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댁에 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쉬는 중이다. 책 대신에 구독하고 있는 시사주간지를 몇 권 들고와서 뒤적이고 있다(3종의 구독료로 매년 몇 십만원을 내고 있지만 일년에 두어번 손에 든다). 신간 리뷰에서 진중권의 <감각의 역사>(창비)가 다뤄지고 있는데 마침 오후에 읽던 책이다. 서문을 보니 감각학 3부작의 첫권이다.

알려진 대로 서양어 미학의 어원이 되는 ‘아이스테시스‘는 감각학이나 감성학으로 번역될 수 있는데 미학으로 정립되면서 그 영역과 의미가 축소되었다. ‘미학자 진중권‘의 문제의식이기도한데, 이를 본래의 의미를 좇아 감각학으로 회복시키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미학의 역사‘가 ‘감각의 역사‘로 변신하게 된 배경이다.

<감각의 역사>를 손에 든 건 강의 관련으로 칸트의 <판단력 비판>의 한 대목을 읽다가 칸트의 미학에 대한 저자의 정리가 궁금해서였다. 아직 칸트 장까지는 가지 못하고 바움가르텐 장을 읽었다. <판단력 비판>의 한 대목 번역이 모호해서 다른 번역을 찾으니 눈에 띄지 않는다. 개정판을 다시 구입해야 하는지. 거의 모든 책을 갖고 있지만 또 정작 필요할 때는 다시 구입해야 한다는 게 장서가의 속사정이다. 그건 그렇고 한길사판으로도 새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다윗과 바세바

13년 전 글이다. 인용문도 길게 포함돼 있는데, 아무튼 이런 주제에도 관심을 가졌었다는 게 놀랍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일본의 철학자 기다 겐의 책이 나왔길래 구입했다. <반철학이 뭡니까?>(재승출판). 저자보다는 제목 때문에 구입햐 것인데 짐작에 원제는 ‘반철학 입문‘ 정도일 것 같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 <반철학사>도 있는 걸 보면 반철학이 그의 주제라고 해야겠다. 구성을 보면 하이데거를 전공한 걸로 보이는데 니체와 하이데거, 데리다가 말하자면 서양 형이상학을 해체하고자 한 반철학자들이기도 하다.

서두에 저자가 반철학의 문제의식에 대해 간명하게 정리히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흔히들 일본에는 철학이 없다는 말을 하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철학이 없다는 사실이 그다지 수치스럽지는 않다. 철학은 서양 문화권에서 생겨난 특유의 인위적인 사고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따지자면 내가 하는 작업은 ‘철학‘을 비퍈하고 그러한 사고법을 뛰어넘으려는 것인데, 이는 반철학(anti-phiolsophy)이라고 부른다.˝

강의에서 나도 종종 피력하는 견해다. ‘반철학‘을 타이틀에 담고 있는 책은 그간에 몇권 나왔다(번역되지 않은 책도 나는 한두 권 갖고 있다). 당장 꼽을 수 있는 건 러시아 출신의 철학자 보리스 그로이스의 <반철학 입문>이다(제목대로 기다 겐의 책과 함께 입문서 노릇을 하겠다), 알랭 바디우의 <비트겐슈타인의 반철학>도 대략 의도를 가늠햔 수 있는 책이다.

철학이 서양문화권에서 생겨난 인위적인 사고법이라면 근대문학 역시 근대 서양의 특수한 사회적 조건과 연관된 글쓰기 형식이다. 그것이 어떻게 확산되고 또 변형되는가가 나의 관심사이고 강의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다. 그런 의미에서는 ‘문학과 반문학‘도 언젠가 얘기해볼 수 있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맘 2019-09-01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책이네요
강의때 자주 언급하셨다는데
전 기억이..... ㅋㅋ
반철학이라는 말도 처음인듯...
쌤께서 얘기 안 하신걸로~
어쨌든 읽어 보고 싶은 책입니다

