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진상을 한 평범한 남자 체험기로 다룬 소설. 섬유회사 직원 시즈마 시게마쓰의 진솔한 눈과 입을 빌려 전하는 ‘피폭일기’는 45년 8월6일 원폭 투하 언저리부터 8월15일 천황 항복 방송까지 10일에 걸친 끔찍한 체험을 건조하면서도 치열하게 다루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번쩍이는 불빛, 굉음과 함께 정체도 모를 '검은 비'가 내리더니, 경치좋기로 이름난 히로시마는 일순간에 불타 '잿더미 거리, 죽음의 거리, 멸망의 거리, 무언의비전론의 거리'가 되고 말았다. 이 히로시마현 후쿠야마가 고향인, 이부세 마스지는 원폭 피해자의 체험담을 주제로, 가공할 원폭의 실상을 다룬 세계 최초의 작품을 썼다. 이 작품은, 그 자신 원폭 희생자인 주인공 시게마쓰가 원폭의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번번이 혼사가 무산되는 조카딸 야스코를 시집 보내기 위해, 자신과 그녀의 일기를 정리해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참혹한 체험의 현장을 사실적이며 담담한 필체로 엮어간 「검은 비」는 소설의 재미와 함께, 그 어떤 원폭 반대의 문건보다도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의 체험담을 주제로 가공할 원폭의 실상을 다룬 작품. 이 소설의 원제는 <조카 딸의 결혼>으로 중도에 <검은 비>로 제목을 바꾸어 제19회 노마 문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상을 통해 전쟁을 통렬히 저주하는 작품이다. 전쟁에 대한 저주와 심리적 갈등은 이것을 정면에 대고 반전(反戰)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마지못해 협력하면서 희생된 민중에 대한 말없는 위로와 동정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 작가의 <도룡뇽>이라는 작품을 찾다가 번역된 작품이 이 작품 한편 뿐이라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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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랑데뷰 2006-06-1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사람들이 자신도 피해자라고 말할땐 무언가 애매한 기분입니다.

물만두 2006-06-1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전쟁이라는 것이 위에서 지시해서 아래 사람들은 따르는 점도 있으니까요. 일본인들이라고, 또는 독인인들이라고, 지금의 미국인들이라고 모두 나쁘고 전쟁광에 제국주의자들은 아니었겠죠. 저도 이런 책 보면 좀 찜찜한데 이런 사람들도 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 물론 이런 점을 이용해서 자신들은 피해자이고 책임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건 파렴치한 자들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상복의랑데뷰 2006-06-17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어떨 때보면 상황론적인 변명 같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가해자의 입장이었다면 저도 그랬을것 같지만...특히 반딧불의 묘는 감독 자신의 구구절절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일으키더군요.

물만두 2006-06-1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너무 과하게 마치 자신들을 유대인처럼 생각하는 것 같이 보이죠. 그런 점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들을 독일처럼 생각하지 않고 원폭피해국이라고만 생각하는 듯한 느낌도 들때가 있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게는 ‘일본 최고의 지성’ ‘일본 최고의 천재작가’ ‘정교한 문체를 구사한 당대 최고의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우리 독자들에게도 매년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되는 ‘아쿠타가와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친근한 작가이기도 하다. 천재성이 번뜩이는 작가! 우울한 세기말의 음화! 불면증과 신경쇠약! 치열한 예술혼의 지향! 등등 그의 소설은 소세키 이후 일본 최고의 단편소설로 평가되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모리 오가이(森鷗外) 등과 더불어 일본 최고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아쿠타가와는 근대 문명에 대한 성찰, 고전 역사물에 대한 새로운 천착 등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다양한 탐구로 심리적 정경을 탁월하게 포착해낸 작가이다. 그만큼 그의 소설은 하나의 이름으로 포괄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내장하고 있다. 인간의 다면적 욕망에 대한 냉철한 천착에서 시작하여 어둠에 침윤된 내면 풍경의 고백에 이르기까지 그의 문학적 촉수는 근대와 현대의 경계 지점에서 배회한다. 그리하여 ‘그는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를 울리고 21세기를 내다본 시대의 산책자’로서 우리에게 근대의 음화로 양각된다.
이 책 『월식』에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최초로 소개되는 [월식] [호색] [운] [고구마죽] [톱니바퀴] 등을 비롯해, 그의 소설 중에서 가히 에센스라 부를 만한 작품 20편을 싣고 있다. 이 수록 작품 중 [라쇼몽]과 [덤불 속]은 1950년 동양인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구로자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그 원작 소설이다(하시모토 시노부(橋本忍) 각색). 지금 현재 일본 독자들이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 문학의 극치, 신선한 서정과 걸출한 허구,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깊이 있는 교양과 세련된 감각. 그는 세기말적 시대의 불안을 가장 명확하게 인식한 작가이자 지식인으로서, 그의 소설들은 오늘날까지 생명력 있게 읽혀지고 있다. 이 책의 여러 명편들에서 보여지듯 아쿠타가와는 인간 심리에 대한 탁월한 묘사를 보여준다. 심리적 정황이나 갈등에 처한 작품 속 인간의 다양한 모습은 19세기말과 20세기초 서구적 문명과 전통적 문화가 혼재된 과도기적 근대세계 안에서 인간 본성을 탐구하고자 했던 작가의 치열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19세기말과 20세기초를 뜨겁게 살다간 그의 작품은 요절한 한 천재의 내면을 속속들이 비춰준다. 초기작에서 이상적 현실주의자로서 인간의 생존본능과 근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던 작가는 우화의 세계를 거쳐 말년에 이르러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에 물든 우울한 내면 풍경을 응시한다.
그의 죽음은 자살이었다. 1927년 7월 24일 새벽 치사량의 수면제를 먹었다. 그의 나이 불과 35세, 이 젊은 작가의 죽음은 곧 사회적인 사건이 되었다. 시기는 이른바 ‘다이쇼 데모크라시’. 자유주의와 함께 사회주의가 발호했고, 여기서 촉발된 사회주의 문학이나 공산주의자를 때려잡겠다고 나선 서슬 푸른 군국주의자들의 발호 모두가 아쿠타가와를 포위한 위협 요인이었다. 일왕 다이쇼의 죽음의 대척점에 천재작가 아쿠타가와의 자살이 놓여 있다. 그의 자살은 시대가 몰고 온 결과였다. 그의 삶을 둘러싼 그런 풍경의 기저들은 21세기초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쓸쓸한 음영으로 다가선다. ‘하루살이 같은 생’을 과감하게 마무리해버린 아쿠타가와의 결단은 애처로움을 자극한다. 하지만 죽음과의 대결 속에서 더욱 치열하게 표출되었던 그의 실존 의식은 우리의 생을 진지하게 성찰하도록 만든다. 모든 인간의 태어남은 죽음을 예비하는 숙명적 상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상처는 모든 자연스런 생장 소멸을 지향하는 존재가 지닌 영광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이 책 속의 아쿠타가와를 통해 근대인의 우울한 암중모색을 성찰하면서 그가 뿜어내는 상처와 영광의 흔적들을 함께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제1부 - 문명과 우화
원숭이와 게의 전쟁
시로
두자춘
아그니의 신
월식
개화한 남편
무도회
서방사람
속 서방사람

