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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에 대해 많이 들어 기대가 컸다. 언제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커진다. 차라리 그냥 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제는 잊혀져 버린 하늘 위에 떠 있다는 전설 속의 성 라퓨타. 권력을 쥐려는 사람들과 운명이 정해진 자들, 그리고 보물을 노리는 해적들이 라퓨타로 가는 길을 안내할 돌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소녀를 노린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구름 속에 쌓여 있는 폐허가 된 성 라퓨타를 찾아낸다. 그리고 권력을 쥐려던 자는 권력을 쥐지 못하고 성은 아주, 아니 어쩌면 잠시 동안 더 무너져 버린다.
너무 심오해서일까. 아니면 너무 간단해서일까보다는 재미없고 매력 없는 작품이었다. 음악만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 끝에 흐르는 노래를 듣노라니 하이쿠가 생각났다. 간단한 짧은 몇 마디에 모든 것을 담아 내는 하이쿠. 이 작품이 하이쿠의 그런 간단함을 담아 낸 거라면 담기에는 그릇이 많이 작아 보인다. 하지만 많은 하이쿠의 이어짐을 담으려 했다면 하이쿠 본연의 맛이 사라져 그 또한 실패한 끝말잇기란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반드시 지배하려는 자와 지배받는 자로 나뉜다. 그렇다고 그걸 모든 작품에서 병적인 집착처럼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작가의 의도는 분명하지만 그 분명함을 포장함이 너무 진해 주제가 아닌 소재만이 빛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천공의 성 라퓨타... 그 제목만 남고 그 안의 가치관은 사라져 버린... 그래서 사라진 하늘의 성 라퓨타... 그것은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을 일깨워 준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이 라퓨타라는 허상에 가려져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이 결국은 사라질 것은 뻔히 알고 있는 라퓨타는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