로 소개되었다.

 국내에서최초로 번역, 소개되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고전!
멕시코 현대 문학의 거장 후안 룰포(Juan Rulfo, 1917~1986)의 대표작 <뻬드로 빠라모>는 멕시코 교과서의 필수 수록 작품일 뿐만 아니라 가정마다 따로 한두 권을 비치해 둘 정도로 널리 읽히는 멕시코의 국민 문학이다. 전 세계 문학계의 관심 또한 지대하여 그간 발표된 평론이나 연구서는 그 수를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이다. 평생 단 두 권의 작품만을 남겼던 후안 룰포의 문학 세계는 이번 출간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소개된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거인 후안 룰포!
룰포의 삶은 그의 작품처럼 대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는 역사의 격변기(멕시코 혁명과 끄리스떼라 반란) 때 아버지를 잃고 곧이어 어머니마저 여의는 아픔을 겪으면서 암울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이후 고아원에 들어갔다가 친척 집을 전전하며 살게 되는데, 그의 삶과 문학 역정이 우울하다 못해 비극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러한 어두운 과거에서 기인한다.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에 불과한 룰포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퇴근 시간 이후 틈틈이 작품을 써 내려가 1938년부터는 간헐적으로 문예지에 단편을 발표한다. 이 단편들은 1953년 ‘불타는 평원’이라는 제목의 단편집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집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묻혀버리고 만다. 1955년 룰포는 30년 만에 다시 찾은 고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모티브를 끌어낸 글을 원고로 완성하여 150쪽 분량의 책으로 펴내게 된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작품이 바로 <뻬드로 빠라모> 이다. 이 작품은 까를로스 푸엔떼스나 옥따비오 빠스와 같은 작가들을 비롯한 수많은 비평가들에게서 극히 ‘예외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현대 멕시코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또한 1967년에는 영화화되었고, 다양한 음악의 테마가 되는가 하면,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있다. <뻬드로 빠라모> 이후 룰포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절필에 가까운 침묵을 지켰는데, 이를 두고 라파엘 꼰떼는 “(후안 룰포가 다른 작품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이 작품은 모든 문학의 자식이자 요약이며 정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신화와 전설이 되어버린 <뻬드로 빠라모> 를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고 룰포는 비교적 덤덤한 생활을 영위하다 멕시코시티에서 세상을 떠났다. * 후안 룰포의 삶과 문학을 기려 제정된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 해 문학상’(‘후안 룰포’ 상으로도 알려져 있다)은 칠레의 니까노르 빠라를 첫 수상자로 선정한 이래 권위 있는 중남미 문학상으로 자리 잡아왔다. 올해는 브라질 작가 루벰 폰세카(78)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폰세카는 자신과 가르시아 마르케스 모두 후안 룰포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삶과 죽음, 현실과 과거가 교차하는 새롭고도 낯선 문학 세계!
작가 자신이 ‘무엇보다 구조에 역점을 두고 쓴 작품’이라고 평한 바대로 『뻬드로 빠라모』는 제일 먼저 그 독특한 구조가 시선을 모으는 작품이다. 일단 화자의 변화에 따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쁘레시아도(‘나’)가 이끌어가는 1인칭 화자 부분이며, 두 번째는 3인칭 화자 부분이다. 또한 수사나의 독백이나 뻬드로 빠라모의 독백에서 볼 수 있듯이 2인칭 화자가 나오는 부분까지 등장한다. 그 와중에 무차별적으로 끼어드는 등장인물들의 독백과 대화, 무질서하게 뒤섞인 사건들로 인해 독자는 낯선 독서의 세계를 체험하게 된다.
<뻬드로 빠라모> 는 주인공 후안 쁘레시아도는 모친의 유언에 따라 생부인 뻬드로 빠라모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부친이 살고 있다는 꼬말라는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의 세계이다. 쁘레시아도는 자신이 죽음의 세계에 있는 것을 자각하면서 차츰 정신을 잃어가며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 시점부터 이야기는 뻬드로 빠라모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뻬드로 빠라모는 꼬말라의 절대 권력자인 토호(土豪)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차지하고 마는음흉하고 폭력적인 인물이다. 멕시코 혁명과 끄리스떼라 반란을 거치며 더욱 광폭해진 그는 평생 기다렸던 수사나의 마음을 구하지 못하자, 꼬말라를 황폐하게 만들며 끝내 자신도 죽음을 맞이한다.
이처럼 <뻬드로 빠라모> 는 유령들의 지하 공동체(꼬말라), 한 여자(수사나)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남자(뻬드로 빠라모)의 지독한 사랑, 태초적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는 남매(도니스 남매)의 모습, 평생 가질 수 없는 자식을 좇는 여자(도로떼아)의 회한 등이 본 줄거리와 밀접하면서도 독자적인 맥락을 형성하면서 책 읽기의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또한 이 작품은 독창적인 구조, 모호성, 새로운 혁명소설의 패러다임이 신화적 상징 등과 함께 다양한 해석의 단초를 제공하면서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작가 까를로스 푸엔떼스는 이 작품을 두고 ‘멕시코 들판의 언어와 혁명의 주제론을 세계의 보편적인 문맥으로 병합시켰다’라고 평한 바 있다. ) 특히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꼬말라’는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백년의 고독』에서 창조한 ‘마꼰도’의 토대가 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끊임없는 비평과 재해석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을 영원히 살아 있게 만드는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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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뮤직’은 원래 음반사들의 마케팅을 위한 용어이다. 저자는 월드뮤직을 ‘민속음악과 현대화된 민속음악의 연속선’으로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화된 민속음악’은 각국의 전통음악, 민속음악을 서구 대중음악의 어법을 도입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든 민속음악이다. 월드뮤직의 가치는 타자의 이해를 돕는 흥미롭고 즐거운 항해라는 점에 있다.
『월드뮤직 : 세계로 열린 창』은 세계를 보는 창으로서 월드뮤직을 접근하는 문화서이다. 음악의 탄생, 변천 과정 등이 각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과 함께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월드뮤직을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12개의 열쇠말을 선택하고 하나의 열쇠말 아래 대표적인 월드뮤직들을 묶어서 이야기한다. 각 장에는 내용과 관련된 추천음반 리뷰가 다수 실려 있고 알레스2뮤직에서 엄선한 17곡의 음악이 담겨 있는 CD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월드뮤직이 영미권 중심의 획일적인 대중음악에 다양성을 부여해주는 대안음악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CF를 통해 월드뮤직이 소개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다양한 월드뮤직 음반들이 발매되고 있다. 지난 6월, 에미르 쿠스트리차 감독의 영화 「집시의 시간」, 「아리조나 드림」, 「언더그라운드」에서 영화음악을 맡았던 고란 브레고비치가 그의 집시 브라스 밴드와 함께 내한 공연하는 등 월드뮤직 아티스트들의 방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 뮤지션 중 월드뮤직을 지향하는 ‘두번째달’이라는 밴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런데 월드뮤직이란 무엇인가?
민속음악과 현대화된 민속음악의 연속선
‘월드뮤직’은 원래 음반사들의 마케팅을 위한 용어이다. 음악의 한 장르인 ‘뉴에이지’가 인본주의와 자연주의, 신비주의를 토대로 한 뉴에이지 운동과 모두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메이저 음반사들의 마케팅 용어에서 이름이 붙여진 것처럼 말이다. ‘서구 팝도 아닌’ 그렇다고 ‘민속음악도 아닌’ 새로운 음악을 음반시장에서 마케팅하기 위해서 ‘월드뮤직’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것이다.
저자는 월드뮤직을 ‘민속음악과 현대화된 민속음악의 연속선’으로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화된 민속음악’은 각국의 전통음악, 민속음악을 서구 대중음악의 어법을 도입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든 민속음악이다. 월드뮤직을 현대화된 민속음악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월드뮤직을 민속음악이라고 규정짓기는 어렵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민속음악을 내쳐버리면 월드뮤직의 뿌리를 무시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월드뮤직이 전통음악을 재료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민속음악과 현대화된 민속음악의 연속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창으로서의 월드뮤직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 지구촌의 모든 국가, 민족, 인종이 지구마을의 한 일원으로 공존하기 위해서는 타자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월드뮤직의 가치는 이러한 타자의 이해를 돕는 흥미롭고 즐거운 항해라는 점에 있다. 『월드뮤직 : 세계로 열린 창』이 지닌 가치 또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세계를 보는 창으로서 월드뮤직을 접근하는 문화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월드뮤직의 아티스트와 음반에 대한 정보를 담은 월드뮤직 입문서가 아니라 음악의 탄생, 변천 과정 등이 각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 것이다. 월드뮤직을 즐겨듣는 사람들도 음악에 대한 배경, 아티스트의 생애 등을 알고 나서 듣는다면 그 음악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월드뮤직은 단순히 멜로디와 리듬, 노랫말이라는 구성요소의 총합 이상의 것으로 ‘삶의 양식’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뮤직 바이블
『월드뮤직 : 세계로 열린 창』은 월드뮤직에 대한 어느 책보다 방대한 분량을 체계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입문자나 전문가 누구에게나 필요한 월드뮤직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월드뮤직을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12개의 열쇠말을 선택하고 하나의 열쇠말 아래 대표적인 월드뮤직들을 묶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제1장 ‘항구는 노래를 만든다’에서는 혼합문화의 중심지 항구에서 만들어진 그리스의 렘베티카, 포르투갈의 파두, 아르헨티나의 탱고 등에 대해서 이야기되고, 제2장 ‘유랑자의 노래’에서는 음악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떠돌아다니며 음악의 혼합과 변용을 보여준 집시와 유대인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된다. 제3장 ‘흑과 백이 빚어낸 무지갯빛 음악’에서는 아프리카와 유럽 음악의 만남으로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킨 쿠바와 브라질의 음악에 대해, 제4장 ‘인디언의 길’에서는 자연을 닮은 북미 인디언과 중남미 인디오의 음악에 대해, 제5장 ‘좌절 속에서 건져 올린 희망, 새로운 노래’에서는 사회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노래에 대해, 제6장 ‘춤은 노래의 육체다’에서는 살사, 메렝게, 맘보, 차차차 등 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7장 ‘되살아나는 전통’에서는 민속음악의 부활을 시도하고 있는 나라들의 음악에 대해, 제8장 ‘월드비트를 향하여’는 아프리카의 전통음악과 서구의 음악이 어우러져 탄생한 음악에 대해, 제9장 ‘영혼을 위한 양식’에서는 음악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아랍?인도?중국의 음악에 대해, 제10장 ‘삶의 노래들’에서는 노동, 결혼 등 일상적인 삶을 담아내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된다. 그리고 제11장 ‘목소리의 신비’에서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완벽한 악기인 목소리가 들려주는 음악에 대해, 제12장 ‘국경을 넘어서’에서는 세계화 흐름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발전해가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된다.
