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눈먼 시계공>이란 타이틀만 보고 클릭했다가 '소설'이어서 조금 '실망'한 책이 있다. 김탁환, 정재승의 합동소설 <눈먼 시계공>(민음사, 2010).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을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어서 그 '속편'이나 관련서를 기대했던 탓이다. 어제 출간기념회가 있었던 모양인데, 인터뷰기사를 보니 굳이 실망한 일은 아니다.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하는 한 가지 실험"이란 건 또 다른 존재의의를 갖는 것이니까. 국내 저자들의 새로운 SF 시도로 눈여겨봄직하다.  

한겨레(10. 05. 11) 문학과 과학이 만나면? 

소설가 김탁환(42·사진 오른쪽)씨와 신경물리학자 정재승(38·사진 왼쪽)씨가 합동 소설 <눈먼 시계공>(전2권, 민음사)을 내놓고 10일 낮 기자들과 만났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의 책에서 제목을 가져온 <눈먼 시계공>은 2049년 서울을 배경으로 연쇄 살인범과 그를 쫓는 수사팀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2006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부임한 뒤 그곳 과학자 및 공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그들이 미래를 꿈꾸며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종사하는 소설과 역사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책 때문에 과학자와는 처음 공동 작업을 했는데, 의외로 팀워크가 좋아서 즐겁게 일했습니다.”(김탁환)

“저 역시 소설 쓰기는 첫 경험이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학적 지식과 정보에 매몰되지 않고 과학적 상상력을 사람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하는 한 가지 실험을 해 본 셈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정재승)

<눈먼 시계공>은 서울 뒷골목에서 뇌를 탈취당한 시체들이 발견되고 특별수사대 검사 은석범이 범인을 쫓기 시작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한편에서는 지상 최강의 로봇을 가리는 로봇 격투기 대회의 열기가 치솟고, 서로 무관하게 보였던 이 두 이야기가 결국은 교묘하게 얽혀 있음이 드러난다….

“동물원에서 사자에게 물려 죽은 남자의 입 안에서 사자 털이 잔뜩 나왔다는 기사를 읽은 뒤 ‘생존 본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제게는 인생의 화두처럼 다가왔습니다. 2004년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줄거리를 생각해 냈고, 같은 학교에서 실험실을 함께 운영하던 김탁환 선생과 의기투합해 이번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정재승)

“단순히 소설가와 과학자가 이름만 함께 내걸고 형식적인 협업을 하는 방식으로는 하지 말자고 처음부터 약속했습니다.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교양이 살아 숨쉬는 질 높은 작품, 문학과 과학의 제대로 된 융합의 증거가 되고 싶었어요. 구상하고 준비하는 데에 1년이 걸렸고, 신문에 연재하는 데 9개월, 다시 고치고 보완하는 데에 7, 8개월이 걸렸습니다.”(김탁환)

<눈먼 시계공>을 끝으로 카이스트 교수직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나선 김탁환씨는 “졸업 작품을 낸 기분”이라며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은 과학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재승 교수도 “아직 구체화한 것은 없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다면 김탁환 선생과 협동 작업을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400쪽 안팎 분량의 신국변형판 두 권으로 나온 단행본 <눈먼 시계공>에는 삽화가 김한민씨의 컬러 삽화가 곁들여졌다.(최재봉기자) 

10. 05. 11.  

P.S. 날이 무더워지면 장르소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듯싶은데, SF 독자라면 기반이 되는 교양과학서도 많이 읽어둠직하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미치오 가쿠의 <불가능은 없다>(김영사, 2010) 같은 경우가 1순위에 들 만하다. 개인적으론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민음사, 1997)이나 미치오 가쿠의 <초공간>(김영사, 1997) 모두 단숨에 읽은 책인데, 돌이켜보니 '옛날'에 읽은 책들이다. 이후에는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인지.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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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5-12 01:15   좋아요 0 | URL
음 국내에서도 차츰 SF소설들이 나오는군요.그나저나 카이스트 교수님이 작가라니 놀랍네요.혹 로쟈님도 SF소설을 읽어보시겠다면(일전에 장르 소설은 너무 쉽다고 하신거으로 기억해서),행복한 책읽기에서 나온 쿼런틴을 추천해 드립니다.양자 역학이 나오는 내용인데 과학적 지식이 없으며 잘 이해가 안가는 하드한 SF더군요^^