제2부 - 역사와 자전
덤불 속
라쇼몽


고구마죽
호색
지옥변
어느 바보의 일생
점귀부
톱니바퀴
암중문답

 일본의 대표적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으로 잘 알려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어른을 위한 동화집. 서른다섯에 요절한 천재작가는 13년의 작가생활동안 거의 단편인 백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이 작품집에는 표제작인 '거미줄'을 비롯해 '개와 피리' '마술', 그의 스승 나쓰메 소세키의 격찬을 받은 '코' 등 풍자와 몽환적인 분위기의 이야기 14편이 실려있다.이 책은 '어른을 위한 일본 동화' 시리즈의 첫째 권으로, 아쿠타가와의 기발한 기지와 문학적인 상상력의 근원을 엿볼 수 있는 14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쿠타가와 상', '요절한 천재 작가' 등의 수식어로 더욱 유명한 아쿠타가와는 삶과 예술을 일치시켜 일본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던 작가이다. 그런데 이 동화는 의외로 소박하며 친근하고 다채로운 빛깔들로 다가와 아쿠타가와라는 수식어를 편안하게 감싸안는다. 그가 아름답게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작위적인 감동이나 거치적거리는 교훈은 담겨 있지 않다. 회화적인 상상력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여 추억과 그리움의 시절이 어느새 앨범 속의 빛 바랜 사진 마냥 다가와 있고, 풍부한 이야깃거리들은 지적이며 세련된 문체로 묘사되어 한 편 한 편 품위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수려한 빛을 띠고 있는 작품의 이면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은 인생을 직시하는 작가의 날카로운 통찰력이며 그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것이란 결국 인간의 이기적이고 모순된 속성에 대한 절망과 씁쓸한 한줄기 미소임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날마다의 일상에 절망과 희망의 언저리를 더듬는 것이 현실의 우리 모습이라면, 삶의 본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은근히 건네주는 아쿠타가와와 함께 공감하고 함께 웃고 함께 추억의 거울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적인 이미지, 동화적인 감수성, 아쿠타가와의 문학적 깊이로 완성도를 갖춘 이 작품은 이야기마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상상력의 지도로서 우리를 안내하고 있으며, 고전의 깊이와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져 색다른 감흥을 자아낼 것이다.
- 대학 4학년 때 발표한 것으로 당시 일본문단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격찬을 받아 더욱 유명해졌으며, 일본 헤이안조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감추어진 모순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한 작품. 소세키 표현대로 "차분하고 가볍지 않으며 자연 그대로의 웃음이 저절로 배어난다."
거미줄 - 아쿠타가와가 처음으로 쓴 동화이자 그가 발표한 동화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이 또한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회화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두자춘 - 중국의 전기인『두자춘전』을 동화화한 것으로, 특히 아쿠타가와가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쓴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호랑이 이야기 - 세 아들을 남겨두고 자살한 아쿠타가와가 자신의 운명을 미리 예견하여 쓴 것이라고도 한다.
아그니 신 - 마치 현대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내용 구성과 긴장감이 팽팽하게 조여오는 작품. <마이니치신문>의 중국 해외시찰원으로 일했던 그의 이력을 엿볼 수 있다.
마술 - 아쿠타가와의 서구적 취향을 보여주는 작품. 탁월한 풍경 묘사, 시,공간의 전이를 자연스럽게 배치하여 작가가 마술을 부리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이다.
-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사소한 일도 아쿠타가와의 시선에 잡히면 금방 감동의 마음을 울렁이게 만든다. 따분한 기차의 이등객실은 어느새 포근한 담홍색의 귤빛으로 물든다.

 일본 근대문학에 새로운 지성과 심리와 감정을 담아 수많은 명작을 쓴 아쿠타가와 료노스케의 단편 모음집. 그의 출세작인 「鼻」, 영화로도 유명한 「羅生門」 등 그의 주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1. トロッコ(광차)
2. 鼻(はな)
3. 羅生門(라쇼몽)
4. くもの絲(거미줄)
5. 杜子春(두자춘)
6. 魔術(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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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14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되옵니다~ 사정은 댓글로 남겼습니다~^^

물만두 2006-06-1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거기 말고 기대하는 곳이 몇군데 더 있어서요^^;;; 좀 더 기들려주세용^^

물만두 2006-06-14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헉~~~~~~~~~~
 

 재미 정신과 전문의 정유석의 다섯 번째 에세이. 지난 2002년 네 번째 에세이집 [피카소의 청색시대]에 이어 2년 만에 선보이는 책이다. 예전의 책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판과 로스엔젤레스판에 실었던 글을 모아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지난 12년간 쉬지 않고 매주 신문에 칼럼을 써왔고 이 책은 지난 2년간 쓴 칼럼을 추려 만들어졌다. 12년 동안 매주 쉬지 않고 칼럼을 연재해 왔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놀라운 것은 12년 동안 칼럼을 써 왔다면 이제 그 바닥을 드러낼만도 하건만 각각의 칼럼이 편차 없이 고른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박식함에 감탄하는 몇몇 지인들의 입을 굳이 빌지 않더라도 그의 지적 관심이 뻗어있는 분야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다는 것은 지난 12년 동안 그가 걸어온 자취가 대신 말해준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버지니아 울프, 나폴레옹, 장화왕후, 프로이트, 스탈린, 피카소, 도스토예프스키와 모하메드, 파바로티, 루 게릭, 해밍웨이 등의 삶과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에드가 앨런 포의 [윌리엄 윌슨],[리지이아],[검은 고양이],톨스토이의 [크로이처 소나타]등의 작품, 그리고 [한중록], [삼국유사] 등의 고전에서 그리스 신화와 [성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명사들의 병력, 예술작품 속에 나타난 정신병력적 의미를 파헤친다. 이 외에 LSD, 엑스터시, GHB, 로히프놀, 케타민 등 신세대 마약에 관한 정보들도 무척 흥미롭다. 이 책은 특정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치료서는 아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갖가지 증상들은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가져봤을, 그리고 한번쯤 그로 인해 고통을 겪어 봤음직한 증상들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정신의학서로서의 역할 외에 교양서로서도 손색이 없으며 집안에 한 권씩 비치해 두어야 할 가정의학서로도 무척 유용할 것이다.