『월드뮤직 : 세계로 열린 창』은 실질적으로 월드뮤직을 감상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각 장에는 내용과 관련된 추천음반 리뷰가 다수 실려 있을 뿐만 아니라 알레스2뮤직에서 엄선한 17곡의 음악이 담겨 있는 CD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 사미족은 전체 인구가

 역사 속 인물들과 함께하는 30가지 요리의 향연
클레오파트라의 꿩고기 요리, 솔로몬의 무화과 절임, 시바 여왕의 대추 케이크,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송아지 콩팥빵, 루이 14세의 포도주, 표트르 대제의 철갑상어알, 한니발의 양배추 경단, 비스마르크의 청어 조림 등 이 책은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인물들 중 식도락가를 엄선, 그들이 실제 즐겼던(혹은 즐겼음직한) 미각의 세계를 재현해내었다.
세계사의 주요 장면을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는 책
로마 제국 몰락의 내외적 배경, 유럽 문화의 개화라 일컬어지는 카롤링거 르네상스의 주역 카를 대제, 에스파냐 국토회복 운동, 십자군전쟁, 참극을 낳은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사건, 독일제국 통일과 당시 정세, 신대륙 정복, 21세기 식량 위기 등 고대에서 현대까지 역사의 주요 장면이 각 장을 이루고 있다. 각 장의 요리와 호응을 이루며 흥미진진하게 재구성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게 된다.
철저한 고증과 역사적 상상력이 결합된 팩션(faction)
저자들이 창작한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역사적 개별 사건들은 모두 철저한 고증과 조사를 거친 것들이다. 전문적이고 문화적인 세부 사항은 물론이고 딱딱한 역사적 사실들, 요리와 관련된 사회문화 환경도 이러한 역사적인 정확성을 바탕으로 하였다. 이렇게 하여 완성된 모자이크를 통해 식도락의 발전뿐 아니라 서구 역사의 그림을 조망해볼 수 있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현대화한 150가지 레시피 공개
요리법을 설명하면서 저자가 중점을 둔 중요한 부분은, 바로 ‘미숙한 주부들도 따라할 수 있는’ 메뉴의 선택과 구성이다. 살 수 없거나 구하기 힘든 재료는 같은 효과를 내는 대용식품이나 완성제품을 제시하였으며, 전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조리법과 양념 등을 가미하였다. 누구나 직접 부엌에서 만들어볼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쉽고 간결하게 소개한 이 책은, 역사 속 영웅과 미인과 권력자들이 즐겼던 식도락의 세계를 오늘날 누구나 맛볼 수 있게 해준다.
고대부터 2005년까지 식문화에 관한 시대적 고찰
역사 이야기와 등장 요리의 조리방법 말미에는 해당 시대의 주요한 음식 문화사가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제국의 요리가 의외로 소박했다는 사실과 식량난에 허덕이던 중세 요리의 암흑기, 이슬람권의 향료만 사용해도 이단으로 몰리던 시대, 요리의 변방이던 프랑스가 세계 요리의 중심으로 도약하게 된 배경 등을 알 수 있다. 시대에 따른 음식의 변천과 인간 미각의 변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음식의 사회문화사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이유 있는 음식’ 이야기
제국 초기에 독일에서는 흑맥주와 샴페인을 반반씩 섞은 음료 ‘비스마르크’가 크게 유행했다. 시골 출신 총리가 되기 까지, 그리고 집권 후에도 숱한 모순을 지녔던 인물로 평가받는 비스마르크에 대한 미묘한 국민 정서가 그러한 음료를 낳은 것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알렉산드리아 소스를 곁들인 생선구이를 카이사르에게 권하면서 설명을 덧붙인다. “맛보는 자에게는 달콤하고 삼키려는 자에게는 지독히 매운 것이 이집트와 똑같습니다.” 이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의 미식가들과 그들의 요리는 모두 당대의 문화와 역사적 사건의 맥락에서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것들이다. - 라플란드 수프가 아니라 '사미족 수프'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중 복합유산의 수를 합친다 해도 자연유산의 수는 전체 유산의 25%를 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방대한 자연환경을 생각할 때 현재의 자연유산의 수는 문화유산의 3분의 1 정도에 그치고 있으므로 자연유산의 확보 및 보존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인류를 포함하여 모든 생물의 생존에 직결되는 지구환경을 보호하며 자연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더욱더 필요한 때에 이 책의 출간은 시의적절하다.
이 책에는 전체 154건(복합유산을 포함하면 177건)의 자연유산 중에서 지리적인 구분이 되는 대륙별로 나누어 100건의 자연유산이 소개되었다. 선택된 100곳의 자연유산은 보존적 관점에서의 중요성 순위와는 상관이 없으며, 단지 선택 지침으로써 지리적 분포, 다양한 지역의 크기, 그리고 그들이 대표하는 유산의 독특함을 참작하였다. 각각의 공원 및 보호지역은 그 지질학적 현상과 기후 현상, 그리고 동식물 생태계의 풍부함을 고려했으며, 특히 멸종위기의 생물이나 위험에 처한 자연유산 등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였다. 각 대륙별로 자연유산의 수(복합유산 포함)를 살펴보면, 아메리카 31%, 아시아 21%, 아프리카 19%, 유럽 18%, 오세아니아 11%를 차지한다.
유럽은 신석기시대의 인간이 빙하시대를 살아남아 그의 환경을 바꾸기 시작한 대륙이며 또 산업화, 도시화 및 현대화가 시작된 대륙이기도 하다. 인간 활동에 새로운 활력이 되었던 이런 과정에서 인간은 구대륙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고 그 자연적 풍부함을 파괴하였다. 그러나 대륙의 크기와 인구밀집도로 살펴보면 유럽은 인구밀집도가 가장 높은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시작되었던 환경보호운동과 여러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금의 자연유산을 지킬 수 있었으나, 현대문명의 발달에 둘러싸여 겨우 보호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경우, 무한한 자연자원과 야생생물을 지키기 위해 32개의 자연유산이 지정되어 있다. 아직은 많은 지역이 손상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지역 주민들의 지속 가능한 상호작용 덕분에 환경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나 또한 계속 진행되고 있는 현대화 발전에 의해 자연환경이 가장 위협받고 있는 대륙이기도 하다. 특히 부족 간의 전쟁과 정치, 경제, 사회적인 혼란으로 인하여 새로운 자연유산의 지정 및 보호가 힘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등록된 자연유산들도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광대한 지역을 아우르고 있는 아시아 대륙은 전체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뛰어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있다. 광활한 지역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기후대와 동식물상을 살펴보면 아시아에서 등록된 자연유산(복합유산 포함) 35곳은 적은 숫자이다. 수십 년 전과 비교하여 급격한 인구성장과 빠른 현대화의 물결은 이 큰 대륙의 환경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아시아는 경제적 부흥에 따르는 환경의 훼손 및 파괴를 감수하고 있으나, 더 늦기 전에 보호해야 할 자연유산을 발굴하여 지정하고 또한 이미 지정된 보호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과감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자연환경 보전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려 현대의 환경주의로 이어지게 했던 미국을 포함하여 아메리카 대륙(북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은 그 지역의 방대함과 일찍이 자연보호에 쏟았던 관심으로 말미암아 전체 세계유산의 3분의 1을 대표하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로키산맥을 거쳐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관통하여 파타고니아로 뻗어나간 이 대륙은 풍부한 생물의 다양성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 환경과 보호지역의 다양함에서 견줄 바가 없다. 20세기 환경주의 운동의 성장과 당국의 과감한 정책으로 인하여 보호지역의 대부분은 미국과 캐나다가 보유하고 있으나, 현재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에서도 그들의 자연유산을 재발견하고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문명과 경제적 활동은 손상되기 쉬운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특히 산림벌채에 의한 아마존의 환경파괴는 지구적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인 오세아니아는 아직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야생의 대륙으로 남아 있다. 또한 다른 대륙들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지리적 환경으로 말미암아 생물종의 완전한 독립적인 진화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식물상과 동물상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물론이고 뉴질랜드와 남극대륙 주변의 수많은 섬들은 모두 특이한 고유의 생물상을 보여준다. 오세아니아 대륙이 진기한 다양성을 가진 풍부한 자연환경을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려는 엄격한 법령 덕분이며 인간 활동을 제한한 영향이 이 대륙의 훌륭한 자연환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역을 보여주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사진작가들의 뛰어나게 아름다운 사진과 해당 지역에 대한 풍부한 정보는 현재 유네스코에 의해 보호되는 매우 귀중한 유산의 단면을 제공하며 또한 다음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자연유산 및 지구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이다. 또한 더 많은 자연유산을 발굴하고 선택하여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간의 활동이 원인인 자연유산 위협의 원인을 파악하여 해당 자연유산이 위험에 처하거나 영구적으로 훼손 및 소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개인, 단체, 국가 및 세계적인 노력과 스스로의 책임을 철저히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사미족은 전통적으로 순록과 공생 관계에 있다....

