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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과학서 가운데 관심도서는 도리언 세이건이 엮은 <린 마굴리스>(책읽는수요일, 2015)다. '진화의 역사를 다시 쓴 과학의 이단자'가 부제. "다윈의 자연선택 이후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공생 발생 개념을 진화의 역사에 포함시킨 20세기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생애와 사상을 담은 책"이다. 역자의 소개를 빌면, "이 책은 린 마굴리스의 아들 도리언 세이건을 비롯하여, 그녀와 교류를 가졌던 이들이 그녀를 추모하며 쓴 글들을 묶은 것이다."

 

 

도리언 세이건은 린 마굴리스와 칼 세이건 사이에 태어난 아들. 어머니와는 여러 권의 책을 같이 펴낸 바 있다(도리언은 아버지 칼 세이건과도 책을 낸 게 있는데, 부모는 이혼했지만 세 사람은 적어도 저술에서는 꽤 보기좋은 '공생관계'를 유지했다). 그런 아들이 어머니를 추모하여 엮은 책이니 모자 간의 정도 애틋하다(또 다른 사례로는 수전 손택의 아들 데이비드 리프가 쓴 <어머니의 죽음>(이후, 2008)도 떠오른다).

 

책은 다윈의 자연선택 이후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공생 발생 개념을 진화의 역사에 포함시킨 20세기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다. 린 마굴리스의 아들이자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도리언 세이건이 서문을 쓰고 엮었으며, 공생 이론의 역사, 가이아 이론의 역사, 신다윈주의와 집단선택 논쟁 등을 소개하면서 그 자체가 진화론의 역사라 할 만한 린 마굴리스와 신다윈주의자들 간의 격렬했던 순간들로 독자를 안내한다.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 제임스 러브록, 고생물학자 나일즈 엘드리지, 옥스퍼드 대학교 최고의 석학 데니스 노블 등 과학계의 거장들이 린 마굴리스의 삶을 기리는 한편, 현대 생물학의 큰 줄기들을 함께 조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도리언 세이건이 어머니와 같이 쓴 책으로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지호, 1999), <섹스란 무엇인가?>(지호, 1999) 등이 소개되었지만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그가 타일러 볼크와 공저한 책으로는 <죽음과 섹스>(동녘사이언스, 2012)도 번역돼 있다. 모두 갖고 있는 책이지만, 당장 서가에서 뺄 수 없어(찾을 수가 없기에) 안타깝다...

 

15.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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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기 시대를 연, 물리학의 두 거장'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제목대로 <패러데이와 맥스웰>(반니, 2015). 분명 전자기력에 대해 큰 흥미를 갖지 않았고, 시험문제를 다 맞힌 기억도 없지만 막상 평전 형태의 책이 출간되니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찾아보니 처음 소개되는 건 아니다. 청소년 책들이 몇 권 나와 있고, 두 사람을 같이 다룬 책으론 정동욱의 <패러데이 & 맥스웰>(김영사, 2010)도 있다. 패러데이만을 다룬 평전으론 랄프 뵌트의 <전기로 세상을 밝힌 남자, 마이클 패러데이>(21세기북스, 2011)가 자세해 보인다. 이번에 나온 <패러데이와 맥스웰>을 표준으로 삼아도 좋겠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이라는 두 위대한 과학자들의 삶의 디테일을 따라가며 그들의 삶과 과학적 성과, 고민을 모험가의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게 구성한 책이다. 당시까지 비밀에 싸여있던 전기와 자기라는 자연현상을 어떻게 이성과 과학의 영역으로 환원되었는지 그 과정도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두 거장의 생애와 연구뿐 아니라 맥스웰의 자작시, 그들이 주고받았던 편지, 일기까지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에게 소설을 능가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 표기가 달라서 깜박 놓칠 뻔했는데, 공저자 중 한 명인 배질 마혼(바실 메이헌)이 쓴 제임스 맥스웰 전기로 <모든 것을 바꾼 사람>(지식의숲, 2008)이 번역돼 있다. 듀오그라피와 각각에 대한 전기가 한 권씩이면, 공평하다고 할까. 아무려나 19세기 물리학의 두 거장과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5.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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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로 따로 빼진 않더라도 이번 주에는 눈에 띄는 저자가 있어서 언급해둔다. 로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와 하버드대학의 명예교수로 있는 일본 역사학자가 이리에 아키라다. 먼저, 그레그 대사의 회고록 <역사의 파편들>(창비, 2015)이 출간됐다. 외교 일선에 있었던 인물의 회고록인 만큼 현대사의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고 있을 듯싶다.

 

그레그는 1973년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지국장으로 부임한 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관과 조지 H. W. 부시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거쳐 1989~93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내며 직간접적으로 한국 현대사와 관련을 맺어왔다. 두차례 김대중 구명에 관여했고, 노태우정부의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 팀스피릿 한미군사훈련 중단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는 또한, 미국의 주요 외교현장에서 일한 저자의 진솔한 회고를 통해 1950년대 이후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실상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자신이 직접 접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60여년간의 외교경험과 통찰력으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베트남전, 이란 콘트라 스캔들, 쿠바 핵위기 등의 역사상을 복원해낸다.

