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소개하진 않았지만 최근 하워드 진의 교육론을 담은 책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궁리, 2008)가 출간됐다(원저는 2004년에 나왔다). 마땅한 리뷰가 없던 차에 이번주 시사인의 출판면에서 다루고 있기에 옮겨놓는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9). 최소한 요지 정도는 파악해놓는 게 좋겠다.

시사IN(08. 10. 22) 교육이 학생을 갓난아이로 만들어버리니…

“우리 모두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법에 대해 경외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법이 정한 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발상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발상은 한 개인으로서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권리를 박탈하여, 자기들끼리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결정해온 소수의 법률 제정자 집단한테 모든 권한을 이양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하워드 진의 말이다. ‘소수의 법률 제정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당의 밀어붙이기식 전횡이 걱정되는 현실, 법질서 확립을 유달리 강조하지만 그 법질서가 정권을 비판하는 이들에게만 유달리 엄격하게, 때로는 초법적으로 적용되기도 하는 현실. 지금 여기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하워드 진의 말이 주는 울림은 더욱 크다. 시시비비를 토론하는 자유로운 공론의 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하워드 진은 이렇게 말한다.

“교사들은 종종 자신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은 주관적인 문제이며, 그런 문제는 학생과 교사들의 의견이 일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불일치의 영역이 가장 중요합니다. 옳고 그름과 정의의 문제는 언제나 제기되어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미국 교육은 ‘대량 기만’이다
미국의 비판·실천적 지성의 대표자이자 역사학자·극작가·사회운동가·대학교수로 활동하는 하워드 진, 그리고 보스턴 대학 교수이자 교육비평가인 도날도 마세도. 이 공동 저자가 말하는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과 앞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비단 교육 분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예컨대 마세도는 오늘날 미국이 당면한 교육의 문제를 ‘대량 기만’(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운 ‘대량’ 살상무기를 빗댄 표현)이라고 정의한다. 그 대량 기만은 성공적이었고, 그래서 치명적이다.

“아직까지 이라크가 9·11과 모종의 연관이 있다고 믿는 대학생이 60퍼센트가 넘는다는 사실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는 정치 선동을 견제할 비판적 사고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정말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열망하는 민주주의 이념에 비춰볼 때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교조주의 체제의 진군 명령에 기꺼이 복종하는 자동인형이 될 정도로 길들여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워드 진과 마세도에 따르면 미국의 교육체계는 학생에게 이상과 대안을 꿈꿀 것을 권하는 대신 ‘사회 내 모순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그리고 그것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으로 여기도록’ 가르친다. 부조리와 모순에 분노하고 저항할 수단과 방법을 전수하는 대신 변화의 원동력인 창의적 사고와 ‘마음 깊이 진정으로 느끼는 본질적인 앎’에 도달하는 길을 가로막는다. 이상과 대안을 꿈꿀 것을 권하는 데 역사 교육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여러분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모른다면, 여러분은 마치 어제 갓 태어난 것과 같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제 갓 태어났다면, 확성기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우리는 이라크를 폭격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대통령에게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어느 정도 역사를 알고 있다면 ‘잠깐만요, 이 문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죠’라고 말할 것입니다… 비록 역사가 어떤 특수한 상황에 담긴 진실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려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여러분에게 경계하고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은 가르쳐줍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큰일이다. 이제는 역사 교과서 내용마저도 정부의 입맛에 맞도록 고치려 드는 형편이니, 우리 교육이 학생들을 미성숙에서 성숙으로가 아니라, 미성숙한 갓난아이로 되돌려 놓으려는 것인가.(표정훈_출판평론가)

08.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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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10-22 22:33   좋아요 0 | URL
한국교육은 세계 최악 수준이 아닐까 합니다. 거기서 살아 남아서 '총체적인 앎'에 대해 기웃거릴 수 있다는 것도 제가 상당히 혜택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가장 필요로하지만 그런 기회를 얻지 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거의 다수라고 보입니다. (아이보느라 책 못보는 제 와이프도 그 중에 하나지요.) 결국 '비제도적 교육' 이라는 것도,또한 '전인적 교육'이란 것도 어느 정도 교육수준과 경제적 안정이 보장된 사람들이 독점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또 다른 순환적인 고리를 만듭니다.

