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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틈나는 대로 '이주의 과학'(책)을 꼽기로 한다. 이번주 관심도서는 네사 캐리의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해나무, 2015)다. 원제는 '후생유전학 혁명'이고 '현대 생물학을 뒤흔든 후성유전학 혁명'이란 번역본 부제에 실렸다. 후성유전학에 대해 궁금해 하던 차였는데, 때마침 적당한 책이 나와 주었다.  

 

DNA의 운명이 '사용법'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소개해주는 후성유전학 입문서. DNA의 염기 서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최신 후성유전학 연구 결과에 기대어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후성유전학이란, 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발현되지 않거나 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학문이다.

더불어 관심을 갖는 건 유전자-문화의 공진화론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로버트 보이드와 피터 리처슨의 <유전자만이 아니다>(이음, 2009)가 소개돼 있다. 무엇이 공진화론인가.

이 책은 유전자-문화 공진화론(또는 이중 유전이론)의 고전으로 손꼽히며,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와 명쾌한 해설로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을 설명함으로써 우리의 지식의 지평을 넓혀준다. 그렇다면 유전자-인간 공진화론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간단하게 말한다면 인간은 유전자로 이루어지고 문화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며 유전자는 문화적 변형에 따라 변형된다는 이론이다.

후성유전학과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뭔가 통하는 발상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인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다. 구입만 해놓은 <유전자만이 아니다>도 어디에 꽂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15. 0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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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다우어 드라이스마는 충분히 주목에 값한다. 알게 모르게 많이 소개된 저자인데, 주 관심 분야는 기억과 망각이다. 국내에는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에코리브르, 2005)가 먼저 소개되었는데, 처음 펴낸 책은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은유로 본 기억의 역사>(에코리브르, 2015)다. <기억의 메타포>(에코리브르, 2006)라고 소개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나왔다(심리학 박사학위논문이 교양서로 읽힌다는 것도 드문 일 아닌가). '수준' 있는 책이라는 뜻도 된다.

 

드라이스마의 박사 학위 논문이자 첫 번째 저술로, 은유라는 독창적인 관점을 통해 기억심리학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다. 은유는 기억의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로서 재발견된다. 밀랍판에서부터 책, 사진, 컴퓨터, 홀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은유의 주된 원천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 및 도구들이었다. 기억의 은유는 점차 기술적으로 변해가면서 끊임없이 모습을 바꿔왔다. 계속해서 변형되고 왜곡되고 추가되고 겹쳐지는 우리의 기억을 닮아 있다. 은유들이 표상하는 이미지들은 곧 우리 마음의 풍경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의 은유들이 모습은 계속 바뀌어도 그 핵심 개념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드라이스마의 신작은 <망각>(에코리브르, 2015)이다.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등 ‘기억’을 주제로 끊임없이 연구해온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의 심리학사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다우어 드라이스마가 3년 동안 기억을 ‘망각’과 함께 보기 위해 노력한 끝에 내놓은 역작"이라고 소개되는 책. 기억력 전문가 저자에게서 당연히 기대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지난 봄에는 " 정신의학과 신경학계 질환들의 시조명들을 추적한 일종의 역사서" <마음의 혼란>(에코리브르, 2015)도 출간되었다. 절판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에코리브르, 2010)도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독어나 영어로 대부분 번역되고 있는 걸로 보아 신뢰할 만한 저자다...

 

15. 0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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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기원과 역사에 관한 책 두 권을 같이 묶는다. 프랜시스 크릭의 <생명 그 자체>(김영사, 2015)와 피터 워드 등의 <새로운 생명의 역사>(까치, 2015)다.

 

 

크릭의 책은 1981년에 나왔으니 그 자체로 '고전'에 해당한다. 외계에서 지구로 생명의 씨앗이 건너왔다는 '정향 범종설'을 널리 알리고자 쓴 책이라고. 이 주제를 다룬 책이 더 있었던가, 궁금하다.

지구 생명의 기원과 탄생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역작. 현대생물학의 초석을 다지고 20세기 과학사의 대변혁을 이끈 프랜시스 크릭이 탁월한 통찰로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난제, 지구 생명체의 기원에 관한 진실을 파헤친다. 고도로 발달한 외계 생명체가 DNA를 담은 일종의 씨앗인 미생물을 지구로 보냈고, 그것이 진화를 거듭하여 오늘날의 생명체가 되었다는 이른바 '정향 범종설'이다. '정향 범종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우주론.천문학.화학.생물학.물리학을 넘나들며 기존의 학설을 차례로 논파해 나가는 한편, 무한한 상상력으로 생명 탄생의 순간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새로운 생명의 역사>도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 '지구 생명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는 새로운 근본적인 발견들'이 부제이고, 원서도 올해 나온 아주 따끈한 책.

