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북어국
지난밤 취하지 않았건만
북어국에 대한 예의로
취한 척

잠이 덜 깨
잠에 취한 척
애쓰지 않아도 몽롱하니
꿈속의 아침

블라인드 바깥은
환한 아침
나의 아침과 너의 아침이
같지 않구나

그러니 북어국이지
너도 북어지 싶을 때
튜닝이 필요할 때
월요일 아침

상쾌한 아침은
방송용 아침
상쾌하지 않아 좋구나
이토록

이제야 정신이 든다
아침의 저의에 눈을 뜬다
저항군의 연락처를 찾는다
쉽게 투항하지 않겠다

말라빠진 북어의 진실을
나는 안다
아침이 숨겨온 진실
저들의 책략

모두가 일어날 거라는 확신
모든 확신의 배후
북어국의 배후
목에 넘어가지 않는

이제야 기억난다
밤늦도록 아침과 싸운 기억
아침이 오는 걸 막으려
숨져간 동지들

상쾌함에 맞서
우리는 봉기했지
이날이 오지 않기를
눈을 감을 수가 없었지

북어국은 속임수
투항의 회유
북어국을 다 먹었어도
나는 말짱하다

나의 정신력
나는 아침에 넘어가지 않는다
나는 북어국에 속지 않는다
기필코 아침을 되돌리겠다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겠다
아침을 물리겠다
북어국을 반납한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취하지 않았다
나는 저항한다
이건 잠꼬대가 아니다
이건 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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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8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Yoona Kim 2018-05-29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우군. 다시보니 반가운 시들이네^^

로쟈 2018-05-29 21:18   좋아요 0 | URL
^^

레뽀 2018-05-2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한데 북엇국인데요

로쟈 2018-05-29 21:18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북한에선 북어국이라고 한다니 친북적인 시로.~
 

머리가 아파서 적는다
아프다고 적으니 아픈 건 아니다
날아다닐 기분이 아니다
말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
문은 열어놓는다
자동차단기가 달려 있다
마음은 자주 단속해야지
복잡한 마음은 자주 고장이 난다
컴프레서에 문제가 있다
에이에스를 부르는 것도 일이다
세탁소에 들르지 않았군
지난 옷들의 원망을 듣고 싶지 않다
발가락 장난이나 할 때인가
목구멍에도 반창고를 붙여야겠다
이건 썼던 말이다
한번 쓴 반창고를 다시 붙이다니
이건 누가 하는 말인가
말할 기분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꿀꺽 삼켰다
치사량에 못미쳤나 보다
아침이면 또 깨겠군
그럴까봐 새벽에 일어난다
내일은 눈이 아플 예정이다
아니 다시 머리가 아플 것이다
아프다고 적은 걸 어디에 두었나
잘 때는 배에다 붙여놓아야겠다
배가 아프다니 너무 유치하다
차라리 날아다니는 게 낫겠다
요즘은 신경들을 쓰지 않는다
날아다닐 맛이 나지 않는다
추락할 기분이 아니다
무조건 입을 다물어야 한다
나는 단호하게 블라인드를 내린다
양들을 불러모으자
러시아에 가보자
아직 눈이 내릴까 눈 맞을
기분이 아니다 눈꺼풀이 감긴다
이건 아침에 지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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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5-28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침인데 지우지않으셨군요^^
이것도 시의 일부인가요?^^
매일매일 쌓이는 일거리, 읽을 거리...
그 모든 거 뒤에 남기고
(심지어 통증마저도!)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뜨거운 커피로
심장을 무장시키고
(마음 안정 기분좋음 효과)
출근 준비합니다.
즐겁고 새로운 낙이 생겼거든요^^*
모두들 굿 모닝~~~