로쟈 2019-09-01 08:56   좋아요 0 | URL
철학이 유럽산이고 보편적이지 않다는 얘기..^^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1888)가 새 번역본이 나왔길래 구입하고 오늘 읽어보려 했으나(심지어 가방에 넣기도 했다) 끝내 읽지 못했다. 오후엔 호손의 <주홍글자> 강의가 있었고 저녁엔 다시 이번주 강의준비를 해야 해서다. 일정상으론 수월한 편이지만 다음주에 새로 개강하는 강의들이 있어서 여유를 가질 형편이 아니다. 게다가 원고들도 밀려 있다.

이번 봄여름이 힘들었던 건 피로가 오래 누적된 때문이 큰데 그간에 안식년은커녕 안식월도 가져보지 못했다(내년에는 대책을 세워보려 한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게 아니어서 따로 방학이 있는 것도 아니다(물론 외부 강의가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리포트나 시험지 채점이 면제되는 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기에). 일정은 또 왜 매번 빽빽하게 채워놓는 것인지. 여하튼 가을부터는 여러 가지로 조정해보려 한다. 지난 10년과는 다른 방식의 라이프스타일이 필요하다.

니체를 떠올린 건 오늘이 그가 사망한 날짜여서다(1900년 사망). 더불어 내년봄 스위스문학기행 때 니체하우스도 방문할 계획이어서. 자서전에 해당하는 <이 사람을 보라>는 아주 오래전 청하판으로 읽었는데 아직 절판되지 않아 오늘 주문했다.책세상 전집판과 동서문화사판까지 포함하면 네 종의 번역서를 갖고 있는 셈인데 겸사겸사 니체와 함께 지난 생에 대해서도 회고해보려 한다. <이 사람을 보라>는 니체가 40대 중반에 쓴 마지막 저술로 사후인 1908년에야 출간되었다. 20대 초반에 읽은 책을 40대중반도 진작에 넘긴 나이에 다시 읽다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맘 2019-08-2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의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지지하면서도 쌤께 익숙해진 수강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변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모순된 희망~

로쟈 2019-08-26 22:24   좋아요 0 | URL
네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모든게 바뀌진 않고요.~
 

짧은 휴가 이후 한주의 일정을 소화했다. 여름강좌들도 이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고(이미 종강한 강의와 이번주에 개강한 강의도 있지만) 곧 가을학기 강의가 시작될 것이다. 그 전에 해야 할일과 읽어야 할 책이 여전히 쌓여 있고 중간에 끼여든 일정과 책도 적지 않다. 여느 날보다 조금 더 자고 일어나서 일정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가장 가벼운 책을 들고서 침대로 도망왔다.

선풍기를 틀어놓고(올여름에 시험가동한 것 빼고는 아직 에어컨을 켜지 않았다) 배를 깔고 엎드려서 들고온 책에 대해 적는다. 다니엘 스미스의 <프로이트>(마리서사). 부제가 ‘아웃사이더의 심리학‘이다. 논픽션작가이자 편집자라는데 저자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검색해보니 <잡스처럼 생각하기><셜록 홈즈처럼 생각하기> 등이 소개되어 있고 <프로이트>도 원제만 보면 같은 시리즈다. <프로이트처럼 생각하기>. 그냥 가볍게 프로이트의 삶과 생각에 대해서 정리해볼 수 있는 책으로 보면 되겠다.

멕시코혁명사와 불평등, 일본현대사 등 묵직한 주제의 관련서를 손에 들려다가 피신해온 터라 이 가벼움이 마음에 든다. 장마가 지나면 아파트 단지는 매미의 계절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지치지도 않으며 울어댄다. 그래 뭔가 이루려면 저런 끈기가 필요하지. 그렇지만 모든 필요에 어깃장을 놓고 싶어하는 것도 인간의 삐뚤어진 심리다. 프로이트가 한 마디 해놓았는지 살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