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Fun 과학 - 소름 끼치게 재밌는 공포에 대한 과학 상식 46 FUN FUN 과학 1
김모락 글, 류수형 그림, 현종오 감수 / 대교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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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Ⅰ.

 1978년, 초등학교 6학년 때, 동네 3류 영화관에서 동시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친구녀석이랑 같이 갔다. 초등학생이지만 성숙한 외모로 인하여 당연히 입장은 가능하였고...  지금 생각해보면 유명한 [월하의 공동묘지(1967)]의 아류 영화쯤 되었을 것이다. 무덤 속/사이를 휙휙 날아다니던 귀신들...녀석과 나는 그 당시에 "괴기전"같은 공포 전시회에도 발벗고 찾아다니며 놀정도로 담이 세다고 자부하였기에 아무런 두려움 없이 영화를 보았다. 아마도 영화관은 서늘한 가을을 훨씬 넘긴 철이었고 공포영화를 전혀 공포스럽지 않게 우리는 즐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영화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무성영화처럼 소리가 재생되지 않는데 장면은 휙-휙 바뀌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나는 공포에 젖기 시작하였다. 음향효과가 없으니 오히려 귀신이 등장하는 것을 예측할 수가 없었고 갑자기 화면 앞으로 등장하는 머리풀어헤친 귀신을 보며 귀신에 대한 공포를 한껏 느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배경은 공동묘지였다.

 

 


               - [월하의 공동묘지]에서

 
Ⅱ.
 1984년,여름 고3시절 친구녀석 몇몇이 학교에서 밤을 세우며 공부한답시고 껄렁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공부가 하기 싫어진 우리들은 좀 시끄럽게 놀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무지막지한 경비-수위아저씨에 의하여 학교에서 밤늦게 쫒겨나게 되었다. 젊음에게 그런 일은 오히려 즐거움이었다. 우리는 학교 뒷산을 오르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도착한 곳은 학교 뒷 산에 있는 공동묘지 입구…무더운 여름날, 산바람은 시원하고 우리는 앉아서 노닥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어디서 이리 떠드나, 와 이리 시끄럽노...라는 호통에 잠시 우리는 놀라 자빠졌었다.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니 밤늦게 술을 드신 형님-20대 초반- 한 분이 예비군 훈련용으로 파놓은 호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도 우리도 놀랬던 기억이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대단한 형님이었다.
 
Ⅲ.
 아빠를 닮아 공포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12살 딸아이에게는 [FunFun 과학-공포]이야기는 좀 시시했나 보다. 책을 보자마자 덤벼들더니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다 보고는 별루야~라고 얘기한다. 그 책을 슬그머니 들고 내가 바라보니 이 책에서 공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공포와 관련한 갖가지 궁금증을 차근차근,재미있게 풀어주는 이야기들로 그득하므로, 우리가 설명해주는 이야기에서 공포를 느낄 수느 없는 것이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공포에 관한 깜짝 호기심'은 세세한 공포 관련 항목들을 설명해주고 있고 각 장마다 연결되는 "오싹오싹 공포 사이언스"는 좀 더 깊게 과학적인 설명을 더하여 전해준다. 가령 어떤 놀라운 사물을 보았을 때 우리가 순간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1차 공포와 그 사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생하는 2차 공포 이야기처럼 처음 만나는 신기한 이야기들도 있다. 그래서 공포에 관한 책이지만 무섭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학습서적이되는 것이다.
 
