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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비밀 ㅣ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01
리처드 스템프 지음, 정지인.신소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또 비밀이라는 단어에 낚였다. 서지 정보를 봤으면서도 궁금증이 도져서 보기로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난 깜짝 놀랐다. 누가 커다란 액자를 보내온 줄 알았다. 나온 책의 정체를 안 순간 ‘헉’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책이 나를 잡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무척 무거웠고 또 컸다.
내가 책을 보는 방식은 키보드 앞에서 컴퓨터하면서 보는 것인데 키보드를 몽땅 가리니 거기다 한 장 넘길 때마다 이거 장난 아니게 힘들었다. 내 체력을 이 책이 다 잡아먹겠다 싶었다. 뭐냐고? 사람 차별 하는 것도 아니고 볼 사람만 보라는 거냐고? 책값도 겁나게 비싼데... 그런데 다 읽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것도 르네상스의 비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르네상스란 고작 유럽의 학문과 예술의 부흥기라는 것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더 궁금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교회에서 시작해서 교회에서 끝을 맺는다. 역시 르네상스도 종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것은 그 시대가 화려할 수 있었던 것은 부와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자들이 더 화려한 예술품을 원하고 그에 따라 예술가들이 더 화려하면서도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을 충족시키려니 종교와 함께 고대 로마의 양식과 학문을 파헤치게 되어 자연적으로 그 이전 시대보다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권력을 쥔 자들이나 부자나 마찬가지지만 그들이 예술가를 후원하고 교회에 더 많은 것을 바치려 해서 교회는 더 화려해지고 장식은 더 발전하고 새로워졌다. 거기에 슬그머니 자신들의 모습을 끼워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아 그것이 단순히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한 일만은 아님을 알게 만든다.
알레고리란 무엇인가? 간단하다. 이것을 비밀이라고 하면 비밀이겠지만 일종의 잘난 척이다. 나는 이런 것을 아는데 당신은 아시오? 그림을 선물하며 그것을 내비췄다니 그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을지 지식에 대한 욕망이랄까, 열의는 이해하지만 그것이 자칫 허영으로 비췰 수 있음을 이들도 알고 한 일이라 생각된다. 화가에게 지시를 하거나 화가의 얘기를 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화가도 더욱 열의를 가지고 배웠을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들 이외의 사람이 없다. 그 시대에는 이들만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어느 시대고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게 마련인데 이 책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권력 지향적이고 물욕 지향적이고 교회마저도 귀족들 사이에서 나온 교황들이 차지한 지라 그 반대편 사람들이 없다. 있다면 예술가들 정도일 테지만 그들은 부자들의 후원을 받고 또한 길드를 조직해서 나름대로 살았다고 하니 이 시대는 전쟁이 다반사였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좋은 쪽만 엮었는지 의문이다.
아니 무명씨가 한명 등장한다. 무덤에서 해골이 파헤쳐져서 부자들의 장식품으로 쓰인. 하지만 이것은 은연중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것을 보는 현대인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하신 건 아니셨을지 생각해본다. 르네상스의 밑바탕에 이들이 있었음을 더 조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라리 책의 제목을 <르네상스의 비밀>이 아닌 <르네상스의 예술>로 바꿨더라면 잘 이해가 되었을 텐데 안타깝다. 기독교나 가톨릭을 믿는 분들에게는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책이 커서 그림이 크고 자세히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그 동안 같은 작품을 보았었지만 약간 미흡한 마음이 있었던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그림 하나마다 설명을 해주는 점도 좋았지만 여러 번 같은 작품이 여기저기 등장하는 지라 그때마다 이 두껍고 큰 책을 넘겨야 하는 고통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어떤 작품은 네 방향에서 모두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한 방향만 보여주고 상상하라는 식이어서 아쉽기도 했다.
나는 아쉬웠지만 도서관이나 학교에 두고 보면 참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이 사서 보기엔 과하게 비싸지만 소장가치는 있다. 하지만 서두에 우리도 이제 다른 나라에 대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뉘앙스의 취지 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안 받아들여도 되고 이미 받아들인 것인데 새삼스럽고 또 우리를 비문화인으로 출판사가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 책은 많은 그림을 소재로 한 팩션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것이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런 팩션 작품과 이 책을 비교해서 보면 시너지 효과는 클 것이다. 예를 들어 <다빈치 코드>라던가 <최후의 만찬>같은 작품들 그리고 르네상스의 작품이 소재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는 책이다. 그 점에서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