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닫겠다고 예고하고서는 전보다 페이퍼를 더 자주 올리고 있다. 강의가 줄었다는 게 주된 원인이고(이달에는 전체 강의시간이 10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이틀 강의분이다), 그에 더하자면 '마감 떨이' 같은 것이다(장사로 치자면 수익이 없는 헛장사지만). 매일 최소한 다섯 개 이상의 페이퍼거리들이 생기는데(관심저자나 도서가 생기기에), 그걸 처리하는 것도 묵혀두는 것도 그간에 고생이었다. 마감 떨이처럼 한동안 떨어내면 이런 일과도 (작별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거리를 둘 수 있을지 모른다. 이십 년 동안 해오고도 미련을 두는 건 어리석은 일로도 보이고. 
















오늘의 페이퍼거리도 아직 여러 개가 남아있는데, 역시나 다 소화할 수는 없다. 시간상 하나만 적자면 '영국 르네상스 극문학선'의 하나로 토머스 키드의 <서반아 비극>(소명출판)이 나왔다. 책은 지난주에 주문해서 오늘 받았는데, 알고 보니 한 차례 나왔었다. <스페인의 비극>(학문사)이라고. 현재는 절판된 상태. 이제 보니 2006년에 '르네상스 고전드라마 총서'로 세권이 출간됐었다. 벤 존슨의 <볼포네>와 토마스 노턴의 <고보덕>까지.
















영국 르네상스의 대표 작가는 물론 셰익스피어이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몇 종의 전집을 포함해서 충분히 출간되었다(계속 나오고 있다). 나도 강의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만을 주로 읽는데, 거기서 조금 관심을 확장하면 동시대 극문학에 이르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동시대 작가로 크리스토퍼 말로나 벤 존슨까지 다룰 수 있는 것. 토머스 키드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햄릿>에 영향을 작품으로 알려진 1592년작 <서반아 비극>(왜 굳이 <스페인 비극> 대신에 <서반아 비극>을 제목으로 택했는지 의문이다)은 '복수극의 원조'라고도 평가되기에, <햄릿>과의 관계를 떠나서도 읽어볼 만하다(이 '복수극' 이해는 토머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 읽기에도 필요하다). 
















역자는 영문학자 이상일 명예교수인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외에도 르네상스 드라마들을 계속 번역하고 있다. 예고된 목록을 보니 대략 10권 규모의 '영국 르네상스 극문학선'인데, <서반아 비극>을 포함해 현재 세 권이 출간되었다. 존 웹스터의 <아말피의 여공>(2012)과 크리스토퍼 말로의 <포스터스박사의 비극>(2015)가 그것이다. 이 세 권만 하더라도 상당한 간격을 두고 나오고 있어서 10권이 완간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르겠다. 당대에는 셰익스피어보다도 더 유명했다고 하는 크리스토퍼 말로의 <포스터스 박사의 비극>은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영향을 준 작품으로 유명하다(중세 민중본 파우스트와 괴테의 파우스트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준 작품이다). 수년 전에 강의에서 다루면서 비로소 괴테의 <파우스트>가 갖는 문학사적 의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말로는 영국 르네상스 극작가들 가운데서, 차이가 많이 나지는 하지만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소개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 뒤를 따르는 시인이자 극작가가 <볼포네>란 희극이 대표작인 벤 존슨이다. <볼포네>는 번역본만 세 종 이상이군.
















벤 존슨의 작품을 포함한 <영국 도시희극선>(아카넷)도 진작 나왔는데, 학술명저번역총서의 하나다(그런 지원이 없다면 상업적 출판은 어려웠을 것이다). 벤 존슨 외에 토머스 데커, 조지 채프먼, 존  마스턴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 명 더 추가하자면, 토머스 미들턴. 토머스 데커와 함께 <왈가닥 여자>를 공저한 것으로 돼 있다(셰익스피어 역시 여러 작품을 공저로 썼다고 알려진다. 말로도 그의 공저자 가운데 한명. 당시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극단 소속 작가들의 공동작업은 흔한 일로 보인다). 















이 토머스 미들턴의 작품이 두 권짜리 선집으로도 나와 있다는 건 오늘 알았다. <영국 도시희극선>까지는 구입했는데, 심지어 <토머스 미들턴 희곡선집>에까지 손에 들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책수집과 독서에도 어느 지점에서는 한계를 둘 수밖에 없기에. 
