가끔 이런 것이 상징자본을 하나 더 획득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경제적 자본 획득이 요원한 경우에 말이지요. 정작 '앎'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이들에겐 그 기본적 접근자체가 막혀있다는게 아닐까 싶어요.

표정훈은 말을 돌려서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자란 학생들이 이미 미성숙한 갓난아이인 어른이 되어 리바이어던의 사회 속에서 무간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들 모두가 미성숙한 존재들입니다. 무간도를 만든 것도 우리들이구요. 그 안에 아이들을 집어 넣고 또 그걸 걱정하며 비판하는 것도 우리들이지요. 이명박이 아니구 말이지요. 전 특히 뭐 쫌 안다는 저같은 '꼴랑 진보' 들이 '뭐 쫌 안다'는 이유로 사실 가장 큰 책임이 있어 보여요.

어른이요...푸훗...어른 몇 명 안보이던데요.ㅋㅋ

로쟈 2008-10-22 23:00   좋아요 0 | URL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한다니까 세계 최악의 수준은 아니겠지요(아님 그 교육열 때문에 최악이려나).^^; 그럼에도 '대량 기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고 보면 얼추 교육의 '미국화'에는 성공한 듯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0-23 16:2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미국은 밤 늦게까지 강제학습을 시키진 않잖아요.하워드 진이 우리나라에 와서, 아침에 밥도 못먹고 학교가서 심야에 귀가하는 학생들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저는 다 필요 없고 고등학교는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끝냈으면 좋겠어요.

로쟈 2008-10-23 20:43   좋아요 0 | URL
요즘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에서 늦게 오는 건데요.^^; 광주는 다른가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5 15:24   좋아요 0 | URL
고 1도 9시까지 잡아두고 고3은 10시까지.그러니 평일은 학원은 못 다니는거 같아요.

로쟈 2008-10-25 17:08   좋아요 0 | URL
지방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식이면 학원들이 망하죠.^^;

우로소 2008-10-26 14:05   좋아요 0 | URL
뭐 9시까지 학교공부 쫌 한다고 학원들이 망할정도면야 뭐 애초에 우리나라의 입시 전쟁은 있지도 않았죠^^; 일부 서울 쪽만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저녁 9시까지 심하면 10시까지 야자를 합니다 그리고 그 중 한 70퍼센트 정도는 다시 학원차에 타서 학원으로 가던가 혹은 과외를 합니다 그래서 한 모든게 총체적으로 끝나는 시간은 한 새벽 1~2시 정도죠 방학의 한 1/2정도는 또 보충등으로 5시까지 학교에 의무적으로 가야되구요

그나마 1.2학년들은 이정도죠 고3쯤되면 공휴일도 토요일도 없습니다 그저 무조건 학교가서 죽어라고 암기하는 수밖에 없는거죠 그나마 우리나라의 교육보다 몇배나 더 숨통이 더 트이는 미국을 저정도로 비난하는데 하워드 진이라는 저분은 우리나라왔으면 그 기막히고 황당한 교육열에 뭐 그저 할말을 잃을것 같네요 ...


로쟈 2008-10-26 19:26   좋아요 0 | URL
'야자'의 효율성이 거의 없는 걸로 아는데, 여전히 그런가 보군요. 학원들 사정을 더 봐주려면 야자를 없애야 할 텐데요...
 

다시 번역 이야기다. 프랑스의 저명한 정신분석비평가 중 한 사람인 장 벨멩-노엘 교수는 국내 대학에서 초빙교수를 지낸 바 있어서 한국과는 인연이 없지 않다(나도 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가 한국문학의 번역에도 관여한 줄은 이번에 알았다. 그가 지난주 방한하여 이 번역문제를 주제로 한 강연을 가졌다고 한다. 요점은 "해외에 한국문학을 소개할 때 너무 한국적인 것을 소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귀담아 들어볼 만하기에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수 있습니다

한국일보(08. 10. 23) "한국문학 해외에 소개할 때, 한국적인 것에 집착 말아야"

"소주와 김치도 즐겨먹고 사물놀이도 신명난다. 그러나 여행가라면 모를까, 문학비평가의 입장에서 그런 민속적인 것들은 흥밋거리가 될 수 없다."

