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다 텅
비어있다고 당신이 말할 때
냉장고가 비어있다고
혹은 지갑이 비었다고
혹은 은행 잔고가 비었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비어있는 말은 빈말이어서
아무것도 담지 못해서
냉장고는 차 있어도
비어있고
채워넣어도 바닥이
보이고
보이지 않던 바닥이
보이고
마음은 바닥에 닿는다
내가 비어있다고 말할 때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지만
나는 나조차도 비워두어서
당신을 맞을 준비가
전적으로 되어있다는
말인지도 모르지만
빈말은 빈말일 뿐이어서
무엇이 비어있는지도
알리지 못하지
말들이 붐비던 자리에
쓸쓸히 놓여있는 빈 접시처럼
바람이 마저 자리를 뜨자
빈말은 문득
빈 마음이 된다
비어있을 때만
보이는
마음에 닿는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0-04-07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7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타이니맨 2020-04-0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어서 닿는 마음이 저 아래 깊고 깊은 바닥의 마음이라 읽혀집니다.
그래도, 봄이 왔듯이 또 여름이 오듯이 그렇게 일상은 돌아올테지요. 저는 기다리는 시간이 희생되지 않도록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에 접속합니다.
(마스크에서) 코 빼고 로쟈쌤 강의 기다리는 1인.

로쟈 2020-04-07 21: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2020-04-07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7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걷는사람 2020-04-07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어있다는 것이 무의미함을 뜻하진 않을텐데 왠지 슬퍼져요. 로쟈쌤의 실내자전거 프로젝트를 응원하면서 다음 강의와 책들을 기다리겠습니다.

로쟈 2020-04-08 08: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전출처 : 로쟈 > 레몬 파파야

11년전에 15년쯤 전 시라고 한 걸로 보아 아주 오래전에 쓴 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로쟈 > 목련꽃 그늘 아래 울다

12년 전에 올려놓은 시다. 시는 20년도 더 전에 썼을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입을 다물고 있는 건
내가 말하라는 뜻이지
가만히 서 있는 건
내가 걸어다니라는 뜻이지
머리가 없는 건
내가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지
질소를 들이마시는 건
내가 산소를 들이쉬라는 뜻이지
나무야
네가 나무인 건
내가 나무여서는 안된다는 뜻이지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지
생각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이지
나무의 뜻이지

봄날의 나무를 바라보다가
받아적는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모맘 2020-03-0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쌤이 시를 쓰는 건
내가 생각해보라는 뜻?ㅎㅎ
로쟈쌤 시를 읽다가
한 댓글 합니다~



로쟈 2020-03-08 18:53   좋아요 0 | URL
^^

2020-03-09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올려주셨네요. 저도 바뀐일상을 시작합니다.^^*

로쟈 2020-03-09 21:42   좋아요 0 | URL
네 해가 바뀔 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현실로.~^^;

2020-03-09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3-10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 사람은 매일 나와요
앉아 있어요
하루에 열여섯 시간씩
집에서 잠만 자고 나와요
그게 머리가 좀
그 사람이 나와 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전화를 드릴게요

그 사람은 


남구로 지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모맘 2020-01-17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가 좀...안 돌아가서
??? ㅎㅎ

로쟈 2020-01-17 23:19   좋아요 0 | URL
전철역이에요. 전철에서 통화하는 내용 받아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