그밖에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에 관한 연구 저작도 몇 권 나와 있다. 이상이 대략 가늠해본 영국 르네상스 극문학의 소개현황이다. 어디까지가 교양강의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일지 고심이 되는데, 르네상스 희곡만 따로 읽는 건 아마도 영문과 대학원 강의에서나 가능할 듯싶다(학부에서는 셰익스피어 강독 정도가 최대치이지 않을까). 게다가 대중교양강의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적당한 판본이 있어야 하는데, 아카넷판이나 지만지판은 분량과 가격에서 적합성이 떨어진다. 현재로서는 <포스터스박사의 비극> 외에 <서반아비극>과 <볼포네> 정도를 읽어볼 수 있을 듯싶다. 


영국문학을 더 깊이 다룬다면(19세기와 20세기 문학은 계속 강의에서 다루는 중이다), 내게 과제는 중세문학(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영국 르네상스 극문학(셰익스피어와 그의 친구들), 17세기 서시시(밀턴)과 18세기 소설(디포우, 리처드슨, 필딩 등)을 보완해서 읽는 것이다. 눈은 어두워 가는데 갈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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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 공저의 신작이 나왔다. <어셈블리>(알렙). 부제는 '21세기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제언'이다. 두 사람이 공저한 <제국> 이후의 책들을 모아서 리스트로 묶어놓는다(<다중>은 절판된 상태다). 마이클 하트의 책 제목을 빌려서 자연스레 '네그리 사상의 진화'를 짚어볼 수 있겠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어셈블리- 21세기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에 대한 제언
안토니오 네그리.마이클 하트 지음, 이승준.정유진 옮김 / 알렙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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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 전 세계의 빚진 사람들, 미디어된 사람들, 보안된 사람들, 대의된 사람들이여, 공통적인 것을 구성하라!
안토니오 네그리 & 마이클 하트 지음, 조정환 옮김, 유충현.김정연 협동번역 / 갈무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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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체- 자본과 국가 너머의 세상
안토니오 네그리 외 지음, 정남영 외 옮김 / 사월의책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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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제국이 지배하는 시대의 전쟁과 민주주의
안토니오 네그리 외 지음, 조정환 외 옮김 / 세종서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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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과 저조, 요즘 일상의 키워드로 바로 떠올리게 된 단어들이다. 써놓고 보니 동의어군. 원인은 더 찾아봐야겠지만 피로감(눈의 피로도 심해져 수면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이 줄지 않아서 일의 진척이 없다. 게다가 운도 없다. 오후에 북플에 써놓은 글을(자동저장이 되기에 즐겨 쓴다) 밤에 어이없이 날려먹었다. '지난오늘'을 소환했더니 임시저장된 글이 날아가버린 것. 같은 내용의 원고를 다시 써내려가다가 멈추고 한숨 잤다. 일어나서 심기일전 다시 쓰려다, 기분전환용으로 페이퍼를 적는다(기분전환? 페이퍼거리도 많이 밀려 있어서 스트레스다). 


개학이 며칠 더 연기되면서 일부 강의도 그에 따라 개강이 더 늦춰졌다. 학교 교실에서 아직 1학기가 시작되지 않은 것처럼 봄학기 강의가 계속 표류중이다. 졸지에 한달 넘게 낭인 생활을 하는 기분이다(강의 낭인?). 좋게 보자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 사태로 여러 가지 문제를 재고해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그렇지만, 더 큰 충격에 빠져든 미국과 유럽(그리고 일본)은 고통스런 수습과정에서 지금까지의 관행과 사고방식에 일대 전환을 요구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방면으로는 우리가 가장 앞서간다는 느낌인데, 당장 두주 후 총선이 확실한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한번의 대선이 가져온 변화를 더 강력하게 밀어붙이기 위한 밑바탕이 마련되는 결과를 기대한다). 방역뿐 아니라 정치문화에 있어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일이 꿈만은 아닐 수 있다. 
















개학 얘기가 나온 김에, 교육 문제도 생각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 교육불평등 문제를 다룬 책들을 골랐다. 먼저, 각각 독일과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미국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는 두 사람이 교육문제를 다룬 책을 펴냈다. <기울어진 교육>(메디치)이란 제목으로 나왔는데, 원제는 '사랑, 돈, 양육'이다. '부모의 합리적 선택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가 번역판의 부제. 


