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0
우치야마 도시히코 지음, 석하고전연구회 옮김 / 돌베개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Ⅰ.
 오늘은 4월 6일, 딱 스무 해가 흐른 날이다. 1993년 4월 6일 밤, 시대에 취해,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마님께서 나를 간택하신 날이다. 그 이후 우리 삶은 하나가 되어 만 스무 해를 넘겼다. 산다는 거, 계획대로 되는 것도 뜻대로 다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님을 그 만남에서 나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여러 가지 의미로…. 후
 물론 그날의 감흥처럼 마님은 날 살가워하지 않지만, 따님도 쑥쑥 튼튼히 자라고 있고 가정은 아직은 건강한 듯 보인다. 곁에 있는 아내의 가슴 속에 어떤 고민이 쌓여 있는지, 어떤 생각으로 지난 스무 해가 아닌 앞으로의 서른(?) 해를 살아갈 것인지 알지 못하여도 우리는 살, 아, 간, 다.   오늘처럼 잘 살아갈 것이다.
Ⅱ.

 감히, "순자"를 알겠다고 덤벼들었다. 단 한 줄, '순자의 성악설'로만 기억되는 그 순자라는 중국의 전국시대의 사상가를 알아서 뭘 하겠다고, 알면 얼마나 알 수 있을 것인지 한계가 빤히 보이는 걸 알면서도 '무언가!' 더 배우고 싶어, 배워서 익히고 싶어 도전한 책이었다. 그리고 거의 한 달…. 들고 함께 보낸 시간은 많았지만 난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지도 맛보지도 못하였다. 

 

 

          - 흔들리는 KTX에서도 '生'하게 살아..... (3.15)

 대강+철저히 한 번 읽고 넘겨버리기에 이 책은 전혀 수월하지 않았고 현실은 찾아온 봄 속에서 바빠지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마무리하리라 뒤척인 밤이 몇 번이던가. 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보낸 그 시간을 이제 끊으려 한다. '고전 공부는 고전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신영복, 추천의 말)(6) 함을 알기에 무엇을 배웠는지를 어떻게라도 정리해보려 하지만…. 
  지속하는 전쟁 속에 인민 대중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많은 사상가가 명멸했고 순자도 그 중 주요한 한 사람이었음을, 그리고 한 시대사상 흐름의 '집약자'(325) 이자 '종결자'(327)였음을…. 그가 보여주었던 당시로써는 꽤 '합리주의적 자연관'(107), '선함은 작위(僞)의 결과'(131)라는 말도 봉건제가 해체되어가는 시대상이 반영되고 있는 부분임을… 배우고 또 익힐 뿐.
Ⅲ.
 한 주간에 한 권의 책을 읽자고 목표로 삼았지만 한 달에 한 권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만의 독법을 찾아 헤매는 길이 쓸쓸하지만은 않다. 조금씩 나아지는 제 모습에 더하여 같은 책을 읽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 않던가? 이렇게 늘어가는 배움의 모습에서 새로운 관점은 생겨나고 있을 터이다. 좀 더 힘을 내어 다가가 본다,
 현대를 살고 현대의 문제를 떠안은 인간으로서 과거의 한 사상가를 어떻게 느끼느냐가 바로 출발점입니다. ~ 그 지점에서 시작한 고찰을 축적하여 어느 사상가의 상을 그려내고 자신이 상대하는 사상가를 제 나름대로 역사화하는 것, 그것을 통해 자기식으로 역사를 고찰하고 역사에 대한 자기 나름의 관점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그런 문제들을 제쳐 두고선 고전 사상의 현대화 같은 작업은 있을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28)
 아마 원저(原著) [순자]를 통독조차 하지 않고 바로 이 책에 접근해서인지 세세하고 성실한 설명에도 전체상이 머릿속에 확연히 그려지지 않았다. 이 역시 내가 아직 '순자'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탓이리라. 이 시대 어디 명확한 것이 있으랴만 이처럼 흐릿하기는 오랜만(?)이다. 약간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겨우 '출발점'에 선 주제에 뭘 더 바라겠는가? 그저 나는, 우리는 배워야 하는 후학(後學)일지니….
 학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푸른 물감은 쪽물에서 얻지만 쪽풀보다 더 파랗고, 얼음은 물로 이루어졌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 (277) - (「권학」 74~75)
2013. 4. 6. 새벽, 책에도 아내에게도 부끄럽지만 
            다시 시작하는 스물 한 해, 첫날입니다. ^^;
들풀처럼
*2013-01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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