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베이징의 아침이 밝기 전이다(아니다, 커튼을 젖히니 날은 밝았다) . 베이징의 날씨가 많이 건조하다고(여름에도) 하는데 호텔 객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외기 온도가 낮아서 방안 공기도 찬 편이다. 잘못 이불을 차고 잤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십상. 이틀 묵으며 깨달은 바인데 다행히 한밤중에 느껴진 감기기운은 이불을 다시 잘덮고 잔 덕에 사라졌다.

어제 지하철로 이동해서 마오둔 고거를 찾아갔다고 적었는데 베이징의 지하철은 노선이 20개가 넘는다고 한다. 매우 복잡하게 돼 있는데(도쿄와 어느 쪽이 더 복잡할는지), 인터넷을 검색하면 베이징의 면적이 서울의 27배이고 강원도 크기라고 돼 있어서 이걸 ‘시내교통망‘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더 알아보지 않기로).

아무튼 한차례 환승해서 도착한 곳이 난뤄구샹역이고 오래된 골목으로 유명하다는 곳이다. 길양쪽으로 전통적 외양의 가게들이 늘어선 산책로 느낌. 800미터쯤 거리 끝쯤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골목(후통)을 조금 걸어들어가면 마오둔 살았던 집이 나온다. 제복을 입은 관리인이 방문록에 기록하게 하고 입장시켜주는데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집 치고는 수수한 편이었다(마오둔은 중국작가협회 초대 주석(회장)이었다). 사합원 구조. 작은 정원 정면에 마오둔의 흉상이 있고 전시실은 세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1)마오둔의 출생과 성장기, (2)작가 활동의 전성기 작품소개, (3)작가협회 주석 활동기와 생의 마지막 시기, 그리고 마오둔상에 대한 소개.

작가로서 마오둔의 작품세계와 업적에 대해서 적을 차례이지만 이건 몇시간 걸릴 일이다. 방문 사진으로 대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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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과 서울은 한 시간 시차가 있다. 서울이 한 시간 빠르기에 어제 인천공항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할 때 일행은 한 시간을 덤으로 얻었다(물론 이건 다시 한국에 돌아갈 때 뱉어내야 하는 시간이다). 베이징 시간으로는 12시쯤 공항에 안착해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대기하던 버스에 오르면서 익숙한 일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른 점은 지난겨울 일본문학기행 때도 그랬지만 유럽여행에 견주어 비행기 탑승시간이 현저하게 짧은 편이라 훨씬 가뿐한 느낌으로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는 점.

하지만 첫날인 어제는 특별한 문학일정은 없는 날이었다. 젊은 예술인들과 아트갤러리가 모여있다고 하는 베이징 798 예술구를 찾아가본 것이 오후 일정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798예술구도 월요일이어서인지 한산한 느낌이었는데 상당수 갤러리가 월요일에는 휴관해서다(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니고 시간이 좀 지나면서 눈치를 챘다). 하지만 오픈한 갤러리나 스튜디오도 아주 없진 않았는데 현대차 스튜디오가 대표적이었고 비디오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서 798예술구를 둘러보았다.

당연하게도 저녁식사는 중식이었고(한국식 중식과는 좀다른 베이징식 중식이었지만) 식사 후에야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숙소로 삼은 호텔은 베이징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구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은 빌딩숲이다. 오늘아침에야 실물로 보며 알게 된 사실인데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빌딩이 CCTV 사옥이었다. 중국문학기행 준비차 베이징의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이 현대적 빌딩을 보고서 카톡 프사의 배경으로 썼었는데 바로 실물로 보게 된 것(배경사진을 내가 아침에 방에서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다). 그게 말하자면 베이징의 아침이다.

어제도 그랬고 베이징의 날씨는 구름 한점 없이 맑다(내일도 그렇게 될 듯하다). 기온은 서울보다 낮은 편이지만 춥다기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아침은 좀 쌀쌀하다가도 해가 널리 퍼지면서는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가 되는 식이다(비오는 베이징은 이번에 경험할 수 없겠다).