 아테나 여신, 엘리자베스 1세, 잔 다르크, 간디...
그들은 왜 섹스를 거부했는가?
금지된 성적 욕망에서 도발적 자유 선언까지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독신의 진화사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3000년의 역사를 내려오는 동안, 성적 절제를 의미하는 '금욕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현대의 경우처럼 당당히 독신을 부르짖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금욕의 희생자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성적 집착이 유발하는 정신적 혼란을 경계하여 금욕만을 최우위로 다루었던 종교적 입장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성 정체성을 표현하기까지, 진정한 독신의 세계는 어떻게 탄생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금욕 현상'을 끈질기게 추적함으로써 독신의 탄생에 대한 근거를 찾아낸 방대한 문화적 진화사다. 독신에 대한 저자의 광범하고 도발적인 탐구는 독신이 세속사회와는 무관하게 종교적 필요에 의해 지속되었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산산조각낸다.
제단의 불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던 고대 로마의 처녀들은 독신의 서약을 어기면 산채로 땅에 묻혀야 했으며, 감옥의 높은 담벼락에 갇힌 죄수나 궁전의 내시는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강제된 금욕의 굴레를 지고 독신인 채로 살아갔다. 반면, 오페라의 명가수가 되기 위해 거세한 카스트라토 소년이나 그리스도의 모습을 마음으로 그리면서 성스러운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 과감히 금욕을 선택한 수녀들도 있었다. 이와 더불어 강제로 음핵 절제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아프리카 여성들, 사회운동을 위해 독신을 주장한 페미니스트들, 경기에서의 승리를 위해 '정액을 아끼는' 운동선수들, 에이즈 예방을 위한 HIV 보균자들까지 독신자들의 삶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저자는 독신이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조금이라도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개인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고 진단한다. 동성애를 숨기기 위해 금욕생활을 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소년에 대한 애정을 감추려 한 루이스 캐럴, 또 불리한 사회제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독신을 선택한 현대 여성들처럼 필요에 의한 독신생활의 자발적 고수에 집중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장장 8년간의 자료수집을 통해 저자가 써내려간, 살아 있는 역사 안에 담긴 무수히 많은 예를 통해서 우리는 종교적 관습은 물론 성욕, 성역할과 보건의식의 변화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만날 수 있다. 에서는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 등에서 독신을 강요당했던 종교인들의 고난과 환희를, 에서는 사회규범에 저항하는 독신자들과 제도의 벽에 부딪혀 원치 않은 독신을 유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에서는 문학작품에서 시작해 에이즈 시대에 새롭게 대두된 문제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엘리자베스 1세나 잔 다르크, 나이팅게일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 이면에 가려진 성 문제에 대한 모든 것을 밝힌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힐 것이다. 현재 독신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아득히 먼 옛날부터 인간사회에서 중요시되었고, 앞으로도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성 정체성과 성적 자기결단성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4장 문학 속에서의 독신
궁정 연애 ㅣ 존 밀턴 ㅣ 파멜라, 샤멜라 ㅣ 톨스토이의 「크로이처 소나타」 ㅣ 주디스 셰익스피어 ㅣ 가프의 어머니 ㅣ 흡혈귀

