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한국은 8시간의 시차가 있다. 아침 9시반을 지나고 있으니 한국은 오후 5시반. 평일이니 퇴근이 가까워가는 시간일 테다. 공항으로의 출발을 두시간쯤 남겨놓고 있어서 그간의 문학기행을 회고하는 페이퍼를 적는다(이번 문학기행 오리엔테이션 때 회고한 내용이기도 하다).
처음은 러시아문학기행이었다. 2017년 1월 혹한에서 진행했던 터라(최저기온이 영하30도까지 떨어졌었다. 해가 뜬 이후에도 영하20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정이기도 했다. 사실 문학기행의 지속여부는 러시아문학기행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계속 기획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루어진 것이 2017년 가을의 카프카 문학기행.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코의 프라하를 거쳐서 독일 베를린으로 마무리되는 일정이었다.
이어서 2018년 1월에는 일본근대문학기행을 진행했다. 나쓰메 소세키와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가와바타 야스나리, 세 작가를 주제로 했고 특히 야스나리의 <설국>의 무대(에치고 유자와의 온천)를 찾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국경의 터널을 지나자 설국이었다˝를 느껴보기). 그리고 2018년 가을에는 괴테와 헤세, 그리고 토마스 만을 테마로 한 독일문학기행을 진행했다. 괴테의 고향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헤세의 고향 칼프를 거쳐서 토마스 만의 고향 뤼벡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2019년 3월에는 이탈리아문학기행을 진행했다. 밀라노에서 시작해 토리노를 다녀와서 베네치아를 거쳐 피렌체와 로마를 방문했다. 피렌체의 미술관들, 로마의 유적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직전 문학기행이었던 2019년 9월의 영국문학기행.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입성해서 런던에서 아웃했다. 제임스 조이스와 윌리엄 워즈위스, 브론테 자매, 제인 오스틴, 그리고 찰스 디킨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발자취를 따라가본 여정이었다.
3년의 공백 이후에 재개한 스페인문학기행이 이제 종료되는 시점. 마음은 벌써 다음 일정으로 건너가고 있는데 내년 4월에는 그리스와 터키를 찾는 지중해문학기행을 진행할 예정이고, 10월에는 프랑스문학기행이 예정돼 있다(주로 파리와 노르망디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직은 멀게 느껴지지만 2024년 4월에는 두번째 독일문학기행을(첫번째 독일문학기행 때 다루지 않은 하이네와 벤야민, 브레히트 등을 추가하려 한다), 그리고 10월에는 코비드로 불발되었던 스위스문학기행을 기획하고 있다(그사이 겨울에는 일본문학기행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여, 문학기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삶이 계속된다면, 그리고 다리가 온전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