문학기행 2일차는 원래 계획한 일정이 많아서 소위 ‘빡센‘ 날이었는데 라오서와 곽말약(궈모뤄) 고거 방문이 현지사정과 공사중이라는 이유로 생략되거나 축소되면서 좀 수월한 일정으로 바뀌었다. 마오둔 고거를 먼저 찾아가본 다음에 이달 10일부터 공사에 들어갔다는 곽말약 고거는 문앞까지만 가보고 이어서 도보로 좀 이동하여 유명한 경극배우 매란방기념관에 들르기가 오전일정, 그리고 루쉰박물관을 방문하고 한 백화점 지하의 특색서점으로 종서각 구경하기가 오후일정이었다.

이들 방문지에서 둘러본 걸 간략하게라도 적으려 했지만 이미 시간도 늦고 눈도 피곤한 상태가 돼버렸다. 미루는 수밖에 없다. 내일 오후에는 기차를 타고 상하이로 떠나기에 오늘밤이 베이징의 마지만 밤이다. 어제가 첫날밤이고 오늘이 마지막밤이라니. 흔히 있는 일이지만 매번 아쉬움도 없지 않다. 어쩌랴, 인생 또한 아침이 곧 저녁으로 이어지거늘(욘 포세). 베이징의 아침이 그렇게 저녁이 되고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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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문학기행 출발일이다. 5박6일 일정의 첫날. 오전 비행기라 인천공항에는 7시40분까지 집합이고 나도 5시 전에 일어나서(평소보다 1시간 먼저 자고 2시간 먼저 일어난 셈) 새벽버스에 올랐다. 2017년 1월의 러시아문학기행부터 세면 이번 중국여행은 13번째 해외문학기행이 된다. 아시아는 두 차례의 일본문학기행에 이어서 세번째다(아직 미정이지만 아시아의 차기문학기행 후보는 베트남, 대만, 중국 하얼빈 등이다).

지난 1월 일본문학기행(설국기행) 때보다는 일정이 하루 늘기는 했지만 유럽문학기행이 비하면 절반남짓의 일정이어서 짐가방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고 기내용 캐리어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놔두고 가려던 책을 몇권 빈공간에 더 넣었다. 문학기행에 문학해설자로 참여하는 것이기에 초반에는 책짐이 많았다. 아예 작은 캐리어 하나 전체가 책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다행히 파일로 대체하는 책들이 좀 늘어나게 되면서 언젠가부터는 큰 캐리어 하나면 충분하게 되었다.

3일차에 베이징의 중국현대문학관을 둘러볼 예정이라 중국현대문학 간판작가 상당수를 이번 일정에서 만나볼 예정이지만 별도의 문학관(작가 고거. 고택이나 생가의 중국어 표현이 ‘고거‘다) 방문에 한정하면 이번 문학기행의 중심작가는 루쉰과 라오서, 마오둔, 곽말약(궈모뤄) 등이다. 사실 강의에서 방점을 둔 건 곽말약이 아니라 바진이지만 고향(청두)을 일정에서 빼면서(포함하면 7박8일이 되고 비용도 꽤 높아졌다) 바진은 현대문학관 방문으로 대체하였다(바진은 마오둔에 이어서 중국작가협회의 두번째 주석으로 재임하면서 현대문학관 건립을 주도했다). 작가들 고거 방문이 2일차의 주요 일정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두 도시 방문으로 채워진 일정에서 상하이는 원래 루쉰을 염두에 둔 곳인데(루쉰공원과 루쉰기념관이 있다), 상하이 모던(올드 상하이라고도 불리는 1930-40년대 상하이)을 대표하는 작가는 <색, 계>의 장아이링이다(장아이링의 뒤를 잇는 동시대 작가로는 왕안이가 있다). 그녀의 삶과 문학의 배경이 되는 와이탄(과거 프랑스 조계지) 등을 찾아가볼 예정. 사실 마오둔의 대표 장편소설 <자야>(1933)도 상하이가 배경이라 음미해볼 만하지만 번역본이 절판돼 유감스럽게도 다루지 못했다. 상하이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와 윤봉길기념관도 찾을 예정이다.