 언론 소유와 시장 질서, 편집권 독립, 신문 판매와 공동 배달 등 우리나라 언론 산업의 주요 현안과 과제를 호주, 노르웨이,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언론 정책을 통해 살펴보고, 유럽국가의 언론 시장 독과점 현황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 제도를 분석한 책.
또한 인터넷이 일상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시점에서 인터넷 선두 국가인 미국과 자국의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의 인터넷 관련 법제와 판결을 비교해 볼 수 있다. 각국의 상황과 실정을 반영하는 법조문을 함께 실었다.
'세계 언론 법제 동향'은 1995년 '세계 언론법' 상ㆍ하권을 간행한 이후 해마다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증보판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한 걸음 나아가 각국의 언론 관계 법률 동향에 대한 해설과 주요 법조문을 함께 수록함으로써 정책 입안자는 물론, 입법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했다. - 지원 대상은 사미족 언론 지원 조건과 유사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577점이 담겨 있는 책이다. 세계문화유산이란 세계 각 국에 있는 여러 문화유산 가운데 현저하게 보편성이 있다고 인정하여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리스트에 등재한 것을 말한다. 세계유산 등록건수는 모두 124개국 721건으로, 그 리스트를 한번 훑어보는 것으로도 엄청난 공부가 된다.
책은 총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1권은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편, 2권은 유럽 구소련권 오세아니아 편이다. 대표적 세계유산들 몇 가지를 언급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의 불국사, 중국의 자금성, 일본 호류지, 페루의 쿠스코, 영국의 스톤헨지 등등. 책은 각각의 유산들마다 사진 자료를 첨부하고, 유산에 관한 간략한 정보와 얽힌 이야기를 몇 가지를 덧붙이는 형식이다. 이 책을 가이드삼아 인류의 역사와 지혜가 담긴 세계문화유산 테마여행을 시도해보아도 좋을듯하다. - 북구 유목민 사미족의 생활터전 라플란드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광야, 그것도 흰눈으로... 눈과 얼음과 초원과 호수를 누비며 살아가는 라플란드의 사미족은 겨울철이면 순록을 이끌고 남쪽으로 이동한다.

 이 책은 문화 메타포(Metaphor, 비유와 상징)의 개념을 소개하는 1장과, 세계 23개국의 대표적인 문화 메타포를 하나하나 다루면서 그 놀라운 비밀과 함의를 드러내는 2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문화 메타포는 미식축구이고, 독일의 문화 메타포는 심포니, 영국의 문화 메타포는 영국의 전통적인 벽돌집입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메타포는 둘 다 ‘투우’입니다. 그러나 같은 투우라 하더라도 두 나라의 문화 차이, 즉 생활 양식과 사고 방식의 차이만큼 미묘하고 때로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알게 되는 즐거움은 이 책이 가진 수많은 매력 중의 하나입니다.
그 중에는 아일랜드의 ‘게일어(語)’처럼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무형의 문화 메타포도 등장합니다. 세계어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한 영어와 달리 반딧불처럼 희미하게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언어, 겨우 100만 남짓한 인구가 사용하는 게일어가 아일랜드의 문화 메타포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다소 의외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조나단 스위프트, 제임스 조이스, 새뮤얼 베케트, 시무스 히니, 오브라이언 등 세계 문학사를 장식한 빛나는 이름들을 떠올린다면, 그리고 아일랜드의 밀과 우유가 그들의 육체를 키웠듯이 아일랜드 언어가 그들의 정신을 키웠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친다면 저자인 마틴 개논 교수의 탁월한 선택에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은 오늘날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세계 최강의 국가입니다. 그렇지만 대외적으로는 덩치 큰 어린애처럼 어딘가 미숙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그 이유도 그들의 문화 메타포인 미식축구를 통하여 속속 드러납니다.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문화, 모든 것의 가치가 시장가격으로 매겨지고 정글의 경쟁과 개인의 성공을 찬양하는 미국 사회의 특질이 모두 미식축구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지구촌의 문화 현상은 거의 대부분 문화 메타포의 틀로 인식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 문화권의 고정된 가치 기준으로 볼 때 황당하고 불합리해 보이는 문화 현상이라 할지라도 그 문화를 하나의 상징으로 포착하고 그 상징의 의미를 이해하면 문화의 본질에 깊숙이 접근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결국 각 나라의 문화 코드를 해독하는 ‘문화 해독기’인 동시에, 한 나라의 문화 시각을 다른 나라의 문화 시각으로 바꿔주는 ‘문화 번역기’인 셈입니다.
제1장부터 제24장까지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문화연구 전공자라면 아마도 이런 방법이 더 체계적이란 느낌이 들 것입니다. 1장 “문화 메타포의 이해”는 이 책의 서론이면서 총론이자 결론입니다. 저자의 시각이 함축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다양한 문화연구 모델과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이론적 틀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고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느껴진다면 바로 2부나 3부로 훌쩍 건너뛰어 문화 상징의 여행길로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몇 나라만 돌아봐도, 1장의 개념과 시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1장은 맨 처음 읽어도 되고, 중간에 읽어도 되고, 맨 나중에 읽어도 됩니다.
모든 문화에는 그 문화를 낳은 역사적,지리적 배경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동과 서를 넘나드는 시공간 여행의 길로 독자를 안내할 것입니다. 나일강의 수원(水源)을 찾아 아프리카의 오지를 탐사했던 17세기의 모험가들처럼, 문화의 연원(淵源)을 찾아 떠나는 지적 모험의 여행길에서 발견의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토착민 중 소수 민족(대략 1만 5000명)인 사미족은 북쪽 지역에 거주한다. 일부에게는 '라프족'이라고 알려진 사미족은 순록을 기르며 유목 생활을 한다.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언어가 단지 의사소통하고 사고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부수적 수단이라고만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사실상 “현실” 세계란, 상당 부분이 집단의 언어 습관 위에 무의식적으로 쌓아 올려지는 것이다. 어떤 두 언어도 동일한 사회적 현실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비슷하지 않다. 서로 다른 사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다른 세상들이다. 같은 세상에 이름만 다르게 붙인 것이 아니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기 전에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인식의 창이다. 한 집단은 언어를 통해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 다르게 말하면 그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각각의 집단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가 생긴 이래 인류가 쌓아온 세상에 관한 지식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현대 사회의 경쟁에서 낙오된 무언가가 단순히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언어를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닌 인간과 더불어 생태계에서 살아 숨쉬는 유기체로 보면서, 언어의 사라짐이 정치, 경제, 역사, 문화, 환경 등과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보여 준다. 또한 우리가 왜 알지도 못하는 언어들이 사라지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
각각 인류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저자들의 공동 작업 끝에 나온 이 책은 언어인류학에서 매우 가치 있는 성과물로 평가 받아 2001년 영국 응용언어학회(the British Association for Applied Linguistics)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
언어와 생물학적 다양성
전 세계에는 약 5천에서 6천 7백 개 정도의 언어가 분포해 있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100대 상위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10퍼센트가 무려 6천 개 정도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 분포 지도를 보면 적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열대 지역의 20개 주요 국가들이 무려 세계 언어의 70퍼센트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인구의 21.5퍼센트를 차지하는 유럽은 고작 언어의 3퍼센트만을 사용할 뿐이다. 세계 언어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는 이 열대 지역은 지구상 전체 생물종의 50에서 90퍼센트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화적 다양성과 생물학적 다양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생물언어적 다양성은 언어의 다양성과 생물다양성 간의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표현하는 말로 인간의 문화와 언어를 비롯하여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종을 망라하는 풍부한 생명체들의 범위를 가리킨다. 그리고 생물언어적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계 인구의 4퍼센트 정도만을 차지하면서도 세계 언어의 약 70퍼센트를 사용하는 열대 지역이다.