연세대 국문학BK21사업단 초청으로 지난주 방한해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에서 한국문학을 주제로 한 강연회를 연 장 벨맹-노엘(77) 파리 8대학 명예교수는 "해외에 한국문학을 소개할 때 너무 한국적인 것을 소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벨맹-노엘 교수가 불문학자 최애영(47)씨와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한 한국 작가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이런 발언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이인성의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낯선 시간 속으로>와 정영문의 <검은 이야기 사슬>등이 그가 번역한 작품이다.

인간의 무의식, 욕망 등을 소재로 한 실험성이 강한 작품들로, 국내에서도 일반독자보다는 훈련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작품들이다. "프랑스인이건 한국인이건 심층부의 무의식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는 벨맹-노엘 교수는 특히 "이인성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대해 총체적 탐험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작가"라고 평가했다. 김영하 역시 그가 눈여겨 보는 작가 중 한 명. 여성의 성(性) 문제를 천착한 단편 '피뢰침' '도마뱀' 등을 번역했는데 "구성이 섬세하고 작품이 열려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식민지 경험, 압축적 근대화, 냉전적 대결구조 등 한국의 독특한 현실 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호소력이 없을까? 그는 "분단과 통일이라는 상황은 독일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고, 길지는 않았지만 프랑스도 나치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한국문학의 정치ㆍ사회적 맥락은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전쟁을 다루더라도 소재적 측면이 아니라 양질의 문학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문학의 특징을 '격렬함'으로 요약했다. 유교적 전통을 깨야 한다는 격렬함, 샤머니즘을 극복하자는 에너지를 극단으로 밀고 간다는 격렬함은 사무라이로 상징되는 일본문화의 격렬함과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중국의 한자문화권 체제에서 벗어난 지 1세기 정도밖에 안되는 등 아직 한국문학은 굉장히 젊고 어려 좀더 무르익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글쓰기의 혁신성을 추구하는 몇몇 작가들은 주목된다"고 말했다.

파리고등사범학교 출신으로 파리 8대학 교수를 역임한 그는 국내에도 번역된 <정신분석학과 문학> <문학텍스트의 정신분석>등의 비평서를 냈다. 2000년 이후 한국문학을 번역하면서 2003년에는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초빙교수로 1년간 한국에 체류하며 강의하기도 했다.(이왕구기자)

08. 10. 22.

P.S. 이인성의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문학과지성사, 1996)은 나도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벨맹-노엘 교수가 선호하는 "인간의 무의식, 욕망 등을 소재로 한 실험성이 강한 작품들로, 국내에서도 일반독자보다는 훈련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작품들"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대략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훈련된 독자들'을 위한 책이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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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2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적인 것을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해석하면 음...뭐가 있을까요...어느 스페인 작가에 대해서 "지나치게 스페인적인 것을 내세우지 않아서 전세계에 독자가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 적용해도 될 주문이죠.

로쟈 2008-10-23 20:45   좋아요 0 | URL
식민지, 전쟁, 분단 등의 경험이 한국만의 특수성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은 유효해 보입니다. 그러니까 소재로 승부해서는 안되고, 문제는 질(혹은 보편적 호소력)이라는 얘기죠...

노이에자이트 2008-10-2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페인 내전이나 그리스 내전을 소재로 한 소설을 읽으면 거의 우리나라 소설과 비슷해요.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세상 모든 고생은 혼자 하는 것처럼 엄살을 피우기는 하죠.

로쟈 2008-10-25 21:29   좋아요 0 | URL
그게 주관적 특수성일 텐데, 그걸 보편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작가의 몫이죠. 말보다 어려운...
 