버스가 인천대교를 지나고 있다. 주말에 비가 내린 뒤여서인지 오늘아침엔 기온이 떨어졌는데 주말에 귀국할 때쯤 다시 회복되는 듯하다. 공항 가는 길에 이번 문학기행의 일정을 잠시 리허설로 그려보았다. 잠시 눈을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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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지난주에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묵시록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헝가리어 이름은 우리처럼 성+이름 순서이고 크러스너호르커이가 성이다. 수상자 발표에서는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라고 호명되었다). 헝가리문학 강의에서 마지막으로 다룬 작가여서 올해의 유력후보로 점쳐질 때 나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발표가 있던 지난 9일 오전에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저항의 멜랑콜리>를 강의에서 읽으며 그런 기대와 함께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도 언급했는데(2016년 이후 도박사이트의 예측이 맞은 적이 없었다), 결과는 예감 혹은 바람과 같았다. 

















지난해 한강 작가가 뜻밖의 수상자로 호명되면서(크러스너호르커이가 유력 후보였던 올해와는 다르게 어떤 도박사이트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로 한강의 소설들이 엄청나게 팔려나가며 일시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 연장선인지 상당한 난해성(난이도)에도 불구하고 현재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분위기는 한달 점도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예측이다). 지난해 한강 수상의 여파로 겨울학기 강의가 한강 작품 읽기로 도배가됐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도 크러스너호르커이 작품 읽기가 겨울학기 일정의 메인이 되게 되었다(12월부터 대안연에서 진행한다). 극히 제한적인 독자들 사이에서 읽히는 작가가 이렇듯 뜨거운 관심속에서 많은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 나로선 기분 좋은 일이다(독자들의 독서력이 강제로 레벨업되지 않을까). 
















지난해 진행한 한강 강의는 아트앤스터디에서 업로드돼 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아마도 겨울에 진행하는 크러스너호르커이 강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강의 내용이 성에 차면 크러스너호르커이 입문용 책으로 구성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혼자 해본다). 한국 작가로는 드물게 전작 읽기를 진행하고 나니 한강과 관련된 모든 책들이 친근하게 느껴지는데, 수상 1주년을 즈음하여 나온 책들도 그렇다. 독서모임에서 진행한 한강 읽기의 결과물이 <한강 문학 기행>으로 나왔고, 그보다 앞서는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한강을 읽는 시간>을 펴냈다. 전업 평론가들의 한강 읽기로는 <빛과 사랑의 언어>도 이번에 출간됐다. 내년쯤에는 크러스너호르커이에 대한 책도 더해질까 기대된다(일단은 작품이 더 번역돼 나와야 한다. 멜랑콜리 4부작의 세번째 책 <전쟁과 전쟁> 같은.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 다음, 그리고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앞에 오는 책이다). 
















낯선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우리의 시야를 더 확대시켜주기에 의미가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더 반가운 건 친숙한 작가, 책을 손에 들었던 작가의 수상이다. 내년에는 여성작가가 수상할 차례인데, 지난해와 올해 계속 유력후보로 꼽혔던 중국작가 찬쉐의 수상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높지 않나 싶은데, 이 또한 내년 가을까지 가봐야 알겠다. 혹여나 수상하게 된다면, 나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년 겨울엔 찬쉐 강의로 일정이 채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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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서울시민대학(동남권캠퍼스)에서 10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5회에 걸쳐 화요일 오전(10시-12시)에 '19세기 러시아문학 읽기'를 '온라인 줌강의'로 진행한다(신청은 10월14일부터이고 수강료는 1만원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로쟈와 함께 읽는 19세기 러시아문학


1강 10월 28일_ 푸시킨, <대위의 딸>



2강 11월 04일_ 고골, <타라스 불바>



3강 11월 11일_ 투르게네프, <아버지와 아들>



4강 11월 18일_ 살티코프 셰드린, <골로블료프가의 사람들>



5강 11월 25일_ 레스코프, <왼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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