생물언어적 다양성의 사멸은 생태계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인간의 활동 양상의 한 부분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멸종이 대개 인간의 개입과 관계없이 발생했지만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 이후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생태계를 이용해 왔고,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언어의 사멸은 전 세계적인 생태계 붕괴 현상의 일부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생물언어적 다양성의 위기는 언어가 지구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사라져 가는 언어, 사라져 가는 지식
태평양 팔라우섬의 어부들은 수백 종의 물고기 이름과 서식지, 어로 관습, 어로 기술 등과 전 세계의 과학 문헌에 기재되어 있는 것의 몇 곱절이나 되는 어종들의 음력 산란 주기를 알고 있다. 북극 지역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족은 어떤 종류의 얼음과 눈이 사람과 개, 또는 카약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얼음과 눈의 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을 붙였다. 또한 필리핀의 민도로 섬에 만 2천 명 정도가 모여 사는 하우누족은 450종 이상의 동물과 천 5백 종의 식물을 구별할 수 있으며 그 중 1천 종 이상의 식물을 야생에서 채취하고 약 430종의 식물을 재배한다. 토지에 대해서도 10종의 기본 토질과 30종의 아종 토질을 구분하며 토양의 굳은 정도에 따라 네 가지의 다른 용어를 쓴다. 이들은 서로 다른 토질을 아홉 가지의 색깔로 구별하며, 땅의 지형을 다섯 가지로 분류할 뿐 아니라 땅이 경사진 정도를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낸다.
해양학자는 팔라우 어부들의 지식을 통해 해양 자원을 관리하는 기술을 배워야 하고, 지질학자는 이누이트족으로부터 북극의 기후와 빙하의 구조에 대해 배워야 한다. 또한 동식물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라면 하우누족의 지식을 배워야 할 것이다. 토착민들의 이러한 지식 중 상당 부분은 수천 년 동안 이들의 언어 속에서 구전으로 전해져 왔으며 이들의 언어가 사라짐과 동시에 이러한 지식도 잊혀져 가고 있다. 불행하게도, 언어 속에 담긴 독특한 문화적 요소의 상당 부분이 언어의 사멸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확산과 정복의 물결
유럽인들은 그들의 언어와 더불어 농업 혁명과 “신세계의 발견”, 그리고 산업혁명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세기 중반에서야 멈추기 시작한 그들의 확산은 전 세계에 유럽의 언어를 심어 놓으며 여러 소수 언어를 사멸시켰다. 지난 5백 년 간 유럽인들은 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의 여러 섬들을 점령하면서 전염병을 퍼뜨리고 집단 학살을 자행하였다. 유럽에서 전파된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의 95퍼센트가 죽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은 유럽인과 접촉한 지 백 년 만에 인구의 3분의 1이 천연두로 죽었다. 아메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조밀했던 중부 멕시코의 인구는, 1519년에는 2천 5백만 명 정도에 육박했지만 1580년에는 2백만 명으로 줄었다.
우비크어는 1860년대에 러시아가 카프카스를 점령하면서 벌인 대학살 이후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엘살바도르를 점령한 스페인 정복자들은 1932년의 농민봉기 이후 인디언이라 판명되는 사람을 모두 죽였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한 백인들은 그곳의 원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였고, 그 중 트루카니니라는 태즈메이니아 원주민 여성은 백인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뒤 자기 부족을 잡는 인질로 이용되다가 1876년에 사망하였다. 그녀는 태즈메이니아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태즈메이니아어의 마지막 사용자였다. 지금도 체첸이나 쿠르드족은 러시아와 터키의 억압적인 정책으로 삶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들의 언어 역시 마찬가지다.
자발적 강제와 경제 발전의 유혹
언어는 또한 사용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사멸하기도 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한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말보다 다른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고 판단할 때 발생한다. 국가 경제의 변방에서 자급적 경제 체제를 이루며 살아가는 소수 민족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현금 경제에 이끌려 들어가게 되고 더욱 안정된 생활과 사회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배적인 언어를 더많이 사용하게 된다. 소수 부족은 국가 세정이나 새로운 경제 체제에 적응하기 위해 국가 경제에 편입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선택은 결코 자발적인 것이라 할 수 없다.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 몰려 자신의 언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파푸아뉴기니의 가푼 마을에서는 토착어인 타이압어에서 영어를 기반으로 변형된 토크피신어로 전이되고 있다. 이들의 생활 방식은 아직까지 크게 변한 것은 없지만 토크피신어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혜택에 흔들리고 있다. 인구의 99퍼센트가 독일어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에서 헝가리어를 사용하는 오버바르트의 여성들은 독일어를 할 줄 아는 남자와 결혼하려 한다. 그들에게 독일어는 중심부 사회로 편입될 수 있는 도구이자 신분 상승을 보장해 주는 언어이다. 유럽의 소수 언어인 켈트어와 콘월어 사용자들도 이와 같은 이유로 자신들의 언어를 버리고 영어를 선택하였다.
경제적 도약의 양면성
지난 30년 동안 추진된 개발 정책의 결과, 중심부 국가의 경제적 부는 증가했지만 생물언어적 다양성을 보유한 대다수 빈국의 생활 수준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또 그 개발은 지속가능하지도 않았다. 선진국 중심의 개발 정책은 열대 지역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철저히 파괴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기업적인 벌목은 토양을 침식하고, 양분과 수분의 유실을 유발하여 지역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결국 지역 생태계에 뿌리 내리고 살던 토착민들은 자신들의 터전과 생활 방식을 잃고 중심지 경제로 편입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 대가로 남은 것은 매우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과 도회지의 빈민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는 것뿐이었다.
살아 있는 미래를 위하여
선진국들은 자기 자신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면서 개발도상국에게 환경 보존을 위해 더 이상의 개발을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오늘날 언어와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 그들에게 정치적 변방과 경제적 불이익을 감당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매우 불공평한 처사일 것이다. 그들에게도 더 위생적인 환경과 편안한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생태계와 언어를 보존하면서 토착민들에게도 현대 사회의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바로 그들에게 지역 생태계의 자원을 통제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개발 정책은 외부인의, 외부인에 의한, 외부인을 위한 것이었다. 그들은 한 지역의 천연 자원이 고갈되면 또 다른 “신천지”를 향해 떠날 사람들이다. 반면에 토착민들은 자신이 자라온 터전에서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사람들이다. 따라서 토착민들에게 자원의 이용이나 개발 방식을 결정한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한다면 전통적인 관행과 구조를 더 많이 유지할 것이고, 언어가 살아남을 가능성도 더 많아질 것이다.
언어를 보존하는 길은 현지 주민들의 직접적인 행동에 달려 있다. 여러 국가에서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시행하는 사전 편찬과 문법 정리 사업도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벗어난 것이다. 완전한 의미에서 한 언어를 보존한다는 것은 박제된 모습으로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그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그 언어를 사용할 때 가능한 것이다.
21세기는 어느 민족이나 집단도 세계의 다른 사회들과 교류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이런 지구촌 시대에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홀로 고립된다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 자멸하는 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흔히 말하는 “세계화”와 다양성 간의 투쟁 속에 내재된 가치관의 충돌을 조화롭게 헤쳐 나가는 것이다. - 핀란드의 사미족(유럽 최북단의 라플란드 사람들) 노인들은 대부분 사미어를 주말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조차도 자녀들의 핀란드어 지식을 약화시킨다고 믿게끔 학교 교육을 통해 주입받았다.

 별난 코믹 상식1- 참았던 방귀는 어디로 갔을까?
상상의 즐거움과 창의적 호기심이 만난다. 마음껏 상상하고 질문하는 것은 어쩌면 어린이들의 특권인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끝없는 호기심이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이 책에서 만나는 100여 가지 이야기는 낯설지만 또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한 번쯤 가져 봤던 생활 속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모았기 때문이다. 가벼운 호기심에서부터 색다른 동·식물의 비밀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쳐 간다. 코믹하고 기발한 구성으로 백과사전 속 지식을 만나는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기발한 대화를 나누며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이 지식을 전달하는 교과서는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질문을 던짐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하는 유쾌한 생각의 놀이터가 될 것이다. -
*에스키모, 핀란드의 사미족, 북아프리카, 아랍 - 코를 비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일찍이 서구의 석학들은 문명의 대립과 공존을 주장해왔다. 어떤 학자는 일부 문명의 우월성을 주장하기도 하고, 반면 다른 이는 문명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세계 여러 나라와 종족 간에는 많은 분쟁과 대립이 일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인터넷이나 초국적인 기구 등을 통해 공동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런 충돌과 공존의 원인은 문명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인종, 계급, 종교, 지형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함께 맞물려 있으며, 결국 이들을 아우르는 것은 문화이다. 21세기의 세계를 좌우하는 패러다임은 문화, 그 자체인 것이다.
말하는 문화
그러므로 하루가 다르게 세계와 가까워지는 이때, 이론적 논의에 앞서 중요한 것은 개개인이 타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직접 겪지 않으면 알기 힘든 문화에 대해 구제적이고 친근한 접근을 시도한 것이 바로 [말하는 문화]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의식주, 성, 예절 등과 같은 밑바탕에 깔려 있는 문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만날 수 있다.
흔히 문화는 말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읽을 수도 없는 인간 생활의 총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인간의 손을 거쳐 탄생한 문화상품으로, 지구 저편의 사람과의 채팅으로, 길에서 우연히 부딪힌 사람과의 만남으로 끊임없이 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첫걸음이다. [말하는 문화]는 문화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말을 걸어보도록 제안하는 책이다.
