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
| 생일이다. 태어나서 맞이하는 마흔 세 번째, 즉, 마흔 두 해째 삶의 첫 발을 내딛는 날이다. 아침에 모처럼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내가 차려놓은 소박하지만 정갈한 생일상을 아버지랑 함께 셋이서 맛있게 먹었다. 하나뿐인 딸아이는 300M 옆의 처가에 어제부터 가서 - 부산사는 또래 조카들이 와있다 -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낮, 베란다 청소를 쬐금하고 땀을 흘린 뒤 아버지는 아버지 방에서 아내는 안방에서 TV를 보며 쉬고 있고 나는 거실에서 졸며 깨며 책을 보고 있었다. 차분히 앉아 책을 읽고 있노라면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도, 원하는 만큼 돌아주는 저 선풍기의 바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이 하루도, '내 삶은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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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 |
| 도대체 행복이란게 무엇인지, 그것도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이 책은 친절하게 일러주지도 않을 뿐더러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행복과 불행의 양다리에 대하여 명확히 선을 그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행복의 속성임을.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내가 행복해지는만큼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또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하면서도 더 행복해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면,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냥 나 혼자,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모든 삶은 행복한 것일까? 이러한 쏟아지는 의문부호에 이 책은 참으로 친절하게도 같이 그 질문을 던지며 타당하지만 틀릴 수도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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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야기 (329)에도 행복지수란게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그 지수란게 비교가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지은이는 묻고 있는데 나도 그 의견에 찬성한다. 결국 이 책에 등장하는 행복과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와 낱말들 가운데에서 나의 관심을 끌며 마땅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유일한 말은 '비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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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예 비교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행복지수와 비교할 것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사회에서 느끼는 행복지수가 같을 수가 있겠는가? 지은이의 말처럼 '대학생'의 수와 '세탁기'의 수가 어찌 같은 레벨로 비교가 될 것인가? (330) 그럼에도 비교를 통하여 우리가 얻는 만족감, 행복은 유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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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창조의 계획에도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들어있지 않다. (지그문트프로이드)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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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인간의 행복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미셀 푸코)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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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고 예측할 수 없고 모두 만족할 수 없기에 우리는 더욱 더, 오히려 그 행복이라는 것을 찾아 발버둥 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돈,알코올,애증,기쁨, 공포,무료함,환멸,굴욕, 그리고 삶의 질까지 이 책에 언급되는 행복한 상태와 반대의 상태에 이르는 숱한 방법들과 이론들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아래의 말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행복에 정말 더 가까이 가는 길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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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꿀 수 없는 것에 순응하기보다 바이올린을 집는 것이 더 낫다. (알랭)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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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Ⅲ. |
| 행복은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한다고 해서 억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행복은 우리가 억지로 달성하고자 하는 만큼 멀어진다. 억지로 청할수록 달아나는 잠처럼 말이다. (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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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는 무엇일까? 행복이란 것이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우니 행복하려고 노력하지도 말고 불행하다고 괴로워하지도 말라는 '케세라 세라' 이야기인가? 설마, 그럴리가 있겠는가? 그럼 우리는 무엇을 듣고 보고 살아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답은 '비교'에 있다. 적당히 비교하고 적당히 만족한다면 우리는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비교는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겠지만 적당한 비교를 통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이 형편없는 삶이 아님을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랑 더불어 살아가는 많은 사랑하는 이들이 있음을 깨닫는다면 조금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물론 모자라는 부분은 채우려 또 노력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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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7. 6. 밤, 딸아이의 노래을 들으며 마무리하는 하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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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