이번 학기에도 강의시간에 투르게네프의 작품 몇 편을 읽는다. <첫사랑> 등의 중단편, 그리고 <귀족의 보금자리>(혹은 <귀족의 둥지>) 등의 작품이다. 범우사판 이후에 투르게네프의 경우에는 '결정판'이라 할 만한 작품집이 출간되지 않았다(아주 오래전에는 전집도 출간됐었지만). <첫사랑>(민음사, 2003)과 <첫사랑>(펭귄클래식코리아, 2008) 정도를 예외로 하면 그렇다. 민음사판의 <첫사랑>에는 장편 <귀족의 보금자리>와 단편 <무무>가 같이 들어있고, 펭귄클래식의 <첫사랑>에는 V.S. 프리쳇이란 작가의 유려한 서문이 실려 있다. 더 많은 작품이 새롭게 번역되기를 기대하면서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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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 아름다운 서정을 노래한 작가
레너드 샤피로 지음, 최동규 옮김 / 책세상 / 2002년 8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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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뚜르게네프
이항재 / 건국대학교출판부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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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상가- 19세기 러시아 지식인들의 갈등과 배반, 결단의 순간을 되살린다
이사야 벌린 지음, 에일린 켈리.헨리 하디 엮음, 조준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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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최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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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08-10-20 23:44   좋아요 0 | URL
아 근데 로쟈님 전 정말 서평을 잘 써서 올리고 싶거든요. 근데 로쟈님의 서평을 쓰시는 걸 보면 담백하시면서도 간결하게 쓰셔서 보기가 너무 좋거든요. 도대체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나요. 서평의 ABC가 있을까요? 좀 가르쳐 주세요.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참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로쟈 2008-10-21 08:20   좋아요 0 | URL
서평의 달인들은 따로 있습니다.^^; 모델이 될 만한 글들을 자주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서평도 분량이나 용도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듯하고요...

루쉰P 2008-10-21 23:5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전 역시나 질문이 너무 많아서 탈이에요. 일단 다른 분들의 글들을 참고해서 보면서 계속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볼 생각입니다. 전 나중에 서평 기자가 되는게 목표거든요. 지금은 헌책방에 있지만 끝까지 도전해 볼 결심입니다. 흠!! 의욕이 불타는데요. 투르게네프는 저에게 톨스토이에게 밀려서 별반 관심이 없더라구요. 요즘은 톨스토이의 '신앙론, 교육론, 인생에 대하여'를 구입해서 열심히 읽고 있어요. 이건 아주 예전에 출판된 책이더라구요. 전 톨스토이만 너무 편식하는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8-10-21 16:22   좋아요 0 | URL
요즘 대학생들은 투르게네프를 좋아하나요? 예전에도 그다지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작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여학생들이 더 좋아할까요?

로쟈 2008-10-21 16:53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인기가 있었죠. 1910-20년대 가장 많이 읽힌 작가가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이광수였다고 하니까요. 요즘은 물론 인기가 덜합니다. 중년들이나 공감할까요...

가랑비 2008-10-21 22:28   좋아요 0 | URL
"중년"이라는 말에 윽... ^^ 고등학생 시절 청소년문학선집에서 "첫사랑" "스페이드의 여왕" 등등이 함께 실린 [사냥꾼의 일기]를 참 재미있게 읽었고, 언젠가 완역판을 읽으리라 꿈을 품고 사는데 말이죠...

로쟈 2008-10-21 23:21   좋아요 0 | URL
조숙하셨네요.^^
 

내달 예술의전당에서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가 개관20주년 기념 공연의 하나로 무대에 오른다. 자주 공연되는 작품이긴 하나 이번 공연이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 때문이다. 얼핏 생소한 이름이지만 지난 2003년 그가 연출한 <보이체크>를 본 관객이라면 '아, 그 사람!'이라고 기대를 가질 법하다. 러시아 최고의 연극상인 황금마스크상 연출가상 수상자이니 허명은 아니다. 곧 거장급 연출가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내달의 가장 기대되는 공연이다.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한겨레의 관련기사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317233.html 참조).

매일경제(08. 10. 20) 안톤 체호프의 연극 `갈매기` 연출가 유리 부투소프

"옷을 다 벗어보세요."

