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 Love - 섹스와 음식, 여자와 남자를 만나다
요코모리 리카 지음, 나지윤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한 남자와 다섯여자의 사랑,아니 정확히 말하면 섹스 이야기? 더 정확히 얘기하면 두 남자와 다섯여자의 성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 근데 장편소설이 아니라 '소설집'이라고 하니 '연작소설'로 보아야하나보다.
 
 기실 알고보면 그다지 인기도 없는 중년의 카피라이터와 얽히고 설키는 여자가 무려 네 사람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연상이며 가장 잘나가는 요리연구가의 사실상 주말부부인 남편의 젊은 애인 한 사람, 이렇게 등장인물은 모두 일곱이 된다. 물론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람은 각자 사는 최고 잘나가는 남편을 뺀 여섯 사람이지만….
 
 그런데 화자로 등장도 하지 않는 그 잘나가는 남편의 이야기가 이 책의 주제란다. 한 번 들어나 보자.
 
 인간은 먹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이야. 그래서 맛없는 것을 먹으면 안 돼. 늘 맛있는 것, 잘 갖춰진 것을 먹어야 해. 지나친 듯 해도 그것이 바로 좋은 인생을 만들어 가지. ~~ 온갖 희귀한 걸 먹어보고 싶은건 인간의 욕망이니까. 욕망은 끝이 없는 법이지. (186)
 
  그래, 이 사람아, 아, 그걸 모르나, 다들 알고는 있지, 그래서, 어쩌라고, 그리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라고, 맛있다는 걸 알지만 여차저차하여 형편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다행히도 이 책은 소설이기에 위와 같은 얼토당토 않은 질문에 대꾸도 없다. 다만 소설로 보여줄 뿐이다. 비싸고 맛난 음식을 먹고도 주인공 같은 싸구려 취향의 남자에 잘 못 손을 덴 중년의 요리연구가처럼 스스로를 반성하거나 그냥 사는 그대로 편의점 음식을 먹어가면서도 못난 주인공조차 포기하지 못하는 불쌍한 여자도 등장하는 것이다.
 
 결국 "니가 먹는 것이 바로 너"라는 명제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서 그대로 실현되는 듯 보인다. 마지막 이야기에 나오는 남편(파파)의 젊은 20세 애인이 언뜻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듯 하지만 그래봤자 남편(파파)의 비호속이다. 다들 그 우산 속에서 고만고만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읽히기는 쉽게 재미있게 읽히지만 읽고 나서는 씁쓰레한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은이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나이도 중년을 넘어서고 있고, 주인공처럼 형편없지는 않더라도 역시나 조금은 모자란 환경에 있는 나같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그래서요?"라고 자꾸 대들며 따져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하릴도 없이….
 
 
2008.10.16. 새벽, 그래도 잠은 자야겠다는~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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