Ⅳ.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일찌감치 2차 공포에 대한 면역성을 키워왔던 것 같다. 귀신이 등장하는 순간만 잠시 놀랄뿐, 영화 속,드라마 속,혹은 책 속의 귀신이 나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던 것이다. 하여 지금도 공포영화를 보면서도 무섭다거나하는 생각은 거의 없다. 다만 갑자기 등장하여 사람을 놀래키는 그런부분에서 깜짝 놀랄 뿐이다. 갈수록 잔인해져가는 좀비형 공포영화는 공포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 미스터리가 받쳐주는 영화가 오히려 더욱 공포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이랑 함께 만난 책 한 권을 보며 어릴 적 조숙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아무 것도 몰라서 오히려 무서움을 모르던 그 시절, 문득 그리워진다. 보고싶다, 친구야 ~~ 
 
 
2008. 7. 27.  어릴 적 우정은 영원함을 믿는 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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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꽃 쉽게 찾기 Outdoor Books 11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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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Ⅰ.
 부산, 우리나라 제 2의 큰도시에서 자라났슴을 기뻐해야하나,  어떻게 산자락 근처에서 늘 어슬렁거렸슴에도 제대로 된 꽃이름 하나 기억하지 못할까? 태생적인 무관심? 꽃이 당최 무엇이건데 내가 그 이름을 익히고 말고 할 것이라 생각하였던 것일까? 아무튼 나이 들어 바라보는 꽃들은 그 눈부심만큼이나 나를 부끄럽게 한다. 태어나기는 강원도 태백에서 태어났지만 거기서 자랐다 한들 난 지금처럼 꽃이름 구별도 제대로 못하였으리라. 타고난 게으름이리라. 먹을 수 없고 친할 수 없다 생각하면 이름도 알려하지 않는 이 게으름...하지만 최근에야 알게된 바지만 꽃은 대부분 먹을 수 있고 곁에두고 친해질 수 있다. 젠장, '나이'란 놈이 결국 꽃앞에 나를 무릎꿇게 만드나 보다. 불혹,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꽃앞에서 흔들린다. 그리고 꽃을 알아간다.
 
Ⅱ.
 먼저 책에 대하여 이야기 해야할 것이다. 진선출판사의 "스케치 쉽게하기" 시리즈는 집에서 딸과 나의 다툼속에 채색이 더하여 지고 있는 베스트셀러인데 오늘 만난 이 책은 출판사의 명성과 책 이름에 딱 맞는 충실한 책이다. 먼저 겉표지부터 보면 판매를 위하여 더해놓은 홍보용 종이표지를 벗겨내면 오랬동안 들고다녀도 때도 잘 타지 않을 질긴 비닐 표지로 제본을 해놓았다. 들고 밖으로 나가라는 이야기. 딱이다. 각 꽃들 마다 기초적인 설명과 원색의 사진이 더해져 있어 누구라도 찾아보기가 쉽게 되어 있다. 그리고 꽃을 사진으로 찾다 지칠 때를 위하여 책 끝에 붙어 있는 "찾아보기", 들에 산에 가서 보는데 이름이 없을까봐 더하여 놓은 "여름에 볼 수 있는 봄,가을꽃"까지... 꼼꼼한 편집과 구성에 감탄한다. 그리고 별책으로 나와 있는 주요 여름꽃의 브로마이드는 금상첨화이다. 자, 이래도 꽃 알아가는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도전하는 듯한 책, 흠잡을 데가 없다.
 
Ⅲ.
  개망초, 산에 들에 이맘때부터 초가을까지 지천으로 널려있는 이 풀을 난 단순히 '들국화'의 일종으로 알고 좋아했었다. 그 정확한 이름이 '개망초'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부끄럽다. 뭐, 그래도 '국화'과는 국화과니까… 아이에게 보여주니 꽃은 알아도 이름은 역시 모르겠단다. 김해도 시골이지만 이제 아이들도 꽃들과는 친해질 시간들이 없나보다.

 

 



 

 
 책을 보자마자 주말에 달려나가 아이 손을 잡고 산과 들을 거닐며 꽃이름들을 알아보자고 속으로 다짐하였지만, 꿈은 역시 희망사항일뿐..내가 태어나고 아이가 태어난 이 여름, 남들은 다 휴가로 떠들썩할 여름이 내가 일하는 직장에서는 연중 가장 바쁜 날들이다. 결국 7월부터 시작된 근무는 하루의 휴무도 없이 계속되고 있고 아이의 여름방학이 끝날 때 쯤인 8월 마지막 주 쯤에나 함께 나들이를 갈 수 있을 듯하다. 
 