문화를 이해하는 비교문화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본질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 장 자크 루소는 “우리가 인간에 대해 알려 한다면 먼 곳을 찾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인간의 본질을 알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서로의 차이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차이의 중요성을 말한다. 저자는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장치로 ‘이분법에 의한 비교’를 사용한다. 물론 단순한 이분법을 통해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서로 다름을 인지하는 시작이 될 수는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인지 아래 우리는 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덧붙여 새로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20여 년의 세월 동안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겪은 경험에 저자는 ‘비교문화’라는 학문적인 틀을 접목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학문적인 접근이 어렵지 않다. 도리어 쉽고 재미있다. 아무 부담없이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다른 문화를 알아갈 수 있다. 바로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알아야 할 평범한 타인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
아이누족과 유사한 방법으로 서로의 콧등을 비벼대는 인사를 나누는 곳으로는 에스키모와 핀란드 사미족,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있다.

 풍부한 사례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접근법으로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는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를 살펴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음과 종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것들 중에는 다양한 잠재력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수없이 많다.
저자는 근래에 사멸되어 가는 것들과 현재 사멸되어 가는 것들을 주로 다루면서 다양한 자연과 문화가 얼마나 강인한 생명 형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그 잠재력을 어떻게 하면 우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1, 2장에서는 생성과 소멸의 일반적인 관점을 다룬다. 3장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되는 생물의 종을, 4장에서는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여러 민족과 문화가 사멸되어가는 상황을 고찰한다. 특히 5장에서는 근대에 이르러 사멸된 언어와 현재 사멸되어가는 언어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6장에서는 다양함의 상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에게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조목조목 파악하고 있다.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종, 민족, 그리고 언어의 사멸에 대한 이야기
이 세상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 중에 과연 죽음에서 자유로운 것이 있던가? 산다는 것은 죽는 것이라 했듯이, 자연의 역사, 인류의 역사, 문화의 역사는 그 지난한 세월을 거쳐오면서 생성, 번영, 소멸의 과정을 거쳤다. 지구가 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동안 많은 학자들은 수많은 가설과 이론으로 그 진상을 규명하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정설이라고 딱히 내세울 수 없으며, 그저 발굴된 화석이라든가, 유적, 그리고 유해를 분석하여 다만 그 오랜 시간의 과정을 추측할 뿐이다.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유기체, 즉 생명체의 종 수는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 정확한 수치는 아무도 모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민족과 언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역시 정확한 수치를 산출할 수 없다. 왜 이렇듯 그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일까? 이런 현상이 벌어진 까닭은 우리 주위의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가 두려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사멸되어가고 있지만, 정작 우리는 다양한 유기체들과 인간의 문화, 그리고 그들의 역사를 전체적인 차원에서 파악하는 일에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27권의 책을 발표한 저자 프란츠 M. 부케티츠의 이 책 ?멸종, 사라진 것들ausgerottet-ausgestorben?은,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왔던 자연과 문화가 지닌 강인한 생명 형태의 잠재력을 이해함과 동시에 이런 잠재력을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을 위해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오랜 세월 동안 종들이 사멸되어가는 것과 생물의 다양함이 훼손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근대 이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민족과 언어의 사멸에 대해 다루었다. 사실 이런 주제를 다룬 많은 저작물들이 있었으나 학술적인 고찰에 중심을 두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여 저자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전체적으로 고찰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에서는 생성과 소멸의 일반적인 관점에 대해 다루었다. 여기에서는 유기체들의 사멸에 대해 아직도 명확한 원인이 해명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진화의 틀에서 보면 아주 정상적인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며, 이렇듯 멸망이란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임을 밝힌다.
3장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엄청난 재앙을 겪게 되는 생물의 종에 대해 다루고 있다. 4장에서는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여러 민족과 문화가 사멸되어가는 상황을 다루었고, 특히 5장은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근대에 이르러 사멸된 언어와 현재 사멸되어가는 언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6장에서는 결국 우리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다양함의 상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물의 한 종이자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연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조목조목 파악했다. 맺는 글에서는 현재 사라지고 있는 것들의 보존 윤리에 대한 우리의 가능성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성과 성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지구의 역사에서 멸종을 초래했던 다섯 차례의 대재앙을 조목조목 다루고 있으며, 현재 진행형이면서 우리 주위에서 빠른 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여섯 번째의 멸종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상생 윤리가 왜 존속되어야 하는지, 저자는 가르치기보다는 마치 옆에 앉아 이야기하듯이 들려준다. 또한 몇십 억 년의 지구의 생성 과정에서 그 지난한 세월을 거쳐오면서 어떤 것이 지구상에서 언제 사라졌고, 다음엔 무엇이 등장했는가 등을 나열하기보다 사라진 원인에 보다 깊은 통찰력을 발휘한다.
모든 것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 인간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스스로 하나의 거대한 자연의 재앙으로 발전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우연적인 존재일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종이 되었다. 인간은 다른 종들을 밀어내고 그 생활공간을 점령하면서 자신의 종을 끊임없이 증식시키고 있다. 그 사이 인류의 수는 60억이 넘으면서 지구상에서 득세하고 있으며, 그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른다. 인간 지능의 발달로 이루어진 기술은 그 어떤 생물도 따라갈 수가 없다. 불도저, 연쇄식 톱, 그리고 자동화기 따위에 저항할 수 있는 식물은 물론 그 어떤 동물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지속되어온 역사, 수백만 년에 걸쳐서 생성되어온 고유한 생물체의 형태들을 파괴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고도의 무장을 한 인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왔다. 그 극적인 현상은 현재에 이르러 종들의 엄청난 사멸 속에 반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의 여러 민족과 언어가 사멸되어가는 과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민족이 사멸되면 언어도 사라진다. 이미 오래전부터 멸망의 길을 걷던 민족의 언어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용했으나 끝내 사멸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에서는 유럽인들이 그 대륙으로 이주해온 이래로, 불과 수백 년 사이에 약 1천 종류의 부족들이 사용하던 그들 언어의 실체를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사멸하고 말았다. 수많은 민족과 언어는 현재 수많은 유기체들이 겪은 운명과 마찬가지로 극적인 운명을 맞고 있다.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의 사멸에 대한 수많은 공통된 근거 중에 가장 핵심은 바로 생태 공간의 파괴다. 무엇보다도 열대 지역의 거대한 면적의 숲들을 개간함으로써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것들, 즉 생물의 종과 민족,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사멸을 초래하고 있다.
종과 민족, 그리고 언어의 사멸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진행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만의 유일한 것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모든 유기체의 종들은―비록 ‘가장 눈에 안 띄는 종’이라 할지라도―일회적인 존재들이며, 모든 문화와 모든 언어 역시 일회성을 띠고 있다. 그것들은 일단 사멸되면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되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멸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
진화라는 넓은 의미에서 볼 때의 발전과 변화는 오로지 종들의 다양한 기반 위에서만 가능하다. 생물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의 영역에서도 진화란 차별화로 진행되는 것이며 다양함을 창조해내는 과정이다. 그러나 다양함의 형성은 어느 정도의 ‘동등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다. 유전적인 또는 문화적인 ‘단일화’로 융합되면 발전을 허용하지 않는 정체 상태로 이어질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진화란 다름 아닌 변화, 즉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결코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 그리고 문화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물론 당연히 하나의 문화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하나의 폐쇄된 순환 속에서 살면서 그들 문화의 현 상태status quo에 만족하며, 아무런 변화를 원하지 않고 살 수는 있다. 어쨌든 예전의 문화에는 그런 상태로 머무는 일이 전적으로 타당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폐쇄된 문화’가 계속 존립하는 것은 오늘날에는 점점 더 그 개연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우리가 이룬 문명과의 접촉을 피해갈 수 있는 민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역사에서도 보여지듯 일단 접촉이 이루어지면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한 민족에 속한 구성원들은 그런 문명을 ‘창조한 사람들’에 의해서 강제로 변화되거나 아니면 다른 문화가 지닌 요소들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종종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인간 문화의 역사는 ‘이념의 좁은 척추 위를 지그재그로 달리는 하나의 길’이며,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스쳐 지나가는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이념이라 할지라도 문화는 그것이 영원히 존속하도록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 노르웨이와 스웨덴 이주자들과 처음으로 달갑지 않은 만남을 가졌는데, 침입자들은 기독교를 전파하고 수많은 사미족을 강제로 부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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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이해의 중요한 초석이 될 국내 최초의 러시아 지리연구서
러시아는 세계 대륙 면적의 8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거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는 국가로,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을 연결하는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로, 역사적으로 수십만의 우리 민족이 이주하여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의 땅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전쟁과 과거 냉전시대 동안 우리에게 구 소련은 적성국가 또는 금단의 국가로 취급되면서 미지의 나라로 남아 있었다. 1991년 말 구 소련의 해체 이후 러시아는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로의 체제 전환을 급진적으로 단행해 왔으며, 이러한 체제전환 과정에서 혼란과 무질서가 가중되면서 러시아는 여러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함으로써 무한한 경제적 성장가능성을 지닌 국가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와 같이 자연자원이 빈약한 입장에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의 지리적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보다 원할한 교류와 협력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에 러시아와 국교를 수립한 이후에 물자의 교역과 인적 교류가 활발해졌으며, 최근에는 러시아로의 관광여행까지 일반화되어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를 이해하기 위한 문헌이나 정보는 역사, 정치, 경제에 관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며 지역을 이해하는 데 기초적인 지리서(地理書)는 매우 적었다. 지리서마저도 과거 소련의 수도인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하나의 소비에트 국가 세계를 강조한 <계통지리서>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러시아의 광대한 영토와 다양한 자연환경 속에서 러시아인뿐만 아니라 여러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기술한 <지역지리서>가 필수적이며, 이러한 점에서 러시아의 지리의 출간은 러시아 이해의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지리적 인접성뿐만 아니라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에서 이상적 형태의 상호보완성을 지니고 있다. 한러 수교 이후 양국간의 인적?물적 교류는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증가하였지만 기대치만큼 발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의 핵심의제로 논의된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계획, 그리고 러시아 정부의 극동발전계획이 보다 가시화된다면, 한국-러시아 교류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며, 앞으로 양국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더욱더 활성화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러시아의 계통지리적 현황을 분석하는 가운데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특성을 다루었고, 제2부는 러시아의 여러 지역을 지지적(地誌的)으로 기술하였으며, 제3부는 우리나라와 가깝고 교류가 많은 극동지역을 상세하게 취급하였다. 특히 이 책은 러시아의 각 지역에 중점을 두고 그곳에서의 여러 가지 특성, 즉 자연환경과 주민의 생산형태, 생활양식, 환경 문제는 물론 역사?문화적 경관까지 이해하기 쉽게 지지적으로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러시아의 생활과 풍토를 지리적인 관점에서 종합하면서, 광대한 영토와 다양한 자연환경 속에 있는 러시아의 지리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러시아 지역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 에벤크 은 극동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여행인 이상인의 32일간 시베리아 횡단기이다. 같은 유럽이고 같은 아시아이지만, 또다른 풍광과 언어를 가진 땅, 러시아. 쌀쌀해만 보이던 러시아인들의 뒷맛은 셔벗처럼 달콤하기도 하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칼바람에 무뎌진 정신을 쓱쓱~ 베어가며 겪어낸 여행기가 낯선 땅만큼이나 낯선 묘미를 느끼게 한다.
