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출판사에서 펴낸 비슷한 주제의식의 두 책을 한꺼번에 보는 재미? 또는 보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던 글읽기였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메디컬 스캔들]을 먼저 만나고 [질병 판매학]을 나중에 본 것은 나에겐 어쩌면 행운이었다. 지난해 나왔다고 덜컥 [질병판매학]을 먼저 손에 들었다면 나는 아직 [메디컬 스캔들]을 읽고 있으리라. [질병 판매학]을 읽으며 끊어오르던 분노와 허탈함을 어찌 삭혀가며 다음 책을 쉬 손에 들 수 있었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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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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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나랑 같은 나이의 독일 의사가 직접 전해주는 병원과 의사, 간호사 그리고 짐짝 같은 취급을 받는 환자의 현실은 꽤나 충격적인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나 제 3세계 국가도 아닌 선진국이라는 독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라니…. 사람들은 그만큼 개인의 이익과 편리함을 쫓아 나태해지고 무관심해지고 급기야는 야비해지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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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사례들의 축약판을 우리는 지난 겨울 [뉴하트]라는 TV드라마로 만난 적이 있다. 드라마를 보며 꽤나 많은 이들이 주인공인 최강국 흉부외과 과장과 젊은 의사 이은성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과 비슷한 경우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반대의 행동, 즉 환자를 내 가족처럼 애정으로 대하고 바라보는 그 따스한 눈길 때문이었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도 이 책 속의 스캔들처럼 녹녹치 않기에 더욱 더 드라마 속의 인물들에 열광하였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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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길들이고 불편해하고 단지 이익의 도구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많은 의료인들이 존재하는 한 이 책의 사례들은 국경과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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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인 처치가 아니라 애정 어린 보살핌이 진정한 '치료법' (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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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실이다. 결국 '할머니 손이 약손' 이라는 우리 전래의 이야기가 다 이런 애정과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책을 읽는 내내 아프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잠들기 전에는 이 책을 읽지 마십시오'(15) 라고 지은이가 일러주는 '주의사항' 처럼 절대 잠자기 전에는 읽지말아야 할 책이다. 흥분과 두려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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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병 판매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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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은 너무 간단하여 단 몇 줄로 요약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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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약을 만드는 것입니다. 리글리 사의 껌처럼 보통의 건강한 사람에게도 우리 회사의 약을 파는 것, 그것이 나의 오랜 꿈입니다." ('핸리 개스덴'-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사의 CEO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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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의 꿈은 '3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11)' 여기가 이 책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우리가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10가지 무시무시한 질병들이 어떤 조작을 거쳐 우리 곁에 질병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얼마만한 약을 예전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다. 우선 이 책의 지은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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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판매 전략들 중 하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가벼운 증상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며, 자연적인 노화과정도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만드는 것이다.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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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들의 병에 대한 두려움을 상품으로 마케팅하여 질병과 관련한 약들을 팔아먹고 있는 것이다. 나쁜 녀석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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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첫번째 이야기인 심장마비와 돌연사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고콜레스테롤"에서 '높은 콜레스테롤은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는 많은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하지만 심장병 환자가 아닌 건강한 대다수의 사람이 심장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기보다 더 효과적이면서도 비용이 적게 들고, 보다 안전한 방법을 써야 한다. 식사 습관을 개선하고 운동량을 늘리고 금연하는 것인데 이는 가장 확실한 그리고 가장 잘 알려진 방법들이다.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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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예가 길어졌지만 이런 식이다. 결국 그닥 문제 될 것이 없는 기준을 낮추어 정상인을 병자 또는 환자 가능인/대기인으로 바꾸어 약물시장/약물중독으로,병원으로 이끌어내는 역할 들을 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제약회사와 그들과 결탁한 의사, 공무원들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이다. 웃을 수도 없는 진짜 공포스런 드라마가 작성되고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 증거물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우리는 아래의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 내용을 100%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식품안전과 관련하여서라면 꽤나 믿고 있던 미식품의약국과 관련된 이야기는 결국 의료계 전반도 제약회사의 자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원칙이 관철되는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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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품의약국 업무 중 50퍼센트 이상이 바로 심사 대상 약물을 제조하는 제약 회사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이루어진다. (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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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디에서, 누구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허탈하고 또 허탈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가지 질병 - '고콜레스테롤, 고혈압, 골다공증, 과민성 대장 증후군, 월경 전 불쾌장애, 폐경, 사회불안장애, 주의력결핍장애, 여성 성기는 장애' - 중 30대 이상이라면 많은 이들이 한두가지는 해당한다고 느낄 터인데 그 까닭도 여기에 펼쳐진다. 아마 이런 경우에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을 써야 할 것이다. 아는만큼 더 괴롭고 불안에 떨 것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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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지은이의 말처럼 무엇을 해야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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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도전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질병을 매개로 한 약물판매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의 첫걸음이다. (2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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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없이, 질병없이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꿈을 우리가, 이제부터라도 꾸면 그 꿈은 길이 될 것이고 "질병(을 통한 약물) 판매"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앨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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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포함한 의료계 전반 / 제약업계 / 환자와 가족', 이 삼발이에서 두 곳이 썩어 있다는 가슴 아픈 현실을 두 책에서 만난다. 다행인 것은 그 현실을 돌파하고자 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고 '환자와 가족'도 마냥 천덕꾸러기일 수는 없다는 자각이다.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아주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꿈은 꾸어야 하고 길은 만들며 나가야 하는 법, 이 책의 지은이들과 함께 가는 길에 우리나라에도 많은 이들이 나서기를 기대하여본다. 하필이면, 더욱 더 이 '광우병 정국'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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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6. 21. 꺼지지 않는 '촛불'로 밤을 밝히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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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