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테네에서 크레타로 이동하면서 맞은 크레타의 첫날 일정은 문학기행보다는 문명기행에 가까웠다(카잔차키스 일정은 오늘 진행한다). 핵심은 크노소스궁전과 이라클리온(이라고 배웠는데 이곳에서는 헤라클리온이라고 읽는 듯하다. ‘헤라클레스의 도시‘가 어원적 의미라면 그쪽이 이해하기 쉽다) 고고학 박물관 방문하기. 숙소에서 고고학박물관은 도보로 10분거리. 동선은 버스를 타고(30분거리) 크노소스궁전에 다녀온 뒤에 박물관 공부를 하는 걸로 짜여졌다.

일주일전부터 확인해본 예보에는 비가 내린다고 하여 염려(라기보다는 체념)했는데 비구름의 변덕인지 화창했다. 강한 햇살은 구름이 막아주었고 심하지않게 바람도 불어서 몇시간을 야외에서 보냈지만 덥게 느껴지진 않았다(기온이 올라가고 관광객도 많아지면 다른 느낌을 줄 듯하다).

그간에 그리스 여행기는 많이 나왔지만 이번 문학기행에 도움을 준 책은 고전학자들의 문명기행서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온 강대진의 <그랜드투어 그리스>와 김헌의 <그리스 문명기행>이 그것인데, 각각 코로나 직전에 그리스를 둘러본 현장감을 반영하고 있다.

크레타와 그 주변섬들, 크노소스궁전과 고고학박물관 유물들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건 강대진의 책으로, 준비강의 때 이번 여행과 관련한 장들을 읽었고 다시 복습을 위해 크레타까지 들고왔다(역시나 실제 견학 후에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에 더해서 들고온 책은 토머스 마틴의 <고대 그리스사>. 고대 그리스사에 대한 전반적인 조감도를 갖게해준다(저자의 책은 <고대 로마사>도 나와있다).

크로소스궁전을 세운 미노아(미노스) 문명은 중기 청동기에 건립된 유럽 최초의 궁전(왕궁)문명이고(기원전 2200년) 해양문명이다. 지중해교역의 중심로서 전성기를 누리다가 기원전 1370년경에 멸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본토의 미케아 문명에 흡수된 걸로 본다).

그 사이 크레타의 아침이 밝았고 조식을 먹었다. 미노아 문명의 점토항아리와 벽화, 그리고 문자(선형문자A, B)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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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라고 
크레타 사람이 말했다
언제적인가 논리학 시간
당신은 거짓말쟁이 크레타 사람을
믿지 못하지
크레타 사람이 진실을 말한다면
아.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

K-팝을 좋아한다고
크레타 소녀가 말했네
크레타의 바람이 산들거리는
버스정류장
크노소스 궁전으로 가는 정류장에서
소녀는 잇몸을 드러내며 환히 웃었네
언젠가 한국에 가고 싶다고
크레타 소녀는 진심처럼 말했네
한국에서 온 사람들도 환하게 웃었네
언젠가 서울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

우리는 크노소스로 가는 버스에 오르고
크레타 소녀는 크레타 친구들과 남았네
우리는 크레타 고고학 강의를 들으러
청동기 크노소스로 향하고 
크레타 소녀는 K-팝에 맞춰 기분을 낸다
크레타의 기이드는 말했다네
그녀는 뉴제너레이션이야

크레타에는 크노소스 궁전이 있고
한국사람을 반가워하는 크레타 소녀도 있다네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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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 2023-04-0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en elpízo típota. Den fovúmai típota. Eímai eléftheros(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다섯 시간 남짓 비행 끝에 아테네에 도착했다. 착륙시 혼잡(조종사 설명)으로 다시 부상했던 탑승기는 두번째 시도로 안착. 덕분에 아테네 주변을 공중에서 볼 수 있었다. 구름 많이 낀 하늘과 에게해. 기온은 20도. 오후 4시부터 8시까진 비 예보도 있다... 그리고 비가 왔다.

어제 일이고 지금은 아테네의 아침시간. 크레타로 가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가는 중이다. 그리스반도 남쪽의 크레타는 그리스에서 가장 큰 섬이고 주도인 헤라클리온(이라클리온)은 인구 18만으로 그리스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라 한다. 에게항공 비행기를 타고 50여분 비행을 하면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크레타 일정의 시작.

