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귀수 - 시인이자 영어와 불어 전문 번역가이다.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문학정신」을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정신의 무거운 실험과 무한히 가벼운 실험정신>을 발표했다.
옮긴 책으로 <이교도 회사>, <일만일천 번의 채찍질>, <오페라의 유령>, <적의 화장법>, <조선 기행>, <신선한 똥>, <드룬의 비밀>, <창녀>, <사드 - 불멸의 에로티스트> 등이 있다.

 

 이보경 - 동아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 석사학위를 받았다. <오페라의 유령>, <제4물결>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부산국제 영화제 및 전주국제 영화제에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오감」 「프라하 이야기」 등 영화 자막을 번역했다. 로이터 통신사의 온라인 기자를 거쳐 2004년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최인자 -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현재는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재즈>, <로빈슨 크루소>, <블랙 워터>, <유리호수>, <천 그루의 밤나무>,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톰소여의 아프리카의 모험> 등이 있다.

 

 김경미 - 1995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 세계 사회와 문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5대학 사회학과 졸업. 동 대학원 문화인류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대학원 문화사회학과 박사 과정에 있으며,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파리한복박물관건립준비위원회’에서 홍보부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어린 왕자>가 있고, <80일간의 세계일주>는 곧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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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5-0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페라의 유령은 읽지 않았지만, 저는 최인자의 번역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듭니다. 가장 매끄럽고 유려하게, 판타지 장르에 알맞은 듯 합니다.

Apple 2006-05-0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성귀수의 번역판으로 본듯... 사실 오래전에 봐서 그것조차 기억이 가물가물이지만...^^;

프레이야 2006-05-0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귀수 번역으로 읽었네요..

물만두 2006-05-0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만 최인자시고 다른분들은 성귀수시군요^^
전 아직 읽는다하고 못읽었어요 ㅠ.ㅠ

Koni 2006-05-1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년이 넘도록 갖고만 있고 이상하게 못 읽고 있는 책이에요.^^; 이렇게 여러 판이 나왔군요.

물만두 2006-05-09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동용까지 합하면 더 되요^^

가랑비 2006-05-0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만 있고 못 읽고 있어요. 근데 누구 걸로 갖고 있더라? -.-

물만두 2006-05-09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언니 작은별과 함께 읽으셨군요^^
벼리꼬리님 저런 ㅠ.ㅠ 붕어파에 가입혀~
 

 세련된 글쓰기를 자랑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여행 소설집.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색채감과 분위기를 잘 살린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집을 통해 독자는 그곳의 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발자취와 숨결이 씨실을 이루고 그것을 바라보는 이방인인 작가의 시선과 상상력이 날실이 되어 각각의 단편들이 탄생했다.
제목에서의 '불륜'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남녀의 불륜관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인간의 지각 밖의 다른 차원의 세계, 혹은 삶을 살아가는 테두리를 벗어난 특별한 경험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각각의 단편에 등장하는 7명의 주인공은 "현대인은 많은 사람을 만나니까, 연애를 하지 않기가 오히려 더 어려운(<창밖>)" 결코 부정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불륜의 사랑에 빠져 있기도 하고, 스스로가 감지할 수 없었던 어떤 것을 라틴 아메리카에서 느끼고, 또는 <플라타너스>의 주인공처럼 자신의 일상을 벗어난 또 다른 일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두운 밤중 하얀 강에 떠오르는 한 척의 배와 같은 외롭고 안타까운 세계를 그려낸 단편집
요시모토 바나나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 생명을 가진 존재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게끔 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젊은 여성 셋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들은 모두 주문에 걸린 것처럼 정신적인 휴면 상태에 빠져 있다. 죽은 애인으로 인한 슬픔에 빠진 마리에는 밤에 몽유병자처럼 돌아다니고, 식물인간이 된 부인을 둔 남자와 연인 관계인 테라코는 잠에서 깨어나기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다. 후미는 한때 삼각관계에서 연적이었던 다른 여성의 영혼에 사로잡혀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다. 부조리하고 악몽 같은 현실을 초현실주의의 필치로 그려낸 이 은밀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은 다시 한 번 바나나만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소위 슬럼프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에서 바나나는 그 슬럼프가 단순히 몸과 마음의 일시적인 무기력 상태라는 일반적인 진단을 넘어 스스로를 지켜내어 생을 지속시켜 나갈 힘을 기르는 겨울잠임을 깨닫게 한다. 즉, 몸과 마음이 몹시 지쳤을 때나, 감당하기 어려운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 의식은 삶의 에너지마저 고갈시키는 외부로부터의 모든 자극을 차단하여 산산이 부서질 위기를 비켜가는 것이다.
‘밤’의 세계를 배회하는 주인공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깊고 어두운 바다의 바닥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소설 속의 인물들과 같은 상황이나 비슷한 수준의 침잠은아니었을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과거 자신의 경험 안으로 빠져 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얼핏 무겁지 않아 보이는 바나나의 문장과 심각하지 않고 단순한 어휘들이 오히려 훨씬 강한 힘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이유이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직접적이고 강한 메시지 하나 없어도 독자들은 어느새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고 있는 스스로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애써 덮어두었던 상처나 잊었다고 믿었던 고통의 자국들을 다시 들추어낸다. 책장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주인공들처럼 정면으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한 뒤 한결 밝아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얀 강 밤배'는 상처는 외면하고 덮어두는 것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그 치유와 소생의 힘을 가져다주는 바나나의 따뜻한 선물이다. 물속을 헤엄치며 살기보다는 바닥을 치고 나서 수면 위로 떠오르라는 바나나의 건강한 외침이 바로 전 세계의 독자를 사로잡은 이유이다.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는 따뜻한 구원의 힘을, 절망에 빠진 사람의 곁에 있는 이들에겐 아름다운 조언의 기회를 얻게 할 책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2000년 작. 일상에 묻혀 기억 저편으로 밀려나 있던 '몸의 감각'이 어느 날 불쑥 일상의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순간, 그 찰라를 잡아낸 글을 모았다.
주인공인 '나'(<초록반지>)는 앞마당을 가득 메운 알로에의 왕성한 식물성에 데어, 조만간 뿌리채 없앨 생각을 한다. 하지만, 병상에 누운 할머니는 링거 주사 바늘 때문에 시퍼렇게 변해버린 손을 내밀며 더듬더듬 이렇게 말한다. "알로에가, 자르지 말라고, 하는구나. 알로에가, 여드름도 상처도 치료하고, 꽃도 피울 테니까, 자르지 말라고... 알로에 하나를 구해 주면, 앞으로 많은, 여러 장소에서 보는 알로에도, 너를 좋아하게 될 거다. 식물끼리는 다 이어져 있거든." 가늘고 토막난 목소리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머니의 그 말에 '나'는 섬뜩하다. 하지만 할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그 해 겨울, 나는 어느 시골 민가를 지나다가 어떤 부드럽고 정겨운 기운이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고 주위를 둘러본다. 소박한 민가의 마당 가득,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성하게 자란 알로에 무리... 햇볕을 받아 한껏 잎을 뻗친 알로에는 우둘투둘 빨간 꽃을 피우고는, 살아있음의 기쁨을 마음껏 '나'에게 전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흥미거리가 생기면 놀라운 집중력으로 끝장을 보고야 마는 남자친구. '재주는 많으나 가난한 자의 길을 거침없이 선택'하며 사는 남자친구가 '나'(『지는 해』)는 불안하지만, 상당히 벌이가 괜찮았던 아르바이트를 때려치고 그를 따라 호주에 올 만큼 그에게는 나를 끄는 마력이 있다. (그는 현재 '서핑'에 미쳐있다). 나름대로 착실히 쌓아올려왔던 내 '초촐한 인생'을 한번에 팽개칠 만큼 강렬한. 하지만 나는 이내 그 모든 것에 싫증이 나버린다. 늘 뭔가에 몰두에 있는 사람과 사는 일상, 나는 뭔지 모르게 서글프고 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저녁, 친구를 만나러 택시를 타고 가던 길.'나, 임신했나 봐!' 돌연 떠오른 생각! 순간 정체되었던 도로가 뚫리고 차가 덜컹 움직이며 속력을 내기 시작하자, 나는 갑자기 재미있는 요소는 하나도 없는데 '기뻐하라!'고 나를 부추기는 본능의 소리를 듣고 어쩔 줄 몰라한다.
과거의 시간과 사물, 그리고 내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짤막하고 상큼한 단편 13편을 만나볼 수 있다.상처와 치유, 상실과 따뜻한 희망을 이야기해 온 요시모토 바나나의 최신작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자기의 진짜 속마음이, 사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몸에 기억되어 있다는 바나나의 생각이 짤막하고 상큼한 13편의 단편에 담겨 독자를 찾는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잊혀진, 사소하지만 아주 소중한 감정들
“알로에가, 자르지 말라고, 하는구나.” 혼자 살던 할머니는 죽기 직전 이렇게 말한다. 식물의 생명과 교감을 나눴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할머니로부터 ‘내’가 물려받은 힘에 대한 이야기 「초록 반지」, 어딘가에 정착할 생각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남자 친구의 인생에 휘둘리면서 고민하지만, 결국엔 그의 아기를 갖고 생명의 숨결을 느끼며 기뻐하게 되는 작은 이야기 「지는 해」, “멈추지 않는 시간은 아쉬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순간을 하염없이 품기 위해 흘러간다.”라고 말하며 인생의 첫 기억을 노래한 「검정 호랑나비」, 이십 대 직전에 찾아오는, 하늘에 걸린 무지개처럼 잠깐 빛나는 예민한 감수성의 시기에 맞은 특이한 만남을 그린 「미라」 등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에는 마음과 몸, 사람과 풍경이 하나가 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단편들이 잔잔하게 떠올라 있다.
이런 아기자기한 이야기들 사이에는 톡톡 튀는 다채로운 단편들도 숨어 있다. 아홉 살 때 알코올 중독인 엄마에게 납치당했던 사건과 그때 느낀 애틋하고 슬픈 감정을 그린 「보트」, 세탁기 뒤에 사는 무엇과 고요하게 생활하는 사람, 빌딩과 빌딩 사이의 조그만 화단 같은 사람 다도코로 씨의 이야기 「다도코로 씨」, 열다섯 살이나 터울 진 언니, 할아버지 할머니뻘인 부모님과 함께 소박한 삶을 꾸려나가는 주인공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눈치 채고도 달짝지근한 봄꽃 향기 속에 그대로 묻어버리는 이야기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같은 단편들에선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이 묻어난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에서 독자는,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와 바나나 특유의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내는 긍정적이고 밝은 13명의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몸이 떠올리는 아름다운 기억의 조각,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되는 이야기
이 소설에서 요시모토 바나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자신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발신하고 수신한다는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그 신비로운 색채는 자신이 벌거벗고 있는 듯한 감각으로 나를 소스라치게 하고, 때로는 위로하고 가슴을 찡하게도 한다.”(「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p140~141)라고 하며 새로운 몸의 기능을 제시한다. 그녀가 말하는 것은 사소한,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우리와 우리 주변의 작은 이야기들이다. 삶의 물살에 휩쓸려 어딘가로 열심히 달려가면서 잊어버리는 빛나는 순간과 기억의 조각은, 때로 그 삶의 거친 물살에서 우리를 살아남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걸 일깨우는 것은 바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우리의 몸’이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렇게 곧잘 드라이브를 하고, 서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다. 가끔 투덜투덜 푸념을 늘어놓으면 농담으로 되받는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기억의 깊은 곳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일이나 따스하게 기운을 북돋는 일이 떠오르곤 한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많은 것들을 풍경 속에 털어놓는다. 그리고 온천에 들르면, 참 멀리도 왔다고 말하면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또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는 축 늘어져 도심으로 향하고 졸린 눈으로 헤어진다. 그러고 난 다음 날에는 어린 시절처럼 말똥말똥하게 눈이 떠진다.
살아 숨 쉬는 동안 기억이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그 기억은 세월의 힘에 밀려 희미해졌다가도, 감각이 그때를 되새기는 순간 지금으로 환원된다. 바쁜 일상에 묻혀버리는 많은 것들, 시간에 밀려가 버린 반짝이던 추억이 어느 순간 아, 하고 되살아나는 경험을 해본 이라면 이러한 그녀의 이야기에 미소 지을 것이다.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나의, 또 내 이웃의 에피소드들은 바나나의 목소리에 실려 이것을 듣는 독자에게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이 되어준다.