1. 겨울 시베리아 횡단길 - 정신에 낀 기름기를 걷어내는 시간
여행인 이지상은 2000년 10월 25일부터 32일간, 시베리아 횡단열차(TSR)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달려냈다. 짧은 여정이었다. 러시아는 가난하지만 값싼 여행지가 아니어서 장기여행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그가 떠날 무렵 한국은 가을이었지만 시베리아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땅 시베리아를 바람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여행을 하며 그는 겨울 시베리아 여행이 그 자신에게만 부여한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게 된다. 그것은 느슨해진 정신의 조임, 무뎌진 마음 속 칼날의 벼림이었다.
여행 도중 마주친 소위 '여행가'들은 첫여행의 설레임을 잊어버린 채 풀어진 눈빛으로 여행을 일상으로 그저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지상은 깨닫는다 - 게으름, 빈둥거림, 적당한 쾌락. 현실을 바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휴식이며 재충전을 위한 소중한 행위였을 순간들이 오래된 여행자들에게는 타락을 위한 전주곡이라는 것을. 익숙함에 탐닉하는 순간 나태의 구렁텅이로 굴러 떨어져 구역질 나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을. 그리하여 여행중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몸은 점점 더 가벼워졌다. 아무도 없는 눈 덮인 길을 바람을 맞으며 걸을 때면 그동안 무디어진 정신이 숫돌에 쓱쓱 갈아지는 기분이었고, 뱃살에 낀 기름이 찬바람에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2. 끝없는 눈밭과 유럽을 닮은 도시들 속을 방랑하다
이지상이 만난 러시아 사람들은 셔벗맛이었다. 차가우면서도 달콤한 얼음과자 셔벗처럼 러시아 사람들은 한없이 쌀쌀맞았으며 또한 한없이 정겨웠다. 이방인을 거부하는 호텔들 앞에서 여러 번 문전박대를 당했고 영어 메뉴판을 찾아 몇 시간이고 거리를 헤맨 적도 많았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없이 포장지로 싼 담배를 선물하고 보드카 세례를 퍼부으며 열렬히 맞아준 것도 그들이었다.
시베리아의 중심에서 그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형태의 솟대와 장승 등을 발견하고는 신기함을 느꼈다. 그 어디쯤에서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던가. 그만큼 부랴트족은 우리의 모습을 쏙 빼닮아 있었다. 울란우데에서 만난 한 남자 대학생은 십 년 전 그의 동창의 얼굴과 너무 똑같아 그는 알 수 없는 시간의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착각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
시베리아를 벗어나 도시로 들어서니 유럽과 다를 바 없는 풍경들이 펼쳐졌다. 호텔 TV에서는 포르노가 돌아가고, 거리의 모퉁이마다 마주치게 되는 미국식 패스트푸드점들 ... 사람들도 발걸음이 바뻐 보였다. 도스토예프스키와 레닌의 나라. 차이코프스키와 '우울한 미소'의 나라. 이곳에선 모든 것이 진행형이었다. 사람들의 꿈과 욕망도 서구식 자본주의에 맞게 재단되어 조금은 어설픈 모양새로 키워지고 있는 땅, 그곳이 러시아였다. 그렇지만 "쓸데없는 상념들, 한줌의 지식과 경험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나는 여행하는 사람일 뿐, 앞으로 가는 발길만큼 상념은 뒤로 흘러가게 하라."
3.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오고 싶은 땅, 시베리아
32일간의 숨가빴던 여정을 마치고 다시 귀환길에 올랐다. 정신의 기름기를 뺀 탓일까. 그동안 익숙하게 여기고 지나쳤던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이지상은 여행가의 삶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리라. "우리의 삶처럼 여행길에는 온갖 희로애락이 다 있었다. 여행은 압축된 삶이었다. 한 번의 여행은 한 번의 삶이었다."
12월 4일 러시아에서 열린 '한-러 교통위원회' 회의는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사업을 논의하는 데 합의했다. 그보다 앞선 11월20일, 러시아 철도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북한의 동해안 철도를 앞으로 2-3년 안에 연결한다는 계획을 갖고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러시아 소리방송은 전했다.
이지상은 꿈꾼다. 우리의 끊어진 국토가 다시 이어지는 그날, 세계로 가는 기차를 타고 평양을, 원산을 지나 시베리아 벌판을 가로질러 모스크바로, 베를린으로, 파리로 뻗어 나갈 수 있기를. 대륙의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그곳을 다시 한번 종횡무진하게 될 그날을 ...  -
에벤크족(초기 퉁구스족)은 북쪽의 툰드라와... 부랴트족과 에벤크족은 순록을 키우고 낚시를 했으며

 다양한 문화 코드로 풀어내는 육식 터부의 세계사
한국인이 먹는 육류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몇 해 전 개고기 식용논란으로 떠들썩했을 때, 많은 서양인들은 개고기 식용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런 식의 특정 육류에 대한 거부감은 다양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유형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먹는 육류의 종류를 따져보면, 우리의 육식 습관도 세계의 다른 민족들처럼 실제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용 가능한 육류의 대부분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문스는 서구인들이 뒷받침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너무 조급하게 질병과 환경적 요인에 대한 현대의 견해들을 인용하여 특정 문화가 특정 종류의 육류를 왜 기피하는지에 관한 설명으로 삼으려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먹는 육류와 그 육류를 먹는 이유를 물으면, 자신이 먹는 육류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적당하며 맛과 영양가가 훌륭하며 건강상으로도 위험이 없다고 말한다. 즉 영양학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인 식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관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의 육식 습관은 지극히 비합리적이다. 영양학적 요인으로 설명하려 한다면, 개고기 식용은 단순히 개고기가 풍부한 단백질 섭취원이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뱀을 먹는 것은 어떤가? 영양학적인 면에서 지렁이는 아주 뛰어난 단백질 공급원이다. 경제적 요인으로 설명하려 한다면, 곰발바닥 요리나 제비집 요리 혹은 상어지느러미 수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의 한 종족은 어족 자원이 풍부한 강 유역에 살지만 생선은 일체 입에 대지 않는다. 인도는 매년 기근으로 많은 사람이 굶어죽지만 결코 소를 잡아먹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돼지고기 기피 원인을 이슬람이라는 종교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 지역 역사를 조사해보면 돼지고기 기피 현상은 이슬람이 전파되기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쇠고기 기피 원인으로 기존의 학자들은 경제적인 요인을 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시문스의 견해는 다르다. 쇠고기 거부감의 근원은 보다 근본적으로 종교가 발휘한 영향력, 종교 자체의 논리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음식 금기를 해명할 수 있는 단일한 설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환경, 종교, 관습, 신분 제도, 전통 등 여러 측면이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단순히 영양분을 포함하고 있고 먹을 수 있으며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음식이 될 수는 없다. 영양이나 경제적인 요인만이 주 결정인자라면 수많은 종류의 가용 식량 중에서 극히 일부만이 실제로 식량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어진다. 반드시 그 음식을 먹는 집단의 문화 코드에 적합한 식재료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문스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파생된 육식 터부의 관습 속에서 제례적 순수성과 건강 및 행복의 유지라는 강력하고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가 식사 습관의 근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시문스는 모든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육식 터부의 유형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류 문화의 맥락 속에서 종교적, 도덕적, 위생학적, 생태학적, 경제적 요인들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 작용을 강조한다.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본 육식 터부
육식에 대한 금지 조치는 평생 지속되기도 하고, 특정 시기에만 내려지기도 하며, 특정한 부류의 인간에게만 내려지기도 한다. 초상이 났을 때나 질병이 심할 때, 종교적인 금식일 등에는 특정 육류에 대한 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또 특정 식품 한두 가지를 다른 식품과 함께 요리하거나 먹는 경우에만 금기가 발효되기도 한다. 마사이족 전사의 이상적인 식단은 고기와 우유, 피밖에 없다. 하지만 결코 고기와 우유를 같이 먹지 않는다. 에스키모들은 해산물과 육지에서 나는 음식 재료를 섞지 않는다. 브라질의 남비콰라 인디언들은 식용 가능한 가축을 많이 기르지만 이 가축들은 오로지 애완동물일 뿐이다. 그들은 가축과 음식을 나눠먹고 함께 놀고 이야기하지만 자기들이 기르는 닭이 낳은 달걀조차도 먹지 않는다. 정통 유대교도나 무슬림들은 제례적인 규정을 준수하여 축성을 받지 못한 고기는 결코 먹지 않는다. 뉴기니의 한 마을에서는 고의적으로 잔인하게 돼지를 잡는 전통이 있는데, 돼지의 비명소리가 없으면 망고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는 믿음을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터부는 고기의 상태와도 관련된다. 상한 고기나 죽은 동물의 고기는 흔히 거부되지만, 또 그런 고기라도 꺼리지 않는 집단이 있다. 보르네오의 무루트족은 오직 집에서 기른 돼지의 고기만 먹고, 이웃 마을의 돼지는 먹지 않는다.
