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의 짧은 여정을 뒤로 하고 강릉역에서 서울행 KTX에 올랐다. 출발이 잠시 지연되는 사이 월간 KTX 7월호(일요일에 내려올 때는 6월호였는데 그 사이에 한달이 지났다!)를 펼쳤다. 책소개란에서 눈에 띈 것이 함정임 작가의 여행 에세이.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부제가 ‘유럽 묘지 기행‘이다.

종종 진행하고 있는 문학기행이 한편으론 작가, 예술가들의 묘지 기행이어서 나로선 친숙하다. 목차를 보니 실제로 내가 가본 곳도 상당수다. 물론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으니 저자 여행기를 요긴하게 참고해야겠다. 가령 카뮈가 영면한 루르마랭이나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같은 곳들.

강릉을 떠나며 강문해변의 바다도 뒤에 남겼다. 언젠가 다시 찾을 때에도 변함없이 ‘다시 시작‘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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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이야기의 마녀가 있다면

페트루솁스카야의 첫 책이 10년 전에 소개되었다. 지난달에 <시간은 밤>을 강의에서 읽었는데, <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는 그 사이 절판되었다. 단편집이 몇권 더 나올 수도 있었는데 멈춘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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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휴가에도 이번주 강의책들을 챙겨왔으니 사실 백퍼센트 휴가는 아니다. 그나마 휴가책으로 가방에 더 넣은 책이 김훈의 산문집 <허송세월>이다. 금요일에 책장을 열고 처음 몇 쪽을 읽었고 오랜만에 김훈 산문과 만나는 느낌을 맛보았다. 오래전 <풍경과 상처>(1994)를 읽었을 때의 느낌. 30년의 세월이 많은 걸 바꾸어놓았는데, 나이 쉰도 되기 전의 김훈은 어느새 여든을 가까이에 둔 김훈으로 바뀌었다(‘헛되다‘는 말이 수사가 아니라 실감이 되는 나이랄까). 그래도 여전한 건 여전하다. 아주 멀지 않은 날, 나도 허송세월로 바빠지리라...

나는 오후에 두어 시간쯤 햇볕을 쪼이면서 늘그막의 세월을 보낸다. 해는 내 노년의 상대다. 젊었을 때 나는 몸에 햇볕이 닿아도 이것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고, 나와 해 사이의 공간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지나간 시간의 햇볕은 돌이킬 수 없고 내일의 햇볕은 당길 수 없으니 지금의 햇볕을 쪼일 수밖에 없는데, 햇볕에는 지나감도 없고 다가옴도 없어서 햇볕은 늘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 온다. 햇볕은 신생하는 현재의 빛이고 지금 이 자리의 볕이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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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자본주의 리얼리즘과 공산주의의 지평

5년 전 페이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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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강릉으로 짧은 휴가를 떠나는 길이다. 짧다고 한 건 2박3일 일정이어서 그런데, 일요일이 포함돼 있어서 정작 휴가는 이틀이고, 화요일 저녁 강의가 있는 터라 실제로는 하루 반나절의 휴가라고 해야겠다. 그렇지만 어쨌든 샌들을 신고 여행 캐리어를 끌고서 집을 나섰으니 여행은 여행이다(기차로 이동하기에 여권은 챙기지 않았다. 제주도에만 가려 해도 신분증 대용으로 나는 여권을 챙겨야 한다).

금요일 밤에 본 영화를 제목에 단 것은 이달 KTX 컬처란에 짤막하게 영화소개가 실려서다. 짤막해도 영화소개로는 유일하다. ‘이달의 영화‘ 같은 인상이랄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드물어지면서 개봉영화에 주목하지 않아서 상영소식은 뒤늦게 알았다.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홀로코스트 영화‘라는 것 이상의 정보 없이. 그 이상은 알아보지 않았다) 마침 동네 상영관 시간이 맞아서 아이와 함께 본 영화였다. 아마도 상영기간이 끝나가는지 9시반 타임의 관객은 열명을 겨우 넘길 만했다(추측이다. 중간쯤에 앉았는데 앞쪽에는 우리 포함 네명이었고, 뒷좌석에 얼마나 관객이 들었는지 돌아보지 않았다).

영화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헤스) 가족 이야기란 건 보면서 알게 된 사실. 기억에 회스의 회고록이 나왔었기에 찾아보았다. 절판됐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헤스의 고백록>이라고 나왔었다. 영화는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에겐 번역되지 않았다. 에이미스는 이언 매큐언, 줄리언 반스 등과 함께 동시대 영국 최고 작가의 한명으로 꼽히지만 한국 독자들과는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아버지 킹슬리 에이미스도 저명 작가여서 영국에서는 ‘에이미스‘라고만 부르면 헷갈리겠다). 몇권 번역됐지만 대개 절판되고 잊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영화를 계기로 번역될지 궁금하다.

에이미스의 소설은 2014년작이고 영화는 2023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우연찮게도 에이미스가 타계한 날이다. 1949년생이니 74세의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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