 그 때도 여름은 여름이니 엄마 무덤가 가는 길에 피어있는 개망초와 나머지 꽃들의 이름도 알아가며 거닐 수 있으리라.  책을 통하여 겨우 구분하게된 '술패랭이',' 기린초'도 반갑게 만나보며~~
 
 
2008. 7. 26.  게으르다, 게으르다 하면서도 지쳐 잠드는 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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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탄생 - 현상과 실재, 인식과 진리, 인간과 자연에 던지는 첫 질문과 첫 깨달음의 현장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지음, 이재영 옮김 / 알마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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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Ⅰ.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때 초등학교 친구, 다른말로 죽마고우인 녀석이 어느날 밤 전화가 왔다. 참고로 미리 얘기하자면 녀석은 중산층에 확실히 자리잡은 한나라당의 심정적? 지지자이다. 나는 그 반대편에서도 한참을 멀리 떨어져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넘이고...... 미리 말해두지만 이 글은 녀석과 나의 다툼을 부각시켜 우리의 차이를 도드라지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그날 한 시간 가량 나누었던 대화에서, 결론도 없이 끝나버린 대화에서 무엇이 우리를 이처럼 다른 생각으로 이끌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다는 이야기이다.
 
 먼저 전화를 걸어온 녀석은 내게 촛불집회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느물거렸고 나는 특유의 - 녀석이 기대하는대로- 목청으로 핏대를 올려가며 녀석을 탄핵했다. 영국 유학시절, 아무 탈없이 소고기를 맛있게 잘 먹었다며, 준다면 언제든지 먹을 용의가 있다고 실증적인 경험을 토대로 밀어부치는 녀석에게 내가 해주는 말들은 그냥 한 갓 구호일 뿐이었다. 미국산 소고기 전면개방과 관련한 정치권의 정신상태,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 정책입안자들의 문제점들에 대하여는 일정부분 의식의 공유가 있었지만 그 결과물인 대응방향에서 녀석과 나는 한껏 멀어져 있었다.
 
 심야에 계속된 1시간 가량의 통화- 녀석은 서울에, 나는 김해에 있으므로 - 끝에 우리는 언제나처럼 웃으며 전화를 접었다. 이제, 똑같은 이야기 고만하라는 제수씨의 목소리도 언뜻 들어가며…. 그날 밤 나는 드디어 '생각'이란걸 하기 시작하였다. 예전에는 관습적으로 그냥 사는게 달라서 그렇지 지나 내나 고만고만한 놈들이지 뭐, 큰 차이가 있겠나하며 넘기던 문제들이 그날따라 길었던 통화의 후유증인지 내게 질문을 던져왔다. 과연 우리 둘 사이에 존재하는 이 생각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었고 우리는 그 차이를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인가? 스스로 '생각'을 시작한다는 것, 그것이 내게 있어서는 [철학의 탄생]이었다.
 
Ⅱ.
 기원전 7세기경 일어난 그리스인들의 통찰로 철학이란 합리적 사유가 시작되었다고 이야기된다. '세계의 시초와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26)들이 쏟아져 나오고 '신들도 세계의 자연적인 질서의 일부'(35)임을 깨닫는 순간, 철학의 지평이 열린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10여명의 그리스 고대철학자들의 이야기는 단편적이나마 다른 철학개론서를 통하여 만나오던 바라 완전히 새롭거나 놀라운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 고대 철학이라하여 이제는 무용한 것인가, 그들은 틀렸으므로 이제는 필요치 않은것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을, 철학사를 바라보는 눈을 다시 뜨게 해주었다.
 
 틀린 이론도 맞는 이론과 똑같이 위대한 업적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진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지금도 인정받고 있는 별로 흥미롭지 못한 다른 이론들보다 오히려 틀린 이론들이 훨씬 더 큰 공헌을 했던 경우도 많다. (칼 포퍼) (67)
 
 '밀레투스 학파','엘레아 학파' 등등으로 구분 되는 그리스 철학 계보도속 인물들의 사상을 핵심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난해한 철학을 조금 더 쉽게 풀어서 만날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그림이나 사진등이 더하여졌다면....  일종의 요약부분인 1,2장에 해당하는 그리스 철학에 대한 개괄부분은 핵심만 추려져 좋았으나 개인별 사항들은 내가 좀 더 공부하고 관심을 가진뒤 덤벼들어야할 것처럼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면 쉬운 책읽기에 너무 길들여진 탓이리라.
 