어제 아테네공항에서 아테네 도심까지는 픽업차량으로 45분정도 걸렸다. 그리스 최대 도시이고 광역인구가 450만에 이르지만(그리스 인구가 1100만) 도로가 좁고 고층건물이 없어서인지 아테네는 소박한 도시라는 인상을 준다. 지진에 대한 염려도 있고 인구에 비해 땅이 넓은지라 8층이상의 고층건물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여장을 푼 곳은 전망(조식을 제공하는 8층의 루프탑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아테네 게이트 호텔이다. 전망뿐 아니라 도심 관광에도 좋은 위치의 호텔이다.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을 나섰을 때 예보대로 비가 내렸기에 플라카지구를 둘러보는 산책은 우중산책이 되었다. 레스토랑에서 그리스식 저녁식사를 와인과 함께 포식하고 일행 한분의 생일 축하까지 곁들었다. 아테네의 첫날이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공항에 거의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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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UNAMATATA 2023-04-0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인 조르바의 위력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
크레타 멋지죠
완전 부럽습니다
 

아랍에미리트를 문학기행차 찾을 일은 없을 듯싶지만 유럽행의 경유지로 지난번 두바이에 이어서 이번에는 아부다비에 들렀다. 환승대기 시간이 길어져 공항인근호텔에서 한숨 자고 맞은 아침. 아침비행기로 아테네로 향하기 전에(5시간남짓 소요) 공항에서 잠시 자유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환승공항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드문 일이어서 ‘아부다비의 밤은 깊어‘라고 적으려 했으나 장시간비행(인천공항에서 아비다비까지 9시간50분 소요) 탓에 어젯밤엔 바로 잠이 들었다. 조식은 호털방에 비치된 커피와 엊저녁 기내식으로 나왔던 모닝빵(버터)으로 대신하고 로비에서 일행과 조우. 어젯밤에는 알지 못했으나 호텔에서 공항까지는 연결통로가 있었다.

장시간 비행은 작년 11월 스페인문학기행 때의 기억(대기시간 포함 22시간. 기록이었다)이 있어서 당분간은 수월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듯. 10시간가량 수감체험을 한다는 기분이면 버틸 만하다(제때 식사와 음료가 제공되고 영화관람도 가능하니 고급 수감생활에 속한다). 어제 기내에서는 쉬엄쉬엄 망구엘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읽다가 최근 개봉했던 아일랜드(배경)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를 보았다. 한글자막 제공. 소개와 예고편만으로 감독 마틴 맥도나란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영화.

탑승시간이다. 대여섯 시간 뒤에는 아테네 상공에 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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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문학기행차 인천공항에 나와있다. 터미널 집합시각은 오후 3시지만, 요즘 집에서 탈 수 있는 공항(행)버스가 하루 네차례밖에 운행하지 않아서 오전 10시반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정오가 되기 전에 도착했는데 밀린 일이 있어서(오늘 마감인 원고) 먼저 처리하고 점심을 먹으려 한다. 아무려나 그렇게 또한번 문학기행이 탄생하려는 참이다.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만큼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지루하진 않다. 첫 목적지인 그리스(아부다비에서 환승하여 내일 아테네로 들어가지만 아테네 관광은 크레타에 다녀온 뒤에 진행한다)와 관련한 아이템으로 어젯밤부터 부랴부랴 영화 <카잔자키스>(작가의 이름이 ‘카잔차키스‘로 통용돼 그렇게 적지만 영화는 <카잔자키스>로 개봉되었고 그게 현지 발음과 가까워보인다)를 마저 보았고(앞부분만 봤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1935-2012)의 영화(엘레니 카라인드루의 영화음악)들이 생각나서 챙겼다(기억의 창고에서 꺼냈다).

돌이켜보면 <안개 속 풍경>(1988) <율리시즈의 시선>(1995) <영원과 하루>(1998) 등을 극장에서 봤었다. 오래전이고 그러고 보니 2000년대 발표작들을 보지 못했다(<울부짖는 초원>을 포함한 삼부작이 있다). 시적인 미장센으로는 타르콥스키와 함께 최고 경지에 이른 감독이란 걸 다시 확인한다. 앙겔로풀로스의 자취를 찾는 건 이번 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여하튼 크레타인의 시선(카잔차키스)과 함께 그리스의 시정도 느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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