"오늘날 교육은 더 완벽한 ‘스펙’을 만들기 위한 끝없는 경쟁이 되었다. 부모는 다섯 살 난 아이의 커리어를 걱정하며 학교생활뿐 아니라 과외 활동, 놀이 친구 맺어주기까지 아이의 일상을 촘촘히 계획하고 관리한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되는 양육 전환의 현실은 아이를 느긋하게 키우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말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기울어진 교육>은 자녀에 대한 개별적인 욕망과 애정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양육의 문제를 경제적 변화에 대한 부모의 합리적 반응으로 설명하며, 불평등한 세상에서 사랑과 돈, 그리고 자녀 교육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한다."


교사나 학부모가 같이 읽고 토론해볼 만한 책인데, 500쪽이 넘는 게 흠이다. 미국의 현실이지만 우리의 교육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참고해볼 만한 책으로는 폴 터프의 <인생의 특별한 관문>(글항아리)도 있다. '아이비리그의 치열한 입시 전쟁과 미국사회의 교육 불평등'이 부제. 초점이 미국 교육불평등을 비판하는 데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본입학사정관, 수험생, 명문대생, 교수, 입시 관계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책이다. 다년간의 추적 인터뷰로 밝혀내는 미국 대학입시의 모든 것을 담았다"는 책이다. 


우리의 교육현장을 치밀하게 탐사한 논픽션이 따로 떠오르지 않아서 참고하게 되는데, 파키스탄 중산층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셰이머스 라만 칸이 쓴 <특권>(후마니타스)도 그에 해당한다. '명문 사립 고등학교의 새로운 엘리트 만들기'가 부제. 


"미국의 뉴햄프셔 주, 콩코드에 위치한 명문 사립고 세인트폴 스쿨은 오랫동안 부유층 자제들만이 다니는 배타적 영역이었다. 이 학교의 연간 학비는 4만 달러, 학생 1인당 책정된 학교 예산은 8만 달러, 한 학생당 기부금은 100만 달러에 달한다. 가난한 파키스탄 이민자였지만 외과의사로 성공한 아버지 덕에 이 사립학교에서 3년을 보낼 수 있었던 저자는, 그러나 그 시간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한다. “왜 누구는 이런 학교에 들어오는 게 당연한데, 누구는 죽도록 노력해 성취해야 하는 일이 되는가? 왜 어떤 애들은 학교생활이 너무 편하고 쉬운데, 어떤 애들에겐 악전고투해야 하는 일이 될까? 왜 이런 엘리트 학교의 대다수는 여전히 부잣집 애들인가? 이들은 어떻게 기존의 특권을 그대로 수호하면서도 공정사회의 ‘능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걸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그는 졸업 후 9년 만에, 선생으로서 모교로 돌아가 엘리트 문화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 관찰의 결과로 써낸 책인 것. 저명한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엘리트 사회의 충격적 현재를 대가다운 솜씨로 그려 낸다"고 평했다. 역시나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에 유익한 독서거리다. 당장 공부와 입시에 내몰린 학생들이 읽을 수는 없겠고, 교사와 학부모가 (코로나사태로) 독서시간도 확보한 김에 읽어보면 좋겠다. 




   












아베의 일본은 훌륭한 반면교사로서의 의미만 갖지만(우리에게도 그런 지도자가 없었던 건 아니더라도) 읽을 만한 일본 저자가 아예 없지는 않다. 지난주에 가라타니 고진의 신작 강연집을 소개했지만, 우리에게 꽤나 인기가 높은 저자 우치다 타츠루도 신작이 나왔다. '우치다 타츠루의 교육론'으로 나온 <완벽하지 않을 용기>(에듀니티)인데, 무려 한국에서의 강연집이다. 소개는 이렇다. 


"우치다 타츠루의 내한 강연은 매년 시·도 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교육단체의 협력으로 한일 교육부문에서 교류의 장을 형성해왔다. 이 책은 2019년, 한일관계 경색 국면으로 매년 이어오던 초청 강연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기획되어 2020년 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교육 위기의 시기에 출간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됐음에도 교실 문을 열지 못한 채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교사들이 이 책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얻기를 바란다."


책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이루어진 다섯 차례의 강연을 정리해서 들려준다. 역시나 강연회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교사나 학부가 읽어보면 좋겠다. 아이가 대학에 진학한 뒤라 '학무모'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나는 교육 문제에 관심을 둔 '관계자'(무관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고 치고 읽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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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10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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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우편적 불안에 대하여

15년 전에 쓴 글이다. 아즈마 히로키의 <존재론적, 우편적>(도서출판b, 2015)은 이후 10년뒤에 번역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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