 데뷔작『키친』에 이어 1988년에 발표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첫 장편소설로, 어느 한적한 여름 바닷가를 배경으로 소녀에서 여자로 탈바꿈하는 열아홉 살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바나나 특유의 예민한 감성과 문체가 '너무 맑아서 조금은 정처없고, 절박하기도 했던' 사춘기의 소녀의 내면을 잘 묘사해내고 있다. 바다 내음 속절없고, 잠은 오지 않는 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랑'을 꿈꾸던 그 시절의 풍경이 물씬 밀려온다.카이엔 문학상(1987) 신인상, 이즈미교카 상(1988) 등 일본의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여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요시모토 바나나(吉本ばなな)의 장편소설 『티티새』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바나나는 『티티새』로 일본의 양대 대중문학상의 하나인 야마모토 슈고로 상(1989년, 제2회)을 수상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제 일본이나 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대중적인 인기와 문학성을 고르게 인정받고 있고, 출간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목록을 장식하는 작가다.
『키친』을 비롯한 세 편의 단편으로 세상에 각인되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에게 『티티새』는 그녀의 작가적 역량과 긴 호흡을 실험하면서 처음으로 시도한 장편소설이다. 『티티새』는 미국(Grove Press), 영국(Faber and Faber), 이탈리아(Feltrinelli) 등지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눈부신 햇살로 가득 찬 여름날의 사랑 이야기
『티티새』는 바닷가 마을에서 보낸 열아홉 살 시절 여름의 추억을 그린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인 마리아와 그녀의 사촌 츠구미, 요코 언니와 함께한 그 여름은 눈부신 태양만큼이나 인상적인 추억을 남겼다.
“츠구미는 정말이지, 밉살스러운 여자 애였다.”라는 첫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사촌 츠구미는 엉뚱하고, 괴팍스러운 말괄량이였다. 그녀는 때로 지나친 장난으로 주위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도 하고, 때로 가슴 따뜻한 행동으로 눈물짓게 만들었다. 츠구미는 어린 시절부터 몸이 허약해 자주 병을 앓아서, 온 식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그래서 다들 그녀의 엉뚱한 행동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곤 했었다.
마리아(화자인 ‘나’)의 아버지는 전처와 별거 중이었고, 전처와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마리아와 어머니는 이모네가 운영하는 바닷가 마을의 야마모토야 여관에서 지낸다. 츠구미와 요코 언니는 이모네 딸들로, 마리아와 츠구미는 동갑이었고, 요코 언니는 두 살 위였다. 츠구미가 무슨 짓을 하든 너그럽게 용서해주는 이모네 가족과는 달리 마리아는 츠구미의 괴짜스러운 짓을 참을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 츠구미가 도깨비 우편함(부서진 백엽상에 편지를 넣어두면 영계와 소통할 수 있다고 믿었다)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편지를 찾아온다. 살아 계실 때 마리아를 유난히 아끼셨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 눈물을 흘렸지만, 다음 날 그 모든 것이 츠구미의 장난으로 판명되면서 마리아는 불같이 화를 낸다. 제아무리 심한 장난을 쳐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던 츠구미의 입에서 “마리아, 미안.”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사건을 계기로 마리아와 츠구미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 아버지의 이혼 문제가 해결되고, 대학 진학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마리아는 도쿄로 떠난다. 어린 시절을 보낸 바닷가 마을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마리아는 이모네 가족들과 이별한다. 그해 여름방학에 마리아가 바닷가 마을을 다시 찾으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나도 변한 것 없이 여전히 짓궂은 츠구미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그들은 쿄이치와 그의 강아지 겐고로와 마주친다. 마을에 새로 생기는 호텔집 아들인 쿄이치에게 츠구미는 단박에 호감을 느낀다. 마리아는 우연히 재회한 쿄이치에게 아파서 누워 있는 츠구미를 위해 문병을 가자고 하고, 여전히 엉뚱한 짓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츠구미를 쿄이치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 여름 두 사람은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들어설 대형 호텔에 앙심을 품고 있던 동네 사내들이 쿄이치의 강아지 겐고로를 훔쳐가는 사건이 벌어진다. 쿄이치만큼이나 겐고로를 아끼던 츠구미는 바닷가에서 허우적대던 겐고로를 찾아온다. 그러나 돌아온 겐고로는 그날 밤으로 다시 없어지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겐고로가 없어져 시름에 빠졌던 쿄이치는 집으로 돌아간다. 겐고로와 쿄이치를 모두 떠나보낸 츠구미는 겐고로를 잡아간 사내들에게 복수한다. 그러느라 안 그래도 허약했던 츠구미의 건강은 악화되기에 이른다. 여름방학이 끝나서 다시 도쿄로 돌아온 마리아는 츠구미가 심각한 상태라는 전화를 받고 달려가지만, 츠구미는 한결 나아진 상태로 마리아를 맞는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말을 하는 츠구미를 뒤로하고 돌아오지만, 며칠 후에 츠구미가 보낸 편지가 도착한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녀들의 찬란한 계절
『티티새』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열아홉의 여름을 그린 소녀들의 성장소설이다. 또한 죽음 저편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던 주인공 츠구미가 첫사랑을 가슴에 안으면서 그 힘으로 죽음의 이편에서 세상을 보듬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리아는 말괄량이 츠구미와 어울리면서 자신이 좀 더 너그럽고 여유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죽을 거라 믿고 마지막으로 마리아에게 보낸 츠구미의 편지에서는 그 여름을 보내며 한층 성숙하고 성장한 츠구미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그런 츠구미를 옆에서 지켜본 마리아도 이제 완연한 스무 살의 여인으로 성장했다.
『티티새』를 읽다 보면 츠구미의 엉뚱한 장난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츠구미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에 연민과 애정을 느끼기도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바나나의 탁월한 인물 구성을 눈여겨볼 만하다. 바나나는 단순한 인물 묘사가 아니라 행동과 말투, 다양한 사건 등을 통해 츠구미, 마리아, 요코 언니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빚어냈다. 또 이 작품에서도 바나나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가 돋보인다. 특히 여름 바닷가를 둘러싼 아름다운 풍경이 그림을 그리는 듯한 생기 넘치는 묘사로 그려졌다. 초기 작품인지라 다소 어색한 듯, 서툰 듯한 묘사가 역으로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감 있는 힘을 발휘한 듯하다. 바나나의 독특한 문체와 묘사를 그대로 살려내는 데에는 김난주의 탁월한 번역이 큰 몫을 했다. 김난주는 바나나의 대부분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작가의 특징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감칠맛 나는 번역을 해냈다. 한편, 이 책의 한국어 제목인 ‘티티새’는 여주인공 츠구미(つぐみ, 동음이의어로 티티새(개똥지빠귀)라는 뜻)의 이름을 풀어 쓴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티티새』는 김난주의 새로운 번역으로 현대적인 감성에 훨씬 더 가까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츠구미는 말괄량이 같은 소녀 시절을 지낸 사람들에게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츠구미는 바로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는 그 누구일 수도 있고, 바로 어린 시절의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이미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이 인상적인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하드보일드 하드럭'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의 첫인상은 이젠 책도 그 내용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로서도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표지에서부터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설명하고 있다는 표현이 들어맞을지 모르겠지만, '죽음에 대한 두개의 이야기'를 바나나식으로 담고 있는 이 책은 리얼한 묘사 속에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묘한 소설이다.어둠에서 빛으로, 겨울에서 여름으로 상실의 아픔에서 生을 이어갈 힘을 이끌어내는, 슬프고도 따사로운 이야기 두 편. 실제로 사랑하는 이를 잃고서 쓴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소설.
■ 죽음에 관한 두 개의 변주
요시모토 바나나의 최신작『하드보일드ㆍ하드 럭』은 죽음을 소재로 한 2편의 중편소설,『하드보일드』와『하드 럭』이 담겨 있다. 이 두 작품은 모두 요시모토 바나나가 실제로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겪고 그때의 상황과 아픔을 반추하며 단기간에 쓴 글이다. 그는 그 아픈 경험을 가지고, 흔히 그렇듯 단순한 회한에 빠져들지 않고, 힘겨운 상실의 고통을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의 빛으로 바꾸는 긍정적인, 그래서 힘이 있는 두 편의 따사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어느 날 영원히 잃어버린 그녀와 마주하게 된 여행중의 기이한 하룻밤 이야기『하드보일드』. 결혼을 앞두고 과로로 쓰러진 언니를 영원히 떠나보내게 되기까지의 이야기『하드 럭』. 이 두 편의 소설은 모두 어느 순간 다가온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겪게 된 시린 아픔을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시적인 문체로 애잔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삶의 또 하나의 소중한 부분으로 녹여내는 과정으로써 묘사함하여, 사람이란 참으로 약하면서도 강한 존재이고, 삶이란 눈물나게 아름다운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술가인 요시토모 나라(奈良美智)가 이 작품을 읽고 그린 네 컷의 그림이 포함되어 작품의 분위기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드보일드Hard-boiled』, 상실을 감싸 안는 따뜻한 이해의 꿈
나는 그 어느 곳도 아닌 곳에 와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을 듯한 기분이었다. 그 길은 어디와도 이어져 있지 않고, 이 여행에 끝은 없고, 아침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홀로 여행을 하던 주인공 <나>는 어느 날 밤, 갑자기 시간이 멈춘 듯 기이한 일을 반복해서 겪게 된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드라이브를 갔다가, 산길에서 영원히 헤어진 그녀,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기억으로 내 안에 유보된 채 남아 있던> 그녀, 치즈루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무렵에는 나 자신의 의식마저 모호했다. 나는 상처 입어 미묘하게 지쳐 있었고, 아직 어린애였다. 창밖에는 늘 구름이 끼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구름만 낀 것이 아니라, 그 해에는 안개가 유난히 많았다. 늘, 창밖은 탁한 회색이었다.
<여자가 생겨 오래도록 집을 비웠던 아버지가 나에게만 비밀리에 유산을 남기고 죽었다. 그리고 엄마는 그 쥐꼬리만한 유산이 탐이나 온갖 수단을 다 썼고, 급기야 나의 인감과 통장을 훔쳐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친엄마는 아니었지만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여 내게 존재의 이유가 되어주던 엄마. 그녀의 갑작스런 배신은 내게 복수심을 불러일으켜 결국 엄마가 도망가 살고 있던 집에 들어가 통장을 훔쳐내고 만다. 유산의 딱 절반을 떼어 우편으로 부치는 순간, 이제 이 세상에서 <영원히 혼자가 돼버린 나>를 치즈루가 함께 살자고 하여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사랑했지만, 그녀 안의 어둡고 쓸쓸한 부분을 알게 될수록 사랑할 자신이 없어진 나는 곧 독립을 결심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과 똑같을 만큼 괴로울 수도 있다>는 걸 몰랐기에, 드라이브하러 나간 산길에서 나는 그녀를 내려주고 떠나온다. 그게 영원한 이별이 될 줄 모른 채.
그렇게 헤어진 후 한 달쯤 지나 안정되자 걸어본 전화에서,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넌 정말 운이 강해. 그래서 좀 남다른 인생을 보내게 될 거야. 하지만 자기를 질책하면 안 돼. 하드보일드하게 사는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러나 그때 이미, 나를 사랑했고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외로웠던 존재인 그녀는 화재로 죽어버린 상태였다. <나는 울지 못했다. 지금도, 제대로 울지 못하고 있다.>
이 밤, 외로운 여행지에서 그때의 추억과 꿈이 뒤섞여 끊임없이 떠오르고, 마침내 나는 꿈속에서 치즈루를 마주하게 된다. 나를 원망하던 모습에서부터 따뜻한 시선으로 모든 걸 이해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그 악몽 같기도 하고 천국 같기도 했던 기나긴 하룻밤이 끝나고 새로운 아침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하드 럭Hard Luck』, 불행 속의 행복, 혹은 힘겨운 행운
결혼으로 퇴직하게 되어 인수인계 작업으로 매일 철야를 하던 언니는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가 된 후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 식물인간이 되면 몇 년이 되든 살려두겠다는 엄마의 마지막 바람마저 불가능해진 채. 약혼자는 파혼하고서 도망쳐 버리고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찾아보려 발버둥치지만 모두 허사이다. 기적마저 바랄 수 없다. 이젠 인공호흡기를 뗄 날만 기다릴 뿐.
폭풍 같던 고통의 기간이 한바탕 지나간 후, 이제는 언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시시때때로 덥쳐오는 슬픔과 아픔 속에, 언니와 함께했던 모든 추억들, 언니가 쓰던 작은 물건들 하나하나가 더없는 의미를 지니고 내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시간의 농도가 짙어지고 삶의 작은 부분, 주위의 작은 애정에도 감사하게 된다. 언니의 죽음은 불행과 행운을 함께 가져다준 것이다. 함께 있는 사람들, 흐르는 순간, 작은 추억마저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러준 것이다. 아픔으로 가슴 한 켠에 영원히 남아 있지만 그 아픔을 안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주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그런 것이고, 또 그래야만 산 사람들은 계속 생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도, 희망도, 기적도 없이, 언니가 이제 세상을 떠나려 한다. 의식도 없이, 몸은 따뜻한데, 모두에게 시간을 주고서.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그맣게 웃었다.
■ 절묘한 필치로 그려내는 삶의 통과제의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이 젊은 세대들을 사로잡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픔을 아픔으로 인정하고 그로부터 성숙해 나가는 주인공을 보여주되, 어디까지나 가르치려들거나 강요하는 법 없이 어느 순간 보면 그의 목소리에, 그의 의견에 가랑비에 옷이 젖듯 살며시 젖어들도록 독자를 사로잡는 그의 뛰어난 묘사력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하드보일드 하드 럭』은 그런 그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일 것이다.
『하드보일드』는 사랑을 하는 법도,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던 철모르던 시절, 뜻하지 않게 영원히 헤어진 사람에 대한 마지막 초혼(招魂)의 노래이자, 아픔으로 유보된 채 남아 있던 기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갈무리하고 서로간에 따뜻한 이해를 주고받는 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드 럭』은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이라는 불행 속에 내가 마주한 힘겨운 행운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란 고통과 회한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죄스러울 때도 없지 않지만, 남은 생을 더 열심히 살아가도록 열심히 도움닫기를 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펼친 독자는 이 두 이야기에 어느새 빠져들어 그 아픔과 후회, 미안함과 고마움, 또한 새로운 희망마저 주인공과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나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아픔마저 가라앉아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삶에서의 통과제의라 할 수 있고 요시모토 바나나는 그 누구보다 능수능란한 솜씨로 그 과정으로 독자 모두를 이끈다.