 『톨스토이, 길』은 톨스토이의 자기모순과 반성, 민중에 대한 사랑, 폭압적인 국가에 대한 거부감, 부인과의 갈등 등 인간 톨스토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톨스토이즘은 자유와 평등, 박애와 사랑을 뜻하는 말로 톨스토이가 전 인류에게 호소한 가르침이다. 이 책은 인생, 정신, 영혼, 진리라는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톨스토이의 수많은 저작 중에서 각 주제에 걸 맞는 글들을 엄선하여 엮은 것이다.
사실 톨스토이의 삶은 그의 위대한 업적과 완전히 일치하지 만은 않았다. 그는 러시아 전통적인 백작 가문의 대지주였고, 러시아와 터키 간에 발발했던 크림전쟁에 참전해 훈장까지 받은 적이 있다. 한마디로 그의 생애는 자신의 이상과 현실의 모순간의 끊임없는 모순의 투쟁이었다. 독자들은 『부활』『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과 편지, 일기 속에서 육체적 욕망에 괴로워하고 민중을 수탈하는 국가를 증오하는 인간 톨스토이를 만날 수 있다.톨스토이는 인간의 영혼에 사랑과 구원의 빛을 남긴 인류의 영원한 스승
이 시대의 두드러진 특징은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나름대로의 근심과 걱정을 가지고 있으며 활발한 상호소통과 교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뜻 모를 정체감과 절박함 속에 늘 갇혀 있다는 점이다. 빈부의 차가 커질수록 만연해지는 황금만능주의, 그리고 상대적인 박탈감에서 오는 패배주의, 과학의 속도를 견뎌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열패감, 이러한 과학의 질주를 즐기는 소수의 독점과 아슬아슬함이 함께 얽혀 절대고독의 인간자화상을 양산하는 혼돈의 시대다. 결국 도덕적 근거가 희박한 이 시대는 자연과 신적이고 인간적인 영혼의 심오한 기반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위험성을 톨스토이는 이미 예견했던 것이다.
당연히 톨스토이의 위대함을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선하고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 톨스토이는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유일성에 가해지는 폭력과 모든 개성의 평준화에 대항하였다. 또한 세대를 단절시키고 영혼을 파괴하며 분별없는 실용성만 추구하는 삶과 모든 지식의 독선과 그 아류에 끊임없이 경고하고 맞섰던 것이다. 따라서 인간 톨스토이는 하층민(노동자, 농민)의 대변자로서 그들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였으며, 그들의 도덕적 의지와 요구를 높이 평가하였다. 또한 그들의 문화에 감동한 톨스토이는 그들의 고통과 비애, 사랑의 소박함과 구체적인 삶의 질박함 속에서 위대함을 발견하였고, 그것은 곧 톨스토이의 모든 예술작품 속에 무르녹아 형상화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톨스토이 사상의 면모는 한 몸에서 태어난 두 개의 세계였다. 그것은 민중적인 것과 전 인류애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 사랑의 법칙과 삶을 의미하였고, 결국 이 두 개의 세계가 만들어내는 조화로움 속에서 모든 이념의 대립과 세대간 갈등, 민족간의 분열들이 사랑과 구원의 빛을 밝혀 하나가 되는 이른바 ‘글로벌 공동체’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 한때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위대하며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고통받는 동안 자신의 부질없는 욕망을 참회했고, 부와 명예마저 스스로 버림으로써 지금은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인간의 영혼에 사랑과 구원의 빛을 밝혀준 인류의 영원한 스승으로 자리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길을 걸으며 나의 길을 생각한다
이 책은 '톨스토이, 길'로 제목을 정하고 이 같은 톨스토이의 면모를 알 수 있는 그의 여러 예술작품 중에서 제목에 걸맞은 각 주제 인생의 길, 정신의 길, 영혼의 길, 진리의 길 4개 부분으로 구성하여 톨스토이의 정수만을 가려 뽑은 에스프리(esprit)이다. 따라서 이 책은 중학생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취향과 의도에 따라 주제별로 읽을 수 있으며, 모든 독자에게 톨스토이를 제대로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안내서이자 지침서도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이 책의 주제 중 하나인 인생의 길 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비좁은 도시에 모여 살며 닥치는 대로 자연을 망가뜨려도, 한 포기의 풀도 자라지 못하도록 아스팔트를 깔거나, 나무를 뽑아버리거나, 석탄과 석유로 공기를 오염시켜도, 때마다 찾아오는 철새와 짐승들을 모두 내쫓아도 다가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17쪽, 부활)는 글을 읽고 느낀 독자가 어느 날 '부활' 한 권을 구입하여 틈나는 대로 독서삼매에 이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또 어떤 독자는 '정신의 길' 중에서 “허영심은 슬픔과는 완전히 모순된 감정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허영심은 인간의 본성에 깊숙이 스며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슬픔을 겪더라도 이 허영심을 완전히 떨쳐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예를 들어 슬픔에 빠진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의 슬픔을 증명하고 싶어하며, 불행한 인간이라는 동정심을 요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에 굴하지 않는 강인한 인간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허영심에 사로잡힌다. 이런 야비한 소망을 우리들은 깨닫지 못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러운 슬픔에 직면하더라도 우리들을 따라다니며 그 슬픔으로부터 힘과 존경과 성실함을 빼앗아가곤 한다”(93쪽, 유년시절)는 대목을 읽고 '유년시절'을 완독하여 자신의 유년기를 되돌아보게끔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이미 톨스토이를 나름대로 경험한 독자에게도 유용하리라고 본다. 그것은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서 자신 스스로를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자에게 다행인 것은 요즘 톨스토이의 저작물을 여러 출판사에서 이미 출간을 했거나 꾸준하게 간행하고 있어 독자가 원하는 톨스토이의 저작물을 구입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톨스토이의 전집을 단행본으로 꾸며 톨스토이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일반 독자들의 평가와 선택을 기대하는 출판사도 있다.
- 둘째,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인간의 양심을 거스르는 행위이며, 이는 분명 간접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크로이처소나타 육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옷보다 양심을 아름답게 꾸미는 옷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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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영국이 공포 속에 떨고 있다. 명탐정 에르큘 포와르에게 날아온 도전장. 뒤이어 A로 시작되는 도시에서 A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당한다. 계속해서 알파벳순으로 살인이 벌어진다. 살인범은 범행날까지 예고한다. 삼엄한 경찰망을 뚫고 사라져 버리는 미치광이 범죄자ABC. 그가 노리는 다음 도시는? 다음 희생자는 누구인가?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에게 날아온 범죄의 도전장―뒤이어 A로 시작되는 도시에서 A로 시작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해당한다. 계속해서 알파벳순으로 차례로 살인이 벌어진다. 게다가 살인범은 범행 날짜까지 예고한다.
전 영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기상천외한 살인범 ABC―경찰에서도 손을 들어버린 알파? 행진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범인은 어디에 있는가? 아니, 그보다도 다음 도시는? 다음 희생자는 누구인가?
『ABC 살인사건』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18번째 장편소설이며, 에르큘 포와로가 등장하는 11번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포와로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기상천외한 트릭과 명쾌한 추리가 있지만, 다른 작품과는 달리 범인으로 보이는 ABC라는 자가 포와로에게 도전을 해오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사건의 결과로 일어나는 개인적인 관계를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아기곰 푸우'로 잘 알려진 밀른의 고전 명작으로 곳곳에 캐비어 맛이 솔솔 풍긴다. 15년 만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돌아와 빨강집을 방문한 형은 살해되고 집주인마저 종적을 감춘다. 2명의 아마추어 탐정이 뛰어들어 만들어내는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트릭. 페이지마다 기지가 번득인다.
- 이성과 광기! 절묘한 트릭! 숨막히게 압박해오는 서스펜스!
- 간담을 서늘케하는 스릴! 통쾌하게 뒤집는 의외 결말!
- 지적능력의 시대! 머리회전단련운동! 인생승부에 강해진다!

 

 그 사나이가 퍼슨빌에 도착하자 사건 의뢰인은 피살된다. 총탄과 피가 난무하는 무법의 광산도시, 암흑가에 육탄으로 돌진하는 비정의 화신 강철 같은 사나이.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정의를 추구하는 터프한 행동이 번득인다. 위험에 맞닥뜨린 인간의 성격과 잔학성, 시니시즘을 완벽하게 그려내어 하드보일드 시대를 최초로 연 걸작 장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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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연극배우 귀머거리 탐정 레인 때문에
소리 없는 세계로 들어가 사물을 꿰뚫고 추리하는 엘러리 퀸의 본격 미스터리!
퀸의 고품격 걸작! 독자에게 던지는 퀸의 도전장!
달리는 전차 안에서 독묻은 바늘에 찔려 죽는 살인이 발생한다. 밀실범죄의 전형이다. 용의자는 전차 안 모든 승객. 은퇴한 연극배우 출신 탐정의 수사가 시작되는데, 범인을 추리하는 레인의 솜씨에 감탄 또 감탄!
뉴욕 전차 안에서 벌어진 기괴한 살인사건. 끔찍한 니코틴 독을 바른 코르크 알이 신종 흉기로 사용된다. 이 밀실 범죄의 용의자는 모든 승객! 한때 배우로도 이름을 날린 귀머거리 탐정 도르리 레인, 그의 깔끔하고 세련된 수사가 시작된다. "독자여, 모든 증거는 여기 보시는 대로다. 그럼 범인은 누구겠는가?" 독자들에게 유명한 도전장을 내미는 엘러리 퀸의 본격 미스터리소설의 백미 X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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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웨이의 아름답고 요염한 무희 카나리아가 밀실에서 살해된다. 용의자 4명의 알리바이는 저마다 허점이 있지만 결정적 증거 또한 하나도 없다. 탐정 파이로 번스는 용의자를 불러놓고 포커 게임을 통해 범인을 지적하고 베토벤 안단테로 증거를 잡아내는데 밀실구성과 심리적 탐정법을 구사한 반다인 최고의 세기적 베스트셀러 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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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6-0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연애시대>를 보면 작가 출신이 출신이다 보니 수많은 걸작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들이 등장하더군요.ㅎㅎ

물만두 2006-06-0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시대요? 보관함에 넣습니다^^

한솔로 2006-06-0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냥 언급만 되요ㅎ 예컨대 "제임스 엘로이의 'LA 4부작'을 서가에 배치하였다." 이정도 수준입니다.

