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기행의 우수리다. 마지막날 오전 페르라셰즈 묘지를 찾았을 때, 발자크와 프루스트의 무덤 외에도 여러 역사적 인물들의 무덤을 같이 둘러보았는데 그 가운데는 루브르박물관의 초대관장을 지낸 도미니크 비방 드농 남작(1747-1825)도 있었다. 루브르의 드농방의 주인공이 바로 비방 드농이다.
사실 무덤을 지나며 루브르 초대관장이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는 별 감흥이 없었다. 가이드가 ‘야한 소설‘들을 부업으로 쓴 작가이기도 하다고 했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재미있는 인물이로군. 드농이 쿤데라의 첫 프랑스어 소설 <느림>(1995)에 등장하는 <내일은 없다>의 저자라는 사실은 귀국하고 나서야 떠올리게 되었다(<느림>에 인물과 줄거리가 소개되지만 우리말 번역본이 없는 탓에 이름에 입에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루브르 관장이라는 이력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뒤늦게, 필립 솔레르스가 쓴 <루브르를 훔친 기사 비방 드농> (절판돼) 중고본을 주문했다. 영어로는 번역돼 있는 <내일은 없다>도 번역되면 좋겠다. 프랑스에선 여전히 ‘야설 작가‘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듯한데, 드농과 그의 소설을 예찬하고 있는 쿤데라의 <느림>이 생각만큼 많이 읽히진 않았던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