 저자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와 시공을 넘나드는 신비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후 자기 자신도, 자신이 사랑한 사람도 모두 잊어버린 한 여인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사랑으로 바라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지혜로운 해답을 드러내 보인다.원고지 1600매가 넘는 바나나의 최대 장편소설 『암리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상실감을 이겨내고 새로운 만남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줄곧 상실에서 오는 상처와, 그 상처에서 오는 슬픔을 이겨내는 따뜻한 사랑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그는 상처 입은 인간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 작가이다. 『암리타』 역시 그러한 기존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암리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나나 문학의 모든 특징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 바나나는 시종일관 젊은 여성의 복잡미묘한 감정의 결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특유의 명쾌한 문체를 구사하고 있다. 또한 현실을 뛰어넘는 감성의 세계를 구축하여, 롤러코스터를 탄 듯 독자들이 그 속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한다. 그와 함께 가족 붕괴 후 더욱 강해지는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과, 서로 소통되는 인간이 마음이 낳는 힘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유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 외에도 이미 『키친』을 통해 모두의 찬사를 불러일으킨 바 있는, 일상적인 소품들에 대한 진지한 관찰로 일상을 새로이 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암리타』의 세계는 과거의 추억과 미래의 가능성, 현재의 불안정성, 삶과 죽음,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 등 무수한 테마가 무수히 교차하면서 느슨한 듯 정교하게 짜여 있다. 한번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독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어 바나나만의 세계와 감성에 동참하게 된다. 그 세계는 비현실적인 때도 많지만 어디까지나 일상의 아픔에 뿌리박고 따스하게 그것을 감싸 안으려 하기 때문에 결코 환상적이거나 몽환적이지 않다. 이 같은 바나나만의 세계가 『암리타』 만큼 효과적으로 구축된 작품은 전에 없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암리타』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작품을 쓰면서 나는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에까지 이르렀다." 그 자신의 말대로 이 작품은 그야말로 바나나 문학의 결정판이라 하겠다.

