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뇌과학(뇌과학으로 보는 불교)을 다룬 책은 몇 권 되는데, 불교와 진화심리학을 주제로 책은 생각나지 않는다. 로버트 라이트의 <불교는 왜 진실인가>(마음친구)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진화심리학으로 보는 불교의 명상과 깨달음‘이 부제.

익숙한 저자여서 놀랐는데 로버트 라이트는 <3인의 과학자와 그들의 신>(정신세계사)을 필두로 하여 진화심리학 소개서 <도덕적 동물>(사이언스북스)로 널리 이름을 알린 과학 저널리스트이다(이후에 <넌제로>와 <신의 진화>도 번역되었다). 그가 불교에 관심을 갖고서 프린스턴대학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불교와 현대심리학‘을 강의했고 책은 그 결과물이다.

˝인간이 괴로움을 겪는 근본 원인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명료하게 보지 못하는 미망 때문임을 진화심리학의 렌즈로 살핀 뒤, 미망을 걷고 괴로움을 줄이는 실제적 처방으로 불교의 마음챙김 명상에 주목한다. 그밖에 공과 무아, 열반과 깨달음 등 불교의 주요 주장에 담긴 진리성을 형이상학과 도덕, 인간 행복의 차원에서 살핀다.˝

도올 선생의 불교 강의를 유튜브에서 보다가 불교 관련서도 몇 권 장바구니에 넣고 부모님 댁을 찾으며 이 책도 손에 들었다. 주말에는 책이사도 해야 하는데 책장을 비우기 전에 마음부터 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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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9년생인 히틀러는 1차세계대전 참전 세대다. 독일의 패전으로 전쟁이 끝났을 때 그의 나이는 스물아홉. 패전의 쓰라림과 함께 그의 인생의 2막이 시작된다. 히틀러 평전들에서 이 시기에 관해 읽다가 최근에 번역돼 나온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몽유병자들>(책과함께)을 펼쳤다. ‘1914년 유럽은 어떻게 전쟁에 이르게 되었는가‘가 부제로 1차세계대전의 기원에 관한 ‘결정판‘으로 평가빋는 책이다.

나로선 몇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서점에서 원서를 구입한 인연이 있다. 당시 베스트셀러로 진열돼 있던 책 가운데 하나였다. 대개 그런 책들이 곧 번역돼 나오곤 했는데 <몽유병자들>은 분량 때문인지 조금 지체된 감이 있다(지난해가 종전 100주년이었으니 더 맞춤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제 비로소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어 반갑다.

이 책에 쏟아진 많은 찬사 가운데는 ˝탁월하다˝(결정판 평전 <히틀러>의 저자 이언 커쇼)는 평과 함께 니얼 퍼거슨(하버드대)의 평도 있다.

˝바바라 터크먼의 <8월의 포성> 이후 1차 세계대전의 기원에 관한 가장 술술 읽히는 서술이다. 차이점이라면 <몽유병자들>은 최상급 학자가 애정을 기울여 연구한 저서라는 것이다. 국제관계 역사상 최악으로 꼽을 만한 집단적 실수에 대해 이보다 나은 서사는 앞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터크먼의 퓰리처상 수상작 <8월의 포성>(평민사)은 현재 절판되었지만 번역되었던 책이다(다행히 구입해놓았다). <몽유병자들>과 나란히 읽어보면 좋겠다. 국내서로는 박상섭 교수의 <1차세계대전의 기원>(아카넷)이 1차대전 발발 100주년에 출간됐었다. 대략 세 권 정도면 1차대전의 원인과 기원에 대해서 가늠해볼 수 있겠다. 전문가 아닌 독자로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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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평전과 르네상스 관련서들을 번갈아가면서 읽는다. 르네상스 관련서는 차고 넘치는데 부르크하르트의 책에 이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기가 주 전공인 임병철 교수의 책과 번역서를 손에 들었다. <자아와 타자를 찾아서>(푸른역사)를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캐나다 역사학자 니콜라스 터프스트라의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글항아리). 르네상스 시기를 다룬 미시사 책으로 피렌체의 자선쉼터 ‘피에타의 집‘의 사라진 소녀들을 추적한 역사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뒷표지에 실린 문구대로 ˝르네상스의 화려함에 감춰진 그늘을 추적한 미시사의 걸작˝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임병철 교수는 또다른 미시사 책으로 주디스 브라운의 <수녀원 스컌들>(푸른역사)도 옮겼는데 이제 보니 부제가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이다. 출간 당시 화제가 되었던 책인데 뒤늦게 관심을 갖는다. ˝이 책은 종교적 환영을 체험했던 한 수녀가 겪은 삶의 부침에 관한 일화이며, 동시에 근대 초 유럽 역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여성 동성애와 관련된 사건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이야기이다. 17세기 이탈리아 수녀원과 수녀들의 삶, 당대 사람들의 종교적 열정과 그것의 사회적 의미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저술과 번역서를 보건대 전공분야에서 자기 몫의 역할을 다하는 한 모범이다. 이런 학자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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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1월의 마지막 날이었지만 한주의 일정을 마감한 오늘이 오히려 마지막 날 같다. 지난 한달을 돌아볼 여유도 이제야 갖는다. 돌이켜보니 많은 일정이 있었고 많은 강의가 있었다. 미국문학과 일본문학, 프랑스문학에 대한 강의도 처음 다룬 작품들이 많아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은 이탈리아문학기행을 위한 준비 강의와 한국현대시 강의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의의와 한국현대시의 전개과정에 대해서 좀더 분명한 견해를 갖게 되어서 성과라고 부른 것. 두 강의와 관련해 굉장히 많은 책을 구입한 것도 기록으로 남겨둘 만하다. 강의에 들인 비용이라고 치면 수익이 남지 않는 ‘장사‘였다고 할 정도다.

