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북플의 밑줄긋기를 처음 해본다. 서프라이즈! 사진이 텍스트로 이렇게 쉽게 변환되다니. 예전에(10년쯤 전에) 피디에프 파일을 한글파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써본 적은 있지만 사진도 이렇게 쉽게 전환되는 줄은 몰랐다. 아무튼 밑줄긋기 해본 대목은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 가운데 후반부 한 대목이다.

 혹시 있다 해도, 끝나는 지점에서 생명을 막으려 기다리지 않는다.
 죽음은 생명이 나타나는 순간 죽는다.

 모든 것은 앞으로 밖으로 나아가며, 꺾이는 것은 없노라.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죽음은 오히려 복된 것이로다.(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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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뭐고? -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
칠곡 할매들 지음, (사)인문사회연구소 기획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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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오늘 배송받은 책 가운데 칠곡 할매들이 쓴 시들을 모은 <시가 뭐고?>(삶창, 2016)를 들춰본다. 김장순 할매의 '우리 식구'를 옮겨놓는다. 표기는 원시 그대로다(사실 할매들 시의 핵심은 맞춤법에 맞지 않는, 입말 그대로 쓰인 시라는 데 있다). 닭과 토끼를 키우며 살아가는 노 부부의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더불어 나도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토끼와 닭들이 생각난다. 토끼는 몇 마리가 안 되었지만 닭은 열 마리가 훌쩍 넘었던 걸로 기억된다...

 

 

우리 식구

 

우리 식구는 열이다

영감 나 닭 엿섯 마리와 토끼 두 마리

눈뜨자마자 닭과 토끼에게 달려갓다

닭알 두 계을

영감하고 사이좋계 나누어 먹는다

토끼는 풀 먹는 모습이 예쁜다

닭 여섯 마리 토끼 두 마리도

내 자식이다

참 기염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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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책 삼인 시집선 1
유진목 지음 / 삼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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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참으로 망개떡을 먹으며 오늘 배송된 유진목의 <연애의 책>(삼인, 2016)을 읽는다. 쭉 훑으며 마음에 드는 시를 먼저 찾는 게 나의 시집 독법이다. 그렇게 한두 편이라도 일단 건지면 '본전'은 된다. 이건 독법이 아니라 셈법인가. 여하튼 '미선나무'란 시에서 눈길이 멎었고, 나는 이걸로 본전은 챙겼다고 생각하면서 여기에 옮겨놓기로 했다. 그 사이에 망개떡은 사라지고 망개잎만 몇 장 그릇에 남았다. 시집의 제목은 '연애의 책' 대신에 '사후의 시'여도 무방했겠다 싶다. '미선나무'도 그 편을 들어주지 않을까. 미선나무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는군...

 

미선나무 기슭에서 나는 벌거벗은 채로 발견되었다

겨울이었고
차라리 땅에 묻히기를 바랐다

이걸 알면 슬퍼할 사람을 떠올렸다

맨 처음 너가 울었다

그러면 너를 안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살아 있어서 많이 힘들지

너는 더 크게 울고

지금은 미선나무를 헤치고 바람이 분다

해가 지고 멀리 불빛이 보인다

가보면 사람들이 문을 닫고 내 얘기를 하고 있었다
무섭다고 그랬다

그런데 사실은 그럴 줄 알았다고도 했다
예감이란 게 있었다고

그들은 틀린 적이 별로 없다고 한다

나는 죽어서도 사람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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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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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흰>(난다, 2016)을 읽는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언니에 대한 애도의 글들이다(한강 문학의 밑자리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애도'라는 장르가 낯설겠다고 여겨서였는지 '소설'이라고 붙였다. 소설 아닌 소설의 '작별' 장.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

말을 모르던 당신이 검은 눈을 뜨고 들은 말을 내가 입술을 열어 중얼거린다. 백지에 힘껏 눌러쓴다. 그것만이 최선의 작별의 말이라고 믿는다.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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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아직 그 달이다 창비시선 398
이상국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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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봄이 되어도 마당의 철쭉이 피지 않는다

집을 팔고 이사 가자는 말을 들은 모양이다

꽃의 그늘을 내가 흔든 것이다

 

몸이 있는 것들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아내는 집이 좁으니 책을 버리자고 한다

그동안 집을 너무 믿었다

그들은 내가 갈 데가 없다는 걸 아는 것이다

 

옛 시인들은 아내를 버렸을 것이나

저 문자들의 경멸을 뒤집어쓰며

나는 나의 그늘을 버렸다

 

나도 한때는 꽃그늘에 앉아

서정시를 쓰기도 했으나

나의 시에는 먼 데가 없었다

 

이 집에 너무 오래 살았다

머잖아 집은 나를 모른다 할 것이고

철쭉은 꽃을 버리더라도 마당을 지킬 것이다

 

언젠가 모르는 집에 말을 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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