물만두 2006-06-0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 그래도 전 그런 것도 좋아라합니다^^;;;
 

 189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당시 독일 사회민주주의의 저명한 이론가였던 베른슈타인에 의해 이른바 '수정주의 논쟁'이 시작되었다. 이 논쟁에는 당시 독일 사회민주당과 국제 사회주의 운동 이론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중에서도 로자 룩셈부르크는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이 글은 바로 그 수정주의를 논박한 대표적인 글이다.
이 글에서 로자 룩셈부르크는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의 기초가 되는 경제적 관점, 정치적 구상, 사회주의 전망 등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그 논의의 기초를 허물고자 한다. 그녀는 우선 자본주의가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베른슈타인의 자본주의 발전 전망을 비판한다. 그녀는 자본주의가 근본적으로 모순과 위기에 가득 차 있는 체제라고 본다.
다음으로 그녀는 의회와 노동조합 등에 큰 기대를 거는 베른슈타인의 정치 개혁 전략을 비판한다. 의회주의, 민주주의의 역사적인 중요성과 의의를 인정하지만, 의회주의적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주의로 이행할 것이라는 베른슈타인의 핵심 주장에 대해서는 명백히 반대한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의 역할은 분명히 있지만, 그 활동은 결국 '시지포스의 노동' 같은 것이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늘 혁명을 부르짖으며 몸소 혁명을 주도하고 참여했던 진정한 혁명가였다. 그는 사회주의를 진전시키고 실현할 주체는 오직 대중뿐이며, 대중이 주도하는 혁명을 통해서만 진정한 사회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기조에서 씌어진 이 책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지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진실한 사회주의를 향한 깊은 열망이 담겨 있다. 과연 우리는 사회주의의 꿈을 여전히 간직해도 되는 것일까. 이 고전적 저작은 이 문제에 대한 일정한 답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유년기에서 최후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적인 면모와 공적인 면모를 따라가면서, 그녀의 삶과 사상과 행동을 상세하게 그려낸 전기이다. 간결한 문체, 현재 시제를 구사하면서 저자는 애증이 교차한 연인이며 동지인 레오 요기헤스와의 관계, 여류 동지들인 루이제 카우츠키나 클라라 체트킨과의 우정, 수정주의자 베른슈타인과의 이념 논쟁, 카를 카우츠키와의 친교와 갈등, 레닌과의 교류와 비판 등을 생동감있게 묘사하였다.
저자는 로자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도 주저하지 않는다. 로자가 지하와 주변에만 머무르려는 인간인 레오 요기헤스의 그늘에서 감정적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에는 순교자의 운명을 맞게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또 로자가 당시 모든 식민 국가들처럼 민족 독립과 민주화라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던 폴란드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인터내셔널을 중심으로 한 국제주의 노선을 고집하는 이론적 오류를 범했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폴란드 사회주의 진영은 민족주의와 국제주의로 양분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1차 대전 직후 '베를린 코뮌'에서 취한 로자의 애매한 선택을 비판한다. 당시 사민당 우파와 결탁한 군부는 사민당 좌파이 혁명으로 붕괴될 위기로까지 내몰린다. 그러나 로자는 명령을 기다리는 수만 명의 군중에게 시민혁명의 길보다는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권고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사회주의 혁명의 물결이 유럽을 휩쓸던 당시 로자가 레닌에 필적할만한 인물이었음을 강조한다. 개인적인 친분에도 불구하로 로자는 레닌의 관료주의와 공포정치를 끊임없이 비판했다. 레닌주의 대비되는 로자의 사상은 '룩셈부르키즘'이라 부르며 혁명과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화해와 공존, 대중의 의지에 대한 존중으로 요약된다.
이 책은 로자가 경험했던 사랑의 갈등, 그녀의 인간적 고뇌들, 예술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미시적으로 포착해내면서 그녀의 삶은 결코 무자비한 권력 장악이 아닌, 인류의 진정한 자유와 진실과 해방을 위한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또 이 책에는 저자의 방대한 시각과 통찰력에 의해 파리 코뮌 이후 1차대전에 이르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역사, 독일의 급속한 제국주의 노선과 저항운동이 펼쳐진다. 그래서 로자와 동시대를 살았고 유럽 전지역에서 활약했던 걸출한 사회주의 혁명가들과도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 20세기 최고의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
“우리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다”