워싱턴 대학교의 피터 워드와 칼텍의 조 커슈빙크는 현재 생물학과 지구과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뛰어난 과학자로, 이 책은 저자들이 과학의 빠른 발전을 통해서 밝혀진 최신의 발견들을 토대로 지구 생명의 역사를 새롭게 쓴 책이다. 이 혁신적인 책에는 동물의 출현이 어떻게 수십억 년 동안 미루어졌는지, 어떤 힘이 어류를 처음 물 밖으로 내몰았는지, 공룡 같은 거대한 동물들을 멸종시킨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가 설명되어 있다.

최초의 생명 탄생이란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 최초의 세포라면 데이비드 디머의 <최초의 생명꼴, 세포>(뿌리와이파리, 2015)도 읽어봄직하다. "이 책은 우주생물학의 시야에서 생명의 기원을 추적한다. 우주생물학에서는 지구에서 생명이 기원하고 진화한 일을, 별의 탄생과 죽음, 행성의 형성, 광물과 물과 대기 사이의 계면, 탄소화합물들의 물리와 화학이 관여하는 우주적인 과정의 한 부분으로 포착한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 관한 최신 견해와 이론이 어떤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15. 0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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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일단 구입한 책은 스티븐 로즈, 힐러리 로즈 부부의 <급진과학으로 본 유전자, 세포, 뇌>(바다출판사, 2015)다. '누가 통제하고, 누가 이익을 보는가'가 부제. 무엇이 급진과학이고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가.

 

1960년대부터 급진과학운동의 선구자로 활동한 힐러리 로즈와 스티븐 로즈 부부의 최신작. 급진과학운동이란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과학의 독립성을 주장하고 과학의 민주화와 민중을 위한 과학 건설을 추구한 운동이다. 오랫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연구 활동을 하던 이들 부부가 유전체학(유전자)과 재생의학(세포), 뇌신경과학(뇌)으로 대표되는 생명과학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본다. 저자들은 생명과학은 과연 누가 통제하고,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살핀다.

매우 당연한 질문과 의문을 현대의 거대 생명과학에 던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  오늘날의 생명과학을 누가 통제하고, 누가 이익을 보느냐는 것. '과학의 민주적 책무를 말하다'가 후기의 제목인 것만 보아도 저자들의 문제의식을 가늠해볼 수 있다. 과학도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일독해볼 여지가 있다.

 

한편, 스티븐 로즈의 공저로는 <새로운 뇌과학>(한울, 2010)도 번역돼 있는데, 최신 신경과학의 여러 쟁점과 함의를 다룬 약간은 전문적인 책이다. '위험성과 전망'이 부제.

신경과학과 신경공학기술의 개발이 개인의 책임, 인간성, 주체성에 대한 감각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법체계, 윤리체계, 법무행정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까? 법학, 사회학, 윤리학, 교육학, 심리학, 신경과학, 유전학, 정신의학 분야의 전문가들의 논문을 모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치고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이다.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쳤다는 게 어떤 뜻인지 궁금하다...

 

15. 0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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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다솜이친구(177호)에 실은 '감각의 도서관' 꼭지를 옮겨놓는다. 독성 생물의 진화를 다룬 EBS 다큐프라임, <독한 것들>(Mid, 2015)을 다루면서 다윈의 <종의 기원>(한길사, 2014)을 간단히 훑었다. 양자오의 <종의 기원을 읽다>(유유, 2013)도 참고한 책이다.

 

 

다솜이친구(15년 9월) 더 독해진 진화를 만난다

 

생물과 그 진화만큼 놀라운 미스터리가 있을까. 생활환경의 변화, 기생생물 먹이의 변화 등 생물의 진화는 다양하다. 그중 가장 경이로운 부분은 바로 독(毒)이다. <독한 것들>은 맹독을 가진 생물들의 생태를 관찰하고 독이란 무엇인지, 독과 자연선택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등을 살피고 있다. 진화생물학의 시초가 된 고전 <종의 기원>과 함께 읽어본다. 