안톤 체호프의 연극 `갈매기` 연출을 맡은 러시아 대가인 유리 부투소프(43)의 갑작스러운 주문에 배우 김태우 씨(트레플레프 역할)는 적잖이 당황했다. 어머니의 애인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뺏기고 작가의 꿈마저 좌절된 트레플레프가 자살을 결심하는 순간 무대에서 옷을 갈아입으라는 지시였다. 얼굴 표정만으로 심리 상태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과장되고 극단적인 설정을 도입하려는 의도다. 물론 대본에는 없는 장면이다.



이렇듯 부투소프의 연극은 연습 과정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하는 `생명체` 같다. 배우의 모습과 움직임, 무대 세트를 보면서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대사와 장면을 바꾼다. 어떤 작품이 생산되는지는 오직 공연날에만 확인할 수 있다. 11월 7~23일 예술의전당 공연을 앞둔 그는 "국가와 민족에 따라 사람이 다르듯 배우에 따라 연극도 달라진다"며 "순간순간 나의 느낌을 무대에 올린다는 생각으로 연출한다"고 말했다.

원작의 향기를 살리기 싫어하는 `나쁜 연출가`인 그의 무대는 삐딱하고 파격적이다. 112년 전 작품을 올리면서 의상과 무대 세트, 언어를 현대적으로 바꿔버렸다. 보통 `갈매기` 무대 세트는 호수와 정원이 등장하지만 그는 7m 높이의 계단 두 개와 거대한 창문으로 꿈을 이루고 싶은 인물들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원작에서 검은 옷만 입는 마샤 역할의 내면 속에 들끓는 감정을 포착해 하얀 원피스와 노란 구두, 빨간 모자, 분홍색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했다.

도대체 부투소프는 `갈매기`가 어떤 작품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과감한 변형을 시도하는 것일까. 그는 "죽음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며 "연극을 보면 알 것"이라고 불친절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메드베젠코 역할을 맡은 김경익 씨가 부연설명을 했다. 어머니는 탄생을 의미하며 죽음과 더불어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나고 죽게 되는 부조리한 삶이 복잡하게 얽혀 사는 세상을 체호프 특유의 언어로 들려준 작품이 바로 `갈매기`다.



체호프의 작품 세계와 연결 지점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는 부투소프는 "체호프는 첫 번째 부조리극 작가이자 의사의 눈으로 세상을 본 냉혹한 작가"며 "체호프보다 더 어려운 작가를 만나는 것도 어려우며 그가 말하는 우리 인생에 대한 진실은 불편하고 단순명료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3년 예술의전당에서 밀도 높고 강렬한 연극 `보이체크`를 선보인 후 서울에서 두 번째 작품을 올리게 됐다. 한국 배우들과의 작업에 대해 "느낌과 예감이 좋은 배우들이다. 배우려는 학생의 태도가 있고 발전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부투소프는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 군더더기 없이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연출 스타일로 연극의 고전인 `고도를 기다리며`를 새롭게 각색해 러시아 최고의 연극상인 `황금마스크상 최고 연출가상`을 수상했다. `황금 소피트상`과 `스타니 슬라브스키상` 등 권위 있는 상을 휩쓸며 관객을 사로잡는 그에게 자신의 연극 속 매력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자 "그건 관객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라며 "나는 상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전지현기자)

08. 10. 20.

P.S. 아래는 부투소프가 모스크바예술극장에서 올린 <햄릿>의 한 장면. 그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과 '색깔'을 엿보게 한다. 렌소비에트극장에서 공연한 <보이체크>의 한 장면은 http://kr.youtube.com/watch?v=ZSv8orC-2QI 참조. 한국에서의 공연을 떠올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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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8-10-2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 앞자리로 예매했습니다. 이제 갈매기를 읽어야겠지요. 학교다닐 때 봤던가 안 봤던가 기억도 안 납니다. ^^;

로쟈 2008-10-21 20:48   좋아요 0 | URL
너무 앞은 불편하실 듯한데요...^^;

심술 2008-10-2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투소프 씨, 되게 고집스럽게 생겼네요.