‘자유로운 영혼’, ‘붉은 장미’, ‘혁명의 불꽃’ 등으로 불리는 로자 룩셈부르크는 독일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20세기 가장 위대한 혁명가다. 당시 유럽은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회주의 이론이 퍼져 나가면서 억압받고 차별받던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술렁이고 있었고, 세계 대전이 발발할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무척 혼란스러웠다. 로자는 당시 러시아의 식민지였던 폴란드 국민이었고, 남녀 차별이 심하던 시대의 여성이었고, 유럽 사회에서도 차별을 받던 유태인이었다. 그리고 평생 한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었다. 어려서부터 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이며 열정이 넘쳤던 로자는 열여덟 살에 고향을 떠나 스위스로 망명했다. 로자는 평생 독일과 스위스, 프랑스 등 전 유럽을 오가며 탁월한 글솜씨와 뛰어난 연설로 사회주의 이론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더 살기 좋은 사회, 자유로운 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혁명을 선동했다.
로자는 평생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인정받을 수 있어야 진정한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라는 신념을 붙잡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쓴 강하고 혁명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작은 곤충의 죽음에도 민감하고 감옥 안에 있을 때 오히려 감옥 밖 동지들을 더 챙기는 가슴 따뜻한 휴머니스트였다. 그래서 로자는 자신이 가진 불리한 조건을 비관하지 않고, 죽는 그 순간까지 인간과 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사회주의가 이상적인 사회 제도가 아니었고, 사회주의 사회가 유토피아가 아니었다고 평가받는다. 이미 사회주의를 선택해 그 길을 걸어온 많은 국가들이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자본주의 사회로 돌아오면서 역사적으로 사회주의의 실패가 증명되었다. 그런데도 사회주의 8·사상에 한평생을 바쳤던 로자 룩셈부르크가 실패한 이상이나 ?는 실패한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되새기고 기억해야 하는 인물인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역사의 흐름 속에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를 택했지만 자본주의도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빈익빈 부익부, 부의 되물림 등으로 가난하고 억압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그래서 서구 선진국에서는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되, 좀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복지 제도를 만들고 강화하는 등 자본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주의가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춰 가고 있지만 그 기본 취지만은 되새길 만하다. 비록 그 이론과 제도 자체는 실패했지만 차별 없는 사회, 가난하고 억압 받는 사람들도 살아 갈 만한 사회, 그것은 인간이 꿈꾸는 보편적 이상이고, 옳다고 여기는 정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 없는 세상,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불꽃같이 열정적으로 산 20세기 진정 위대한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신념과 삶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양대학교 사학과 임지현 교수가 본 「영원한 소녀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
식민지에서 태어난 똑똑한 소녀 로자 룩셈부르크의 어린 시절, 당시 혼란했던 유럽의 정세,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힘겨웠지만 찬란하게 살았던 로자의 삶,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바친 그녀의 한평생을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는 글로 실었다. 또한 강철 같은 의지 속에 섬세한 감성을 지닌 휴머니스트 로자 룩셈부르크의 인간적인 면모를 사진, 지도 자료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담았다. 그 뒤에는 인명, 용어 풀이를 두어서 실존 인물,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들의 투쟁으로 인해 우리가 꿈꿨던 세상은 현실로 다가왔다. 체 게바라, 말콤 X, 그리고 『백년 동안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까지. 책에는 인류를 억누르던 억압과 정면으로 맞서 싸운 카리스마적인 지도자 25인의 모습이 담겨 있다. 남미 정글에서 게릴라 전을 펼쳤던 체 게바라와 세상의 자비를 외치는 달라이 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세상의 억압에 맞서는 혁명가의 모습이 그것이라고 말한다.
역사라는 시계의 추는 우측에서 좌측으로 기울기도 하고, 좌측에서 우측으로 기울기도 한다. 그 시계 추가 바삐 움직일 때, 그리고 우리가 그 시계추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을 때, 우리는 현기증을 느낀다.
이런 현기증에 부채질을 해대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시계추를 해석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시계추를 해석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시계추를 따라 그들의 ‘해석’이 끝없는 부침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진전은 시계추를 보고 해석할 수 없다. 역사가 진전하고 있는지는 시계의 시침과 분침으로 시선을 돌려야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보지 않은 채 시계추만을 해석하는 게 요즘 무척 유행이다. 시계추를 해석하는 이들이 요즘 만들어낸, 그리고 즐겨 쓰는 말은 ‘노마드’다. 역설적이게도 ‘유목’이나 ‘유랑’을 뜻하는 이 단어만큼 이들의 존재를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 것도 없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까지, 그리고 엄연히 모나드적이다. 우린 쉽게 유랑하거나 부유할 수 없다. 그만큼 삶과 존재의 무게는 육중하다. 그리고 이런 존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도.
이렇게 육중한 현실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에게 우린 ‘헌사(獻辭)’를 바쳐야 한다. 아니 그것만으로는 모자랄 지도 모른다. 오직 한길을 걸었고, 그것 때문에 조롱과 대립, 그리고 폭력적인 반대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헌사만으로는 웬지 부족하다.
하지만 시계추를 해석하는 사람들은 이런 헌사에 인색하다. 오히려 그들은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던졌던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준비한 비수를 하나씩 등 뒤에 꽂는다. ‘살인’의 이유는 그들은 결코 ‘유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를 (때로는 상업적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역사 속에 자신을 던진 사람들은 시계추 같은 삶을 살지 않았다. 그들을 시계추의 흐름 속에서 해석하는 건 실례다. 때문에 그들이 ‘해석가’들의 잣대 위에 놓여 마름질 당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그리고 우리도 시계추에 고정됐던 눈을 떼고, 역사라는 시계의 시침과 분침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현기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을 던진 사람들로 인해 역사가 한걸음씩 전진했다고 믿는다면 말이다.
Revolutionaries/행복한 시대에는 혁명이 없다
이 책에는 억압과 정면으로 맞서 싸운 카리스마적인 지도자 25인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그들은 조롱과 대립, 때로는 폭력적인 반대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냈고, 이러한 정신으로 인해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살아 있다. 이들을 온전히 바라보는 방법은 이들을 시계추처럼 보지 말고 시계추를 지렛대로 시침과 분침을 옮겨놓은 이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한꺼번에 설명하는 건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념적으로는 좌와 우가 망라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사람도 여럿 있다. 한 시대를 살았지만 부득이하게 총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도 있고 그 수단마저 포기했던 사람도 있다. 민족을 위한다는 똑같은 목표를 가졌지만 그 때문에 독립 포기를 주장했던 사람도 있고 반대로 독립을 지상명령으로 생각했던 사람도 있다.
남미의 정글에서 게랄라전을 펼쳤던 체 게바라와 이국의 땅에서 자비를 말하는 달라이 라마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똑같이 소설을 썼지만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는 인민의 자유라는 이유로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에 열광했으며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똑같은 이유로 사회주의에 저항했다.
인도차이나 반도라는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베트남인들은 사회주의와 자유를 위해 호 치 민이라는 인물을 선택했고, 미얀마인들은 26년간 집권한 사회주의 정부를 끝장내기 위해 아웅 산 수 지를 선택했다. 이념적으로는 정반대이지만 공히 그들은 이 ‘영웅’들에게 열광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일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마이클 콜린스는 일국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똑같이 무력에 호소했다. 양국의 대중은 또 공히 이들의 깃발에 따라 목숨을 걸고 사선에 나섰다.
이들은 과연 시대가 부른 탕아, 혹은 시대가 만들어낸 영웅일 뿐일까? 그렇다면 그 시대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25명 모두 … 행복한 시대에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뿐이다. 행복한 시대에는 혁명이 필요 없으니까 … 그리고 혁명가를 필요로 하지 않으니깐 …
헌사(獻辭)가 모자란 시절/혁명가가 혁명가에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고스란히 25명의 혁명가에게 바치는 헌사다.(단순한 인물의 정의가 아니라 오히려 ‘문학’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이 헌사를 쓴 이들은 또 다른 혁명가이기도 하다. 그리도 이 혁명가들은 대부분 그들과 친분이 있거나 그들의 전기를 쓰기 위해 혹은 신문기사로 만들어내기 위해 접촉했던 작가나 기자들이다.
말콤 X를 쓴 알렉스 헤일리는 그의 전기를 대필하기 위해 여러 차례 말콤 X와 접촉한다. 이 때문에 그는 그의 인생에 결정적인 방향전환을 경험한다. 말콤 X에게 가졌던 관심은 자연히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로 천착된다. 이를 계기로 알렉스 헤일리는 노예로 처음 잡혀온 쿤타킨테 이래 6대에 걸친 모계(母系)의 내력을 추적한 일생의 역작 『뿌리』를 완성하게 된다. 이 작품은 1977년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체 게바라에 대해서 쓴 피델 카스트로는 또 어떤가. 카스트로는 체와 함께 풀켄시오 바티스타 대통령 정권이 점령한 쿠바를 탈환하기 위해 3년간 끈질긴 게릴라전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체와 카스트로는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혁명’의 짜릿함을 공유했던 ‘전우’다.
간디에 헌사를 바친 토마스 머튼은 간디만큼 유명한 정치가는 아니다. 하지만 토마스 머튼은 간디보다 더 유명한 종교지도자가 되었다.
에바 페론에 대해 슨 네이폴 역시 에바 페론만큼 유명한 정치인은 아니다. 하지만 제3세계 문학의 기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문학계의 거장으로 성장했다. 그는 200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로자 룩셈부르크는 독일혁명을 지도했지만 그녀에 대해 헌사를 바친 스티븐 에릭 브로너는 또 다른 세계 혁명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다.
베트남전 종군기자였다가 그곳의 참상을 보고 반전활동가가 된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당시 미국 대통령 케니디로부터 ‘현재 가장 위험한 미국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는 베트남전의 영웅 호 치 민에게 헌사를 바쳤다. 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피델 카스트로에게, 조이 제임스는 안젤라 데이비스에게, 앙드레 브링크는 넬슨 만델라에게 각각 헌사를 바쳤다. 이들 각자는 모두 ‘혁명가’들이다.
이들 혁명가가 혁명가에게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들의 투쟁이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었으며 우리는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의 한쪽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헌사의 이유는 충분하다. 

