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6학년 2반
석혜원 지음, 한상언 그림 / 다섯수레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CEO를 꿈꾸는 어린이 경제동화"라는 부제에 딱 맞는,정말 꼼꼼하게 잘 설명한 어린이용 경제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이 책, [주식회사 6학년 2반]을 올 3월이면 6학년이 되는 딸아이의 학급에 몇 권 기증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만큼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아빠인 내가 읽어도 무리없는 설정과 재미난 전개, 그리고 차근차근 등장하며 넓혀가는 경제 용어들. 6학년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딱 마춤한 책을 찾았구나라는 느낌에 많이 기뻐하였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으니 "CEO를 꿈꾸는~"에서 드러나듯이 "CEO"만을 꿈꾸어야 하는 것인지, CEO가 아니라 평범한 직원이면 안되는건지, 안된다면 왜 안되는건지, 갑자기 묻고 싶어졌다.
 
 주인공인 진우의 꿈이 CEO인 것이 나쁘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이자 핵심 인물인 준영이와 친구들, 보람규식구슬이 그리고 6학년 2반 아이들 모두의 꿈과 열정이 배어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아니던가? 그런데 왜 제목은 "CEO"가 포인트로 들어갔을까? 지은이의 머리말에서도 시작부터 끝까지 오로지 진우의 꿈, CEO가 되는 것의 중요성,보람, 돈을 아주 많이 벌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자,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그럼 돈을 많이 못벌어도 행복한 CEO는 이 땅에 없는 것인가? 먹고 살만큼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뜻을 펼쳐나가는 회사와 그런 임직원은 없는걸까? CEO와 평직원의 임금격차가 수 천배가 아니라 수 십배 정도로 유지되면서도 잘 굴러가는 그런 회사는 과연 없는걸까? 아니, 있으리라. 혹 없다 하여도 꿈을 꾸면 안되는가? 그런 꿈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안되는걸까?
 
 말이 심하게 비약한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렇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예전 고교생 때, 이름도 가물가물한 어느 선생님의 말씀처럼, '공부는 반에서 10등안에 드는 녀석들만 더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자기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준비하라'던 그런 선생님의 말씀처럼, CEO가 아니라 직장인, 직장인이 아니라 경비원 - 경비원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절대 아니다.- 이면 또 어떤가? 가족의 생계가 유지되면서 자신이 꿈꾸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사는 것이 나쁜일은 아니지 않은가?
 
 실제 오래전 신문에서 보았던 - 지금은 없어진 - 은행 야간 당직 경비원 한 분의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오랫동안 야간당직 경비근무를 하시면서 그 분은 밤에 틈만나면 그냥 주무시는게 아니라 틈틈이 역사 공부를 하셔서 재야사학자로 학계에서도 알아줄만큼 공부를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마음에 그 분이 무척 부러웠다. 물론 그 분도 부족한 생활이 없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취미? 혹은 꿈을 조금씩 이뤄가는 모습이 너무도 감명깊었고 그러하기에 오래전 신문에 등장할 정도로 기사화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런 모두의 노력에 대한 중요성들이 잘 설명되고 있다.외상 거래로 다투었다 화해하는 과정에서 깨닫는 신용의 중요성 및 이를 지적해낸 보람이의 역할(78)같은, 사례를 적용하여 설명하는 부분 또는 한 이야기의 진행이 끝날때마다 등장하는 심화학습인 "톡톡, 경제상식" 그리고 마지막의 "어려운 낱말 풀이"(232)까지, 이 책 한 권이면 주식회사와 관련한 가장 기초적인 활동과 용어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지은이에게는 이처럼 멋진 이야기를 갈무리 하여놓고도 소제목이나 머리말에서 "CEO"를 강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었으리라. 아이들의 어버이들이 이 책을 많이 보게하려면, 혹은 지금의 시대가 잘 나가는 "CEO" 한 명이면 수 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시대이니 아이들에게도 CEO라는 원대한 꿈을 꾸게 하고팠으리라.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어린이 경제동화'에서조차 CEO의 위대성만 강조된다면 그렇지 않은,그러지 못할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하라고 할 수 있을까? 너도 나도 그 CEO를 하겠다고 덤빈다면 이 책의 친구들이 나눠졌던 짐들은 누가 질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하여간 좋은 책, 잘 읽고도 괜히 심통을 부려보았다. 혹 그럴가능성은 없겠지만 개정판이 나온다면 소제목과 머리말을 조금만 고쳐주시면 좋겠다. 그러면 100점짜리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은 '좋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던 책'이 아니라 앞서 말한 부분들이 '아쉽지만 내용은 거의 완벽한 책'이었음을 밝혀둔다.
 
 

2009.2.16.깊은밤, '한때는 별이었다가 이제는 별을 빛나게 하는 

           어둠'이 되어버린 이경규 아저씨가 문득 생각나는 ~

               (MBC TV "명랑토론회"- 2.14.밤 방영분 에서)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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