로쟈 2010-05-12 18:57   좋아요 0 | URL
장르 소설이 너무 쉽다고 한 적은 없는 듯하고, 너무 많다고 한 적은 있습니다. 그걸 챙겨읽을 시간과 돈이 부족해서요.^^; 나중에 좋은 평론집이나 가이드북이 나오면(프레드릭 제임슨의 책도 있고요) 구경은 해볼 참입니다...

카스피 2010-05-12 23:25   좋아요 0 | URL
근데 SF의 경우 워낙 소설도 잘 안팔려서 평론집이나 가이드북은 국내 현실상 도저히 나올것 같지 않네요 ㅜ.ㅜ

로쟈 2010-05-12 23:42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평론가가 한 권 낸다고 하더군요.^^

2010-05-13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3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울국제도서전 안내다. 이번주 12일(수)-16일(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홀에서 열린다. 여러 문화행사 가운데, 국내 저자들과의 만남 프로그램을 옮겨놓는다. '인문학 카페'라는 것이 신설돼 나도 참여하게 됐다. 관심 저자들과의 만남에 잠시 시간을 할애해 보셔도 좋겠다.  

 

▶ 인문학 카페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지닌 끝없는 지적 탐구의 세계인 ‘인문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문학, 역사, 고전, 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강의를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일자 시간 장소 내용
5. 14. (금) 10:30-11:30 이벤트홀 II (소통) 이현우와 함께하는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로쟈의 인문학 서재
5. 15. (토) 10:30-11:30 고전문학 평론가 고미숙과 함께하는 인문학 이야기
5. 16. (일) 10:30-11:30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 - 동서양 2,500년을 종회무진 넘나드는 신개념 철학사

▶ 저자와의 대화
2010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국내 유명 저자들의 신간 소개 및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대해 독자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교보문고와 공동으로 진행한 “2010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만나고 싶은 작가 및 출판사” 설문조사에서 선정된, 독자들이 가장 만나보고 싶었던 작가들을 도서전 현장에서 직접 만나보세요.

일자 시간 장소 저자
5. 12. (수) 13:00-14:30 이벤트홀 II (소통)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가)
5. 13. (목) 11:00-12:00 이벤트홀 I (책) 박경철 (의사, 저자)
16:30-18:00 이벤트홀 II (소통) 마르크 레비와 공지영 (소설가)
17:00-18:00 이벤트홀 I (책) 천명관 (소설가)
5. 14. (금) 12:00-13:00 이벤트홀 II (소통) 박민규 (소설가)
15:30-16:30 이벤트홀 I (책) 은희경 (소설가) 
5. 15. (토) 12:30-13:30 이벤트홀 I (책) 김진명 (소설가) 
14:00-15:00 성석제 (소설가)
5. 16. (일) 11:00-12:00 이벤트홀 I (책) 한수산 (소설가) 
12:30-13:30 김홍신 (소설가) 
13:30-14:30 이벤트홀 II (소통) 권비영 (소설가)

10. 05. 10.  

P.S. 덧붙여, 한겨레에서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10. 05. 11) 국내외 유명작가독자들과 다양한 스킨십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따뜻한 봄볕 햇살이 내리쬐는 이번주 한국을 찾아 독자들을 만난다. 제16회 서울국제도서전(12~16일 서울 삼성코엑스)의 독자 만남 행사와 강연회, 10일부터 열리는 제3회 세계작가축제(10~14일 서울·전주)가 그 자리다.