 정작 자신은 한번도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라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인생의 가장 황홀한 시기에 바치는 찬가이자, 사랑과 꿈이 필요한 십대들이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바깥 세상을 만나고 그것을 감싸안게 되기까지의 방황을 그린 소설. 일본의 신세대 일러스트레이터 마야 막스가 그린 삽화 14컷이 소설과의 독립적이면서도 조화로운 공존을 시도하고 있다.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다. <결혼>을 인생의 무덤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결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허니문>만큼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수없이 많은 신혼부부들이 또 달콤한 <허니문>에 오를 계절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소설 『허니문』이 출간되었다. 1988년 『키친』으로 화려한 문학적 데뷔를 하며 <나의 최종 목표는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던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과 수상경력을 쌓으며 1990년대 일본문학에 하나의 전설을 낳았고 21세기 일본문학을 이끌어갈 대표적 작가로 꼽히고 있다.
정작 자신은 한번도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라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인생의 가장 황홀한 시기에 바치는 찬가 『허니문』에는 깜찍한 일러스트가 함께 실렸다. 일본의 신세대 일러스트레이터 마야 막스Maya Maxx가 그린 삽화 14컷이 그것이다. 마야 막스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글을 써 나가는 동안 내내 함께 일러스트 작업을 하였다고 한다. 소설을 위한 삽화나 삽화를 위한 글쓰기가 아닌,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작업을 위해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작업했다고 밝혔다.
『허니문』은 사랑과 꿈이 필요한 십대들이 사춘기를 넘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바깥 세상을 만나고 그것을 감싸안게 되기까지의 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사교에 빠져 집을 나간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년 히로시와 그의 옆집에 사는 소녀 마나카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들, 예컨대 『키친』이나 『도마뱀』에서처럼 『허니문』의 주인공들도 자기만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사교 집단에 속해 끔찍한 행각을 벌이던 부모의 집단 자살을 겪은 십대 소년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십대 소녀가 서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며 자기의 것을 치유하게 되는 과정, 다른 사람의 영혼과 교류하며 세상의 신비로움에 눈떠 가는 과정을 바나나 특유의 담백한 문체로 들려준다. 그래서 어린 부부가 달빛 속에서 서로의 알몸을 들여다보는 장면도, 불길하고 음습한 집안의 비밀을 발견하는 장면도 침침하지 않다. 상심한 남편에게 우동을 끓여주는 어린 아내와 아내의 창가에 매일 밤 풀꽃 다발을 가져다놓는 어린 남편이 사는 새둥지의 따뜻함만이 감돌 뿐이다.
P.S. 작가는 이 책을 <바리코>에게 바치고 있는데 바리코가 누구인지 작가에서 문의했던 편집자에게 돌아온 답은 <묻지 말아달라>는 것뿐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 작품은, 그녀가 '지금까지 써 온 소설의 테마 전부(레즈비언, 근친간의 사랑, 텔레파시와 심퍼시, 오컬트, 종교 등등)를 가능한 한 적은 등장인물들과 조그만 동네 안에 쏟아부은 이상한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재능이든, 결함이든, 살아가기 힘든 문제를 짊어지고 걷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이 세상에 사는 어떤 사람도, 아무도 거리낌 없이 저 좋은 위치에서 그 사람이 생각하는 바 대로 살아도 무방하다는, 그런 바람을 정성껏 담아 작품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은 아주 색다른 사랑이야기이다. 신비로운 예언으로 시작되는 어린연인들의 기이한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이며 바나나 소설 특유의 초현실적 분위기와 감각적인 문체로 삭막한 일상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상큼하고 낭만적인 환상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마오는 어느 날 할머니로부터 이상한 예언을 듣는다. 임종 자리에서 열에 들뜬 체 할머니는 마오에게 "너는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 될 거다. 하치, 중요,'하치의 마지막 연인'이라는 유언을 남긴다. 마오는 <종교 단체 비슷한 집>에서 태어나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엄마 곁에서 다소 뒤틀린 성장기를 보낸 소녀이다. 그녀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 그녀의 엄마는 집을 드나드는 남자들과 열심히 육욕을 살찌우느라 딸의 고뇌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마오가 보는 세계는 생기도 활기도 없이 죽어 있는 회색 세계이다. 그런 마오의 세계에 어느 날 할머니의 유언 그대로 하치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나타난다.