육류의 종류에 따라 존재하는 다양한 터부 형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돼지고기
* 아시리아의 꿈 해몽책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꿈은 신들의 분노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라고 한다.
* 돼지고기의 식용 여부는 무슬림들을 그들의 적인 기독교도와 구별해주는 역할을 했다. 이집트의 무슬림들은 돼지를 지독히도 싫어하여 돼지와 닿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오염되고 무가치한 것이라 여겼다.
* 북유럽에서는 돼지를 곡물의 신으로 간주하며 풍요롭게 하는 돼지의 능력이 꼬리에 집중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보리를 처음 파종할 때 돼지 꼬리를 흙에 꽂아두고 보리의 키가 그만큼 자라도록 기원한다.
돼지고기 기피 현상의 대표적 중심지는 근동 지역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이슬람이라는 종교만으로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근동 지역에서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은 이슬람교가 발흥하기 전부터 이미 있어왔고, 현대의 일부 비무슬림 집단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키스(Keeth)를 비롯한 몇몇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집트에서의 돼지고기 기피 현상은 호루스와 세트 간의 적대감에서 찾을 수 있다.「관 문서」에는 호루스가 돼지로 변한 세트에 의해 눈을 다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신교 체제 속의 한 신인 세트는 멸시의 대상이었으며 이 신의 상징 동물인 돼지 또한 낮은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기원전 450년경의 사람인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Herodotus)의 기록에 의하면, 대부분의 이집트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으며, 돼지를 치는 사람과 접촉하지 않았고, 혹 지위가 높은 사람이 어쩌다 돼지와 몸이 스치기라도 하면 나일 강으로 달려가서 옷을 입은 채 강물에 뛰어들어 몸을 정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헤로도투스 이후의 기록들을 보면 돼지고기에 대한 거부 현상에도 불구하고 돼지는 여전히 사육되고 식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대 히브리에서의 돼지에 대한 태도는 더 분명한데, 「레위기」에서는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간주하여 그 고기를 먹지 못하게 했으며, 그밖의 성경 구절에서 매력적이지만 취미가 저속한 여인을 가리키는 말로 “암퇘지 주둥이에 금반지”라는 표현을 쓴 것에서도 돼지의 지위가 낮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대가 흘러 <탈무드>에서는 돼지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하려고 해서 돼지를 가리킬 때 ‘다른 어떤 것’(이름으로 불리면 안 될 어떤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에서는 야생 돼지를 잡아먹었지만, 특정한 날에는 야생 돼지와 사육 돼지의 고기를 먹지 않았다. 아직 불결하지 않은 어린 돼지의 경우 질병의 치료나 축귀 목적의 제례에서 도살되었다. 아시리아에서 산욕열에 관련된 악령인 라마슈투는 ‘임산부, 젊은 어머니와 아기들’에게 적대적인 존재인데, 라마슈투는 어린 돼지와 강아지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 혹은 돼지 한 마리를 옆에 거느리고 들판에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돼지고기의 기피 원인을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로 돌릴 수 없음은 위의 사례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학자들은 돼지고기 기피 원인으로 위생 가설, 선모충병 가설, 경제적, 환경적, 생태학적 가설, 상징 및 신앙 가설과 기타 목축민이나 인도유럽인들의 영향을 들고 있다.
쇠고기
* 중부 인도의 브힐족은 ‘암소 살해’를 여러 번 저지른 사람은 나병에 걸린다고 여긴다.
* 힌두교도의 쇠고기 식용 거부는 수백년간에 걸친 불교도와의 투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책략이었다. 브라만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불교도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결국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쇠고기 거부의 중심지는 인도이다. 기존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도에서의 쇠고기 거부 현상은 인도의 자연 환경이나 경제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다. 마빈 해리스, 칼튼 쿤 등의 견해에 따르면,소의 도살이 인도에서 금지된 까닭은 소가 농경에 지극히 필요한 동물이며, 따라서 소를 식량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살려두어 노동에 종사시키는 것이 훨씬 큰 경제적 이익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소의 도살이 금지되었고 이 금지 조치는 종교적 교리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강하게 남아 있는 소에 대한 보호는 이런 경제적 동기에서 출발한 산물인 것이다. 시문스는 쇠고기 거부감의 근원은 보다 근본적으로 종교가 발휘한 영향력, 종교 자체의 논리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도 역사에 심오한 영향을 미친 아리아인에게 소는 우유와 고기의 공급원이었으며 수레를 끄는 등의 수송에 필요한 보조원이자 부의 척도였다. 아리아인의 전투에서 승자의 전리품은 소였으며, 아리아어에서 전투를 뜻하는 단어는 ‘소를 얻기 위한 투쟁’으로 번역된다. 아리아족의 신성한 문학인 베다에도 소, 즉 암소와 수소, 황소의 제례적 역할이 대단히 중요했음이 드러나 있다. 황소는 힘의 상징이었으며 특히 전투와 기후의 신인 인드라는 쇠고기를 아주 좋아했다. 결혼식이나 중요한 귀빈의 대접을 위해 암소를 도살했으며 왕이나 사제, 현인들에게도 충분히 음식으로서 받아들여졌다. 즉 고대 인도인들에게서는 쇠고기 기피 감정을 찾아볼 수 없다. 자이나교와 불교의 문헌에서 불살생 개념이 처음 나오는 것은 기원전 6세기와 기원전 5세기이다. 문헌 기록에 의하면 자이나교도들과 불교도들은 불살생을 주장했지만 특별히 소의 도살을 반대하지는 않았다. ‘신성한 암소’라는 개념은 서력 기원이 시작될 무렵의 베다 문헌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처음에는 불살생 개념과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부터 서서히 브라만 계층 사이에서 신성한 암소의 개념이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4세기 무렵에는 암소를 죽이면 사형을 당했으며, 7세기 인도에 온 중국인 여행자 현장 스님은 인도인들이 수소의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어 있으며 누구든 그런 고기를 먹는다면 멸시와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신성한 암소의 개념은 인도에 외부 세력이 침입함으로써 더욱 중요시되었다. 11세기 무슬림의 침입 이후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경쟁 사이에서 신성한 암소 개념은 큰 동력을 얻게 되었으며, 유럽인들이 인도에 들어왔을 때, 유럽인들 역시 신성한 암소에 대한 인도인들의 감정 때문에 가끔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 예로 1670년에 인도의 서부 해안에 있는 호노레 소재의 한 유럽무역센터에서 기르던 불독 한 마리가 암소를 죽였는데, 성난 군중은 이에 대한 반발로 그곳의 유럽인들을 모두 살해했다. 암소의 신성함과 불가침성에 대한 복종은 전통적인 힌두교도 대중의 마음속에 워낙 깊게 뿌리박혀 있으므로, 인도가 독립하자마자 암소에 대한 보호와 암소 도살 금지령이 인도의 헌법에 포함되었다.
닭고기와 달걀
* 동부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들은 유럽인 여행자가 달걀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 여행자가 아프리카인들이 쓰레기를 먹는 모습을 보았더라면 느꼈을 법한 역겨움을 느꼈다.
* 케이프 지역의 템부족과 핑고족, 은구니족은 달걀이 최음 효과가 있으며 달걀을 먹은 여성들은 다른 부락 출신의 남성들에게 접근하게 된다고 믿는다. 실제로 어떤 여성이 남성에게 “내가 당신에게 달걀 요리를 해줄게”라고 말하면 성적인 접근으로 받아들여진다.
* 리투아니아에서는 수탉이 ‘예언자의 노래’를 부른다고 여긴다. 수탉의 울음은 ‘끝없이 변화하며 새롭게 젊어지는 자연의 리듬’을 반영한 것이라 본다.
