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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우 이야기 눈높이 그림상자 3
클라우스 엔지카트 그림, 막스 볼리거 글, 송순섭 옮김 / 대교출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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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학'에 그림을 그렸던 바로 그 클라우스 엔지카트가 그린 그림책. 섬세하면서도 물리적으로 정확한 표현을 하는 것에 치우치지 않고 익살스럽고 다정다감한 기법이 돋보인다. 엔지카트는 자기 특기인 의인화(동물을 사람인양 만드는 것) 기술을 이 작품에서 마음껏 발휘한다. 분홍바지를 입은 용감한 여우와 집에 남기로 한 소심한 여우의 표정이라든지 동작 묘사가 재미있다. 특히 다섯째날 늙은 오소리와 싸움이 붙는 장면에서는 떼굴떼굴 구를 뻔 했다. 소심한 여우가 잠자리채를 들고 스프링처럼 통통 쫓아다니는 장면도 재미있다.

'용감한 자여, 세상으로 나아가라!'라든지 '주변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말라!'라든지 구태의연한 교훈에 빠지지 않고 그 두가지 다의 매력과 필요를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텍스트 또한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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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1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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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을 다 읽었지만 아직도 질리지 않는다. 덕분에 지금까지 약 2주간 출퇴근 시간을 몽땅 귀신 이야기에 홀려 보내야 했지만... 예쁜도야지님은 모두가 다 자는 한밤중에 이 책을 읽어야 몇 배 진하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고 일러 주었지만 또록이를 재우려하다 늘 내가 먼저 잠자기 때문에 실현불가다. 그래도 상쾌한 아침 출근길에 귀신 이야기 읽는 재미도 나름대로 쏠쏠하다.

귀신을 소재로 한다지만 그렇게 엽기적이거나 공포 코드로 풀리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순정만화, 휴만드라마처럼 되어 있다. 어떤 에피소드들은 영화 이상의 구성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회가 거듭될수록, 자신이 혼령인 것을 깨닫지 못하는 영령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만일 이 작품을 보고 영화 '식스센스' 를 만났더라면 콧방귀도 안 뀌었을지 모른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요소는 일본의 전설, 민담이다. 주변의 자연물과 집, 가구 등 인간이 아닌 모든 것에 혼을 불어넣고 의인화하는데 애니미즘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다. 우리에게도 분명 그런 인간중심적인 설화, 야화, 전설 등이 풍부하게 있었을 텐대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빈약해 보인다.

이 만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 만화를 보면 성불하지 못한 원혼, 원귀들도 인간하고 거의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다. 원한, 질투, 사랑, 애증 이런 과잉된 감정, 에너지?, 기운? 이런 것들이 살아있는 우리를 괴롭히기도 하고 돕기도 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야기만 놓고 보았을 때 주인공인 리쓰와 할아버지의 관계도 아주 흥미롭다. 아버지가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이거나 빈약하게 그려지면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밀착된 이런 관계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여기서는 할아버지가 리쓰에게 Super Ego 같은 존재가 된다.
반면 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그 육신의 껍데기를 아오아라시는 요괴가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현실에서 전혀 '아버지'답지 못하고 인간의 모습만 했지 완전히 굶주린 아귀다.
무병장수하라고 남자아이를 여장하여 길렀다는 점도, 순정만화의 단골인 동성애/양성애적인 요소로 장치되어 있다. (실제로는 성한 리쓰를 여자로 착각하고 남자귀신이 장가 들러오는 에피스드에서만 활용되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일상에서도 판타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백귀야행을 읽으면서 아주 잘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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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아이들 동문선 문예신서 2002
니콜 파브르 지음, 김주경 옮김 / 동문선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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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장정, 뭔가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 본문 편집디자인... 원서에 있었을 참고문헌도 임의로 잘라 먹은 것 같은 혐의까지...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제법 잘 읽힌다. 게다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정신분석의 좋은 점은, 정신분석의 치료법(혹은 정신분석가) 앞에서 누구나 고해성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이의 마음-무의식- 속에는 상처라고 부를만한 상채기가 없는 이가 없는데 정신분석은 그것을 스스로 들여다 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냉정하게 거리를 두면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는, 필자 같은 사람이 있는 곳을 안다면 언제 나도 상담을 한번 받아보고 싶다. 내면을 비추는 거울 앞에 한번 서 보고 싶다.