서울국제도서전(sibf.or.kr)에는 올해 주빈국인 프랑스에서 작가 7명이 서울을 찾는다. <개미>와 <신>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2일과 13일 독자와의 만남행사와 작가 사인회를 열며, <저스트 라이크 헤븐> <너 어디 있니?>의 작가 마르크 레비는 13일 한국의 인기 작가 공지영씨와 ‘한국과 프랑스 문학’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다.

아동 판타지 소설 <타라 덩컨> 시리즈의 작가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은 14일 ‘타라 덩컨 캐릭터 공모전’ 시상식과 작가 사인회를 열며, 15일엔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의 작가 마르탱 파주가 작가 대담 행사를 연다. 이 밖에도 그림책 작가 에르베 튈레와 저술가 크리스틴 조시스, 스테판 도베르 등이 ‘한국, 프랑스를 읽다’를 주제로 2천여종의 프랑스 도서를 소개하는 주빈국 행사에서 한국 독자를 만나며, 알베르 카뮈 타계 50주년 기념 좌담회도 열린다.

국내 작가들과 독자가 만나는 자리도 풍성하다. ‘2010 서울도서전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를 묻는 독자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지영씨를 비롯해 은희경·권비영·성석제·한수산·김홍신·김진명·박민규씨 등 인기 소설가들이 줄줄이 ‘저자와의 대화’에 참여한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저술가 박경철씨도 참석한다. 올 서울도서전의 특별기획이라 할 ‘인문학 카페’에선 고전문학 평론가 고미숙씨, 동서양 비교 철학을 하는 강신주씨, 로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파워 블로거 이현우씨가 14~16일 도서전 현장에서 강연회를 연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여는 세계작가축제(www.klti.or.kr)의 행사 일부도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열린다. ‘세계작가축제 참가 작가들과 함께’를 주제로 14일 미국과 캐나다, 덴마크, 인도, 폴란드, 우크라이나, 아이슬란드 등에서 온 유명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국 작가 주노 디아즈, 이민진, 핀란드의 국민작가 레나 크론을 비롯하여 덴마크의 시인 마야 리 랑바드, 인도의 시인 비벡 나라야난, 폴란드의 그림책작가 이보나 흐미옐레프스카, 일본의 그림책작가 기타무라 사토리 등이 낭독회, 사인회 등을 연다.(허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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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사피엔자의 인문학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9-27 17:36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 2010)가 나온 지 얼마 안돼 관련기사들을 검색해보는데(오늘도 몇 건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특이하게도 지난 5월 서울국제도서전의 '인문학 카페' 행사 때 강연한 내용이 기사화돼 올라와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는데(뉴스라도 몇달 전 뉴스다!) 여하튼 기사는 기사니만큼 스크랩해놓는다(거의 브로마이드 수준의 사진들도 포함하고 있다!). 두 가지가 놀라운데, 하나는 매우 긴 장문의 기사라는 것, 그리
 
 
비로그인 2010-05-10 20:15   좋아요 0 | URL
으악~~저 이거 초대권 선물로 받았는데, 로쟈님 뵈러 가야겠다아^^

로쟈 2010-05-10 22:09   좋아요 0 | URL
초대권까지 필요하진 않을 듯한데요.^^; 저도 어떤 분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로그인 2010-05-10 22:42   좋아요 0 | URL
서울 국제 도서전...초대권 받고 알았어요.ㅎㅎ

세실 2010-05-11 08:55   좋아요 0 | URL
오오 화려한 강사진이네요. 해마다 갔었는데..음
14일은 출장이라 아쉽지만 안되고. 13일을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예전에 도서전에서 공지영작가랑 신경숙 작가 뵈었어요.