동남아시아에서 닭은 희생공양이나 점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닭의 피 또는 내장이나 간을 이용하여 점을 치고, 닭의 다리뼈나 대퇴골의 미세한 구멍의 각도를 보고 점을 치기도 한다. 푸룸 쿠키 부족은 새로 건설할 마을의 위치를 결정할 때 수탉을 이용한다. 한 남자가 기도문을 낭송하면서 수탉의 목을 졸라 죽여 땅에 떨어뜨린다. 닭이 죽은 뒤 다리가 어떤 위치에 놓이는가에 따라 길흉이 판정된다.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 위에 놓여 있으면 길조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 장소는 마을의 후보지로서 실격된다. 닭고기와 달걀에 대한 기피 태도가 가장 흔한 곳은 아프리카이다. 집단 전체적으로 발견되기도 하지만, 성별, 나이, 사회적 지위, 달걀의 상태, 부패 정도 또는 장만되는 방식 등에 따라 기피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금지 조치가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대상은 가임 연령의 여성들인데, 그 근거로는 불임이나 난산, 또는 태아에게 미칠 상해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콩고 지역의 야카족은 여성이 달걀을 먹으면 미쳐버리고 옷을 찢고 덤불로 뛰쳐나간다고 믿는다. 한편으로 특정한 요리법을 거치면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는데, 달걀을 썩히거나 혹은 병아리의 형태가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처리를 하면 먹어도 안전하다고 여긴다. 이는 동남아시아에서 배아가 생긴 달걀을 선호하는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닭고기와 달걀의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종교적인 이유이다. 특히 힌두교도의 닭고기와 달걀에 대한 기피 현상은 닭고기와 달걀을 거리낌 없이 먹는 무슬림들이나 속죄 의례 때 가금을 쓰는 부족민들로부터 자신들을 구분지으려는 희망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시문스는 또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힌두교도가 닭고기와 달걀을 기피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채식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며, 닭이 찌꺼기나 동물(곤충이나 벌레)을 잡아먹는 습관이 있어 불결한 동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의 발생과 함께 달걀은 기독교적 상징 속에 포섭되어 있다. 특히 봄의 전령으로 부활절의 생명과 부활을 표현했다. 독일의 농부들은 부활절 달걀을 밭에 파묻음으로써 그 해의 풍작을 기원한다. 아프리카의 지굴라족 역시 풍작을 위해 새로 파종한 밭에 달걀을 놓아둔다. 이란에서 달걀은 새해 선물로 안성맞춤이며, 새해를 붉은 달걀 축제라고 부른다. 오늘날 아프리카에서는 이 기피 현상이 둔화되고 있는데, 그 까닭은 무슬림과 돼지고기, 힌두교와 쇠고기처럼 종교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고기
* 말고기 식용이 금지된 유럽에서는 소 전염병의 유행으로 육류 가격이 오르자 말고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 노르웨이에서는 여성들이 참관하는 한 제례에서 백마의 종마가 도살되고, 제례적인 거세와 말의 성기에 대한 음탕한 이야기가 제례 과정에서 읊어졌다. 어떤 가족의 짐말이 죽자 그들은 말가죽을 벗기고 그 고기로 요리를 해 먹었다. 그리고 그 가족의 주부는 말의 성기를 말려 보관해두고 자신의 신으로 삼았으며 그것을 장롱에 넣어두었다가 매일 저녁 가지고 나와서 거기에 대고 찬송가를 불렀다 한다.
말 공양과 말고기 식용은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행되었지만, 그곳 주민들은 의약품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 외에는 말을 식량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실제로 로마인들은 말고기를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느꼈으며, 굶어죽을 지경이 되어서야 말고기를 먹었다. 북부 유럽에 기독교가 도입되면서 말고기 식용을 금지하는 압력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스칸디나비아의 대부분과 유럽의 나머지 지역에서 교회가 우세해지고 말고기 식용도 없어져갔지만, 아이슬란드인들은 교회에 승복하지 않고 완강하게 변화를 거부했다. 교회는 이들을 파문하기보다는 말고기 먹는 관습을 유지해도 좋다는 면죄권을 부여했다. 실제로 일부 기독교 수도사들도 말고기를 먹었다는 증거가 있다. 유럽 북부에 말고기가 다시금 식량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식량 부족 때문이었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말고기 판매가 불법이었지만 빈민들은 말고기를 많이 먹었으며, 1866년에는 말고기 식용이 합법화되었다. 프랑스의 인텔리겐차들은 말고기 식용을 권장하기 위한 말고기 연회를 열었으며, 영국에서도 말고기 식용을 장려하기 위해 공식 만찬에 말고기를 내놓았고, 심지어는 말고기 소비 촉진 협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말고기를 반대하는 편견은 이교도의 종교적 의식에서 말을 제물로 바치고 그 고기를 먹는 행동에 대한 기독교의 반발 그리고 말이 차지하고 있던 높은 지위나 말의 신성성 및 신들과의 관련성에서 생겨났다. 오늘날 유럽에서는 말고기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만, 실제 말고기 식용 관습은 점차 시들해져가고 있다.

낙타고기
* 에티오피아의 무슬림들은 낙타고기를 중요한 음식으로 여기는 반면 고원지대의 기독교 신자들은 불결한 낙타고기를 먹는 것은 무슬림의 관습이라 생각한다.
낙타가 최초로 가축화된 지역은 아라비아로 추측된다. 아라비아에서 낙타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며, 베두인족 남자가 죽으면 그의 아내는 “내 낙타를 잃었구나!”라고 애도한다. 조로아스터교의 경전인 <아베스타>에는 낙타가 제물로 바쳐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많을 때는 1,000마리까지 바쳤다. 이는 이런 희생제례가 고대 조로아스터교 이란에서도 역시 중요한 행사였음을 시사한다. 유럽에서 말의 도살과 식용이 이교도적 관습으로 취급되었던 것처럼, 이슬람교가 세워진 이후의 근동지방에서는 낙타의 도살과 식용을 아랍의 종교와 관련된 것, 이슬람 제례와 거의 마찬가지인 것, 혹은 일종의 신앙 고백 같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낙타고기에 대한 거부는 근동 지방의 비무슬림 주민에게서 볼 수 있는데, 이는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 낙타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이슬람교의 신자라는 상징이 되었다.
개고기
* 모로코의 안지라 주민들은 개가 물을 마시거나 핥은 그릇은 뜨거운 물로 일곱 번 씻거나 그렇지 않으면 깨뜨려버려야 한다고 믿는다.
* 힌두교에서는 “개가 제아무리 갠지스 강에서 헤엄친들 깨끗해지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개고기 식용 관습은 과거 미국의 인디언들 사이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었으며, 구세계의 동부와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 제도와 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구세계에서 가장 넓은 개고기 식용 지역으로, 중국으로부터 북쪽으로 우리 나라를 거쳐 동부 시베리아까지, 남쪽과 동남쪽으로는 동남아시아와 최소한 아삼 지방까지, 동쪽으로는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 제도까지 이른다. 이 광대한 지역에 사는 모든 집단들이 개고기를 먹은 것은 아니며, 오랫동안 힌두교와 불교도, 그리고 무슬림과 서구인들로부터 개고기 식용 관습을 버리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한국에서의 개고기 식용에 관해 시문스는 1988년의 일을 이야기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국가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개고기 식용을 금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기 위해 간판도 없이 후미진 곳에 있는 개고기 식당으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정부의 고위관료들도 있었다고 한다. 고대 이후 인간 사회에서 개가 차지하는 지위는 양면적이었다. 인간과의 친밀한 관계라는 점에서 사랑을 받거나 존경을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체를 먹어치우는 불결한 식습관으로 인해 혐오스러운 동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시체를 먹는 개의 습성으로 인해 개가 죽음, 질병, 죽음이나 질병을 가져오는 악령이나 귀신 및 그런 것들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신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고대의 통념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고대 제례에서 개를 도살하는 행위의 배후에는 이런 연관성이 존재했다. 이 때문에 개가 어느 정도의 존중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개고기를 식품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통념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생선
* “혀가 없는 물고기를 죽이는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는데, 이것은 물고기가 도움이나 자비를 청할 수단이 전혀 없는 불쌍한 존재라는 의미이다.
* 남부 아프리카의 반투족은 물에 사는 생물로 만들어진 식사에 참석하는 것을 마치 뱀 요리가 차려진 식탁에 앉는 것처럼 여겼다.
사하라나 동북부 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남아프리카의 어느 곳을 막론하고 현대 아프리카의 생선 기피자들은 생선을 불결한 물뱀이라 여기며, 생선을 먹는 것은 비천하고 구역질나는 일이라고 한다. 인도에서의 생선 기피 이유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째는 아프리카에서의 이러한 반응과 유사하다. 둘째는 어떤 생물이든 생명을 빼앗고 그 고기를 먹는 행동은 나쁘다는 종교적인 관념이다. 셋째는 신성한 물의 개념인데, 신성한 물에 사는 물고기는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불결하다는 이유로 생선을 거부한다는 주장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널리 퍼져 있는데,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건조 지역과 반건조 지역에서 발생하며, 그 모든 지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생선 기피자는 목축민이다. 불살생 원칙때문에 생선을 거부하는 태도의 근원지는 인도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불교는 생선 기피 현상을 동남아시아와 동부 아시아의 생선 의존적인 지역에까지 소개한 매개체였다. -
기마 퉁구스족(기마 에벤크족)(Levin&Potapov, 1964년: 6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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