 자연과학의 성과물들을 토대로 하여 자라온 철학에 대한 공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라는 철학의 출발점을 잊지 않고 나아간다면 좀 더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Ⅲ.
 그 날 이후 바쁜 일정으로 녀석과는 통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가까이 있었다면 술도 한 잔 하며 멱살잡이도,어깨동무도 하며 더 가까운 이야기들을 나누었을테고 우리의 '생각의 차이'도 많이 좁혀졌으리라. 
 
 그래도 나는 큰 걱정없이 녀석을 바라본다. 우리의 출발은 어릴 적 함께 도랑치고 가재잡던 그 때였기에 언젠가는 비슷한 방향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보고싶다, 친구야~
 
2008. 7. 26.  모자란다, 부족하다, 스스로를 탄핵하는 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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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Ⅰ.
  600여쪽에 이르는 두툼함에 비하여 손에 들린 무게는 마춤하다. 한 손에 들고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깔끔한 편집이 맘에 드는 책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손에 든 정통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팩션물이 아니라 구성 자체에서 독자에게 싸움을 거는 정통 중편 소설들이라니 입맛이 땅긴다. 추리소설의 황금기에 완성되었다는 다섯 작품중 오늘은 우선 한 작품에 도전하여 만나보기로 한다. 이 여름밤을 차근차근 이야기 속 사건과 인물들과 함께 보내며 무더위도 잊어보련다. 필기구를 꺼내고 노트를 펼치고 주요 등장인물들을 메모하면서 작가가 뿌려놓은 함정들을 피하여 먼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리라 다짐하면서......
 
Ⅱ.
  앨러리 퀸의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125편'에 선정되기도 하였다는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의 중편소설 "안개 속에서"는 '런던 안개가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한 가운데 어느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그려낸 수작이다' (290)
 
 그리고 이 평가는 그대로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구성이다. 한 클럽에 앉아 있는 5명의 사람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통하여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데 4명은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고 한 명은 주로 듣기만 한다. '흑진주,변호사,공무관,여왕의 집사' 메모를 하여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쫓아간다. 그리고 나만의 추리를 내세워 아하, 사건은 이렇게 전개되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다른 이야기 속으로 딸려들어간다. 신문기사에 등장한 진실과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가 무럭무럭 오해와 진실사이를 떠돌고 그 속에서 나는 어떤 화자의 이야기를 믿어야할 지 헷갈리기 시작할 때쯤 이야기의 반전이 시작된다.
 
 네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한 사람의 시간- 정확히 말하면 하원의원인 앤드류경의 의회연설을 저지하기 위한 일종의 '천일야화'였음을 알게 된 순간 이야기를 따라 허겁지겁 쫓아오던 나는 지쳐 주저 앉는다. 그리고 네 사람이 남작을 바라보며 승리의 축배를 드는 순간 또 다시 시작되는 반전… 오랜만에 만나서 제대로 뒤통수를 때리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뿔사, 그럼 그렇지, 쉽게 마무리될리가 없지…좀 더 생각하고 좀 더 상상하지 않으면 범인을 따라잡기란 역시 만만찮은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여느 경찰관과 다른 그만의 강점은 바로 상상력에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범인이라 상상하고 동일한 정황에서 그 자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상상하고 그러한 방식으로 범인 대부분을 잡는다고 상상하는 사람입니다. (361)
 
Ⅲ.
 손에 들면 물리지 않고 달려나갈 수 있는 것이 정통 추리 소설의 장점이다. 비도 내리지 않는 올해, 김해의 여름밤은 미스터리와 함께 지새워야겠다. 책을 읽으며 뒤척이는 사이 더위도 밤도 쪼금은 멀리 달아나리라.
 