로쟈 2018-05-28 11:08   좋아요 0 | URL
네, 즐거운 한주.~
 

무릎은 단출하다
식구가 꿇다와 펴다밖에 없으니
굽히다 구부리다는 친척이다
두드리다도 가끔 찾아온다
긁다도 오다가다 들른다
치다는 일이 있을 때만 찾는다
주로 꿇는다
항상 뭔가 잘못된 표정이다
나이 들면 시큰거린다
펴다가 외출하고
오래 꿇어서다
무릎을 편안히 해줘야 한다
그래도 머리 어깨 다음이니
넘버 쓰리 아니었나
발보다 무릎 아니었나
무릎이 요즘 안 좋다는 소식이 들려
안부로 적는 시다
식구들이 모쪼록 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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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7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버 쓰리에서 빵! 터졌습니다.ㅎㅎ
무릎을 살리려면 어깨와 무릎사이?
넘버 2.5의 허벅지를 키워야 한답니다.
(의사샘이)

로쟈 2018-05-27 23:34   좋아요 0 | URL
골격계도 부실해지면 노년이죠.^^;
 

시를 써야 시를 불태울 수 있다
사랑을 해야 사랑을 불태우고
인생을 살아야 인생 끝장을 내고
그것이 세상의 이치
구두를 닳도록 신어야 밑창에 구멍을 내고
라면도 매일 먹어야 신물이 나고
연인도 매일 만나야 넌더리가 나고
무슨 일이건 꾸준히 해야 성과가 난다
모든 굳은 살의 이력이 그렇다
인생 하루이틀 사는 것 아니다
싸움도 한 놈만 패고 때린 데 또 때리고
우리는 각자가 덧나는 상처
아물기 전에 또 소금 뿌리고
크악
비명도 자주 지르면 메탈락의 샤우팅이 된다
거짓말도 자주 해야 입에 침이 마르지 않고
속아본 자가 또 속는다
바보가 이치를 깨달으면 똑똑한 바보가 되고
밀물은 방향만 바꿔서 썰물이 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당신은 눈병이 되고
한번 걸린 병은 때 만난 듯 고질이 된다
매일같이 실력정석 풀던 친구는 정신이상이 되고
이빨 빠진 숫사자는 어느 날 굶어죽는다
한번 목련은 죽을 때까지 목련만 피우고
새로 깐 보도블록은 실컷 밟히면 교체된다
세상의 이치는 이와 같은 것
이런 걸 여러 번 썼다가 지웠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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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7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지걸고 싶어지는 세상의 이치~
(모레티의 세상의 이치는
갖고? 싶으나 높은 몸값 자랑하시고~
내거하기 쉽지않은 세상의 이치)

로쟈 2018-05-27 20:01   좋아요 0 | URL
모레티 책에선 제목만.~

모맘 2018-05-27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도 20년정도 봤으니 넌더리가 나야하는데 고질병이 되어 덧나고 또 덧납니다ㅠ남편도?ㅋ

로쟈 2018-05-27 20:01   좋아요 0 | URL
^^
 

*영화 버닝의 스포일러가 포함됨.

누가 헛간을 태운다고 한 거야
비닐하우스잖아
누가 또 비닐하우스라고 한 거야
안 나오잖아
(그거 말해도 돼?)
벤이 그랬어 비닐하우스를 태운다고
두 달에 한번씩
그건 메타포라잖아
종수한테 물어보라잖아
벤이 그랬잖아
포르쉐를 모는 벤이 그렇게 말했잖아
알바생 종수가
아버지 용달차를 모는 종수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해
문창과 나온 종수가
포크너를 좋아한다는 종수가
왜 소설을 쓴다면서 메타포를 푸는가
왜 비닐하우스가 불에 탈까
뛰어다니며 숨이 차야 하는가
왜 살인까지 하는가
(그거 메타포 아냐?)
그게 벤의 재미라잖아
그게 베이스라잖아
그렇게 헐떡이고 손에 피를 묻혀도
그렇게 불태워도
벤은 죽지 않아
포르쉐는 불타지 않아
불탄 건 비닐하우스지
누가 헛간이라고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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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2018-05-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랫동안 눈팅만 한 곳인데
로쟈님 쓰신 시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어느 시를 발췌하셨나 뒤적거리다보니 이런 .. 직접 쓰셨네요!
시집 내시면 바로 예약주문 하겠습니다.

로쟈 2018-05-27 20:00   좋아요 0 | URL
네 한달 남짓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