로쟈 2010-05-11 11:12   좋아요 0 | URL
아, 사서이시죠? 이런 행사는 직무 관련 행사겠는데요.^^

세실 2010-05-11 20:34   좋아요 0 | URL
넵^*^

2010-05-11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kung11 2010-05-12 09:3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항상 방문해서 글만 읽고가다가 오늘 첨으로 남겨요.저 14일에 로쟈님 뵈러 갑니다. 강연 직접 듣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영광이네요~ 참고로 싸인북도 받습니다.ㅎㅎ

로쟈 2010-05-12 19:50   좋아요 0 | URL
아, 그날 뵙겠습니다.^^;
 

습관대로 새로 나온 책들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건 카너 폴리의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마티, 2010). 소위 '인도적 개입'의 허실을 따져본 책으로 보인다.  

  

알라딘의 책소개 말고는 참고할 만한 것도 없는데(다른 서점에 가서 목차가 있나 봤지만 책 자체가 아직 뜨지 않는다) 간단한 소개로는 이렇다.

1960년대 말 비아프라 분쟁에서 그 조짐이 보인 인도주의의 정치화는 90년대 보스니아 전쟁과 르완다 집단학살 사건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어, 코소보 전쟁을 전환점으로 거치며 9?11 테러 후 미국과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점령으로 절정을 맞기에 이른다. 이 책은 199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분쟁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무력 개입과 정치적 목적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 그리고 구호 활동가들이 겪는 아이러니한 현실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의 핵심을 드러낸다.

  

원제는 '가늘고 푸른 선(The Thin Blue Line)'인데, 찾아보니 '경찰력'을 뜻하는 말이라 한다. 여기서는 UN 평화유지군도 뜻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래는 군사용어로 '저지선' 혹은 '방어선'을 뜻하는 '가늘고 빨간 선(The Thin Red Line)'에서 따온 말이라 한다. 바로 떠오로는 건 물론 테렌스 맬릭의 영화 <씬 레드 라인>(1998). 전쟁의 참상에 보다 사실적으로 접근했던 영화. <왜 인도주의는 전쟁으로 치닫는가>는 그렇다면 왜 '블루 라인'은 '레드 라인'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가로 되읽을 수도 있겠다. 이주의 첫번째 관심도서로 올려놓고 리뷰를 기다려본다... 

10. 0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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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관심도서로 분류했던 앤드류 니키포룩의 <대혼란: 유전자 스와핑과 바이러스 섹스>(알마, 2010)에 대한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등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생물학적 유행병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관련기사를 읽어두는 것도 '방역'의 일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세계적 규모의 무역과 세계화가 원인이라면 해결은 어떻게 모색해야 할까?

한국경제(10. 05. 07) 인간·돼지·조류의 '바이러스 스와핑' 더 센 놈이 온다 

조류독감(H5N1)이 홍콩의 양계업계를 강타한 1997년. 최초의 인간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18명이 조류독감에 걸렸다. 시민 6명이 사망한 뒤 홍콩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공장형 양계시설 160곳과 재래시장 1000곳에서 수거한 가금류를 전부 자루에 쑤셔넣고 가스로 질식시킨 뒤 쓰레기 매립지에 매장했다. 원래 H5N1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는커녕 사람을 감염시킬 수도 없다고 생각됐던 바이러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슷한 부류의 수많은 바이러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식하면서 야생조류와 양계장의 닭들을 몰살시켰다. 왜 그랬을까.

<대혼란>의 저자는 "조류 바이러스군은 조잡하고 변화무쌍한 복제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돼지나 조류 등의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만난 서로 다른 바이러스들이 '바이러스 섹스'를 하면서 온갖 종류의 조잡한 복제물과 돌연변이를 만들어낸다는 것.H5N1은 스무 번이나 돌연변이를 통해 변종을 낳았고,그 결과 단순한 무임승차자에 불과했던 조류독감이 공장형 양계장 같은 환경에서 순식간에 악질 살해자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한 조류 유형,인간 유형,돼지 유형의 바이러스들이 '유전자 스와핑'을 하면서 호시탐탐 세계인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21세기를 위협하는 생물학적 유행병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 세계를 공포로 들끓게 한 조류독감,광우병,무려 500억달러나 잡아먹은 사스,유달리 전염성이 강한 구제역,지옥에 버금가는 난장판을 연출할 수 있는 곰팡이,각국 정부가 비밀리에 만들어낸 탄저균,지구온난화가 만들어내는 온갖 유형의 바이러스와 질병 등을 낱낱이 해부한다.

