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남자와 다섯여자의 사랑,아니 정확히 말하면 섹스 이야기? 더 정확히 얘기하면 두 남자와 다섯여자의 성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 근데 장편소설이 아니라 '소설집'이라고 하니 '연작소설'로 보아야하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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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실 알고보면 그다지 인기도 없는 중년의 카피라이터와 얽히고 설키는 여자가 무려 네 사람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연상이며 가장 잘나가는 요리연구가의 사실상 주말부부인 남편의 젊은 애인 한 사람, 이렇게 등장인물은 모두 일곱이 된다. 물론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람은 각자 사는 최고 잘나가는 남편을 뺀 여섯 사람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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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화자로 등장도 하지 않는 그 잘나가는 남편의 이야기가 이 책의 주제란다. 한 번 들어나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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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먹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이야. 그래서 맛없는 것을 먹으면 안 돼. 늘 맛있는 것, 잘 갖춰진 것을 먹어야 해. 지나친 듯 해도 그것이 바로 좋은 인생을 만들어 가지. ~~ 온갖 희귀한 걸 먹어보고 싶은건 인간의 욕망이니까. 욕망은 끝이 없는 법이지. (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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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이 사람아, 아, 그걸 모르나, 다들 알고는 있지, 그래서, 어쩌라고, 그리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라고, 맛있다는 걸 알지만 여차저차하여 형편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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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도 이 책은 소설이기에 위와 같은 얼토당토 않은 질문에 대꾸도 없다. 다만 소설로 보여줄 뿐이다. 비싸고 맛난 음식을 먹고도 주인공 같은 싸구려 취향의 남자에 잘 못 손을 덴 중년의 요리연구가처럼 스스로를 반성하거나 그냥 사는 그대로 편의점 음식을 먹어가면서도 못난 주인공조차 포기하지 못하는 불쌍한 여자도 등장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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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니가 먹는 것이 바로 너"라는 명제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서 그대로 실현되는 듯 보인다. 마지막 이야기에 나오는 남편(파파)의 젊은 20세 애인이 언뜻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듯 하지만 그래봤자 남편(파파)의 비호속이다. 다들 그 우산 속에서 고만고만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읽히기는 쉽게 재미있게 읽히지만 읽고 나서는 씁쓰레한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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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나는 지은이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나이도 중년을 넘어서고 있고, 주인공처럼 형편없지는 않더라도 역시나 조금은 모자란 환경에 있는 나같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그래서요?"라고 자꾸 대들며 따져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하릴도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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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0.16. 새벽, 그래도 잠은 자야겠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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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