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분야의 '오래된 새책'으로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손에 든다. 지난 2월에 나왔으니 좀 뒷북이다. 영어판은 1996년에 나왔고, 한국어 초판이 2001년에 나왔다. 한국어 개역판은 20여년만에 나온 셈(출판사도 바뀌었다). 신간 효과로 보이지만, 칼 세이건의 책으로는 현재 <코스모스>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자 칼 세이건은 그가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이 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The Demon-Haunted World)>에서 과학에 대한 무지와 회의주의 정신의 부재가 낳은 이 유사 과학 유행을 그 기원과 역사로부터 현황과 대안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깊게 성찰한다. 반과학과 미신, 비합리주의와 반지성주의의 유행에 담긴 인간의 오랜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의심할 줄 아는 정신과 경이를 느낄 줄 아는 감성의 결합에서 탄생한 과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않고는 이 경신(輕信)의 풍조를 막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10년에 걸친 조사와 성찰, 연구와 실천의 산물인 이 책을 통해 뜨겁게 보여 준다."

















한국어판 소개에는 과학을 '흔들리는 촛불'에 비유하면서 "도사와 법사가 출몰하고 반과학과 미신, 비합리주의와 반지성주의가 횡행하는 시대"로 지금시대를 묘사한다. 상식이 있는 독자라면 대충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리라. 
















세이건의 과학 옹호에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그 과학은 과학에 대한 자기비판까지 포함하는, 그래서 나쁜 과학과 가짜 과학, 그리고 표절과학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 과학이어야 한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법사들의 세상을 버텨내는 '어둠 속의 촛불'로 집집마다 켜놓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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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2022-07-1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육사 위에 검사, 검사 위에 여사, 여사 위에 법사^^
 

프랑스의 분자생물학자이자 노벨생리학상 수상자 자크 모노의 대표작 <우연과 필연>(1970)이 다시 나왔다. 번역본은 이번 개정판의 초판(2010) 외 범우사판과 삼성출판사 세계사상전집판 등이 있었다. 반세기 전 과학책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1970년 출간 당시 격렬한 비판과 더불어 열렬한 호응이 끊이지 않았던 이 책에서 자크 모노는 생명의 출현은 분자적 차원의 미시세계에서 우연히 일어난 ‘요란(변이)’의 결과일 뿐이라고 선언한다. 분자생물학의 기본 지식을 철학, 종교, 정치, 윤리, 문화 등의 다른 영역으로 발전시킨 이 책은 인류 사상사의 진로를 개척한 명저로 손꼽힌다.˝

요는 우연과 필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현재로서도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는 것. 말이 나온 김에, 노벨상 공동 수상자인 프랑수아 자콥의 책들(특히 <생명의 논리, 유전의 역사>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알라딘엔 이미지가 뜨지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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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정리하는 마지막 한주를 남겨놓고 있다. 책정리도 필요한데, 여유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페이퍼는 몇 차례 써볼 계획이다(해가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과학분야의 책으로 한권을 고르는 건 어렵지만, 주제라면 고를 수 있다. 팬데믹. 두 종류의 책들이 나왔는데, 전염병(특히 바이러스)에 관한 책들과 현재의 팬데믹에 관한 책들. 과거의 전염병의 관한 책 가운데는 1918년 스페인 독감에 관한 책도 당연히 포함된다. 존 베리의 <그레이트 인플루엔자>(해리북스)에서 제목이 가리키는 것. 코로나19와 '그레이트스트' 타이틀을 두고 경합할지 모르겠다(코로나가 종시괸 이후에). 
















소위 스페인 독감에 관한 책은 지난해부터 두툼한 책들이 나왔다. 캐서린 아놀드의 <팬데믹 1918>(황금시간)이 그것. 로라 스피니의 <죽음의 청기사>(유유)가 지난봄에 나왔고, 지난달에 나온 책이 <그레이트 인플루엔자>다.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었던 전염병 이야기'가 부제다.