 여기 실린 여섯 편의 소설들은 삶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그것의 극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삶의 진실을 새로이 발견했을 때 드는 당확감이나 정신적인 짐을 정리해 갈 때 느끼는 산뜻한 기분, 그런 것들이 테마가 되어 있다``고 밝힌다. 바나나 소설의 주인공들의 기이한 행동은 흔히 볼 수 없지만 금세 친숙한 느낌을 불러온다. 바나나만큼 현대인의 일상적인 감성을 섬세하게 짚어낸 작가도 없을 것이다. 그는 무심코 지나쳐가기 쉬운 삶의 작은 의미들을 아기자기하게 다룰 줄 아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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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5-0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퍼가도 되지요,,

동그라미 2006-05-08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은 책들입니다. 바나나라는 이름때문에 기억을 더 잘하게 되더군요

물만두 2006-05-0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네~
동그라미님 저는 키친밖에 안 읽었어요^^;;;

마늘빵 2006-05-0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져갑니다. 요새 바나나를 서서히 먹고 있습니다.

어릿광대 2006-05-09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모토 바나나...정말 좋아하는 작가죠. 일전에 세트로 책을 사놓고 아직 본 건 하나뿐이라는.^^

암리타 2006-05-09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감

해적오리 2006-05-09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중엥서 제가 읽은 건 두권.
이번 여름엔 바나나나 먹어볼까? 퍼가요.

물만두 2006-05-0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다요트에 좋답니다. 많이 드세요^^
어릿광대님 저도 딱 한권 봤어요^^
암리타님 네~
날난적 난 한권뿐이야^^;;;

Koni 2006-05-0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모토 바나나를 좋아해요~^^ <불륜과 남미>를 빼고 다 읽었어요!
한권만 읽으셨다면, 저건 퍼온글인가요?+_+

물만두 2006-05-0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 다른 곳에 있는 글들을 퍼다 제가 구성을 했습지요^^;;;
 

 이노우에 야스시의 <검푸른 해협>은 일본의 패전체험, 미군에 의한 점령체험에서, 대제국인 원의 압제하에 놓인 고려의 비극을 그린 우의소설로 역사가 소설이 되어 성공한 작품이다.
고려의 태자 전이 항표를 지니고 고종을 대신하여 몽골에 입조하기 위하여 강화도를 떠난다. 그과정에서 그는 헌종의 붕어로 그의 아우이며 황제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쿠빌라이를 만나 그의 자못 온화하고 자애스러운 말과 풍체에 전은 도취된다. 그 도취감은 고려의 국운을 결정하는 국사에 시종 그림자를 드리운다.
전은 그 해 4월 21일 승하한 고종의 뒤를 이어 고려의 왕위에 올라 원조이 되었다. 원종의 왕위계승과 거의 때를 같이하여 몽골에서는 쿠빌라이가 황제에 올르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춘추말기의 난세를 살다가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소설화 한 책. 화제성 <논어> 강의 등 조금은 경박한 태도로 접근한 감이 없지 않은 '공자'에 대해, 공자 사후 그 제자와 추종자들이 <논어>를 편집하는 과정을 줄거리 삼아, 공자와 그 주요 제자들의 인간상과 사상을 소설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공자의 대표적인 명구나 사상이 비롯된 배경이나 상황을 가공하되, 일관된 주제의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불투명했던 공자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키고 있다.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춘추말기의 난세를 살다간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나의 스승, 공자》가 <현대문학북스>에서 출간되었다.
1. 다시 공자를 말하다
김용옥 씨가 텔레비전에서 《논어》를 강의하면서 한 때 공자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비등한 적이 있었다. 공자 관련 서적들이 붐을 이루었고, 사람들은 도올의 TV 강의에 연속극 못지않은 호응을 보냈다. 학창시절 고리타분한 윤리과목의 한 챕터 정도로 인식되던 공자사상은 재치 있는 현대적 해석으로 환골탈태하여 젊은이들에게 다가왔다. 그만큼 김용옥 씨의 강의는 우리 사회에 많은 논쟁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한바탕의 소문난 잔치가 끝나니, 이제 범국민적인 관심도 한풀 꺾인 듯 공자는 다시 딱딱한 철학서적 코너로 뒷걸음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자와 그의 사상의 핵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논어》에 대해서 조금 성급하고 경박한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나 반성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에 앞서 《논어》가 대중들에게는 너무 추상적이고 심오한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공자 사후 300년 동안 제자들에 의해서 수집되고 편집되었기에 그 구성이라든가 연관관계가 허술하여 공자사상의 핵심을 쉽게 이해하는 것이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공자의 명구들은 삶의 이치를 꿰뚫지만, 독자의 가슴을 꿰뚫기에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리라.
2. 《나의 스승, 공자》는 이렇게 다르다
이 책은 《논어》에 대해 진부하고 딱딱한 선입관을 지니고 있던 독자들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책이다. 공자 사후 그 제자와 추종자들이 《논어》를 편집하는 과정을 줄거리로 하여, 공자와 그 주요 제자들의 인간상과 사상을 소설의 형식을 빌려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공자의 사상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공자의 대표적인 명구나 사상이 비롯된 배경이나 상황을 가공하되, 일관된 주제의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불투명하기만 했던 공자의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지향하는 목적이다. 《풍도》의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 마지막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노작가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선과 공자의 심원한 철학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주제의식을 소설적 장치로 부드럽게 녹여내고 있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공자가 세상을 떠난 지 33년이 지난 그해 여름에서 다음 해 가을까지로, 《논어》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기이다. 공자 교단을 따라 중원을 유랑했던 가공의 인물 '언강'이 공자연구회에서 공자와 그 제자들을 추억하며 공자사상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형식을 취하는 가운데 작가는 '언강'의 입을 통해 공자의 사상과 행적에 독자적인 해석을 가하고 있다.
3. '천명(天命)'과 '인(仁)'이 삶의 원리
언강의 내레이션의 주인공은 공자와 세 명의 제자인 자로, 안회, 자공이다. 채(蔡)나라에서 도망치다 공자 교단을 만나 너무나 인간적이고 지혜로운 공자의 매력에 감동하여 평생 공자 교단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언강이 가장 주목하는 공자사상의 핵심은 '천명(天命)'과 '인(仁)'이다. '천명'은 삶을 우주적인 넓은 의미로 확대시키는 직관과 감성의 의미작용이며, '인'은 천명이 주재하는 세상에서 개인과 사회의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질서이며, 이성의 넓은 의미이기도 하다.
언강은 공자가 '천명을 안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준 사명에 따라야 함을 깨닫고, 그 일이 하늘이 주재하는 자연의 운행 속에 들어 있는 만큼 모든 것이 늘 순조롭게 이루어지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천명을 깨달은 인간이 '인'을 제대로 행하며 살아갈 때, 세상은 평화로워지고 그 흐름에 속한 인간의 삶 역시 평화로워지게 된다.
4. 정의로운 휴머니스트 공자
언강이 추억하는 공자는 '인간에 대한 애정, 정의에 대한 정열, 한 사람도 불행하게 하지 않으려는 집념'을 한시도 놓친 적이 없는 정의로운 인본주의자이다. 또한 그 바로 곁에서 성심으로 공자를 보필했던 안회, 자로, 자공의 세 제자 역시 각자의 독특한 개성으로 공자 교단을 이끄는 중심축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출현한 공자의 철학은 난세의 와중에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었고, 새로운 유토피아 건설을 꿈꾸게 했던 것이다.
공자 철학의 논리적인 정황과 더불어 서정적인 감성으로 소설적 운치를 갖추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는 이기적으로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대열에서 탈락하고 싶은 생각이 치미는 독자들에게 공자의 다음과 같은 말로써 현명한 답안을 제시한다.
"이 흐트러진 세상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느냐.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과 같이 살지 않고 누구와 같이 산단 말이냐. 새와 짐승과 같이 살 수야 없는 노릇이 아니야."