로쟈 2008-10-21 23:20   좋아요 0 | URL
실력 있는 고집은 괜찮습니다.^^
 

러시아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띄기에 스크랩해놓는다. 근래에 읽은 관련기사들 가운데 가장 흥미롭다. 인구학이 얼마나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게, 또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지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기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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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08. 10. 18) [해외논단]줄어드는 인구… 러시아의 위기

서방이 러시아의 국력 부활과 영향력 행사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 서방이 직면한 중대한 여러 가지 도전과 더불어 러시아에 관해 중기 및 장기 전망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러시아가 석유 판매로 부를 축적한 것은 사실이며 블라디미르 푸틴이 권력 장악을 위한 새로운 방식을 개발한 매우 창의적이고 야심적이며 무자비한 지도자로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그루지아 침공 작전으로 판단하건대 러시아 군부는 1990년대의 최저점에서 다시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구학적으로 말할 때 러시아는 아직 결정적 약점을 지닌 거인이다. 러시아는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2050년이면 9900만명이 될 것으로 인구학자들은 내다본다. 일부 전문가들은 7700만명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 선진국들 가운데서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는 미국은 그 무렵 4억 1900만명이 될 전망이다. 21세기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 어느 나라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미국의 관점에서 이처럼 희망적인 사태 전망을 할 수 있는 까닭을 최근 발표된 연구 보고서가 밝히고 있다. 리처드 잭슨과 닐 하우는 국제전략연구소가 펴낸 공저 "대국들의 노화: 21세기 인구학과 지정학"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러시아의 인구 감소는 그동안 인구학자들의 연구대상이었으나 이런 종류의 예측이 정치 토론의 주제로 널리 부각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신 맬더스파 학자들은 인간 자체가 문제라고 서방의 정치가들과 학자들을 설득했다. 그들은 인구 증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처럼 파괴적인 사고방식은, 서구 특히 러시아의 인구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에 의해 뒤집히고 있다. 잭슨과 하우는 "광범한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 중인,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극복하는 것이 러시아의 과제"라고 쓴다.

러시아는 현재 매년 대략 70만명꼴로 인구가 줄고 있다. 이런 인구 감소는 선진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과 더불어 평균수명이 증가하여 노령인구가 늘어나는 서유럽과 달리 러시아는 평균수명과 출산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다. 출산율은 현재 대략 1.2% 내지 1.3%이며 러시아 남성의 평균수명은 1950년대 수준인 59세로 내려가고 있다. 이는 일본보다 20년 적고 방글라데시보다 3년 낮은 것이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즉 의료보장제도가 극도로 빈약하고 알코올 남용이 광범하기 때문이다.



석유 수입으로 축적된 부 덕분에 러시아가 당장은 강력해보일지 모르나 인적 자산이 급격히 잠식된 결과 경제성장의 부진은 물론 사회 및 가족의 유대마저 약화되고 있다. 푸틴은 인구 감소가 "오늘날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잭슨과 하우는, 러시아의 인구 감소가 오늘날 정치현안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의 무슬림 인구가 슬라브 인구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증가하여 인구구성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무슬림 인구는 2050년에 러시아의 최대 인구집단이 될 전망이다.

위협을 받는 인종집단은 비진보적인 각종 정치적 해결책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푸틴의 영구 독재권력 구축 시도가 그런 정책의 예다. 비 진보적 정책은, 국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외국을 공격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그루지아의 경우가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서유럽의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미국은 견실한 출산율과 이민유입으로 인구가 적절하게 늘어나고 따라서 선진세계에서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이 1820년에 선진세계에서 차지한 인구비율은 6%였다. 지금은 34%이며 2050년에 43%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인구와 영향력 증대 전망이 실현되느냐 여부는, 자유와 기회가 보장되고 시민 사회가 번영하는 미국 사회를 보호하고 보존하는 데 달려 있다.(헬리 데일 美 칼럼니스트)

정리=오성환 외신전문위원
Russian decline
Helle Dale

As the West looks with great concern at a resurgent Russia and seeks ways of coping with its power projection, it is worth looking at the medium- and long-term perspective as well as the immediate and definitely sizable challenges we are facing.