 
2008. 7. 26.  저녁, 상상력의 넘쳐남을 위하여 읽고 또 읽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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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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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어느날 이후 미친 듯이 읽어대는 시간들이 어느덧 7개월을 넘어선다. 그런데 이 책처럼 이상한 책읽기는 처음이다. 흥미가 없는 것이 아님에도 읽다보면 감기는 눈,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책읽기라니….  "미국 현지에서 감히 <성서>에 비견되었던 소설!"이라니..어찌 만나보지 않으랴. 그래서 작심하고 읽기 시작하였는데… 몸이 피곤한 날들을 요즘 보내서일까? 무려 일주일 가량의 밤 시간을 보내고서야 330쪽에 이르는 책읽기를 마쳤다.
 
 그리고 책을 놓은 지금도 내 머리속에는 이게 아닌데, 뭔가 더 이야기가 이어져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계속 맴돈다. 인터넷 서점들의 서평에는 온통 찬사들이 넘쳐나지만 나는 그 찬사들을 올곧게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책을 보았나보다. 
 
 그는 회색 빛 속으로 걸어나가 우뚝 서서 순간적으로 세상의 절대적 진실을 보았다. 유언없는 지구의 차갑고 무자비한 회전. 사정없는 어둠, 눈먼 개들처럼 달려가는 태양.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시커먼 우주. 그리고 쫓겨다니며 몸을 숨긴 여우들처럼 어딘가에서 떨고 있는 두 짐승. 빌려온 시간과 빌려온 세계 그리고 그것을 애달파하는 빌려온 눈(目).  (149)
 
 책을 읽는 내내 몸도 마음도 아릿하게 아파오던 것이 이러한 '세상의 절대적 진실'을 날것으로 대하는데 따른 불편함 때문이었을까? 읽다 보면 쓰러지던 시간들. 결국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미래는 지은이의 얘기처럼 온통 어둠과 절망 뿐일 것인가. '빌려온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니…. 참혹하고 참담한 설정이다.
 
 하지만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신도 살 수가 없'(196)는 것처럼 모두가 떠나버린 세상 끝에도 누군가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들은 그들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아빠를 잃은 아이가 다른 남자를 만나 끊어질 듯 하던 희망을 이어가듯이 삶이란 그런 것이다. 버팅기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인 것이다. 지은이는 그 삶에 희망의 한 표를 던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이 권총으로 자살을 하거나 누군가에 의하여 죽임을 당함으로써 암울하던 세상의 종지부가 오리라 예상되었지만 역시 미국은 미국, 주인공인 소년이 죽을 수는 없는 법, 그 희망마저 버리면 우리가 살아갈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으리라.
 

 책을 읽기시작하며 [혹성탈출(1968)]이라는 옛날 영화가 떠올랐다. "주말의 명화"로도 자주 만난 SF영화인데, 핵심 줄거리는 이러하다. 2000여년이 지난 뒤 혹성에 불시착하여 원숭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노예로 살아가는 인간들을 만나고, 탈출하는 우주비행사들의 탈출기, 도주하는 끝장면에서 만난 혹성의 진실…  암울한 미래, 모든 것이 거의 끝나버린 시간들을 읽으며 계속 [혹성탈출]의 암울함과 서글픔이 가슴을 짓눌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과 절망, 죽음보다 깊은 잠 등이 책읽기의 시간을 길고 어렵게 하였으리라. 그래도 주인공 '남자'의 길고 어려운 삶은 막을 내리지만 '소년'을 통하여 우리네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므로 오늘도 편안한 잠자리에 우리는 들 수 있으리라. 

 

 

 



 
 
 먹는 것은 별 문제 없었지만 해변은 아직도 멀었다. 남자는 자신이 아무런 근거 없이 희망을 걸고 있음을 알았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더 어두워지고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곳은 더 밝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242)
 
 
2008. 7. 26.  밤, 어렵고 힘들어도 꿈으로 버팅기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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