대신에 내가 얻은 건 인식과 이해다. 그 연장선에서 이탈리아사와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책들을 연휴에 읽고 현대시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놓는 것과 책을 찾고 책장을 좀 정돈하는 게 연휴의 과제다. 히틀러 평전들과 함께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1차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의 독일사와 독일지성사도 읽을 거리다. 거기에 밀린 원고들을 처리해야 하는군.

그래도 연휴를 맞으니 생색내기용 독서 욕심도 안 부릴 수 없다. 평소에 손에 들기 어려운 책들에 대한 욕심 말이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류쩌화의 <중국정치사상사>(전3권, 글항아리) 같은 책이 좋은 보기다. 소공권과 유택화, 거자오광의 책도 상당한 분량이었는데 류쩌화의 책은 이를 가뿐하게 능가한다. 3권 합계 4천 쪽이 넘으니, 지금부터 부지런히 읽어야 아마도 추석쯤에 다 읽을 것 같은 분량이다.

 ˝제자인 거취안, 장펀톈 등과 함께 쓴 <중국정치사상사>(전3권)는 샤오궁취안蕭公權의 <중국정치사상사>, 쉬푸관徐復觀의 <양한사상사>, 거자오광葛兆光의 <중국사상사> 등과 함께 현대 중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사상사 분야의 고전적 저작이다.˝

거명된 책들 가운데 샤오궁취안(소공권)과 거자오광의 책은 이미 번역돼 있으니 중국의 사상사와 관련해서는 크게 부족함이 없게 되었다(심지어 나는 이 책들을 다 갖고 있군). 이제 좀 읽어보는 일만 남았다. 여생독서거리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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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2-0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배터리 풀로 충전하실 수 있는 평안하고 복된 명절 보내세요!!

로쟈 2019-02-01 23:36   좋아요 0 | URL
네, 편안한 연휴 보내시길.~
 

리링 저작선의 하나인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글항아리)는 한밤중에 술 한 잔 기울이며 읽을 만한 책이다. 애주가가 되지 못하여 나는 마음으로만 그렇게 한다. 그래도 취하게 만든다면 리링의 글이 술 한 병에 필적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내가 읽은 건 후미에 실린 ‘역사 속 문학의 힘‘이란 제목의 글인데, 사마천의 <사기>에 대해 적은 것이다. 원래 제목도 ‘내가 읽은 <사기>‘였다고.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사기>에 대해서, 그리고 사마천에 대해서 새삼 경애하는 마음을 품도록 만든다. <사기>에 대한 책과 글이 결코 드물지 않지만 리링의 짧은 글은 마음을 울린다.

˝<사기>는 위대하고, 이를 저술한 사마천은 더욱 위대하다˝고 리링은 적는다. 그러고서 추천하는 글이 ‘태사공자서‘와 ‘보임안서‘로 사마천의 자전적인 글들이다. ˝나는 이 두 편이 가장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고 눈물을 쏟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는 고백이다. 덕분에 역사란 무엇이고 역사적 인간이란 어떤 인간을 말하는가, 한번 더 생각해보았다. 하라리의 책들을 읽으며 느낀 감상도 여기에 더 보태어진다. 아직 읽어야 할 역사책이 부지기수로 많지만 그 모두가 사마천과 같은 ‘사학의 아버지‘에게서 발원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우리는 역사를 읽으며 매번 <사기>와 사마천을 반복해서 만난다. 역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인생관이자 세계관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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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07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