 

생물 진화의 대표적 미스터리 중 하나는 독의 진화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도 10만 종이 넘은 생물이 독을 사용하고 있다. 왜 생물들은 독을 가져야만 했을까. EBS 다큐프라임 <진화의 신비, 독>을 단행본으로 엮은 <독한 것들>(엠아이디)는 이 문제를 다룬다.


먼저 알아두어야 하는 것은 수많은 화합물과 단백질로 구성된 독을 생산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희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령 독을 가진 뱀의 경우 독이 차지하는 무게는 몸무게의 0.5% 이내이지만, 다 쓰고 난 독을 재충전할 때 기초대사량이 11% 이상 증가한다. 만만찮은 비용이기에 사냥할 때도 가급적이면 독을 아껴 써야 한다. 그럼에도 독을 가지게 된 사연이 있다.


대표적인 독성생물로 뱀이 독을 갖게 된 건 약 6,000만년 전부터라고 한다. 원래는 아나콘다처럼 거대한 몸짓으로 먹잇감을 제압했으나 생태계의 격변으로 공룡 같은 대형 생물이 멸종하던 시기에 뱀도 그런 몸집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뱀은 커다란 몸집 대신에 독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뱀의 진화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진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서식하는 구세계 원숭이와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신세계 원숭이 간의 차이점 중 하나는 시각 능력의 차이인데, 구세계 원숭이들이 가시광선을 모두 볼 수 있는 데 반해서 신세계 원숭이들은 붉은색과 주황색을 잘 보지 못한다. 이런 차이가 빚어진 유력한 원인은 구세계의 원숭이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뱀의 위협에 시달려온 데 반해서 신세계 원숭이들에게 그 위협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었다는 데서 찾아진다. 독사가 없는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여우원숭이가 영장류 가운데 시력이 가장 나쁘다는 사실도 뱀과 영장류의 시력 간의 상관성을 말해준다. 독사는 주로 화려한 색깔을 띠고 있기 때문에 색상을 구별할 수 있는 시각의 발달은 뱀을 피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이렇듯 한 종의 진화는 생태계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종 생물들의 진화를 자극하고 촉진한다. 독의 진화도 마찬가지여서 고추의 매운 맛을 나게 하는 캡사이신은 대표적인 식물독의 하나이지만 포유류와 달리 조류는 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추는 캡사이신을 통해 설치류나 포유류는 피하면서 자기 씨앗을 가장 널리 퍼뜨릴 수 있는 조류와 함께 진화해온 것이다. 물론 캡사이신을 너무 좋아하여 독특한 음식문화로까지 만든 한국인에 대해선 미처 고려하지 못한 전략이긴 하다.


생물의 진화와 그 미스터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다윈의 <종의 기원>(한길사)에 손길이 가도 좋겠다. 독의 진화와 같은 주제도 따지고 보면 <종의 기원> 이후에야 가능해진 발상이다. 그렇지만 <종의 기원>은 많이 읽히지 않는 고전이다. 이미 진화론이 기본 상식이 된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1859년 처음 출간된 <종의 기원>이 던진 충격파로부터 훌쩍 벗어나 있는 셈이랄까. 그럼에도 <종의 기원>을 읽는다는 것은 ‘다윈 혁명’의 기본 발상이 어떤 것이고, 그것이 어떠한 근거를 바탕으로 제기되었는지 ‘원전’을 통해서 확인해본다는 의미가 있다.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서 자연선택을 다윈은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자연계에는 많은 변이가 출현하며 이 중에는 개체에게 유리한 변이도, 해로운 변이도 있기 마련이다. 거기서 “유리한 변이가 보존되고 해로운 변이가 제거되는 것”을 다윈은 자연선택이라고 부른다. 자연에서는 사소한 차이도 생존경쟁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이 차이는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다. 그런 차이를 보존하고 축적하는 과정이 자연선택의 과정이다.


다윈은 다른 한편으로 성선택이라는 개념도 도입하는데, 성선택은 생존을 위한 투쟁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 사이의 투쟁에 따른다. 성선택의 결과는 개체가 죽는 것이 아니라 후손을 남기지 못하는 것 정도이기 때문에 자연선택보다는 덜 가혹하다는 게 다윈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후손을 남기지 못하는 개체는 결국 그 존재가 지워질 것이기에 덜 가혹한다는 판단에는 이견도 가능하겠다. 자연선택과 성선택, 이 두 개념이 자연계의 온갖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다윈의 특별한 도구이다.

 

15.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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