창궐하는 유행병 근원은 세계적 규모의 무역과 세계화다. 65억 지구인의 급증하는 상거래와 세계여행,수입식품 등이 무임승차할 기회만 엿보고 있는 생물학적 히치하이커들에게 전 세계로 총출동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온갖 미생물들과 그 친인척들이 세계 무역망을 타고 총출동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가령 산업적 방식으로 생산된 값싼 고기를 탐닉하는 인간의 식욕은 조류독감을 낳았고,인간이 매년 먹는 음식과 구매하는 상품의 80%가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선박에 의해 운반된 결과 매일 7000종 이상의 해양 미생물,해파리,식물,어류,물벼룩 등의 서식지가 바뀌고 있다. 사스,구제역 등의 가축 전염병은 동물 대학살을 수시로 초래하고 기후 변화로 진드기와 모기가 활개를 친다. 병원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따지고 보면 병원이란 병든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며,몸이 편치 않은 사람들의 면역체계는 공장형으로 사육되면서 노상 약물에 절어있는 닭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사스는 '야심에 불타는 침입자'(바이러스)가 세계로 진출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병원에서 발견한 경우라고 그는 고발한다.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와 달리 사스는 외인성 신흥 병원균이 아니라 병원에서 만들어진 병원감염 전염병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과 함께 저자는 "침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을 시작하면 생태계 전체와 먹이사슬,수계(水系)는 물론 인류 제국의 운명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며 "누구나 상거래가 배출한 침입자와 어디선가 마주칠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생물학적 유행병으로 대혼란을 겪고 난 후 변화될 상황을 전망하는 것으로 대처방법을 대신한다.

"심각한 유행병을 계기로 맹렬한 세계화의 속도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고파는 생물학적 무역에 대해 제고하게 될 것이다. 또 사람들이 여행과 무역을 덜 하고 공중보건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 중에 해외에서 수입된 상품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가축을 공장형 사육시설에 몰아넣는 것,수의학과 인간의학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수자원 오염,그리고 모든 것을 세계화하는 데 대해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서화동기자) 

10. 05. 09.  

P.S. 저자 니키포룩은 캐나다의 저널리스트다. '탐사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소개에 따르면, "지금까지 세권의 저서를 펴냈으며 특히 <새보터>는 캐나다 Governor General's Award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였다. 처녀작인 <제4의 기사, 전염병, 페스트, 기아, 재앙, 신생 바이러스의 역사>는 캐나다, 미국, 영국에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금까지'가 언제까지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신작 <타르 모래>(2009)까지 포함하면 다섯 권의 책을 펴냈다. 최소한 세 가지 분야의 책들인데, 영어권에서 부러운 것은 이런 논픽션 작가들의 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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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때문에 루소의 <에밀>을 갑작스레 들춰보게 됐다. 정작 완역본을 갖고 있지 않아서(너무 많은 완역본이 나와 있다!) 부랴부랴 한 권을 주문해놓기도 했다. <에밀>의 평판이야 덧붙일 필요는 없을 테고, '서울대 권장도서 해제'를 대신에 옮겨놓는다.  

서양의 교육고전으로서 꼭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그것은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론"과 루소의 교육론적 소설 "에밀" 두 권이다. 두 책은 모두 인간과 그 사회(즉 "국가")는 교육에 기원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이 없다면 인간도 그 사회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플라톤의 책에서 교육은 적극적으로 묘사된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을 최종적으로 종합하여 마음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에 "지식"이 어떤 공헌을 하는지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논리와 문체로 제시했던 사람이다. 이 점에서 "국가론"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그것이 현실 국가 속에서 어떤 제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은 없다. 

