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오늘 파리로 재입성한다. 오르세미술관(반 고흐 특별전이 개최중이다) 관람과 발자크박물관(발자크의 집) 방문이 오늘의 일정이다.
노르망디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어제는 파리에서 더 가까운 일리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배경 마을인 일리에-콩브레를 방문하는 게 핵심일정이었다(원래 이름은 일리에였지만 프루스트가 작품에서 콩브레라는 이름으로 그렸고, 지난 1971년, 프루스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일리에-콩브레로 개명되었다).
일리에는 인구 3천여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어서 숙박이 마땅치않아 경유지로 선택한 곳이 대성당으로 유명한 샤르트르다(인구 4만의 소도시다). 해서 트루빌을 떠나 샤르트르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대성당을 구경한 뒤에 일리에를 다녀오는 것이 어제의 동선이 되었다. 트루빌에서 샤르트르까지는 2시간반쯤, 다시 일리에까지는 40분이 걸린다.
샤르트르 대성당은 샤르트르에 들어서기 이전부터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보었는데 말 그대로 샤르트르의 랜드마크였다. 일행은 대성당 바로 옆 레스토랑에서 점심으로 수제식 햄버거를 먹고서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대성당을 구경했다. 그러고는 드디어 일리에로 향했다. 프루스트가 어릴시절 방학때마다 찾았던 고모댁이 있는 곳으로 작품에서는 레오니 고모댁으로 그려진다. 원래는 프루스트박물관을 겸하고 있지만 현재는 내부공사중이라 박물관의 역할은 인근의 다른 건물이 대신하고 있다.
일행은 박물관에 들러서 주로 프루스트 가족과 고모댁 가족에 관한 전시물들을 둘러보고 기념품을 구입했다. 한가했던 박물관이 뜻밖의(?) 방문자들로 갑자기 활기를 띠며 북적였다. 박물관 운영과 레오니 고모댁 공사는 모두 ‘프루스트의 친구들‘이 주관하고 있는데, 프루스트의 독자들 역시 프루스트의 친구들에 다름아닐 것이다.
일행은 공사중인 친구네 고모댁으로 걸음을 옮겼는데(가는 도중에 마을성당 건물을 거쳐서 갔다. 성당 옆 벤치에는 꼬마 프루스트 동상이 있어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건물 앞에서 가이드가 작품에도 나오는 유명한 초인종을 울리자 뜻밖에도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알고보니 마침 택배를 기다리던 공사 관리자가 택배가 온 줄 알고 열어준 것이었는데, 놀라는 표정이 반가운 표정으로 바뀌면서, 공사중인 실내는 들어갈 수 없지만 정원은 구경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마도 공사중인 박물관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드문 팀이 될 것 같았다(일행이 레오니 고모라고 부른 관리자도 함께 찍었다).
이어서 작은 일리에 마을 순레에 나선 일행은 프루스트의 정원이라고 이름붙여진 정원도 둘러보고 스완의 집 방향을 가리키는 탕송빌거리 이정표까지 확인하고 일리에 방문 일정을 마쳤다. 언젠가 재개장한 프루스트박물관(레오니 고모댁)을 다시 찾아오리라 속으로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