It is true Russia is indeed flush with oil wealth, and in Vladimir Putin it found an ambitious and ruthless leader who is highly creative in finding new ways to hold on to power. Russia's military seems to be on the way back from its nadir of the 1990s, judging by its performance in Georgia (though the sheer size of the Russian military vs. that of Georgia must be factored in).

Still, Russia is a giant on feet of clay, demographically speaking. Russia is a country in such steep decline that it is estimated by demographers to decline to 99 million by 2050. Some even predict the figure as low as 77 million. By then the United States, whose population growth continues unparalleled among developed nations, will have an estimated 419 million people. Which nation do you think will be more powerful in shaping the 21st century?

The reasons for this rather hopeful state of affairs - looked at from an American point of view, of course are explored in a new study, recently published by the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and authored by Richard Jackson and Neil Howe, "The Graying of the Great Powers: Demography and Geopolitics in the 21st Century." Russia's demographic decline has been the subject of demographers like Nicholas Eberstadt at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for some time, but predictions of this kind have only far more recently been a subject more broadly of interest in the political debate. Neo-Malthuseans of the 1970s and 1980s used to persuade politicians and scholars in the West that human beings themselves were the problem. Adding more therefore was far from desirable.

But this deeply destructive trend in thinking has now been reversed as populations in the West, particularly Russia, are very likely to plummet irreversibly in the coming decades. "Russia must cope with a rate of population decline that has no historical precedent in the absence of pandemic," the authors write.

Russia is currently losing population at a spectacular rate of 700,000 people per year, which will amount to 31 percent between 2005 and 2050. It is a decline that has started earlier than elsewhere in the developed world. Unlike Western Europe, where you can truly talk about graying populations as life-expectancy has grown in tandem with collapsing birthrates, Russians are experiencing declining birthrates as well as falling life expectancy. Birth rates are now around 1.2 to 1.3, while life expectancy for Russian men is now back to what it used to be in the 1950s - 59 years of age, a full 20 years less than Japanese men and three years less than Bangladeshi men. The causes are not far to seek - a dismal health-care system and vast alcohol consumption.

Oil wealth might make Russia look strong today, but its human capital is being inexorably eroded with consequences for economic growth as well as social and family cohesion. Mr. Putin has called population decline "the most acute problem facing our country today." Attending population decline, write the authors of the study, are political trends that we already see playing themselves out. Ethnic composition will change, for instance, as Russia's Muslim population will grow proportionately to its Slav population. Muslims may be in the majority by 2050. Tendencies towards illiberal political solutions may well be the choice of the threatened ethnic group, as we are indeed seeing in Russia today with Mr. Putin's authoritarian grab for perpetual power. And it may lash out against other nations in a diversion from internal problems - just ask the Georgians.

Meanwhile, the rather distinct silver lining in all of this for the United States is that while Russia collapses and Western Europe declines, the United States will experience healthy population growth due to sound fertility rates and immigration - and with it growing international influence among developed nations. In 1820, the United States held 6 percent of the population of the developed world; today it is 34 percent, and in 2050 it will be 43 percent. "In tandem," write the authors, "the influence of the United States within the developed world will likely rise."

All of this, of course, depends on preserving and protecting an American society where freedom, prosperity, opportunity and civil society flourish. If other countries have forgotten this, let us not do the same.

sisable:상당한 nadir:최저점 feet of clay:결정적 약점 attend:주목하다 lash out:비난하다

08. 10. 19.

P.S. 기사의 필자는 미국의 인구 증가에 대해서 긍정적인 전망을 피력하고 있는데, 그런 전망에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인구가 아닌 인구 구성이기 때문이다. 히스패닉 인구가 곧 백인 인구를 추월할 것이라는 사실에서 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헌팅턴도 그런 경우이다. 그의 <우리는 누구인가?>도 참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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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8-10-20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찾아보니 러시아 2008년 현재 인구는 1억 4000만 쯤이더군요.

로쟈 2008-10-20 18:58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