 출생의 비밀을 안고 정복을 향해 달려간, 한 남자의 대서사
이 책은 아쿠타가와상, 문화훈장, 신초사의 일본문학대상을 수상한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의 작품으로, 여러 언어 권에 소개될 정도로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칭기즈 칸’을 그린 여러 소설들 중 특히 이노우에 야스시의 작품이 돋보이는 이유는, 칭기즈 칸을 지나치게 미화해서 영웅으로 숭앙하거나 무자비한 침략자로 비하하지 않고, 칭기즈 칸의 정복욕의 근원을 끊임없이 물음으로써, 몽골 제국의 칸이아니라 고뇌하는 인간 테무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혈통을 증명하기 위해 끝없이 정복을 향해 달려간 남자, 이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살아가야만 했던 한 남자의 대서사가 시작된다.
테무진, 나는 누구의 아들인가
우리는 테무진이 몽골 족 칸의 집안 예수게이의 아들이라는 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묻는다. 테무진은 정말 예수게이의 아들인가? 테무진은 정말 칸의 후예인가? 아버지가 죽고 부족에게서 버림받은 테무진은 홀로 남은 어머니와 동생들을 이끌고 비참한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하지만 광활한 초원에서 겪는 생계의 위협보다 테무진에게 더 무서운 것은 자기 출생의 비밀이었다. 그 비밀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어머니. 그렇다면 어머니에게 확인해볼 것인가? 사춘기의 테무진은 고뇌하기 시작한다.
내 혈통을 증명하는 길은, 푸른 늑대가 되는 것
점점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테무진은 어린 시절에 정혼한 온기라트 부족의 부르테를 신부로 맞는다. 테무진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테무진의 아내 부르테도 메르키트 족에게 납치된 후 임신되어 첫 아들을 낳는다. 테무진은 자신의 진짜 핏줄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기 장남의 핏줄마저 의심하게 되는 잔인한 운명에 놓인다. 하지만 테무진은 아들에게 ‘손님’이라는 뜻의 주치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생각한다.
‘내가 누구의 핏줄이든 나는 몽골의 푸른 늑대가 될 것이다. 너도 몽골의 푸른 늑대가 되어라.’ 그래야만 테무진은 자신과 아들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 테무진의 소박한 소망, 그것을 이루기 위한 철저한 실천
청년기에 테무진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비옥한 삼림과 계곡과 초원을 발견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풍요로운 땅을 포기하고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테무진은 모든 부족이 분열되어 싸움이 끊이지 않는 현실의 모순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는 통일된 몽골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몽골 고원 각지에 흩어져 있는 부족, 씨족들이 하나가 된다면, 몽골 고원 어디든 마음 놓고 여행할 수 있고,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테무진은 그 일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결심한다.
그 꿈을 칭기즈 칸은 조금씩 이루어갔다. 그렇게 해서 그는 알렉산더, 나폴레옹, 히틀러가 지배한 영토보다 큰 제국을 건설하고, 아시아가 낳은 세계적 지배자,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자손을 가진 몽골의 푸른 늑대, 이름 없는 떠돌이 민족을 대륙 최강의 몽골제국으로 건설한 아시아의 영웅, 넓은 대륙을 장악했던 광명의 신, 세계적 영웅, 무자비한 침략자… 등등 한 인간을 지칭하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명성을 얻으며 역사에 거대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그를 따라다니는 끝없는 고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출생과 아들 주치의 출생에 얽힌 비밀이다. 자신과 같은 운명으로 태어난 아들 주치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목 놓아 울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아버지 테무진. 이제부터 인간 테무진의 삶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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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의 장편소설
1836년 간행. 소년시절에 어머니의 사랑을 모르고 지낸 불행한 펠릭스는, 사교계의 무도회에 처음으로 나갔다가 낯선 귀부인에게 매혹되어,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한다. 잔뜩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난 그 부인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앙드르강(江)의 골짜기의 성관(城館)에서 그 여인(모르소프 부인)을 찾아낸다. 병적일 정도로 성격이 비뚤어진 남편 때문에 시달리던 부인은 펠릭스의 헌신적인 사랑에 마음이 끌리면서도 정조를 지키는데, 펠릭스가 다른 여성의 관능적인 유혹에 빠지자, 격심한 질투심으로 인하여 중병을 얻은 부인은 "당신에 대한 추억 속에 영원한 백합처럼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고 죽는다.
이 작품은 작자의 청년시절의 애인 베르니 부인을 모델로 한 소설로서, 자서전적 요소가 많고, 소설의 무대도 작자가 좋아하는 풍경인데, 이루지 못하는 꿈을 그리는 30대 여인의 마음과, 청년의 감정이 정열적인 필치로 잘 표현되어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작 모음.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도련님'이라는 독특한 위치에서 처음으로 진짜 세상을 바라보게 된 주인공의 좌충우돌 순수하고 매력적인 삶을 엿볼 수 있다. 일본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를 최대한으로 맛 볼 수 있는 작품. 서울대 추천 고전 200선에 포함되었다.『도련님』은 사후 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셰익스피어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 작품이다. '서울대가 추천한 고전 200선'에 선정되기도 한 이 책은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으며, 일본에서 발표되는 신문사 베스트셀러 순위에 지금까지도 올라 있다.
일본의 셰익스피어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 작품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문학성은 독자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서울대가 추천한 고전 200선!!)
저자가 마쓰야마 중학교의 교사가 되어 시코쿠에서 보낸 1년 간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주인공인 도련님의 성격이 형성된 배경과 악동 시절 저지른 사건들에 대한 묘사에서 시작된다. 스스로를 막무가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부모님한테서는 야단을 맞고, 형과는 늘 싸움을 한다. 하지만 하녀인 기요만은 '도련님은 대쪽 같은 올곧은 성격'이라며 그의 진가를 알아준다.
물리전문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은 시골 중학교의 선생으로 부임하게 되고, 그곳에서 교장인 너구리와 교감인 빨간 셔츠, 영어선생 끝물 호박, 미술선생 떠버리, 의리파 수학 주임 거센 바람 등을 만난다. 장난칠 구실만 찾는 학생들과 싸구려 골동품을 사라고 졸라대는 하숙집 주인에게 시달리는 주인공은 기요를 생각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온천에 가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그럭저럭 학교 생활에 적응해갈 즈음, 주인공은 교활한 빨간 셔츠의 함정에 빠져 정의파 거센 바람과 서먹한 사이가 되지만 하숙집 사건으로 거센 바람의 사람됨을 알게 된다. 갑작스런 끝물 호박의 전근으로 빨간 셔츠와 갈등을 겪게 되는 주인공은 학생들과도 심한 마찰을 일으키고, 뜻하지 않게 학생들의 집단 패싸움에까지 가담하게 되어 일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간다.
답답한 시골 마을에서 말 안 듣는 학생들과 속을 알 수 없는 선생들과 부딪쳐가며 인간 존재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가는 동경토박이 도련님의 여정이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나쓰메 소세키가 12년이라는 짧은 창작 기간 동안 일구어낸 문학은 이야기 구조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일본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며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그가 작품에서 다룬 자아의 문제는 당시의 사회적 갈등을 잘 드러냄과 동시에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테마로 널리 공감을 얻고 있다.
소설 『도련님』에는「도련님」외에「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와「런던탑」이 수록되어 있다.「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는 국내 최초로 번역된 작품으로 우연히 들은 이야기 때문에 불안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하루를 묘사한 것이고「런던탑」은 저자가 유학 시절 런던탑에 가서 보고 느낀 것을 기행문 형식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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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이미스는 돈(Mondy)으로 타임지 선정 백대 영문소설에 뽑힌 작간데 번역된 책이 없다. 아님 절판되었거나. 뭐, 꼭 선정된 작가의 작품을 봐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 작가와 즐리언 반즈가 앙숙이었다는데 비교할 기회가 없으니 안타깝다는 얘기다. 반면 줄리언 반즈의 작품은 많으니...