이 책 속에는, 어린이의 마음을 읽는 아니 사람의 마음을 읽는 수많은 단서들, 상채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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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치히로 세대의 요즘 아이들
야마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은진 옮김 / 사람in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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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에도 잘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요즘 아이들`의 무기력한 표정, 목표를 상실한 듯한 의욕없는 표정 아래 감추어진 실체를 들여다 보는 데 있고 마침 그 도구로서 '해리포터' 시리즈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택한다.

이 책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전사춘기`다. 전사춘기는 말 그대로 사춘기 기전 시기를 의미하는데 저자는 이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신분석학이나 임상치료에서도 아홉 살, 열 살 정도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심한 것이 현실이나 저자는 실제로 이 시기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점에 도달하'는 때라고 주장한다. 이 때 말하는 최고라는 것은 1차적인 위상이 아니라 직선적, 계단적인 것이다. '요컨대 전사춘기 무렵에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정신적 수준 내지 가장 심오한 차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 내게 가장 크게 와 닿은 부분도 여기이다.

그러나 이 책은 가상의 청중과 필자가 대담을 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치밀하고 체계적인 이론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 이런 포맷으로 다른 아이템을 가지고 책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이 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 보았더니 그런 허술함이 또 한번 드러나는데, 예를 들면 그 전사춘기 시기가 인간 정신발달의 극점을 보인다고 주장하는 듯 하지만 더 읽어보면 그런 지점에 도달하는 것은 특정한 성향을 가진 일부의 아이들이라는 식으로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p.17을 보면 그렇다. '마음 속의 근원적인 세계에까지 도달해 버리는 아이들은 두 부류인데 하나는 감수성이 매우 풍부한 아이와 또 하나는 자기방어 selfdefense가 매우 약한 아이다....'

아무튼. 이 책에 따르면 전사춘기가 중요한 이유는 '성 발달이 시작되는 사춘기 이전이기' 때문이란다. 성이 발달하고 아이를 낳고 사회성원으로 일해야 하기에 사춘기는 혼돈과 불안의 시기이지만 전사춘기는 그 시기를 지나기 전단계이므로 지극히 순수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여기서 필자는 '투철한 냉철함으로 가득차 있다'라는 말을 썼는데, 참으로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내가 늦되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중학교, 고등학교 때의 나는 순수, 순결에 대한 강박관념이 지나치게 강했던 것 같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에서 그려진 사랑이, 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사랑의 방식이었던 것만 봐도 그렇다. 당시의 일기장을 들춰보아도 그런 생각이 든다. 소재와 주제 같은 것이 한정되어 있어 유치하긴 하지만 그 글을 쓸 때의 폭발적이고 강렬한 감정이란 건 그 이후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때 내가 세상을 대하는 감성만 말하자면 셰익스피어도, 김수영 시인도 쫓아오지 못할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내가 좀 뻔뻔한가?)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정신분석자의 눈으로 다시 한번 '해리포터'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는 것 역시 즐거운 일이었다. 사실 후자는, 이 책을 덮자마자 비디오가게에 가서 빌려본 것이었다. 직접 내가 영화를 보고 나자 첫장면, 뒷좌석에서 흐리멍텅한 눈으로 누워있는 치히로를 `요즘 아이들의 보편적인 모습`으로 해석한 것이 좀 과한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즘 애들, 옛날 애들 이렇게 가르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다.- 두배로 즐겁게 영화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밑줄 치고 싶은 구절도 많았지만 오늘 나의 독후감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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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너무 무거웠어요 문지아이들 45
아르노 그림, 뤼카 글, 최윤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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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제목과 서평을 보고 많이 기대하며 책을 펴들었습니다. 그런데 늙은 개 책방님의 말씀대로, 그런 시련과 성숙을 겪었음에도 마지막 결말에서 처음과 다름없이 예전의 (성)역할로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을 보고 실망했습니다. 불평등한 가정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소녀의 현실일 수 밖에 없더라도 실낱같으나마 희망의 가닥을 보여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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