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을 지난 스페인문학기행은 세비야를 떠나 론다로 향한다. 론다는 말라가주의 작은 마을인데 헤밍웨이 덕분에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헤밍웨이가 아니더라고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알려질 만한 곳.
세비야에서 론다로 가는 두시간 정도 여정에 세비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돈후안>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대심문관‘에 대해 강의했다. 문학기행에서 강의는 주로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이나 관련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까지.
이언 와트가 <근대 개인주의 신화>에서 근대적 인간의 문학적 원형으로 제시하는 네 주인공(돈키호테, 돈후안, 파우스트, 로빈슨 크루소) 가운데 둘이 스페인문학의 주인고이다. 산술적으로는 스페인문학이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는 셈. 이 가운데 돈후안의 가장 유명한 두 판본, 티르소 데 몰리나판(1630)과 호세 소리야판(1844)은 각각 크리스토퍼 말로의 <포스터스 박사>(1592집필, 1604발표)와 괴테의 <파우스트>(1808, 1832)에 대응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각각 르네상스적 인간과 근대적 인간을 형상화한 것으로 이 순서는 비가역적이다.
이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대심문관‘의 주제와 함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1부 1605, 2부 1615)와 도스토옙스키--<백치>(1869)에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79-1880)까지--의 대응관계에 대해서 설명했다(이번 문학기행 과정에서 숙고하게 된 주제다). 덧불이자면 이렇게 확대된 구도에서 <돈후안>과 <돈키호테>는 재조명될 수 있다. 그것이 스폐인 국민문학의 틀을 넘어 세계문학의 차원에서 재평가할 수 있는, <돈후안>과 <돈키호테>의 의의다....
P.S. 사진은 어제 찾은 세비야 감옥터 앞 돈키호테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