비슷한 사례로 미국의 저널리스트와 CIA 전 동북아 담당국장이 공저한 <두 개의 한국>(길산, 2014)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지난번 피습 사건시 병상에서 읽었다고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던 책이다.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지만 이리에 아키라는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역사학회 회장까지 역임한 실력 있는 학자다. 주전공은 국제관계사로 특히 미중관계와 일본의 외교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듯싶다. 이번에 나온 책은 <역사가가 보는 현대 세계>(연암서가, 2015)로 원저는 작년에 일본어판으로 나왔다. "역사 연구에 있어서 최근 하나의 특징은 국가라는 틀로부터 멀어져 가는 풍조가 보인다는 것이다."라고 한국어판 서문을 시작하고 있는데, 트랜스내셔널한 시각에서 현대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란 문제를 다룬다. 가벼운 분량의 책이어서 일독해봄직하다.

 

이리에 아키라의 책은 모두 절판되긴 했지만 <20세기의 전쟁과 평화>(을유문화사, 1999)와 <일본의 외교>(푸른미디어, 1993)이 번역됐었다. 후자는 업데이트가 필요하겠지만 전자는 재간될 만하지 않을까 싶다. 중고본이 있길래 바로 구입했다...

 

15. 0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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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제목이긴 한데, 두 권의 뇌과학 책을 합성해본 것이다. 네덜란드의 뇌과학자 디크 스왑의 <우리는 우리 뇌다>(열린책들, 2015)와 독일의 두 과학저널리스트가 쓴 <뇌는 탄력적이다>(메디치미디어, 2015)를 합성하면 뇌를 매개로 하여 '우리'라는 주어가 '탄력적이다'라는 술어가 결합될 수 있는 것. 그럼 <두뇌와의 대화>(처음북스, 2015)는 <우리 자신과의 대화>로 읽어도 되겠다.  

 

 

네덜란드에서만 40만부가 팔렸다는 <우리는 우리 뇌다>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이 책 <우리는 우리 뇌다>에서 스왑은 우리가 자궁 안에서 태아로 있을 때부터 성인기를 거쳐 죽음에 이를 때까지 우리의 뇌가 삶의 매 단계에서 우리의 존재 자체에 미치는 영향, 다시 말해 뇌가 우리의 성격적 특성과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뇌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과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논쟁적이고 도발적으로 설명한다. 스왑은 이제 뇌 연구가 뇌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왜 현재의 우리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찾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스왑에 따르면, 뇌 연구는 곧 우리 자신에 대한 탐색이다.

뇌과학 책을 한두 권이라도 읽어볼 독자라면 "뇌 연구는 곧 우리 자신에 대한 탐색"이라는 주장이 놀라운 건 아니다. '뇌 과학의 초신 연구 결과들'이 어떤 것인지가 관심거리.

 

<뇌는 탄력적이다>의 부제는 '당신의 뇌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인데, 아직은 책소개 대신에 몇몇 인용문만 떠 있는데, 서문의 일부는 이렇다.

뇌라는 기관을 ‘생각 펌프’라고 묘사했다. 마치 뇌를 기계로 묘사한 것처럼 들리겠지만 이만큼 뇌를 잘 설명하는 놀라운 표현은 없을 것이다. 사실 뇌는 뭔가를 ‘수 송’하는 역할을 할 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별도의 펌프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절대 자기 정체를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생각 펌프’가 활기를 띨 정도로 자극을 받는 것, 그리고 이런저런 놀라운 일을 표면으로 길어 올리는 데 성공하기를 빈다.

'생각 펌프'란 말은 최근에 나온 대니얼 데닛의 <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동아시아, 2015)를 떠올리게 하는데,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들의 서로 내통한 것 같지는 않더라도.

 

 

하버드 의대교수 앨런 로퍼의 <두뇌와의 대화>는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유형의 책인 듯싶다. 저자가 '현장의 올리버 색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하니까 말이다.

앨런 로퍼는 하버드 의대생들의 훈련소인 보스턴 병원 단지 한복판에서 '의사들의 의사'로서 활약하고 있다. 현장의 올리버 색스라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그는 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모든 환자들을 직접 대하는 임상의로서, 또한 하버드 의과대학의 교수로서 뇌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고 있다.

뇌과학 초심자라 하더라도 몇 권의 책을 훑어보면 대락 감을 잡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난이도로 치면 올리버 색스와 앨런 로퍼로 시작해서 대니얼 데닛까지다...

 

15.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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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라는 걸 고른다면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저명한 저술가 미치오 가쿠의 <마음의 미래>(김영사, 2015)가 가장 눈에 띈다.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가 부제. 물리학에서 미래학까지 폭넓은 시야를 보여주었던 저자가 이번에는 뇌과학에 초점을 맞추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미치오 카쿠의 최신작. 미치오 카쿠가 뇌과학과 신경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 지금까지의 연구동향과 전망을 듣고 특유의 치밀한 정보수집력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발휘해 인간의 의식세계에 대해 집중 탐구한 저작이다.

인간의 뇌가 우리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과학적 탐구 영역이라면, 뇌과학의 미래는 마음의 미래이면서 인류의 미래일 수도 있다(우리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을 테니). 이 정도까지 동의한다면, 현재 뇌에 대해서 우리가 어디까지 알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떠한지 들어볼 만하다.

 

 

표지는 좀 식상하지만 일단 원서도 주문을 넣었다. 이달의 읽을 만한 과학서를 하나 더 얹는다...

 

15. 0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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