 



감염병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프랭크 스노든의 <감염병과 사회>(문학사상사), <감염병 인류>(창비) 등이 나왔다. 제목만 보면 '감영병' 계열과 '전염병' 계열로 나뉘는데, 
















팬데믹 이전에 나왔던 책으로 데이비드 콰먼의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꿈꿀자유)와 윌리엄 맥닐의 <전염병의 세계사>이산) 등이 다시 주목받은 책이고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산처럼) 등은 발 빠르게 번역된 책이다. 
















칼 짐머의 <바이러스 행성>(위즈덤하우스)도 팬데믹 국면의 수혜자. 개정판이 다시 나왔다.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의 <신의 화살>(월북)과 최강서의 <바이러스 쇼크>(매일경제) 등의 책도 팬데믹 상황이어서 주의를 끈 책들이다. 















팬데믹을 다룬 철학자들의 책들도 연이어 나왔는데, 지젝의 <팬데믹 패닉>과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를 강의에서 읽었다. 
















아감벤의 <얼굴 없는 인간>(효형출판)도 팬데믹 상황에 대한 성찰로 읽을 수 있는 책(동의할 수 없어도 참고는 된다). 브뤼노 라투르의 책 두 권은 읽을 수 있었던 책이지만 따로 시간을 내지 못했다. 
















올해 팬데믹을 주제로 한 책 가운데 알라딘에서 판매 스코어가 가장 좋은 책은 <팬데믹 머니>(리더스북) 같다(역시나!). 최근에 나온 책들로는 팬데믹 상황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개입으로서 임혹의 <패데믹 패닉 시대, 페미스토리노미스>(여이연)와 제목이 취지를 그대로 말해주는 <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후마니타스) 같은 책이 눈에 띈다. 팬데믹 3년차로 접어드는 내년에는 어떤 주제와 강도의 책들이 나오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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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의 새책이 나왔다. <지금 다시 계몽>(사이언스북스). 벽돌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사이언스북스, 2014) 다음으로 소개되는 책인데, 원저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 본선의 선한 천사>는 2011년, 그리고 <지금 다시 계몽>은 2018년에 나온 책이다. 대략 번역까지 3년씩 소요된 셈(아무래도 분량이 만만찮은 책들이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에 교보문고에서 두툼한 원서를 보고(바로 구입하진 않았지만 이후에 구했다) 놀라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번역본이 곧 나오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책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지금 다시 계몽>이란 제목과 맞닥뜨리니 지금이 그땐가 싶다(대선판에서 여전히 무속 얘기가 난무하는 시절이니 말이다).


"핑커는 냉소와 공포에 도전한다. 인간은 본래 불합리한 존재일까? 도덕성을 세우기 위해 종교가 꼭 필요할까? 근대성이 우리에게 외로움과 자살만 남겨 주었을까? 우리는 “탈진실 시대”에 살고 있을까? “공포의 시대”에? 전면적인 핵전쟁, 자원 고갈, 기후 변화, 고삐 풀린 인공 지능이 어느 순간에 이 모든 것을 파괴할까? 핑커는 지적 깊이와 문학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이성, 과학, 휴머니즘을  옹호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마찬가지로 핑커의 기조는 낙관론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세계는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그런 면에서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와 맥을 같이 한다. 브레흐만은 핑커의 책도 참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보다는 인류학자 아구스틴 푸엔테스의 <크리에이티브>의 견해에 동감하는 편이다. 쟁점은 하버드대학의 영장류 학자 리처드 랭엄의 <악마 같은 남성>의 주장에 대한 둘의 견해차다. 나는 핑커보다 푸엔테스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가한다). 나는 그것이 방향이면서 동시에 동시대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독자라면, 필히 다시 손에 들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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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인류세와 인간의 책임

역시 3년 전. 인류세(그리고 기후변화)에 관한 책은 이후에도 여러 권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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