그러나 루소의 "에밀"에서 교육은 그 반대로 묘사된다.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교육을 가장 잘 하는 것", 교육이란 그런 것이다. 루소가 보기에 교육을 통해서 인간은 그 진실된 자아(이를 루소는 "자기사랑"으로서의 자아라고 부른다)를 점차 상실하고 타락된 모습, 가면을 쓴 위선을 인간의 참모습이라고 믿게 된다. 그것이 바로 "부르주아 인간상"으로 가득 찬 사회를 만들고, 이 사회 속에서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노예로 부리며 살아간다. 

인간의 이러한 타락을 구원으로 돌리려면 교육이나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되는 일체의 속박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첫 구절은 자연의 찬미로 시작된다. "조물주의 손이 닿은 것이면 무엇이든 선하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닿으면 무엇이든 타락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루소는 자연 속에서의 교육, "자연을 따르는 교육"을 역설하지만 이것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곧 루소가 말하는 교육은 문자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일"이라는 오해가 그것이다. 인간은 이미 오래전에 문명이라는 다리를 건넜고, 이 다리는 한 번 건넌 이상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루소 자신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명 파괴를 외치면서 우리의 아이들을 원시자연 속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고(그런 "원시자연"은 이미 없다), 위선으로 가득 찬 사회문명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비열한 "부르주아의 삶"을 계속하도록, 그것을 "더 잘 살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이 에밀을 읽는 독자가 관심을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에서 루소는 나름대로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고, 그 해법이 옳든 그르든, 그 속에 나타난 루소의 사상은 이후 서구 시민사회의 형성과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책은 내용과 문체 모두가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철학자 칸트는 이 책을 읽느라고 매일 시계처럼 정확한 시간에 산책 나가던 일을 잊어버렸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그의 저술을 통하여 루소의 작품이 자신의 사상에 미친 영향을 솔직히 기술했다. "내가 더 이상 루소의 문체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않고 내 생각에 비추어 그를 이해하게 될 때까지 나는 여러 번 그의 책을 읽어야 했다." 칸트의 이 말은 "에밀"에 대한 최대의 찬사로 남게 될 것이다.(김안중 서울대 교수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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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중현 옮김 / 한길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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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완역판
장 자크 루소 지음, 정봉구 옮김 / 종합출판범우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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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완역판
장 자크 루소 지음, 민희식 옮김 / 육문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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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장자크 루소 지음, 정병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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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 2010-05-08 12:42   좋아요 0 | URL
저도 7년 전에 필요에 의해 읽었는데, 특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백지연의 끝장토론에서 전교조명단 공개찬반토론을 봤는데
지켜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티비토론이라고 해도 인간의 밈은 과연 발전을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만 들더군요.

로쟈 2010-05-09 09:20   좋아요 0 | URL
루소도 호오가 분명하게 갈리는 저자더군요...

kumun 2010-05-08 18:53   좋아요 0 | URL
흠... 어느 번역이 가장 좋을까요?

로쟈 2010-05-09 09:1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몇 대목을 직접 비교해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고요. 구입한다면 책값도 변수입니다...

빵가게재습격 2010-05-09 12:54   좋아요 0 | URL
<에밀> 번역본이 정말 많네요. 검색해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주문' 하셨다는 <에밀>은 어떤 <에밀>인가요...?^^ (여담입니다만, 5월. 남편, 아빠, 자식으로는 혹독한 달입니다...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로쟈 2010-05-09 18:16   좋아요 0 | URL
한길사 책으로 일단 구입했습니다. 루소의 다른 책과 짝을 맞추려고요. 중복해서 나올 필요까진 없었을 거 같아요...

Songbi 2010-05-09 15:18   좋아요 0 | URL
읽어보고 싶네요. 도서관에서 비교해보고 구매하면 될 듯해요^^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지만요...

로쟈 2010-05-09 18:16   좋아요 0 | URL
다 갖다놓는 도서관이 있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