  영국의 사회주의 노동자당의 지도적 활동가였던 토니 클리프의 저작.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혁명적 천재이자 투사이며 사상가였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을 개괄적으로 재조명해보고 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과 트로츠키와 함께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전통에 있는 핵심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로자 룩셈부르크. 저자는 사회주의자들이 스탈린주의나 사회민주주의에 의지해 온 사람들이 범한 오류를 피할 수 있게 해줄 명확한 이론적 무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로자 룩셈부르크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이야기한다. 스탈린주의가 사멸한 지금,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사상을 함께 만나보자.

 

 『여성 철학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현재까지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여성 철학자들이 철학사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소개한 철학 입문서이다. 시대 구분에 따라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도입부는 당시의 시대 상황과 철학 사조들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시기에 활동한 여성 철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연대순으로 소개한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지만, 철학사이 중요한 전환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여성 철학자들의 활약이 다양한 자료와 문헌 연구를 통해 복원되었다. 남성 위주의 철학과 그 밑바닥에 깔린 가부장적 가치를 비판하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하나의 철학사를 제시한다.
1. 개요 및 특징
잊혀진 여성 철학자들이 되살아난다.
철학하면 뭔가 딱딱한 강의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마리트 룰만의 이 책은 정반대다. 룰만은 이 책에서고대 이래로 정치, 과학, 철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상당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에서 그에 어울리는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여성들을 그려내고 있다. 막연하게 그러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드디어 여성들이 철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브리기테 Brigitte>
중요한 책 한 권을 소개한다. 잊혀진 여성 철학자들이 다시 되살아난다. ‘여성 철학자들’이라는 제목은 다소 소박하지만, 이 책은 불손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쥐트 도이체차이퉁 Su?ddeutsche Zeitung>
이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 현재까지 철학사의 뒤편에 머물러 있던 여성 철학자들을 발굴해내어, 그들이 철학사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의식적으로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소개한 철학 인문서이다. 이를 통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여성적인 철학함에도 오랜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테아노와 히파티아, 레온티온과 라이스, 하케보른의 메히트힐트와 마그데부르크의 메히트힐트, 이소타 노가롤라와 라우라 체레타, 안나 마리아 폰 슈르만과 마리 르 자르 드 구르네, 올림프 드 구주와 해리엇 테일러­밀, 클레르 데마와 메리 아스텔 등등. 왜 우리는 이들의 이름과 작품을 철학사에서 보지 못하는가? 최근 몇 십 년간 많은 변화와 진전이 있기는 했지만, 철학사의 대부분의 시대에 여성은 철학의 주체로서도, 철학의 대상으로서도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다. 여러 저명한 철학자들에 의해 수많은 종류의 철학사가 집필되었지만, 그 누구도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말해지고, 쓰이지 않은 역사는 정녕 역사가 아닌가? 여성 철학자들의 활약과 업적은 지금껏 역사가 되지 못한 채 시간 속에 흩어져 있었다. 마리트 룰만 등 8명의 저자는 이 잊혀진 여성 철학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그들이 본래 있어야 할 ‘올바른’ 자리를 찾아주고 있다.
잊혀진 여성 철학자들의 철학적 성취와 잘못된 서술들의 목록을 열거하자면 한참 이어질 것이다. 그 목록은 아스파시아가 기초를 만든 ‘소크라테스적’인 대화법에서 시작해 라이프니츠가 발표한 단자론의 진정한 뿌리인 앤 콘웨이를 거쳐, 몽테뉴의 『수상록』보다 20여 년이나 앞서 최초의 철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에세이를 쓴 아빌라의 테레사에 이르기까지 철학사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이처럼 이 책은 남성 중심의 철학사에서 배제되고 왜곡되어온 여성 철학자들을 찾아내어 여성적인 주제의 추가라는 단순한 의미에서의 확장이 아니라,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는 철학과 그 바탕에 깔린 가부장적인 가치와 규범들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들어가는 말〉과 함께 시대 구분에 따라 총 9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의 도입부에서는 시대별 사회상과 그 위에서 발전한 철학 사조들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고, 이어 그 사조들과 더불어 혹은 그 안에서 함께 활동했던 여성 철학자들의 삶과 업적이 연대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철학사의 중요한 전환기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여성 철학자들의 활약이 다양한 자료 조사와 문헌 연구를 통해 치밀하게 복원되었다. 이로써 철학사의 이음매가 보다 촘촘하고, 단단해진 것이다.
2. 출간 의의
철학사의 잃어버린 성취들에 대한 치밀한 복원
철학(philosophy)의 어원은 지혜(sophia)에 대한 사랑(philo)이다. 고대의 문헌 속에서 전쟁과 지식, 기술을 관장하던 지혜의 덕목은 여신(女神)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고고학의 다양한 발굴 성과들은 모계 혹은 모권 사회의 흔적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를 계승한 서양철학의 전통에서는 여성을 남성에 비해 열등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인 결여체(缺如體)이자 “훼손된 남성”이라 여기며 그들의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성은 글을 읽고, 쓰고, 토론하는 등의 일에는 적합하지 않은 존재이고, 여성적인 것은 모두 무질서하고, 본능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까닭에 수많은 재능 있는 여성들이 그 재능을 억누르거나 안락하고 평온한 삶에 대한 욕망을 버려야 했다.