 『내 말 좀 들어봐』는 런던에 사는 30대 초반의 남녀 세 명이 엮어 내는 사랑 이야기로 프랑스의 페미나상을 받은 작품이다. 스튜어트와 결혼한 여주인공 질리언, 스튜어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질리언을 사랑하는 올리버, 이들의 불륜의 사랑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스튜어트. 그리고 이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반스 특유의 언어 조종술에 의해 고백적 언술로써 독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들의 상반된 관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리에 대한 태도와 대화 부재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 소설은, 반스가 재치와 장난스러운 테크닉의 거장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

 

 영국의 현존 작가 중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자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줄리언 반스의 장편소설. 외형적으로는 아마추어 문학 애호가인 영국의 어느 퇴역 의사가 플로베르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전해지는 박제 앵무새를 찾는 짧은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박제 앵무새를 모티프로 풀어 나가는 플로베르에 대한 탐구는 시공을 초월하고,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플로베르 작품 속 시간까지 함께 아우르며 진행된다. 전통적인 플롯 위주의 이야기 구조를 해체하고 플로베르의 작품과 발언에 근거한 의사 연대기, 플로베르 외전, 동물 열전, 플로베르를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 등 만화경 같은 다양한 형식의 글을 통해 작가는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의 초상을 어느 비평가나 전문가도 보여 주지 못한 방식으로 입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창의적인 플로베르 평전에 머물지 않고, 예술의 자장 안에서 벌어지는 작가와 비평가와 독자 사이의 상호관계, 생활과 예술의 상관관계, 작가와 작품의 상관관계 등 예술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 사회의 모든 양상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리고 있다.

 진 서전트란 여자의 일대기를 초년, 중년, 노년의 3부에 걸쳐 그리고 있다. 진은 1922년 출생해서 이 작품이 끝나는 해인 2021년까지 장수하고 있는 여자이지만, 이렇다 할 중요한 일은 하지 못한 아주 평범한 여자다. 1부 초년 시절의 진은 호기심 많은 어린이로 자라난다. 그리고 진은 영국의 전투기 조종사 프로서로부터 영국 해협을 건너 귀대할 때 오렌지빛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두 번이나 봤다는 경험담을 듣는다. 또 레슬리 아저씨와 함께한 여러 게임들과 그가 보여 준 마술들은 평범하고 따분한 어린 진의 생활에 새롭고 신기한 삶의 신비를 심어 주었다.
임무 수행중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잠시 비행 중지 명령을 받고 진의 가족과 함께 유숙하고 있는 프로서는 자신이 집요하게 생각해 온 일, 즉 최고로 죽는 방법에 관해 진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 전쟁이 끝나고, 진은 프로서가 그의 말대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태양을 향하여 수직상승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는 말을 듣는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과 결혼이다. 성년의 문턱에 도달한 진은 경찰관인 마이클의 구애를 받고, 그와 결혼하고자 결심한다. 또 섹스에 무지했던 진은 결혼을 앞두고 현대적인 이웃 주부가 전해 준 책을 통해 무지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책에 나오는 알 수 없는 언어들이 진을 더욱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한다. 이런 언어들은 마이클과의 결혼 생활의 장래를 예고한다.
이 소설의 2부는 20년간의 결혼 생활과 이혼 후의 진의 삶, 여행, 지혜의 터득을 주로 묘사한다. 진이 결혼한 남자 마이클은 두 발, 어쩌면 두 눈까지도 모두 땅에 고착시키고 있는 그런 남자다. 태양을 응시하지도 않고 따라서 태양이 두 번 떠오르는 <평범한 기적>을 경험한 적도 없는 사람으로 진이 동경했던 사랑의 해답이 될 수는 없었다. 진은 마이클의 아내로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 20년 만에야 얻은 아들 그레고리와 함께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독립된 여자로서의 길을 택한다. 처음에는 아들과 함께 이곳저곳 전전하는 삶을 살고 난 진은, 자신이 정한 <세계의 7대 불가사의>를 찾아 여행하기 위해 대륙에서 대륙으로 비행을 한다. 남편도 죽고, 자신도 은퇴의 나이가 되어 조용히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자신과 자신의 세계에 대한 통찰의 여행을 떠난 것이다.
3부는 이제 99세가 된 늙은 진과, 레슬리 아저씨의 죽음 이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레고리가 던지는 해답 없는 의문에 관한 것이다. 이제 60세가 된 진의 아들 그레고리는 죽음, 신, 삶의 신비 등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한 집착을 보이며, 미래의 2021년 최첨단 컴퓨터 시대에 걸맞게 인간의 모든 지식을 수록한 GPC(다목적 컴퓨터)에 질문들을 입력한다. 그리고 TAT(절대 진리)라는 특수 프로그램에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한다. 하지만 그가 컴퓨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기대에 못 미치는 자료뿐으로, 해답이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짜증나는 거부 반응만 나타낼 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런 질문들에 대해 진은 자신의 소신껏 명료하게 대답해 준다. 그리고 아들 그레고리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프로서가 가르쳐 준 대로 태양을 응시하며, 태양이 지는 황홀한 모습을 구름 손가락 사이로 두 번씩이나 목격하는 행복을 경험하고, 사실상 그녀의 삶을 종결한다.

 영국의 현존 작가 중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자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줄리언 반스의 소설. 소비에트 연방과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몰락한 이후, 한 가상 국가에서 벌어지는 전 국가수반의 재판을 다루고 있는 『고슴도치』는 불가리아의 독재자 지프코프의 재판을 소재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들이 부엌에서 가지고 나온 각종 주방 기구들로 거대한 소음을 만들어 내며 거리를 행진한다. 도시 곳곳에서 위용을 자랑하던 옛 공산주의 영웅들의 조상은 이제 대좌에서 끌어내려져 폐차장으로 옮겨졌다.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되는 혼돈의 시기, 새로운 정부의 검찰 총장은 지난 33년간 정권을 휘둘렀던 독재자를 법정에 세운다. 역사상 유래가 없는 지난 체제의 수반에 대한 법적인 단죄.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 거대한 재판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중계된다. 스포츠 중계를 보듯이 재판을 관람하는 젊은이들과 이 모든 것에 귀를 닫고 소중히 간직한 레닌의 사진을 바라보며 공산주의의 복권을 꿈꾸는 노파. 구체제의 지도자와 새로운 세대의 지식인 사이의 계속되는 공방은 결국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맹목적인 이념의 추구와 증거 조작, 적합한 법률의 부재로 인해, 점차 하나의 쇼로 변모한다.
불확실한 공산주의 재판의 기록
열린책들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줄리언 반스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고슴도치』는 동유럽 공산권 국가 지도자 중 35년의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운 불가리아 독재자 토도르 지프코프(1911~1998)의 재판을 소재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프코프는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1989년 말 대통령의 지위에서 쫓겨나고 공산당에서 추방된 인물로, 1990년 1월에 체포되어 2년의 재판 끝에 횡령죄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소설이 1992년 불가리아에서, 그것도 영어가 아닌 불가리아어로 처음 출판된 특이한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라는 타이틀로 첫 출판된 이 소설은 발간 즉시 1만권이 팔리는 화제의 작품으로 떠올랐고 반스는 이를 계기로 직접 불가리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몰락한 구(舊)공산 체제를 대표하는 전 국가수반과 그에 맞서는 새로운 정부의 검찰 총장의 치열한 법정 투쟁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시대의 여러 가지 단면들을 놀랍도록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소설은 역사소설, 또는 정치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소설이 출간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의 사실적인 묘사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역사적 개인의 정치적 재판을 다룬 소설이 아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념의 붕괴와 재건, 새로운 정치 경제적 시스템에 대한 혼란과 세대간의 갈등은 사실 우리 모두의 역사이기도 하다. 독재자로 형상화된 구 정치체제에 대한 법적 단죄라는 소위 ‘과거사 재판’은 실제 우리의 역사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과거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란 무엇이며, 누가, 어떻게 그것의 잘잘못을 가릴 것인가라는 문제 역시 소설의 그것과 닮아 있다. 『고슴도치』의 사실성은 <소비에트 연방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라고 후무린 가상의 국가나 스치듯 언급한 <변화>에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잠작 되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반복되는 이념의 붕괴와 재건, 그리고 객관화 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문제의식에 있다고 할 것이다.
과거사 재판 혹은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쇼
소설의 주인공 솔린스키는 잘못된 과거를 단죄한다는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기소를 시작한다. 하지만 재판이 계속될수록 과거에 대한 그의 확신과 미래에 대한 자신감은 점차 흐려지고 만다. 객관적 법률의 부재와 증거 부족, 전 국민적 공모의 분위기에 휩쓸려 재판은 점차 하나의 쇼로 전락하고 만다. 더욱이 재판이 텔레비전으로 중계된다는 설정을 도입함으로써 역사의 증인을 자처하는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관객의 위치로 밀려나게 된다. 검사와 피고인, 판결을 내린 재판관, 처음부터 끝까지 재판을 지켜본 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들, 여전히 과거의 환상에서 빠져나오길 거부하는 노파, 그 누구도 이 재판을 통해서 답을 얻지 못한다. 『고슴도치』가 단순한 정치소설이 아니라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줄리언 반스의 작품을 확인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권말에 함께 실린 단편 「웨딩 케이크」는 반스 특유의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회주의 치하의 작가의 운명을 재치 있게 조명하고 있다. 망명한 루마니아 작가가 이야기하는 스탈린주의에 대한 작가적 저항으로서의 <웨딩 케이크 소설>, 공산주의의 위업을 찬양하는 거대한 서사적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것을 비웃으려는 이 대담한 시도는 결국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짧지만 반스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완벽하게 조율된 내러티브, 읽는 이를 사로잡는 강한 흡인력의 소설
반즈의 소설은 빠른 속도의 문체로 독자를 압도하면서도, 지나쳐버리기 쉬운 일상적 감정을 빠짐없이 잡아내어 그 속으로 서서히 몰입시킨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인간의 이성이 편집광적인 사랑과 질투에 무너지는 과정을 잔인할 정도의 느린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치밀한 구성과 빈틈없이 짜여진 내러티브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많은 남자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연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도, 그 관계들의 역사만큼은 광적인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설정이 매우 흥미롭다. 재미있지만 슬프고 암울하기까지 한 반즈 특유의 유머와 스타일이 잘 살아 있다.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에세이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까지도 받는 그는, 그것이 자신의 의도적인 논픽션적 스타일 때문이라고 말하고, 자신의 소설의 대부분은 허구일 뿐이라고 말한다. 반즈에게는 다른 작가들에게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특징이 있다. 먼저 그의 모든 소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정도로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치는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면서도, 동시에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들을 반즈 특유의 유머와 날카롭고 독창적인 통찰로 빚어내어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아왔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은 이러한 반즈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반즈 문학의 정수로 손꼽히고 있다.

 항해와 발견 의 역사의 주제를 연결하는 것에는 소설에 대해서 공부되고 이야기된 바네스의 된 것이 있다. 소설 적이고 및 역사적 이야기의 혼합물은 바네스에게 역사의 웅대한 범위 내의 우리의 상호 작용 그리고 배치를 설명하는 응답을 위해 역사의 우리의 아이디어, 사실의 우리의 해석, 및 우리의 수색을 문제시하는 기회 제공한다.
"역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느가가 아니다. 역사는 무슨 사학자가 저희에게 말하는 정당하다. 본, 계획, 운동, 확장, 민주주의의 행진이 있었다; 태피스트리, 사건의 교류, 설명할 수 있는 복잡한 설화, 연결해 이다. 1개의 좋은 이야기는 또 다른 한개에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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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5-0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가져가요. 요 사람 소설을 몇 권 사놨는데 아직 못봤어요.

물만두 2006-05-0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세요. 마지막 책도 조만간 나온답니다.

비로그인 2006-05-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를 만나기 전, 참 좋았습니다. 지나치게 우스꽝스러운 속에 꼭 어떤 면에서는 그 남자가 나를 닮은 면도 있었을거란 생각이 들면, 웃다가도 오싹해지곤 해요.

새들처럼 2006-05-0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져 갑니다.^^ 항상 좋은 자료 감사!

stella.K 2006-05-0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 책 읽어보셨나요? 좀 어려울 것 같아 머뭇거리고 있는 책인데 읽어보고 싶군요.^^

물만두 2006-05-07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한 권도 안 읽어봤느데 서스펜스라는 말이 있어 좀 동합니다.
마이네이미스님 네~
스텔라님 안 읽어봤어요^^:;;

2006-05-07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6-05-0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작가지만 관심이 가는.. 퍼가용..

물만두 2006-05-0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네~
날난적 나도 모르는 작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