『여성 철학자』는 철학사의 전개에서 뚜렷한 기여를 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망각되거나 의도적으로 지워진 이들을 발굴해 내고, 복권시켜 주려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철학사를 읽다보면 여성 철학자들은 마치 20세기 이후에나 등장한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우리가 철학이라는 말과 더불어 떠올릴 수 있는 여성이라고는 고작 한나 아렌트, 줄리아 크리스테바, 시몬 드 보부아르 정도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묶여 나오고도 한참이나 모자랄 만큼 역사 속에는 수많은 여성 철학자들이 존재했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우리는 반쪽짜리 철학사를 읽어왔던 것이다. 이 책은 그 숨겨진 반쪽에서 역사의 두꺼운 먼지를 털어내고, 하나의 철학사를 향해 가는 길목으로서의 ‘또 하나의 철학사’를 제시한다. 온갖 차별과 모욕을 감수하며, 철학적 사유와 함께 정체성의 고민도 놓지 않아야 했던 이 잊혀진 이름들을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불러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의 철학을 하는 여성들은 이미 역사를 쓸 수 있는 펜을 쥐고 있다. 학문의 세계에도 여전히 성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행스럽게도 펜조차 빼앗아버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여성들도 이제 그들의 역사를 쓸 수 있고, 나아가 그것을 포함하는 ‘역사(History)'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서양의 여성 철학자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이 담지 못한 철학사의 또 다른 일면이 우리의 철학계와 여성학계에, 나아가 학문 전반에 미뤄오기만 했던 어떤 의무를 상기시켜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3. 왜 ‘여성 철학사’가 아니고 ‘여성 철학자’인가?
왜 저자들은 이 책의 제목을 ‘여성 철학사’라고 하지 않고 ‘여성 철학자들(Philosophinnen)’이라고 이름 붙였을까? 사실 이 질문은 번역을 끝낸 뒤에 억지로 만들어낸 물음이 아니다. 1996년 가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취재하러 갔다가 시내에 있는 대형 서점에서 철학 코너 서가에 꽂혀 있는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무의식중에 들었던 느낌이 그것이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랄까, 혹은 딱딱한 오만과 편견의 껍질이 깨지는 느낌이 이럴까? ……
이 책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또 하나의 철학사’가 있다, 혹은 있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여성 철학자들’이라는 제목 하나만으로 이미 강력하게 일깨워주었다. 정체성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그때까지 내 머리(아니 가슴) 속에 ‘여성’은 전혀 없었고 정체성 정립의 차원에서 여성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 필요성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물론 처음에는 호기심도 있었고, 여성 철학사가 되지 못하고 그저 한 덩어리로 모아놓았을 뿐이라는 인상을 주는 ‘여성 철학자들’이라는 말에서 안쓰러움, 아니 안타까움마저 느껴졌다. 물론 ‘여성 철학사’란 제목의 책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용 자체에서 본다면 ‘여성 철학사’보다는 ‘여성 철학자들’이 지금의 시점에서는 좀더 적나라하게 실상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 철학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로자 룩셈부르크. 가족이 1874년에 이사를 간...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로자 룩셈부르크는 탁월한 언변을 가진 여성... 무참하게 살해된다. 감옥에 있을 때 로자 룩셈부르크는 독일 사민당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신체에 직접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군부 파시즘의 시대는 끝났는가? 감히 그렇다. 그렇다면 1990년대의 민주화와 군부 파시즘의 역사적 종말은, 파시즘의 역사적 청산을 의미하는가? 그렇지 않다."
지난 해 『우리 안의 파시즘』을 통해 도발적으로 제기된 ''일상적 파시즘''이라는 입론을 좀더 심화ㆍ발전시킨 글들을 주축으로, 권력의 합리화란 또 다른 이면을 가진 민주화라는 부분과, 민족해방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민족주의 억압성, 해방의 역사학에 내장된 수많은 억압기제 등 역사학자로서의 오랜 고민과 성찰들을 논문을 비롯 자유로운 형식의 에세이와 작은 칼럼들로 엮었다.
저자는 『민족주의는 반역이다』『우리안의 파시즘』 등으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임지현(한양대 사학과) 교수.
거대담론들에 가려 쉽게 묻혀 버렸던 우리안의 파시즘적 요소와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폭력적 규범들을 오히려 인간을 해방시켜야 할 이념들이 그 근거가 되어주고 있음을 여전히 날카로운 시각으로 짚어냈다.
일상적 파시즘과 합의 독재, 민족 해방과 민중 동원, 인간의 이념 이념의 인간 등 총 4부로 구성해 이념의 속살을 드러내며, 제도나 체제로서의 파시즘은 정치 무대에서 종말을 고했지만, 은폐된 억압 구조로서의 파시즘은 일상 속에 살아 있으며, 따라서 "파시즘의 억압 기제를 청산하는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임을 힘주어 말하고 있다.
"권력의 음산한 힘 앞에 선 이념의 찬연한 빛은 불 앞의 얼음이다. 해방의 이념을 굳게 견지하고 정치 권력을 장악하여 법과 제도, 경제 체제를 바꾸면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도 순진한 것이었다. 끝난줄 알았던 구체제는 밑바닥에서 '혁명 후 사회'를 움직이는 결이었다. 이제 근대의 담 밖에서 근대를 성찰하는 계기를 가질 때, 근대적 과제를 수행해 나아가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은 탈근대의 문제의식을 급진적으로 전유함으로써, 근대의 해방 이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양'하자는 것이다 '이념의 속살'을 드러내려는 의도도 여기에 있다." - 사진뿐만 아니라... 사진이 주는 인상보다 훨씬 더 깊고 풍부한 인간 로자 룩셈부르크를 드러낸다. 그리고 여기 한국어로 번역된 로자 룩셈부르크의 편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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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6-0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 룩셈부르크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반갑네요.

물만두 2006-06-03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 저는 처음 듣는 분이라 찾아보고 알았어요...

건우와 연우 2006-06-0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못 읽은 책은 찾아서 읽어봐야겠네요. 알려주셔서 감사. 잘 읽을께요.

물만두 2006-06-0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이 분 좋아하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